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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실버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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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의 몸에서 태어난 제국의 공주, 슈란.
태어남과 동시에 어머니를 잃게 되지만,
강한 모성의 힘을 지닌 그녀는 고통 받는 자들을 구원하는 희망의 빛이 되는데….

전생의 기억과 특이한 능력을 가진 그녀가 펼치는 신비한 모험의 세계가 시작된다.

 
21 화
작성일 : 16-07-21 14:04     조회 : 596     추천 : 0     분량 : 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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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미샤.”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슈란은 잠시 후 미샤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네!”

 슈란의 기운에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던 미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크게 대답했다.

 “몸은 괜찮은 거냐?”

 “네. 슈란님이 주신 약을 먹고 나니 많이 좋아졌어요.”

 슈란은 미샤의 대답을 듣고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 말을 이었다.

 “그럼…….”

 처음으로 당하는 슈란의 살기 어린 기운에 모두들 긴장하며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나랑 같이 케이크 좀 만들러 가자.”

 “…….”

 “…….”

 순간, 거실에 찬바람이 휭 하고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거실에 모여 있던 그녀들은 그런 슈란의 말에 순간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네?”

 “케이크 만들게 같이 가자고. 일어나!”

 슈란은 그 말을 끝으로 미샤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두고 보자! 이것들!’

 

 “후후. 속이 다 시원하다!”

 “하하! 그 애 정말 웃겼어. 좀 더 패줄걸.”

 “오랜만에 운동 좀 했더니 목마르다. 차 마실까?”

 “그래.”

 에자이 황녀의 직속 시녀인 로사 일행은 미샤를 손본 뒤 주방에 모여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나저나 미샤 그년도 황녀의 직속 시녀인데 괜찮을까?”

 로사 일행 중 한 명이 차를 마시다 아까의 일이 걱정되는지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러자 다른 2명도 조금 걱정되는지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흥! 걱정 마! 우리가 누구야? 이 제국 황비님의 하나뿐인 따님인 에자이 황녀님의 직속 시녀라고! 그깟 쓰레기 같은 계집을 조금 혼내줬다고 감히 우릴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슈리나 황녀도 생각이 있다면 고작 시녀 하나 때문에 우리 황녀님이랑 척을 지지는 않을걸. 후후.”

 “헤헤. 맞아.”

 “하하. 그래. 감히 누가 우릴 건드리겠어!”

 그녀들은 로사의 말에 다시 얼굴이 밝아지며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그때, 차를 마시던 로사 일행은 누군가 주방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로사 일행이 바라본 곳에는 두 사람이 주방의 입구에 서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자신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이였다.

 “뭐야? 또 맞으러 온 거야!”

 바로 좀 전에 자신들이 혼내줬던 미샤였던 것이다.

 이어 로사의 말에 깜짝 놀란 미샤는 자신과 같이 온 슈란의 뒤로 몸을 숨겼다.

 “응?”

 미샤를 비웃으며 소리치던 로사 일행은 그녀 옆에 조용히 서 있는 나머지 한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샤와 같이 온 사람은 검은색 두건을 쓰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한쪽 손에는 작은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검은색 두건? 헉!’

 잠시 그들의 모습을 살피던 로사는 자신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복장을 보곤 그가, 아니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 궁에서 저런 복장을 할 사람이란 슈리나 황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로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녀에게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

 “슈, 슈리나 황녀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로사는 자신이 한 일이 있어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하지만 곧 자신의 뒤에는 에자이 황녀가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런 로사의 변화를 말없이 바라보던 슈란은 곧 로사에게 천천히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슈리나라고 합니다. 아까 전에 우리 미샤가 신세를 졌다고 하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로사 일행은 그런 슈란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자신들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시녀에게 인사를 하는 황녀라니…….

 하지만 곧 다시 정신을 차린 그녀들은 당황한 표정을 수습하며 슈란을 바라보았다.

 “이것 좀 드셔보세요.”

 슈란은 한 걸음 더 그녀들에게 다가서며 자신이 들고 온 케이크를 로사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죠?”

 “미샤가 이번 건국대회에서 입상한 케이크입니다.”

 로사는 슈란의 말에 인상을 확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그녀를 황족 모독죄로 잡아넣을 수 있는 일이지만, 로사는 지금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다. 슈리나 황녀는 아무 힘도 권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에자이 황녀에게 항상 듣고 있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가 왜 그런 거지같은 케이크를 먹어야 하죠?”

 “로사 양이 이번에 입상한 미샤의 케이크가 맘에 들지 않아 오늘 그녀를 가르쳤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케이크를 드신 적이 없다더군요. 먹어보지도 않고 미샤에게 뭐라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요? 일단 드셔보시고 판단해주시죠.”

 로사는 슈란의 말에 뭔가 반박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자 할 수 없이 그녀에게서 케이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다른 3명과 같이 그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상을 찌푸리며 조금씩 먹어보던 그녀들은 점점 두 눈이 커지며 곧 자신 앞에 놓인 케이크를 빠른 속도로 먹어치웠다. 처음 먹어보는 달콤하고 새콤한 그 맛에 도저히 손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순간에 케이크를 해치워버린 그녀들은 순간, 아차! 하며 슈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슈란은 곧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떤가요? 맛있나요?”

 “흠흠. 뭐… 괜찮네요.”

 “머, 먹을 만하네요.”

 로사 일행은 슈란의 질문에 난처해하며 얼버무리듯 대답했다.

 “그럼 미샤에게 사과해주시겠어요?”

 “뭐라고요?”

 하지만 곧 이어지는 슈란의 말에 로사는 다시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제가 왜 저런 하찮은 계집한테 사과를 해야 하죠? 흥!”

 “미샤의 케이크가 맘에 들지 않아 이번 일을 한 거라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나요? 케이크가 맛있었다면 당연히 좀 전의 일에 대해 미샤에게 사과해야죠.”

 “흥! 제가 왜요? 전 단지 저 애가 맘에 들지 않았을 뿐이에요! 죽어도 저런 계집한테는 사과 못해요.”

 “…….”

 슈란은 억지스런 로사의 말에 좀 전까지 짓고 있던 미소를 싹 지우며 그녀를 싸늘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서며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냉정한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그럼 죽을 수밖에 없겠군요.”

 “네? 헉!”

 로사는 슈란의 뜬금없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뒤에 서 있던 다른 로사 일행 3명도 마찬가지로 창자가 끊어질 듯 배가 아파오자 바닥에 주저앉아 데굴데굴 뒹굴기 시작했다.

 “아아악! 왜… 가, 갑자기……?”

 “헉! 너, 너무 아파!!”

 “이, 이런……. 하아, 하아…….”

 “…….”

 슈란은 바닥을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들을 무심한 눈길로 쳐다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까 케이크에 독약을 넣었거든요. 금방 죽을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고통도 잠시랍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슈란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잊은 게 있다는 듯이 몸을 돌려 로사에게 다가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미리 사과하죠. 죽여서 미안해요.”

 슈란은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뒤로 로사를 비롯한 시녀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 잠시만! 사, 살려주세요. 허억! 하……. 제, 제발!”

 “아아아악! 사, 살려줘!”

 “크… 크윽…….”

 문 입구를 향해 걸어가던 슈란은 그런 로사의 외침에 걸음을 멈춘 뒤 다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고통에 겨워 소리치던 로사는 슈란이 다시 다가오자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했다.

 “제, 제발 살려줘요……. 제발……. 하아… 하아…….”

 “제가 왜요?”

 슈란은 로사의 손을 강하게 뿌리친 뒤 그녀를 노려보았다.

 “제가 왜 살려줘야 하죠? 당신은 미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전 당신 같은 하찮은 사람에게 사과까지 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왜 살려줘야 하죠?”

 “허억! 하아… 하아……. 제가… 제가… 자, 잘못했어요. 제발… 허어……. 사, 살려주세요.”

 “사, 살려주세요. 크윽! 제, 제발……. 잘못했어요.”

 “하아. 요, 용서해주세요. 아아악! 크윽! 제발…….”

 “흐윽! 크… 으……. 자, 잘못……. 제, 제발…….”

 로사 일행은 슈란에게 매달려 절실히 애원했다. 정말 금방이라도 이대로 죽을 것 같았다. 그녀들은 처음으로 당하는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슈란은 그녀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미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로사 일행을 바라보고 있던 미샤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머리가 멍해져올 뿐이었다.

 “미샤, 저들을 용서해줄 거니?”

 멍하니 있던 미샤는 조금 전 로사 일행에게 말하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슈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슈란은 미샤의 고개가 끄덕여지자마자 로사 일행에게 급히 다가가 품속에 있던 약을 먹였다.

 로사 일행은 슈란이 준 해독약을 먹자마자 얼마 후 고통이 멈추는 걸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축 처지고 말았다. 그 짧은 순간에 온몸이 물에 빠진 듯 땀에 젖어 있었다.

 슈란은 긴 한숨을 내쉰 뒤 로사 일행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들은 슈란이 다시 다가오자 흠칫거리며 힘이 없는 와중에도 몸을 열심히 이끌며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쉰 슈란은 그 자리에 멈춰 그녀들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고는 사과를 하였다.

 “미안해요. 많이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제가 케이크에 넣은 약은 독약이 아니거든요.”

 “……!”

 그랬다. 케이크 속에 들어 있던 약은 독약이 아니라 ‘레퀴엘’이라는 식물이었는데, 이 풀을 사람이 먹으면 한두 시간 극심한 복통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다 언제 아팠냐는 듯 2시간쯤 지나면 저절로 효능이 사라지는데, 그 2시간은 정말 다시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로사 일행은 슈란의 말에 자신들이 먹은 게 독이 아닌 사실에 다시 한 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슈란은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미샤에게 천천히 다가가 이번에는 정말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걸음은 멈춘 뒤 뒤를 돌아보며 로사 일행에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 번 더 우리 식구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 독약이 들어갈지도 모르죠.”

 “……!!”

 그녀들은 슈란이 미샤를 데리고 나가며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에 좀 전에 당했던 고통이 다시 떠오르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잠시 후, 슈란이 나간 뒤 주방에 남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로사 일행은 똑같은 생각을 떠올려야만 했다.

 ‘슈리나 황녀님이랑은 절대 적이 되지 말자!!’

 

 미샤를 데리고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어가던 슈란은 기분이 착잡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의사였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 자신의 지식은 아픈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있는 거지, 이렇게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었다.

 슈란은 오늘 자신이 잠시 이성을 잃고 한 일이 너무도 한심스러웠다. 심지어 자신이 의사로서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저… 슈란님.”

 슈란의 옆에서 조용히 걷던 미샤는 그런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응?”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던 슈란은 미샤가 말을 걸자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샤는 슈란에게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슈란님, 오늘 너무 고마워요.”

 “뭐가?”

 “오늘 저를 위해 화내주신 거요. 저 이~ 따 만큼 감동 먹었어요! 아까 그 여자들 혼내주는 거 보고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잖아요! 헤헤. 고마워요, 슈란님.”

 “…….”

 슈란은 미샤의 말을 들으며 좀 전까지 자신의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던 고민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난 성인 군자가 아니야. 내 가족의 고통을 참으면서까지 남을 도와주고 싶진 않아.’

 슈란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고마워하는 미샤가 너무도 고마웠다.

 “아까 진짜 멋있었어요! 카리스마 짱이었다니까요.”

 “…….”

 “레디온 전하 저리 가라였잖아요. 호호~”

 “…….”

 “진짜예요~ 슈란님이 남자였음 제가 한 번에……. 헤헤. 슈란님, 저랑 결혼할래요?”

 “…….”

 “어? 왜 뛰어가요? 슈란님, 같이 가요!”

 “…….”

 가끔 오버하는 경향이 강해서 문제지만 말이다.

 

 와장창!

 “하아! 하아! 죽여 버리겠어.”

 한 여자가 방 안의 물건을 던지며 자신의 화를 분출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에자이 루스 레디안.

 에자이 황녀는 오늘 로사 일행을 통해 어제 오후 슈란에게 그녀들이 당한 얘기를 듣고 이렇게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방 안의 물건을 부수고 있었다.

 어제 로사 일행은 슈란이 돌아간 후 주방 바닥에 누워 그대로 쉬고 있었는데, 마침 그곳을 방문한 에자이 황녀의 유모가 그 모습을 보고 만 것이다.

 유모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에자이 황녀는 조금 전에 로사 일행을 불러 무슨 일인지 영문을 물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저 자신들의 몸이 안 좋아 그랬다고 변명할 뿐이었다.

 그러다 계속되는 에자이 황녀의 추궁에 할 수 없이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에자이 황녀는 그 얘기를 듣고 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의 시녀들이 죽든 말든 상관은 없었지만 이건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감히, 감히 내 물건에 손을 대다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 도저히 못 참아! 그 계집을 당장 죽여…….”

 “안 참으면 어쩔 건데?”

 “……!”

 방 안에서 혼자서 화를 내며 소리치던 에자이 황녀는 갑작스런 한 사람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샤, 샤루크 오라버니가 여긴 어, 어쩐 일이시죠…….”

 그곳엔 샤루크가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자이 황녀는 자신의 온몸을 조이는 그의 살기에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네가 안 참으면 어쩔 거냐고? 슈란을 건드리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그, 그게 오라버니랑 무슨 상관이죠!”

 에자이 황녀는 샤루크의 살기에 심장이 터질 듯 무서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슈란의 이름에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상실하고 샤루크에게 소리치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샤루크는 잠시 피식 웃으며 에자이 황녀를 바라보다 주저앉아 있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 바로 앞에 자신을 얼굴을 가져간 뒤 속삭이듯 말했다.

 “물론 상관이 있지. 슈란을 건드리면 내가 널 죽여 버릴 테니깐.”

 “……!”

 에자이 황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정면으로 살기를 내뿜는 그의 눈빛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샤루크는 뒷걸음질 쳐 자신에게 멀어지려는 그녀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싼 뒤, 그녀의 귀에 다시 한 번 조용히 속삭였다.

 “잘 들어. 만약 슈란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렸을 땐 너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테니까. 물론 외롭지 않게 너의 어머니도 같이 보내주지. 명심해!”

 “…….”

 샤루크는 오늘 미샤를 통해 어제 슈란에게 있었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미샤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샤루크는 그 자리에서 통쾌하게 신나게 웃고는, 에자이 황녀가 신경 쓰여 이렇게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의 성격상 당하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샤루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워프 마법을 사용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에자이 황녀는 멍하니 샤루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 쓰러지듯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 뒤, 한동안 그녀는 샤루크나 슈란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는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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