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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실버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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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의 몸에서 태어난 제국의 공주, 슈란.
태어남과 동시에 어머니를 잃게 되지만,
강한 모성의 힘을 지닌 그녀는 고통 받는 자들을 구원하는 희망의 빛이 되는데….

전생의 기억과 특이한 능력을 가진 그녀가 펼치는 신비한 모험의 세계가 시작된다.

 
24 화
작성일 : 16-07-21 14:05     조회 : 640     추천 : 0     분량 : 5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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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몬스터 토벌은 순조로웠다.

 왜 사람들이 이곳을 몬스터의 온상지라 하는지 오늘 처음 토벌대에 참가한 황궁 기사들은 초입에서 이미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초입에서 조별로 나뉘어 산으로 들어선 그들을 맞은 것이 다름 아닌 수많은 몬스터 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과 침착함을 가지고 있는 에브리 백작의 지시와 그에 못지않은 검 실력을 가진 리온, 그리고 기사들로 인해 몬스터 토벌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거기다 카리스 영지의 사병들은 몬스터로 인해 실전 훈련을 많이 쌓아서 그런지 그들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슈란은 카르리안 산맥에 들어선 뒤 일행들이 휴식을 취할 때마다 주위를 돌아다니며 처음 보거나 귀한 식물들을 채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브리 백작이나 리온과 다른 일행들은 처음에는 황당해하며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지어 기사들은 짜증을 내며 위험한 곳이니 가만히 좀 있으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그녀가 채취한 식물로 끓인 차를 마신 후 더 이상 아무도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이틀째 오후, 에브리 백작 일행은 드디어 카르리안 산맥 초입 끝까지 무사히 오를 수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 하산할 예정이었다.

 “…….”

 그런데 슈란이 타주는 차를 마시며 편하게 휴식을 취하던 에브리 백작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른 일행들도 자신들의 칼을 챙기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경계했다. 어제 오늘 에브리 백작이 저런 행동을 취하면 그 뒤에 꼭 몬스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잠시 후, 다른 사람들의 귀에도 뚜렷하게 몬스터의 특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이익!

 그 소리를 들은 카리스 영지 사람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 이런… 크랙처잖아!”

 “제길! 중급 지역에서나 나오는 놈이 여기까지 오다니.”

 “미치겠군.”

 에브리 백작은 그런 그들의 말을 들으며 옆에 있는 카리스 영지의 한 기사에게 물었다.

 “크랙처가 뭡니까?”

 “카르리안 산맥에만 존재하는 몬스터죠. 그렇게 강한 몬스터는 아닙니다. 몸집도 1미터에 못 미치는 크기이고, 무기라고 해봤자 자신들의 날카로운 이빨뿐이죠. 단지…….”

 키이이익! 키이이익!

 “그 수가 장난이 아니라는 게 문제죠!”

 어느새 일행들 주위로 1백은 훨씬 넘어 보이는 수많은 크랙처들이 자신들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런 수많은 크랙처들의 모습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감에 휩싸였다.

 어떻게 저 많은 몬스터를 처리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헉헉. 헉…….”

 리온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크랙처들을 보며 자신의 모든 이성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형의… 형의 원수!”

 리온은 갑자기 칼을 뽑고는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긴장감에 휩싸여 있던 일행들은 리온의 그런 행동을 시작으로 자신들 역시 크랙처들을 향해 칼을 뽑고 달려갔다.

 크랙처는 지능형 몬스터였다. 절대 혼자서 덤벼들지 않고 2, 3마리가 같이 협공하는 방식을 취한다. 한 마리가 얼굴로 뛰어오르면 옆에 있던 크랙처가 몸이나 다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일행들은 처음에는 그런 몬스터들의 행동에 무척 당황했지만 잠시 후, 에브리 백작의 차분한 지시와 위험할 때마다 곁에 다가와 도와주는 그로 인해 하나하나 크랙처들을 처리해나갔다.

 “이게 크랙처? 흐음. 역시 책에서 본 모습과는 많이 다르군.”

 슈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몇 마리의 크랙처들을 바라보며 이 순간에도 한가하게 책에서 본 모습과 대조하며 생각에 빠지는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슈란이 이런 여유를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모든 크랙처들의 다음 행동들이 뻔히 다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슈란은 그들이 뛰어오르거나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미리 한발 앞서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끼이이익!

 “…….”

 그때,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크랙처 한 마리가 달려드는 순간 슈란은 슬쩍 몸을 피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크랙처들이 뛰어드는 각도와 높이, 거리 등을 매순간 계산하며 아슬아슬하게 그들의 공격을 피해간 것이다. 그녀의 좋은 머리가 지금 맘껏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아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던 슈란은 크랙처들을 처리할 자신이 없어 이리저리 공격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다른 기사들이 이 크랙처들을 처리하러 올 동안 시간을 벌며 자신의 몸 하나는 지켜야만 했던 것이다.

 “꺄아아악!”

 그렇게 한참 크랙처들의 공격을 피하고 있던 슈란은 갑자기 들리는 여자의 고함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마리아가 크랙처들에게 둘러싸여 자리에 주저앉아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런!’

 그 모습에 슈란은 급히 그쪽으로 뛰어갔다. 자신의 뒤쪽으로도 자신을 공격하던 크랙처들이 쫓아왔지만 그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아! 그게 있었지!”

 급히 마리아에게 달려가던 슈란은 순간 머릿속에서 망치를 내려치듯 떠오른 한 가지 사실에 미소를 지으며 더욱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가는 와중에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어 크랙처들을 향해 망설임 없이 그 물건을 내던지는 슈란이었다.

 ‘먹혀야 할 텐데……. 제발!’

 마리아와 크랙처 사이에 날아간 그것은 땅에 떨어져 깨지며 알 수 없는 하얀 가루를 주위에 뿌려댔다.

 슈란은 가방 안에 들어 있던 그 물건을 계속 꺼내 마리아에게 다가서려는 크랙처들에게 내던졌다.

 키키키익!

 마리아를 공격하려던 크랙처들은 그 가루의 냄새를 맡더니 괴성을 지르며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나갔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다 다른 기사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슈란은 자신이 던진 가루가 몬스터들에게 효과를 보이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슈란은 넋이 빠져 있는 마리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주위에 아까 던진 하얀색 가루를 아낌없이 뿌려댔다.

 이 가루는 슈란이 몇 년 전에 만들었던 것인데, 일반적으로 몬스터들이 싫어하는 식물 여러 가지를 말려 만든 것이었다. 이것이 특별히 몬스터들에게 해를 주는 건 아니었지만 그 냄새 자체가 그들이 싫어하는 것들이라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는 데는 용이했다.

 슈란은 처음에는 야영할 때 쓸려고 챙겨 온 것이었는데, 이곳에 들어와서도 기사들과 병사들의 확실한 방어에 특별히 이 가루를 쓸 필요가 없자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 전 마리아의 모습에 순간 이 가루를 생각해내고는 적절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효과가 있어 다행이야. 휴우…….’

 슈란은 조금 전 그 가루를 던지면서도 무척 불안했었다. 이 가루가 모든 몬스터들에게 다 통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전 기사들은 모두 크랙처들을 상대하느라 그녀를 구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에 결국은 지신의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끼이잉! 끼이익!

 20마리도 남지 않은 크랙처들은 지능형 몬스터답게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런 크랙처들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지친 몸을 달래었다.

 하지만 한쪽에서 그런 크랙처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허억. 허억. 기다… 기다려. 기다리란 말이야!”

 리온은 정신없이 죽이던 크랙처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그들을 무작정 쫓아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슈란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일행들에게 다가가다 그런 리온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그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주위에 놓여 있는 검을 들고 그의 뒤를 급히 쫓아갔다.

 “…….”

 에브리 백작과 다른 일행들은 무심코 시선을 돌리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잠시 멍해졌다. 너무도 어이없는 행동에 지금 저들이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순간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에브리 백작은 그들이 가는 방향이 초입 지역을 지나 중급 지역을 향하는 곳인 걸 알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시간이다. 그 안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모두들 먼저 하산한다.”

 “부단장님!”

 에브리 백작은 그 말을 끝으로 슈란과 리온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도망치던 크랙처들은 자신들을 쫓아오는 사람이 단 한 명인 걸 알고 걸음을 서서히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리온을 향해 다가서며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후 리온은 점점 상처가 늘어나며 온몸이 피로 물들어갔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리온은 오로지 저들을 죽여야 한다는 본능만이 남아 그들을 계속 공격하였다.

 “…….”

 급히 리온을 따라온 슈란은 그 모습에 인상을 확 찌푸렸다. 자신의 상처도 돌보지 않고 크랙처들에게 덤벼드는 그의 모습이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멈춰 서서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지켜보던 슈란은 곧 리온을 향해 달려가며 그를 공격하던 크랙처들을 향해 검술을 펼쳤다.

 “하앗!”

 모든 신경을 크랙처의 기의 흐름에 집중하며 그들의 공격을 하나하나 흘려보내다 순간적으로 흐름이 약해 보이는 곳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하아. 하아.”

 잠시 후, 그렇게 몇 마리의 크랙처들을 처리하던 슈란은 금세 떨어져버리는 자신의 한심한 체력을 느끼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조금 남겨둘걸.’

 상황이 안 좋아지자 조금 전 마리아를 위해 가지고 있던 그 가루를 다 써버린 걸 안타까워하며 슈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끼이이익!

 “……!”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던 슈란은 순간 그 틈을 노리고 자신에게 뛰어드는 크랙처들을 모습에 아차 싶었다.

 촤아악!

 하지만 그 순간 자신에게 달려드는 크랙처를 베어버리며 앞을 막아서는 에브리 백작의 모습에 슈란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문책은 나중에 묻지.”

 에브리 백작은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그렇게 슈란과 비틀거리는 리온에게 외친 후 다시 크랙처들을 향해 검을 내뻗었다.

 슈란은 그런 에브리 백작의 모습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급히 한 손이라도 도울 생각에 그에게 다가서며 크랙처들을 하나하나 처리해나갔다

 잠시 후, 에브리 백작의 등장으로 상황이 역전되자 몇 마리 남지 않은 크랙처들은 다시 도망쳐버렸다.

 슈란과 에브리 백작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자신들이 오히려 위험해질 순간이었던 것이다.

 “하아…….”

 잠시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아 쉬던 슈란은 곧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한쪽에 쓰러지다시피 누워 있는 리온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뒤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 죽고 싶으면 이런 번거로운 방법이 아니라도 아주 쉬운 방법이 많이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피해주지 마시고 조용히 죽으십시오.”

 슈란은 리온에게 너무도 화가 났다. 그가 혼자서 크랙처들을 쫓아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조금 전 크랙처들을 상대하던 리온의 모습 때문이었다. 자신의 상처나 목숨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크랙처에게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그 모습에 화가 난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에 애착이 없는 그런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이렇게 뒤따라온 것이 너무도 한심하고 바보같이 여겨지는 슈란이었다.

 “…….”

 크랙처의 모습에 모든 이성을 잃은 채 넋이 빠져 있던 리온은 그런 슈란의 차분한 목소리에 흠칫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에브리 백작은 처음으로 듣는 슈란의 목소리에 그답지 않게 잠시 당황하다가 혼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한 거였군.”

 슈란을 멍하니 바라보던 리온은 잠시 후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의 얘기를 천천히 꺼내었다.

 “난… 저 몬스터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저들이 바로 형을 죽인 몬스터니깐.”

 “……!”

 슈란과 에브리 백작은 그 말에 잠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형을 죽인 원수라면…….

 에브리 백작은 옛날 카리스 백작의 장남이 몬스터 토벌에 따라갔다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크랙처에게 당한 거였다니…….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슈란은 이어지는 에브리 백작의 이야기에 다시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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