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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리가 모르는 고양이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4

고양이의 꼬리가 살랑거릴때 좋지 않은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고양이 한마리
작성일 : 17-05-24 21:03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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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전9시를 조금 지난 늦은 아침. 따뜻한 봄햇볕이 투명한 베란다창에 스며들어 넘어와 목조바닥한켠에 드리웠다. 초봄의 서늘함이 깔려있던 바닥이 모래색으로 물들자 두뺨만한 한켠에 곧 따스함이 감돌았다.

 그곳에서 두폭정도 떨어진곳엔 갈색바구니가 있었다. 원래는 빵따위를 담는 용도로 쓰이던것이었으나 더이상 그안에 고소한 덩어리빵들은 없었다. 대신 폭신폭신한 담요 한장이 개여깔려있으며 그위에 몸을 둥글게 만

 작지않은 털뭉치가 자신의 체중으로 그곳에 파고들어있었다. 하얀바탕털위에 밝은갈색자국들이 빛나며 두개의 삼각형모양귀가 앞으로 접힌것처럼보이는 그것은 고양이였다.

 바구니밖으로 볼록 튀어나온 등어리위로 방금전까지 둘둘말고있던 긴 꼬리가 슬렁슬렁하며 드리워 춤추는것처럼 흔들린다. 햇빛이라도 잡으려는듯한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것마냥 그렇게 움직이며 햇빛을 쬐고있었다.

 그러다 문득 접힌 두귀가 불쑥하고 세워졌다. 그리고 얼마안가서 둥글게 뉘이고있던 고개가 스르륵 일어난다. 초록색눈동자위에 세로로 가로지르는 검은색 눈동자가 아직 잠의 취기에 무거운 눈꺼풀이 반정도 열리면서

 나타났다. 몸이 부르르떨리면서 온갖털이 곤두선다. 고양이의 털가죽에도 여전히 서늘한 봄기운에 잠이 깬것같았다. 눈동자가 조용히 왼쪽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번엔 오른쪽으로 옮겼다. 그러다가 뭔가를 포착한것처럼

 시선을 딱 고정하고는 이번엔 눈동자를 움직이지않은채로 고개를 시선이 향한곳으로 번뜩 돌렸다.

 잠시 고민이라도 하는것마냥 몇초간 정지해있던 고양이는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등이 올라가며 느릿느릿 앞뒤발을 펴 바구니밖으로 체중을 옮겼다. 두두두 걸어가 슬며시 앞발로 따스한 바닥을 붙인다. 감별하듯이 신중히

 바닥을 쓸어보고는 부지런히 행동을 옮겼다. 몇걸음걸어 자리위에 선후 다리를접듯이 잽사게 배를 문지르며 바닥에 내리깐다. 긴털아래로 네다리가 숨겨지자 마치 공원에 즐비하는 비만비둘기같은 푸근한 자태가 나타났다.

 배가 따뜻해지자 부족한잠이 쏟아져내렸다. 고양이의 고개가 내려갔다. 귀가 접힌다. 그리고 스스륵 눈이 감긴다.

 슬렁이던 꼬리역시 잠에 빠지듯이 점점그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뚱뚱한 털위로 쓰러지듯이 가라앉는다. 해가 점점높아지면서 내리쬐이던 햇빛이 둥근털복숭이를 향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잠든 고양이의 털을 손질하

 듯이 섬세하게 쓸며 지나갔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지면을 울리는 쿵쿵거림과 단발마와같은 비명에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이 부릅떠진것이다. 하지만 곧 마치 한숨을 쉬는 것같은 표정을 짓고는 다시 고개를 털속에 묻었다.

 벌컥 문이 열리는소리가 들리고 하얀 발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지각 지각 이라며 듣는이라고는 고양이뿐인 좁은 집안을 이리저리로 뛰어다닌다. 그러고보니 오늘아침엔 시끄러운 부엉이울음같은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범인은 고양이였다. 전날에 생선을 몰래 서리하다가 뒷발로 쳐 떨어뜨리는 바람에 네모난상자같던 알람시계의 어딘가가 고장나버린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주인은 알람이 울리지않은 이유의 진상따위에는 신경을

 쓸 여유따위는 없어보였다. 그저 화장실에서는 까마귀멱감는듯한 세면을, 그리고 고양이가 벽을 긁는듯이 옷장을 마구 할퀴듯이 헤집어 당장 입을 옷가지를 챙긴다.

 정작 일의 주범인 고양이만이 느긋하며 달콤한 낮잠을 즐기며 여유롭게 아침을 보낼뿐이다.

 

 "엄마 갔다올께!"

 

 그 바쁜와중에도 빼놓지않고 잠든 고양이의 정수리위에 입술을 맞춰온다. 쪽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지고 곧 달음박질로 구두를 챙겨신고 집이 무너지게 현관문을 박차나갔다.

 태풍이 지나가듯이 어지러워진 거실. 제법 요란한 소리가 울렸건만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고양이는 부스스하게 고개를 들었다. 충분한 잠을 취해서인지 눈꺼풀이 또렷하게 말려올라가 보석같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난장판으로 변한 거실을 한번 스윽 바라보았다.

 제멋대로 벗어던진 때가 진 블라우스. 감색치마와 넝마마냥 널부러진 스타킹을 보고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수라장더미들너머에 놓인 사료통을 향해 고양이는 날렵하게 몸을 던졌다. 겨우 두걸음만에 바로 앞까지 도약했다. 그리고 여태까지와 다름없이 텅비어있는 사료통과 물통을 바라보고는 눈사이를 노골적으로 찡그려

 주름을 잡았다.

 이러니 내가 네 찬거리를 물어가는것이라며 혀를 쯧쯧 차보인다.

 작은 한숨을 한번.

 아직은 배가 고프지는 않다. 이번엔 현관쪽을 향했다.

 혹시나했으나 역시나. 문조차 제대로 잠그지않고 가버렸다. 요즘세상에 간단히 번호만을 눌러 잠그거나 열수있는 장치가 거의 대부분의 자물쇠를 대신하고있건만 그의 주인은 아직까지 열쇠를 애용하는 고전파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정신이 붙어있을때나 가능한얘기지. 걸핏하면 훤하게 문을 열어놓은채 외출하거나 열쇠를 잃어버리고는하는 그녀에게는 현대문물인 자동잠금장치가 절실하다고 고양이는 조용히 고개를 주억였다.

 어쨋든간에 이렇게 문을 열어놓고 다니다가 도둑이라도들어 이리저리 내집안을 휘젓고다닌다면 여간 골치아픈게 아니게된다. 안그래도 빈집을 더 처량하게 만들게 둘수는 없는셈이니 이번역시 고양이손이라도 빌려주기로했다.

 잠금장치를 돌리기위해 도약하려하자 이번엔 문조차 제대로 닫지않아 벌어진 틈새를 발견하고 주인을 욕하며 신문투입구용인 구멍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쏘옥 까지는 아니여도 그럭저럭 구멍을 통과하며 바깥으로 나와 등으로

 문을 밀어 현관문을 끝까지 닫았다. 착 소리가 들리는것을 확인하고 다시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이번에야말로 도약을 실현한다.

 훅하고 뛰어올라 삐죽하게 튀어나온 잠금장치를 앞발로 최대한 붙잡고 체중을 이용하여 몸을 왼쪽으로 비틀었다. 그러자 반동으로 장치가 돌아가고 그렇게 열쇠가 걸렸다.

 좋았어 이걸로 됬겠지.

 

 후련함이 가슴속에 조금차오른다. 하여튼 물가내놓은아이마냥 덜렁거리는 주인이다.

 이제 느긋하게 밥이나 잡수고 마실이나 나갈생각에 마음도 발걸음도 들떠 사뿐하게 걸어가다가 무언가 뭉툭한것이 발에 닿았다.

 ?

 고개를 들이밀어 그것을 바라보고는 말문이 막혔다.

 

 은색열쇠가 놓여져있었다. 평소에 주인이 주머니에 넣어놓고다니던 그것이다. 참고로 집열쇠이기도한물건이다.

 

 에휴..

 

  한숨을 쉬고 덜떨어진 주인이라고 고양이는 대놓고 흉을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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