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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리가 모르는 고양이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4

고양이의 꼬리가 살랑거릴때 좋지 않은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고양이 두마리
작성일 : 17-05-24 21:04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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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긋나긋 디뎌걸어 언제나와 처럼 벤치위로 풀쩍 뛰어 앉는다.

 앞발로 앉을 자리를 살피고 나서 내 긴몸을 뱀이 똬리를 틀듯이 혹은

 지금은 모래가되었을 옛 여인들이 긴 머리카락을 모아 뒤통수머리에 둥글게 맺듯이 몸을 말았다.

 

 주인이 허겁지겁 집을 빠져나가버리고 난뒤.

 더이상 움직이는것이라곤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속옷따위와 들짐승한마리 뿐으로 남아버리면 나는 어김없이 바깥으로 나서서

 이 장소로 몸을 옮긴다.

 

 아파트 발끝에 붙어있는 작은 놀이터. 놀이기구라곤 철봉과 시소, 미끄럼틀이 전부인 작달만한 부지.

 오죽하면 마찬가지로 작달만한 인간아이들에게마저 버림받을 정도로 애달픈 장소이지만

 그렇기에 우리 고양이족들에겐 더할나위가 없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매월 첫째주의 자정무렵에 아파트고양이들만이 모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지점이기도 한데, 어쩌면 간혹 밤중에 들려와 인간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는 소름끼치는 고양이울음소리의 정체는 십중팔구 우리와같은 고양이족들일테다.

 늦은 오전. 아직은 쌀쌀하기에 그림자가 진 쪽으로는 발길을 내딪지 않는다. 그와는 달리 내가 몸을 뉘인 이 자리는 햇빛에 적당하게 익혀져서 뜨뜻시럽다.

 아침밥도 먹었겠다. 자리도 따뜻. 바람은 기분이 좋다. 눈가죽이 무거워지기에 제격인 이곳의 완벽성을 음미하며 난 조용히 시야를 닫는다.

 비쳐드는 노란빛에 감긴 내 눈이 보여주는 것은 붉음과 주황빛이 뒤섞인 면이다.

 그것이 가을에나 필법한 어느 꽃의 색과 유사하다고 벌써 수백번은 족히 생각했을 그것을 떠올리며 의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려했다.

 하지만 언제나와 그렇듯 시도는 번번히 방해된다.

 

 "아가씨?"

 

 경박한 울음소리. 가볍고 간지러워 날아가버릴 음색에 내 의식과는 상관없이 두귀가 떨렸다.

 

 "미안 조금 늦었지? 애인을 재우느라 이제서야 막 나왔어."

 

 미안할것없다. 애초부터 약속따위는 잡지도 않았고 엄밀히 말하자면 내 일과속에 제멋대로 비집고 들어온것은 바로 저 숫놈쪽이다.

 즐겁게 얘기하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있는듯한 통통 튀는 그것에 도저히 눈을 감고만 있기가 점차 버거워진다.

 하는수없이 눈을 뜨니 그곳엔 언제나와같은 암갈색의 고양이가 한마리. 물구나무를 서고있었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것은 비단 울음소리 뿐만이 아니다.

 고양이의 특유 외모마저 중성적. 암컷같은 수컷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알기가 어려운 형상이 나를 바라보며 씩씩하게 미소를 그려온다.

 우리 고양이들의 외모 구별법에 대해 딴지를 걸 인간이 필시 없을것이라 장담할수가 없어 미리 밝혀두는것인데,

 인간이 고유의 성별에 따라 외형을 달리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고양이들은 고양이들만의 성별에 따라서 특유의 외모를 갖는다.

 구별을 못하겠다면 그건 당신이 인간이기때문이리라.

 인간이 아닌 나 고양이, 그리고 나와같은 동포들역시 인간의 외형을 마찬가지로 구분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유는 요컨대 시각의 차이일거라 나는 생각한다.

 고양이는 평생을 지나도 아마 고양이일테고, 인간역시 일생동안 다른 류의 동물로 변할일은 추호도 없으리라. 그렇기에 서로의 시각을 공유하지못하고 이해하질

 못한다.

 인간의 성별을 구별할수있을 유일한 차이를 분간할 수단은 체취. 즉 몸에서 풍기는 고유의 냄새다.

 

 

 

 아니 애초에 인간의 수컷인지 암컷인지가 무어에 중요하랴? 서로 종도 틀리고 말도 틀리다. 설령 그 어느 방향에도 속하질

 않는 이질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아마 생활에는 큰 지장을 끼치지 않을테다.

 만약 고양이를 잡아먹는 무식한 습성을 조금이라도 내비쳤다면 일각을 다투지않고 첫만남자리에서 내빼버렸겠지만 말이다.

 

 어이쿠 이야기가 새버렸다. 잠시 생각에 빠진사이에 암갈색고양이는 내 주위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완전하게 자리를 뜬것은 아니다. 그저 내 주변에서

 사라졌다는 얘기일뿐으로 지금도 그놈은 내 눈이 닿는곳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철봉에 꼬리를 말고 거꾸로 매달려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쥐보단 재주부리는 원숭이에 가까운 인상이다.

 

 "그러다가 꼬리라도 떨어지면 어쩔셈이야?"

 "하하하 그렇다면 처음부터 매달리는 짓따위는 하지않았을거야."

 

 키키 웃으며 매달린 몸을 날려 옆의 보다 키가 낮은 철봉으로 자리를 옮긴다. 빠르게 꼬리를 되말아 자세를 안정시키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원숭이의 것이었다.

 

 "그나저나 애인이라니. 아직도 그런 말이나 지껄이는거냐?"

 "지껄인다니 실례구만. 입이 거친 암컷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게다가..."

 

 모래바닥이 아닌 두발은 앞에 있는 블록 위에 착지한 그는 시원스레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애인은 애인. 그걸 애인이라 부르지 그럼 뭐라 하겠어?"

 

 저 암갈색 숫놈이 노래하듯이 재잘대는 애인이란것은 심지어 고양이조차 아니다.

 저놈이 살고있는 아파트방을 빌린 주인. 즉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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