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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광휘의 세레나데
작가 : 빠라박박
작품등록일 : 2017.5.30

강한 힘의 반발로 생겨난 차원의 틈에 빠져 이세계로 떨어졌으나, 모든 힘이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난 나와 똑닮은 소녀, 그리고 나를 너무 막굴리는 주인님까지…….

가면 갈수록 꼬이는 다른 세상이야기, 어떻게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것인가?

 
부서진 세계(2)
작성일 : 17-05-30 16:16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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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죠. 거지, 부자, 악한사람, 선한사람.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도 있는 반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살다가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그 모두가 각자의 삶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똑같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연임과 동시에 남의 인생이라는 영화의 조연을 맡고있는 것이 아닐까요. -By. 한하영>

 

 

 

 &

 

 "신이 되기 위한 조건? 아하하하하하. 원, 오빠도 참. 뭘 그런걸 묻니. 그건 정말로 간단해."

 

 "뭐……길래?"

 

 "그건 바로 믿음이야. 에쿠. 이런건 아무한테나 가르쳐 주는게 아닌데, 끙. 뭐 이미 저질러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 믿음?"

 

 "그래 그래. 믿음. 신이 되는 방법은 여러가지야. 가르쳐줄까?"

 

 "가르쳐 줘."

 

 "알았어. 일단 가장 간단한 것 부터. 첫번째. 신들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 또한 신이야. 바로 '나' 같은 경우지. 우리 엄마, 아빠 모두 신이었어."

 

 "그게 첫번째라면 두번째는?"

 

 "흐음. 이건 좀 개념이 애매한데, 음, 사실 우리 아빠는 전자의 경우가 아니었어. 지금 말할 후자의 경우지. 우리 아빠가 신이 되기 전에 뭐였는지 알아?"

 

 …… 그런거 알게 뭐야.

 

 "뭔데?"

 

 "나폴레옹."

 

 "뭐, 뭣? 나폴레옹? 코르시카에서 태어나 세계 정복을 꿈꾼 그 야망가?"

 

 "응, 맞아. 우리 아빠는 신들중에서도 나이로만 따진다면 꼬맹이정도도 안돼. 큭큭, 그럼 나는 갓난애인건가? 그래도 울아빠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세계를 정벌한 이유가 엄마의 축복이 있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하여튼. 여기서 문제! 생명체와 신. 그들은 과연 누가 누구를 먼저 만들었을까?"

 

 흠, 지금 내 눈앞에서 직접 신의 모습을 보고있는데 성서의 말이 틀린것은 아니겠지?

 

 "신이 생명체를 만들었겠지? 구약성서에도 나오잖아 신은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루는 쉬고."

 

 "에에. 땡∼ 틀렸어요. 미묘하지만 정답은 그 반대에 가깝지요. '생명체'가 '신'을 만들었어요."

 

 그녀의 장난스러운 표정에는 깊은 비밀이 족쇄같이 얽혀있는듯 했다.

 

 "사실 생명체는 자연적으로 생성된거야. 우리 '신'들보다 더욱더 상관인 '주신'이라는 존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를 어느 누구도 본적이 없으니. 우리들 조차도 '주신'을 어떤 존재로 보지않고 거의 무(無)나, 일종의 개념, 혹은 이 광활한 우주, 그 자체로 보고있지. 여튼, 알려진 바로는 주신은 애초에 생명체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어. 그러나 그게 그 맘대로 되지 않은 것이지. 주신조차도 벗어날 수 없는 '인과율' 때문에. 생명체는 그렇게 탄생했어."

 

 "……."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배웠을거야. '태초에 생명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세균에서 시작됬다'고. 그래, 그 말이 맞기는 맞아. 하지만 지구의 역사는 더 오래되었지. 이번, 오빠가 살고있는 이 시대의 인간은 지구에서 3번째 인간종족들이야. 인간들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내리막길에서 놓친 수레처럼 점점 빠른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다가 알아서 자멸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아. 지구는 인간에 의해 완전히 멸망하고 다시 생겨나고 그것을 3번 반복했다 이거야. 그들의 유전자는 지금 오빠와는 좀 다르지만 모습은 거의 비슷해. '인간'이라는 생물은 모든 생명체중에 가장 고도로 발달된 형태. 가장 신에 가까운 모습이지."

 

 그렇군. 3번째라…….

 

 "아아, 주제에서 많이 벗어난 이야기였나?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런 연약한, 모든 생명체들은 자연재해나 전쟁등에서 자신을 지켜주거나 큰 업적을 쌓은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믿기 시작했어. 예를들어, 나폴레옹, 알렉산더, 세종대왕, 간디 등등. 그들은 역사적으로 추앙받는 존재들이지. 예상대로 거의 다 신이되었어. 신계에 가면 지금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거야. 물론 개미신, 호랑이신, 나비신. 이런 존재들도 있긴 하는데 생명체가 신으로 승격되는 양은 그 생명체의 지능과 비례해. 그만큼 공포도 느끼고 여러가지 생각을 더 할테니까."

 

 으흠. 그렇군.

 

 "아우! 오빠가 신계에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이야기가 자꾸 빗나가는거 있지?"

 

 "미안……."

 

 "에헤이. 오빠가 미안할게 뭐 있어? 그냥 나도 재밌게 이야기할게. 남에게 옛날이야기하듯 설명하는것도 나름 재밌는데?"

 

 "고마워."

 

 "뭘, 어렸을때 오빠도 학교에서 '세종대왕님에게 편지쓰기'이런것 많이 했지?"

 

 "어? 진짜, 그래."

 

 "그런것도 일종의 믿음이야. 예를들면 '이미 죽은 것을 알지만 죽은 뒤에도 어디선가 살아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지. 그런식으로 믿음의 수치가 일정 이상으로 쌓인 존재들은 죽어서 신이되. 인간들이 고대 석기시대같은 원시적 문명을 갖춘 때에는 자신들을 해치거나 하는 무섭고 강한 동물들을 믿는 토테미즘 등으로 바로 그때 동물이 신이 된 경우가 많았지. 어떤 한 존재를 향한 믿음이 아니고 포괄적인 믿음이었지만 그렇게도 되더라고. 헤헤."

 

 "응."

 

 "그리고 일단 신이 되면 그들은 더 이상 생명체의 믿음을 필요로 하지않아. 신들끼리의 믿음으로 존재하지. 신의 믿음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막강하거든? 가끔 오빠가 사는 중간계에 종교로써 모습을 드러내는 신들은 존재하기위해, 다른 모든 신들에게 믿음을 잃어 꿩 대신 닭이라고 생명체에게 믿음을 얻기위해 몸부림치는 죄를 저지른 신들이나 신계에서 가출한 말 안듣는 어린 신들. 그런거야."

 

 "…… 하하. 말도안돼."

 

 "내가 재밌는 사실 가르쳐줄까?"

 

 "어떤?"

 

 "세상에는 오빠를 절대적으로 믿는사람이 꽤나 많아……. 그러고보면 사실 오빠도. 죽으면 신이 될 운명인 것 같지?"

 

 "뭐, 뭐어어?"

 

 아름답게 져가는 노을을 뒤로하고 충격적인 사실에 경악하여 할 말을 잊은 내게 돌아보며 살풋 미소지었다. 그녀의 병아리같이 노란 단발이 노을빛을 받아 마치 진짜 황금인양 빛난다.

 

 "믿음이란……. 이 세계를 존재하게하는 힘이거든……."

 

 &

 

 살며시 내눈을 자극하는 부드러운 겨울 아침의 태양빛. 나는 기분좋게 눈을 떳다. 하지만 그대로 일어나지 않고 나를 감싸 안아주는 이불의 감촉을 느끼며 베게에 얼굴을 묻었다.

 

 "꿈꾼건가……."

 

 옛날에 아인이와 이야기를 나눈 그때의 꿈이다. 너무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기억. 후후, 그때 나는 너무 놀라서 집에 돌아온 뒤 밥도거르고 며칠동안 고민을 했지. 내가 신이라니. 그 후, 결국 나는 브리스와의 싸움에서 한차례 죽었었다. 당시에는 완전히 죽지 않고 신으로 다시 태어날거라는 아인이의 말을 잊은 채, 모든게 끝인줄 알았고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었다. 하지만 인간의 껍데기를 벗은 채 신체(神體)를 가지고 다시 태어났고 처음에는 하늘나라, 그중에서도 설마 지옥은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절망했지만 하영과 아인이가 내 앞에서 서있는 것을 보고서야 아인이의 말을 떠올리고 힘이빠져 주저앉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시각은 11시. 나는 늘어진 몸을 일으켜 허리 아래까지 늘어진 풍성한 백발을 대충 정리하며 바로 옆 거울 속 새빨간 진홍색 눈을 가진 나를 노려보았다. 이 눈은 언제봐도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악마같잖아."

 

 왠일로 아침부터 거실에 사람이 있다. 보통 늦은 점심쯤되야 방에서 하나둘씩 기어나오는데.

 

 "여어. 일어나셨군."

 

 "안녕히 주무셨어요∼."

 

 내게 나름 아침인사라고 말을 걸기는하는데 역시나 다들 대충 널브러져 다시 자고있다.

 

 "그래그래. 좋은아침."

 

 "잘 잤어? 어제 많이 피곤하다더니."

 

 "응. 이젠 가뿐해."

 

 걱정된다는듯 내게 말을 걸어오는건 가은이. 항상 그녀만 생각하면 주체를 못하고 입에 헤벌쭉 벌어진다.

 그러고보니 아침이라 시간도 넉넉하니 모두를 소개해볼까.

 저기 소파에 몸을 기댄채 눈을 감고 졸고있는 푸른 머리의 늘씬한 미남자는 제미니크. 블루드래곤이다. 내가 B.W를 할때 운좋게 가디언으로 얻은 친구이다. 사실 그 덕분에 게임에서 내가 이름을 알리게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것도 모두 그의 덕이다.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된 짧다면 짧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존재라면 항상 첫째로 제미니크를 꼽을 것이다.

 제미니크의 무릎을 베고 함께 이불을 덮은채 TV를 시청하고 있는 여성은 내 친누나 한지혜. 한때 미모의 B.W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렸었다. 역시 지금도 천재적인 머리와 뛰어난 정령술로 유명하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아직까지 자고있는듯.) 미르간과 쥬디스. 소파 뒤쪽에서 옹기종기 모여 호빵을 먹고있는 곱등이와 아리스. 아리스와 미르간은 제미니크의 가디언이었다. 제미니크가 내 가디언이 되었으니 자연스레 그들도 내게 귀속되었다.

 어깨에 닿을듯한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르간의 주특기는 연금술이지만 성공확률은 낮고 목표한 것이 아닌 이상한걸 만드는 때가 더 많다. 그런것을 생각해봤을때 주특기가 연금술이 아니고(가디언들은 마스터가 죽거나 풀어줄때까지 나이가 가디언이 된 시점에서 멈춘다. 하지만 미르간은 가디언이 되기 전부터 32세였음에도 불구하고 꼬마로보이는 무지막지한 동안.) 여성들의 모성을 자극하는 것 인듯하다. 그리고 쥬디스는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 미르간의 딸…… 이다. 도대체 꼬마로밖에 안보이는 아버지는 뭐냐고! 여튼, 그녀는 7서클 대마법사라는 이름으로 옛날 B.W할때에는 고문서에 가끔 그녀의 이름이 남아있기도 했다.

 왠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은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있는 아리스. 어깨를 살짝 넘어서는 웨이브로 물결치는 진한 금발을 가지고있는 외견은 아무리봐도 미르간과 친구. 10살밖에 안되는 꼬마 공주님(실제로도 공주였다). 자기만한 커다란 곰인형을 품에 안고 언제나 항상 뾰루퉁한 표정이 유난히 귀여워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나이는 4명중 제일 많다. 약 650살이 넘었다고 한다(성장이 멈추면 정신연령도 그대로인걸까?). 아리스는 소환술사이다. 그리고 아리스와 같이 호빵을 호호 불어먹는 꼬맹이는 겉으로보기엔 아리스와 비슷한 나이대에 갈색 긴 머리를 휘날리는 뛰어다니는 발랄한 여자아이인데 사실 곱등이이다. B.W에서 만난 수인족이고 말끝에 항상 곱등을 붙인다. 먹성이 정말 위가 4차원인지 의심스러울정도로 좋아서 연구대상이다. 힘도 무지막지한게 어지간하면 한방에 골로보낼정도이다.

 

 "우웅... 주인님∼."

 

 막 방문을 열고 눈을 비비며 나오는 이는 15살정도의 소녀로 보이는 바로 루리. 루리는 내 애완 고양이었지만 쥬디스와 미르간의 부녀 합동 연금술 작전(?)으로 만들어진 목적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물약을 먹고 부작용인지 뭔지로 수인족으로 변해버렸다. 물론 완벽한 덜렁이 성격인 둘은 그 획기적인 물약 레시피를 버렸고 다시는 만들 수 없게되었다. 끙. 하여튼 우리의 루리는 사람의 모습인데 고양이 귀도 달렸고 꼬리도 달려 왠지 심각하게 매니악하다. 가끔은 어깨높이 2M나 되는 고양이, 아니 거의 거대한 호랑이로 보이는 모습으로 변해서 우리 GF의 일을 돕기도 한다.

 저기 한쪽에서 아인의 품에 안겨 잠이든 중2짜리 금발 미소년은 한하영. 처음부터 내 사촌동생인줄알았는데 사실은 인공지능 브리스의 폭주를 예상하고 그것을 제어하기위해 지구에 몰래 내려온 신이란다. 도덕 따윈 땅바닥에 들러붙은 껌만치도 생각안할 것 같은 같은 변태치한싸이코, 모든 세상 여성의 최악의 적인 저 녀석이 신이라니. 웃겨서 말도 안나온다.

 거기다 하영과 비슷한 외모에 나이도 비슷해보이는 오늘밤 내 꿈에도 나타난 소녀, 정아인은 내가 이런 사실들을 하나도 몰랐을때 가끔 같이 우리집에 데려오길래 하영의 여자친구(?)인줄 알았는데 자신이 하영의 친누나이자 신이라며 나를 놀래켰다. 참 세상사 모를 일.

 세상에 이렇게 신을 자주 볼 수 있을 줄이야. 이거이거, 혹시 지구인 중 반은 신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가은과 강소현. 가은이는 나와 동갑인 나의 여자친구. 거기다가 B.W를 만든 누리그룹의 전 회장의 딸이기도 하다. B.W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암살자로서의 명예도 가지고있었다. 내가 정말이지 좋아하는 그녀.

 강소현. 친가쪽인 하영과는 다르게 외가쪽 사촌동생. 나와는 한살차이이다. 가은이 못지않는 미소녀. 청순한 가은이와는 다르게 로리로리(?) 한 편이지만 엄청난 미모를 가졌다는건 사실. 과거 B.W에서 제일가는 정보길드를 운영한 바 있다.

 

 "오라버니♡!"

 

 "으응. 잘 잤어?"

 

 "응!"

 

 물론 지금이야 잘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은지 애교부리면서 다가오지만 싸우기도 오질라게 싸운다. 어려서부터 워낙 왕래도 잦고 가까이 지낸 만큼 친 여동생처럼 함께 자라 서로의 볼꼴 못볼꼴 다 봐버렸다.

 안긴 그녀의 머리를 이리저리 헝클어트린다. 막 자고 일어난 참이라 이미 헝크러져있긴하지만.

 

 "흐음……. 내일부터는 그냥 오라버니랑 같이 잘까?"

 

 꽤나 당돌한 말에 나는 '개소리하지마!'하고 웃으며 이마에 딱밤을 딱 때린다. 이에 발끈한 소현이는 맞은게 억울하다는듯이 '우씨'라는 투덜거림과 함께 내 목을 조르려 달려들었지만 가뿐히 피한 후, 그녀를 들어 소파에 내팽개치곤 부엌으로 도망쳤다. 아직 다들 밥먹을 생각은 없는듯 부엌은 조용했고, 목이 말라 찬물을 한가득 따라 벌컥벌컥 마시며 식탁에 기대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하는 모두를 지켜본다. 항상 이런식이다. 왠지 모를 나른함과 편안함. 세상 돌아가는 상황은 전혀 아닌데도……. 어쩌면 이 집은 집밖의 세상과 단절시키는 둥지같은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빠와 엄마는 아침 일찍 다친 사람들을 돌보러 아빠가 일하는 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아빠는 외과의사여서 다친 사람들의 치료를 무료로 돕기도 한다.

 하아……. 오늘같이 날씨 좋고 일이 없는 날은 다 잊고 늘어지게 자는게 최고다. 일이 없을때만…….

 

 &

 

 부르르르르릉.

 

 한창 다시 자는데 어디선가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열몇명이 있는 공간이다보니 핸드폰도 열몇개가 있다. 1분가까이 계속해서 울리는 진동.

 

 부르르르르릉.

 

 "누구야. 빨리 받아."

 

 누나의 짜증섞인 목소리. 나는 얼굴을 뒤덮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일어났다. 끝까지 티격태격하다가 잠이들어 반쯤 내위에 올라가있는 소현이를 살며시 들어 가은이에게 안겨줬다. 핸드폰의 액정에는 '전민관'이라고 써있다.

 아, 일인가. 오랜만에 푹 자는가 싶더니만.

 

 "여보세요."

 

 [네. 예상하셨겠지만 일입니다. 하하하. 일본 오사카 도심 한복판에서 대량으로 몬스터가 나타났답니다. 브리스가 고의로 뿌려놓은게 확실해요. 그런 고로, PUCL 일본 지부에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SSS급 가디언. 한성진님. 저와 같이 출동입니다.]

 

 "아아. 예. 10분만 기다려주세요. 오사카에서 뵙죠."

 

 이 전민관이라는 사람은 27세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PUCL 한국 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S급 초능력자인 형이다. 나는 다들 깨지않게 조심조심 걸음을 옮겨 내 방으로 향했다.

 

 "게이트 오픈."

 

 내 아공간 팔찌의 능력이다. 천계도 인간계도 마계도 수라계도 아닌 알수 없는 이계의 공간을 빌려 물건을 저장하고 빼낼 수 있다. 내 몸에서 빛이 나는가 싶더니 옷이 바뀐다. 흑색의 부드러운 롱코트. 그냥 옷이라고 무시하지마라. 판금갑옷보다 방어력이 뛰어나고 보온마법과 4서클 이하마법 무시라는 엄청난 능력이 담겨있으니까.

 

 "텔레포트."

 

 순식간에 아늑한 내 방안이었던 주변이 아직은 조금 쌀쌀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고층 빌딩 옥상으로 바뀌었다. 멀리서 상황을 체크했다.

 

 "보고합니다. 오우거, 트롤도 좀 있고, 골렘, 아 저기 마족도있다. 꽤 많은 마물들을 이끌고 나타나는군요."

 

 GF의 가디언의 직무로 작업을 할때는 왠만하면 거의 이런식으로 내 귀에 걸려있는 귀걸이형 무전기에 말해서 상황을 한국 본부에 연락하게 되어있다.

 

 쌔애애애애앵!

 

 그때 오사카 도심 상공을 엄청난 속도로 초음속 비행기가 지나간다.

 

 탁.

 

 그 소리를 무시하고 멍하니 도시를 바라보는 내 등 뒤에서 들리는 가벼운 구둣발소리. 아무대꾸도 없는 내 옆에서서 같이 도시를 바라보는 여자 여럿 울렸을 법한 외모와 능글능글한 표정을 가진 이 남자는 바로 민관형.

 

 "안녕하세요."

 

 "네에. 안녕하십니까."

 

 왠지 늘어지는 그의 말투. 말은 정중하지만 장난기 어린 표정.

 

 "멀리 출장올때는 항상 비행기를 이용하세요?"

 

 "네에. 바로 맞추셨습니다. 비행기에 타고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뛰어내리지요. 저희는 텔레포트같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니까요."

 

 그의 의상은 오늘도 말끔한 정장이다.

 

 "항상 정장이시네요."

 

 "전 샐러리맨이니까요. 후후. 이건 특수제작으로 만들어진거라 쉽게 상하지도 않는데다 움직임에 문제가 없어요."

 

 "그렇군요……. 으음. 어쩔 셈이죠?"

 

 도심에 몬스터들과 인간들이 이리저리 엉켜있어서 쉽게 제압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나를 부른거겠지.

 

 "벌써 몬스터들이 여기저기로 퍼졌다는 보고가 있어요. 에이. 다른분들도 같이 오셨으면 좋으련만 윗분들은 너무 능력자들을 오냐오냐하신다니까. 쓸때는 팍팍 써야되는데."

 

 하긴. 얼마전에도 이집트에서 커다란 전투가 있어서 한국 지부의 왠만한 가디언들은 모두 휴식을 취하고있다. 물론 우리집에있는 일행들 모두. 나는 좀 특이 케이스라서 나온거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아마도 하나하나 처리하는 수 밖에."

 

 나는 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시가전은 정말 질색인데. 주위에 무너질 위험이 있는 구조물들을 피해 공격을 제한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거기다 구해야 할 사람들이 어디 숨어있을지 모르니.

 

 츄아아아아악!

 

 민관형도 나를 따라 뛰어내린다. 강력한 맞바람이 아래서부터 올라오며 내 머리카락을 신랄하게 헤집는다.

 

 타닥. 탁.

 

 가까이서 본 상황은 더 처참했다. 멀쩡한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망가졌고 사람들은 공포에 비명을 지른다. 어느정도 맞서는 일본 가디언들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 몬스터들의 수가 더 많은 형편이었다.

 

 "오셨군요!"

 

 혼란 속에서도 우리를 알고 반기는 남성이 있었다. 물론 한국어가 아니고 일본어이긴 하지만 대화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아……. 두분이 오셨으니 이제 한시름 놓겠습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일본지부 부지부장 카에다라고 합니다."

 

 어쩐지 이 지방 사투리가 가득한 어조다. 몇몇 단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정도였지만 그냥 무시했다.

 

 "아아. 안녕하세요. 한국지부 지부장 디렉터, S랭크 전민관입니다."

 

 "SSS 랭크 한성진입니다."

 

 여기서 S랭크니 SSS랭크니 하는것은 능력의 수준에 따라 나뉘는데 낮은 순서대로 D, C, B, A, S, SS, SSS급까지 있다. 기관에서는 능력의 차이를 잘 감안해서 전장을 분배하는편이다. 대부분 자기가 투입된곳이 세상에서 제일 거지같이 편성됬다고 욕하기는 하지만.

 민관형은 진중한 표정으로 현재 상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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