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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실버문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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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의 몸에서 태어난 제국의 공주, 슈란.
태어남과 동시에 어머니를 잃게 되지만,
강한 모성의 힘을 지닌 그녀는 고통 받는 자들을 구원하는 희망의 빛이 되는데….

전생의 기억과 특이한 능력을 가진 그녀가 펼치는 신비한 모험의 세계가 시작된다.

 
9 화
작성일 : 16-07-21 13:45     조회 : 535     추천 : 0     분량 : 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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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슈란은 처음으로 만나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보고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었다.

 그는 처음에 자신의 이름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가 곧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왠지 모를 슬픔을 담고 있었다.

 슈란은 자신도 모르게 흘려 내리는 눈물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내가 왜 당신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지! 왜!’

 억울했다. 아버지를 만나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 자신했었는데 이런 격한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샤루크는 시선을 돌려 슈란을 바라보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당황하고 말았다.

 “슈… 슈란…….”

 평생 눈물이라고는 흘리지 않을 것 같던 그녀의 의외의 모습에 샤루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샤루크뿐만 아니라 떠들썩하던, 홀 안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눈물에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잠시 후 홀 안의 모든 사람이 정적에 휩싸여 있는 순간, 레디안 황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슈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울고 있는 슈란의 눈물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슈란은 그런 레디안 황제의 행동에 순간 온몸이 굳어져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아가……. 이 아비가 너를 잊고 있었구나…….”

 “…….”

 처음으로 안기는 아버지의 품에 멍해져 있던 슈란은 그 한마디에 자신의 마음에 막혀 있던 뭔가가 부서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부모의 정에 굶주려 있었는지… 얼마나 부모의 존재에 목말라 있었는지…….

 그리고 처음으로 한 존재의 이름을 천천히 불러보았다.

 “아바… 마마…….”

 

 슈란과 지금까지 못 다한 긴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레디안 황제는, 슈란에게 꼭 자신을 찾아오라는 당부의 말을 남긴 뒤 몸이 불편하여 에리나 황비와 함께 파티장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슈란이 본 레디안 황제의 몸은 기의 색이 군데군데 막혀 있을 뿐만 아니라, 색깔 또한 본래의 색에서 많이 흐려져 있는 상태였다.

 슈란은 파티장을 나서는 레디안 황제를 보며 어떻게 치료를 해드려야 할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냐?”

 그러다 어느새 다가온 샤루크의 음성에 슈란은 생각을 마치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샤루크는 그녀의 대답에 피식 웃고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3명의 인물을 그녀에게 소개해주었다.

 “인사해. 이쪽은 너의 첫째 오라버니가 되는 레디온 형이고, 그 옆은 형한테 잔소리를 해대는 카인 브라이언 백작, 그리고 여기 깐깐해 보이는 이분은 나의 외할아버지인 칸스 브라이언 공작님이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슈리나라고 합니다. 그냥 슈란이라고 불러주세요.”

 “카인 브라이언 백작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백작과 공작의 인사에 슈란은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를 받았다.

 레디온은 슈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나에게 여동생이 하나 생기는 건가? 후후. 만나서 반갑다.”

 “제가 오히려 전하를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슈란을 웃으며 바라보던 레디온의 인상이 순간, 그녀의 딱딱한 대답에 살짝 찌푸려졌다.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면 좋겠는데?”

 “…네?”

 그런 레디온의 말에 슈란이 잠시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샤루크가 웃으며 자신의 형에게 말을 걸었다.

 “형, 그 말을 들으려면 아직 한~ 참 멀었지. 내가 그동안 ‘오라버니’라는 말을 들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형은 바빠서 슈란을 볼 시간이 나보다 더 없을 테니 아마 더 오래 걸…….”

 “알겠습니다, 레디온 오라버니.”

 “…릴 거? 뭐, 뭐? 슈, 슈란, 너!!”

 한참 레디온에게 자랑하듯 애기하던 샤루크는, 슈란의 입에서 너무도 쉽게 나오는 오라버니라는 말에 그녀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 고맙구나. 자아~ 저 바보는 내버려두고 우린 저쪽으로 가자꾸나.”

 “네.”

 자신만 내버려두고 자리를 옮겨 걸어가는 네 사람을 보며 샤루크는 또 한 번 좌절하고 말았다.

 “우씨…….”

 

 ‘지금 저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파티장 안에 있던 한 여자가 두 황자의 모습에 황당함을 넘어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에자이 루스 레디안. 바로 에리나 황비에게서 태어난 황녀였다.

 에자이 황녀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한 여자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며 이것저것 챙겨주기 바쁜 두 황자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눈앞에 보여도 본체만체하는 저들이 저런 촌뜨기 계집에게는 저리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다.

 질투와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던 에자이 황녀는 슈란을 잠시 노려보다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레디안 오라버니,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샤루크 오라버니, 오랜만에 뵙네요.”

 레디안과 샤루크는 자신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저한테도 그녀를 소개해주시겠어요?”

 “꺼져!”

 “…네?”

 “귀까지 먹었냐? 꺼지라고!! 내가 저번에 말했을 텐데. 내 눈앞에 다시는 띄지 말라고. 그때는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슈란은 언제나 실실 웃으며 화라고는 낼 줄 모르던 샤루크의 화난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 에리나 황비를 바라보던 샤루크의 눈빛이 장난 아니게 살벌했던 게 떠오르며 그때 자신이 본 그 모습이 착각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놀라워하는 슈란과는 달리 홀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저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주위 사람과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저 불같은 샤루크를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이 될 뿐이었다.

 보통 남의 시선을 생각해서라도 황녀인 에자이에게 저리 막 대해서는 안 되었지만, 단 한 사람, 샤루크는 예외였다.

 권력, 집안, 그 어떤 것도 그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어, 어떻게 저한테 그런 말을……!”

 에자이 황녀는 기가 막히고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이런 창피를 주다니! 순간, 그녀는 이성이 끊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막말이 나오고 말았다.

 “아직도 전 황비를 죽인 게 저희 어마마마였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만 해라! 에자이!”

 레디온은 갑작스런 에자이 황녀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직까지도 미묘한 문제를 안고 있는 그 사건을 귀족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끄집어내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아뇨! 두 분 다 언제나 절 벌레 보듯이 하시는데 카루나 황비가 죽은 게 왜 저희 어머니 탓이죠? 그녀는 누군가에게 독살을 당할 정도의 여자밖에 안 되니 그런 죽음을 당한 거겠죠! 그게 왜 저희 어머니… 헉!”

 에자이 황녀는 자신의 말에 자기가 놀라고 말았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눈앞이 캄캄해져왔다.

 급히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지만 이미 쏟아낸 말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다.

 에자이 황녀는 자신을 노려보며 살기를 내뿜는 4명의 남자를 보며 온몸이 굳어져갔다.

 

 슈란은 자신의 눈앞에서 에자이 황녀에게 살기를 내뿜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든 자신의 어머니가 죽어 마땅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그들의 어머니 대신 들어온 여자의 딸의 입에서 듣는다면 더더욱…….

 ‘휴우……. 어?’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슈란은 무심코 샤루크 황자를 바라보다 흠칫 놀라고 말았다.

 바로 샤루크 황자의 심장 쪽에서 생명의 색이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샤루크 황자가 자신 앞에서 워프라는 마법을 쓰기 전에 보이던 움직임과 똑같았다.

 ‘저, 저건… 설마!’

 “감히 너 따위가 나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것이냐!”

 샤루크 역시 에자이 황녀의 말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예전부터 에리나 황비의 자식들에 대해서는 유달리 치를 떨며 싫어했던 샤루크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를 죽일 생각이었다. 나중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 자신이 그런 걸 생각하고 일을 벌였던가.

 샤루크는 천천히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입으로 마법어를 외치기 시작하였다.

 “파이… 커헉!”

 막 마법어를 외치려던 샤루크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에 마법은 당연히 해제되었고, 순간 열이 뻗친 샤루크는 자신을 가격한 자를 찾기 위해 고개를 휙 돌리며 눈에 살기를 담았다.

 하지만 뒤를 돌아 상대를 확인한 그는 흠칫하며 자신이 한 걸음 물러서야만 했다.

 “헉! 슈, 슈란!”

 샤루크가 뒤돌아본 곳엔 슈란이 커다란 쟁반을 든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슈란은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샤루크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다시 쟁반을 높이 들어올렸다.

 탕!

 “커헉! 슈, 슈란! 뭐 하는 거야? 그, 그만 해!”

 슈란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그를 쟁반으로 내려치며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미쳤어요? 미쳤냐고요? 방금 뭐 하시려고 한 겁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마법을 쓰려고 한 겁니까? 지금 제정신이에요? 저 여자를 죽일 생각입니까! 동생을 죽일 생각이냐고요! 저도 죽여보시죠! 그 잘난 마법으로 저도 죽여 보시라고요!”

 탕! 탕! 탕!

 “커헉! 그, 그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넋이 빠져 멍하니 서 있던 레디온은 샤루크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급히 슈란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슈, 슈란! 진정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어! 어떻게 이런 곳에서 마법을 쓸 생각을 하시죠? 여기 모인 사람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절대 상종 못하니 다시는 절 찾아올 생각 마세요! 아시겠습니까? 샤루크 전하!”

 “헉!”

 레디온의 도움으로 쟁반의 아픔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하던 샤루크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자신이 슈란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두 달의 시간이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슈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순간, 슈란에게 다가가 용서를 비는 샤루크의 모습에 홀 안에 있던 모든 귀족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저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그가, 사과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그가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다니……. 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건 레디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옛날 마법 실험을 하다 궁 한쪽을 날려버렸을 때도 그의 태도는 당당함 그 자체였다.

 그때 재정 담당인 루크 자작이 자신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던 게 생각이 났다.

 궁을 날려버린 샤루크를 찾아가 따지던 루크 자작에게 샤루크는 단 한마디를 남기며 유유히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잔말 말고 궁이나 고쳐 놔!’

 ‘커헉……. 샤루크 전하!’

 

 그렇게 막말로 자기 잘난 맛에 살던 그가 슈란에게 저리 쩔쩔매는 모습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슈란은 자신에게 다가와 사과를 하는 샤루크를 무시한 채 쟁반을 들고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시종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컵들이 깨져버렸네요.”

 슈란은 조금 전 급한 김에 옆의 음료수 잔을 들고 걸어가던 시종에게 쟁반을 빼앗아 샤루크를 패버린 것이다.

 슈란은 그 자리에서 쭈그리고 앉아 깨진 유리 조각들을 줍기 시작했다.

 “헉! 제, 제가 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한 짓인데 제가 치워야죠.”

 깨진 컵 조각을 줍는 슈란의 모습에 옆에 있던 시종이 깜짝 놀라 슈란을 말렸지만 그녀는 묵묵히 자신이 벌인 일을 치울 뿐이었다.

 “슈란! 네가 그걸 왜 치우는 거야! 일어나 어서… 헉!”

 샤루크는 그 모습에 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슈란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노려보자 흠칫하며 다시 한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제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몰라서 그러시는 겁니까! 누군가의 무식함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잔들을 깨트렸는데, 그 원인 제공자가 치울 생각을 안 하니 저라도 치워야지요!!”

 “아, 알았어! 내가 치울게!”

 샤루크는 슈란의 박력에 밀려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유리 조각을 조심조심 줍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또 한 번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푸훗.”

 그 상황을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레디온은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저 못 말리는 자신의 동생에게 드디어 임자가 나타난 것이다.

 슈란에게 다가간 그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슈란, 이제부터 저 녀석은 너에게 맡기마. 맘껏 혼내주렴. 우리는 도저히 힘이 없어서 말이지. 푸하하하……!”

 “뭐라는 거야, 형!”

 “유리 조각이나 마저 주우시죠! 샤루크 전하.”

 “…네.”

 레디온의 말에 열 받아 벌떡 일어선 샤루크는 슈란의 한마디에 다시 쭈그리고 앉아 유리 조각을 주울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다시 웃음이 터진 레디온은 신나게 웃다 슈란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오늘 아주 큰 생일 선물을 받았는걸. 동생이라는 선물을 말이야…….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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