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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리가 모르는 고양이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4

고양이의 꼬리가 살랑거릴때 좋지 않은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쥐와 고양이
작성일 : 17-05-29 16:36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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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시계를 볼줄 모른다.

 단지 시원하고 달콤한 아침냄새가 공기중에 은은한것으로 미루어보아 아직 '아침'이란 것을 감각적으로 인지할 뿐이다.

 하품이 나왔다. 공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자 혀 위로 찬공기가 스며들었다.

 결코 아침잠이 부족한 것이 아닌데 이따금 나와버리는 하품의 원인을 나는 도통 모르겠다.

 

 작은 털공같은것이 뽈뽈뽈 움직인다. 멀리서 바라보니 점만큼이나 작은 그 민첩한 털뭉치의 꽁무니를 아가들이 열심히 쫓고 있었다.

 두번째 수업인 사냥연습은 첫번째 수업이 진행되었던 한적한 주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놀이터에서 진행중에 있다.

 저기 저 작은 털공이 사냥감 역을 맡은 '비식오라버니'이고 그 뒤를 열심히 쫓고 있는 아가들이 사냥꾼이었다.

 

 비식 오라버니는 쥐다,

 뭉툭한 꼬리에 비단처럼 부드러운 황금색 털가죽,

 그리고 토실토실하게 살찐 구슬같은 풍체를 지닌 그의 생김새는 우리가 흔히 잡아죽이는 야생의 쥐와는 그 생김새가 사뭇 달랐다.

 하지만 생김새가 어떻게 얼마나 다르던 간에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있는 법이다.

 바로 비식 오라버니가 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예로부터 쥐를 사냥해 왔다.

 우리네들 몸속에 새겨진 본능이 사냥이라면 쥐의 습성은 도망일 것이다.

 단지 먹기위해서 존재하는 사냥본능과는 다르게 포식자를 감지하여 조금이라도 빨리 도망을 쳐야 한다는 생명보존의 본능은 사냥습성과는 비교하기도 무색할 만큼 강력한 것일게 분명하다.

 이는 내가 지금껏 만나온 대부분의 들쥐을 통해서 얻은 경험 기반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비식 오라버니는 달랐다.

 무슨이유에서 인지 그에게만은 그 본능이라는것이 작동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비식 오라버니는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든 고양이교실 사냥 교사다.

 그의 나이가 올해로 삼세가 되었으니 이는 즉, 그가 살아온 삶 대부분을 그의 천적인 고양이와 함께 살 부대끼며 살아왔음을 의미했다.

 비식 오라버니는 아기 고양이의 사냥교육을 위해서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바치는 훌륭한 교육자였다. 물론 한 몸을 바친다는건 비유 따위가 아니다. 그는 지금도 저렇게 열심히 도망을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눈을 살며시 뜨며 피식자와 포식자 사이의 사냥을 지켜보았다.

 도망치는것에는 이골이나 민첩하고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구분없이 넘나드는, 피식자의 기동성앞에서 아기고양이들의 경험부족이 여실하게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한박자 이상 반응이 느린 아가들은 자신들의 본능만을 앞세워서 수적인 우세를 활용하지도 못한채 그저 평면적으로 쥐의 엉덩이만을 쫓고 있었다.

 저래서야 해가 다 넘어갈때까지 쫓아다닌다 할지라도 잡을수 없다.

 나는 또다시 터져나오는 하품을 참지 못했다.

 

 오라버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인간이 그에게 지어준 진짜이름은 사실 비상식량이었다. 성의라고는 모래알만큼이나 느껴지지 않는 그 이름의 의미를 오라버니는 지금도 모르고 있다.

 고양이만큼이나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오라버니이지만 그도 어쩔수 없는 쥐라는 사실을 이런 점에서 깨닫고는 한다.

 비식오라버니와 처음 만나게 된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전, 아직 내가 아가 였던 시절의 일이다.

 당시의 나는 아직 앞발 뒷발도 잘 뻗지 못하는 초보 고양이였다. 몸집도 작았고 다리도 짧았으며 털도 보송보송했다.

 나와 함께 살게된 인간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이른 아침부터 자주 외출을 했다.

 지금이야 적어도 일주일에 이틀은 집에 붙어있게 되었지만 그당시의 인간은 일주일이면 일주일, 열흘이면 열흘 내내, 아침 일찍 나가서는 밤 늦게 집에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밥과 물은 그릇에 언제나 충분하게 채워져있었지만 외로움의 빈자리를 밥따위가 채워줄리가 없었고 따라서 나의 불만은 점차 커져갔다.

 나는 일부러 인간에게 차갑게 굴기 시작했다. 무시도 해보고 밥이 담긴 그릇을 엎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한번 자신을 쓰다듬어주고 엎어진 그릇에 알갱이같은 사료를 다시

 채워주고는 했다. 가슴속에 바늘이 든것처럼 쿡쿡 찔리는 아픔이 있었지만 나는 마치 매일의 숙제마냥 인간 무시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인간과의 불편한 동거는 그렇게 어떻게 끝날줄도 모른채 이어졌다.

 

 어느 날, 나는 유리너머로 따뜻하게 들어오는 햇볕에 털을 말리며 노곤하게 졸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는것을 바라보며 잠에 빠질랑 말랑하는 느슨한 의식줄을 언제 놓아버릴까 그 때를 가늠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멀어져 가는 내 의식의 발목을 잡았다.

 

 "이봐요!"

 

 오른쪽 귀가 슬쩍 세워졌다.

 목소리?

 아니 설마..

 나를 부를 누군가가 이곳에 있을리가 없었기에 잠결에 들은 환청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나는 잠에 취해있는 상태였다.

 펴졌던 내 오른쪽 귀는 조금씩 말려 도로 접혀들어갔다. 또한 의식도 함께 점점 멀어졌다.

 

 "이봐요! 거기 하양 까망 고양이!"

 

 귀의 날이 예리하게 세워졌다. 헛들은것이 아니다. 분명한 목소리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좌우를 돌아보았다.

 어디에서 난 소리인지 모르나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어디서??

 이곳은 인간과 나의 집으로 누군가가 감히 함부로 들어올수 있는 곳이 아니다.

 무단침입한 이가 있다면 쫓아내여한다.

 나는 흥분반, 두려움 반을 집어 먹고 주변사위를 살폈다.

 좌로 그리고 우로, 회전포탑마냥 고개를 크게 돌려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러던 내 고개는 어느 하나의 물체를 포착하여 딱 멈추게 된다.

 

 살짝 열린 베란다의 유리창. 그 틈사이에 무엇가가 끼어있었다.

 털공같기도 한 동글동글한 그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방금전까지는 분명히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에 다가가 저 털공이 목소리의 근원지임을 확인하기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털공씨가 말한건가요?"

 "털공이라니 무례하네!"

 

 찍! 하고 볼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씩씩 화를 내듯이 성을 내던 털공에게 한발자국 물러났다. 그러자 털공은 헛! 하고 숨을 삼켰다.

 

 "아니지 아니야!..털공이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우선은 날좀 도와줘! 도와주세요!"

 

 신경질적이게 짜증을 내던 털공은 곧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는지 다급하게 목소리를 바꾸면서 도움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나는 뒷걸음질 쳤던 발길을 돌려 틈새로 다가갔다.

 노란 털뭉치는 숨을 쉬듯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털공을 꺼내기 위해 앞발을 내밀었다. 내 앞발톱끝이 공에 닫았을때였다. 털공이 빽 하고 비명을 질렀다.

 

 "발톱은 안돼! 터지고 말거야! 날 직접 꺼내는게 아니라 이 틈새를 벌려줘!"

 "틈새를? 하지만 어떻게..."

 "이 유리벽을 밀어줘! 이 유리벽은 벽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움직이는 벽이야! 네 앞발로 잘만 밀면 오른쪽으로 밀릴거야..하지만 절대로 왼쪽으로 밀면 안돼!"

 "왼쪽으로 밀면 어떻게 되는데??"

 "내가 짜부가 되고 말아! 납작한 쥐포가 되고 말거라구!"

 

 쥐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어감이 아닌것만은 확실했다. 적어도 이 털뭉치에게는 말이다. 나는 벽에 앞발을 대고는 최대한 오른쪽으로 밀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벽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발바닥이 아파왔다.

 

 "무리야! 움직이지 않는걸!"

 "포기하지 말아줘! 이 벽은 움직이는 벽이야. 네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움직일거야!"

 

 털공의 애절한 부탁을 져버릴수가 없어서 나는 젖먹던 힘도 쏟아 앞발에 힘을 주었다.

 발바닥이 쓸리며 아파질정도로 힘을 내자 정말로 유리벽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움직인다!"

 

 나는 털공의 쾌활한 목소리를 들었다. 결국 움직인 정도는 아주 작았지만 털공이 빠져나올정도로는 충분했다.

 하지만 내가 다시 틈 사이로 다가갔을때 끼어있던 털공은 보이질 않았다.

 혹시 틈이 벌어진 사이에 바람이라도 불어서 아래로 떨어져 버린것이 아닐까 싶어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 보고있으니 등 너머에서 털공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래는 왜 보는거야? 뭐 떨어진 거라도 있어?"

 

 나는 목소리의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야! 그 정도 틈새는 쑥 하고 통과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덕분에 살았어 고양아!"

 

  헝클어진 자신의 털을 자신의 뒷발과 두 앞발을 이용하여 단정하게 고르고 있는 짐승이 있었다.

 노란색의 윤기가 나는 털로 머리부터 발목까지 뒤덥힌 작은 공같은 짐승은 고양이인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쾌활하게 빙긋 웃었다.

 자신이 구해준 털공의 정체는 다름이 아니라 쥐였다.

 

 "왜그래? 쥐 처음봐?"

 

 생전 처음으로 마주하는 쥐를 앞에 두고 할 말을 잃은 나를, 그 노란 쥐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올려다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튼 반갑다 고양아! 나는 저기 윗윗층에서 살고있는 비상식량이라고 한다! 주변 고양이들은 나를 비식이라고 즐겨 부른단다!"

 

 인간마냥 자신의 허리에 양 앞발을 짚어보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황하며 어쩔줄을 몰라하는 천적를 앞에 두고 쥐는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해보였다.

 

 그것이 고양이인 나와 쥐인 비식 오라버니의 처음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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