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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명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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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기…, 그대는 중원에 들어섰으면서도 아무 일에도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가.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법.
중원의 풍파는 그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대를 휩쓸 것이다.
당세의 국면은 은인자중하려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32 화
작성일 : 16-07-18 17:41     조회 : 674     추천 : 0     분량 : 7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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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우.....진대인, 미안하외다. 우리의 뜻은 하나가 될 수 없는 듯합니다.”

 나직한 탄식과 함께 입을 연 것은 오른쪽에 앉아있는 중년인이었다.

 말문을 연 중년인은 맞은 편에 앉은 중년인보다 나이가 몇 살 적어 보였는데 다섯자 여섯 치 정도의 중키에 눈썹이 굵었고 두터운 입술을 한 일자로 꾹 다물고 있어서 고집이 세어 보이는 사내였다.

 “이해하오, 난세가 코앞이니까. 하지만 황조(皇朝)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요구하는 진정한 시대이기도 한데....감대인의 선택은 정말 유감이오.”

 진대인이라고 불린 중년인이 배에서 우러나오는 굵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이목구비가 크고 선이 뚜렷했다. 전체적으로 중후한 인상의 사내였는데 지금 그의 안색은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감대인의 결정은 번복할 수 없는 것이오?”

 질문과 함께 입을 닫고 감대인을 바라보는 진대인의 눈에 일말의 기대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의 빛은 감대인이라 불린 사내의 고개가 가로 저어짐과 함께 스러졌다.

 “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대명황조(大明皇朝)에 청춘을 걸었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황조의 운명은 이미 기울었습니다. 회생의 가망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저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감대인의 음성은 낮았지만 단호했다.

 “기운 것은 바로 세우면 되는 것이오.”

 “누가 말입니까? 사람이 없습니다! 작금의 황가에 그럴만한 인물이 있었다면 제가 이런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관(官)에서 들었다면 당장 역적으로 몰릴 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오고가는 대화내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흐음....”

 감대인의 말을 들은 진대인의 입에서 억눌린 탄식이 연거푸 흘러나왔다. 탁자아래 무릎 위에 올려놓은 주먹을 부서져라 움켜쥐며 감대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찰나간 강렬하게 빛났다.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은 향후 대명황조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는 눈앞에 있는 감대인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릴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능하다면 감대인을 이 자리에서 죽여서라도 그가 이끄는 조직이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눈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순수한 무위(武威)가 그를 능가한 지 이미 십여 년이 넘는 것이다.

 진대인은 움켜쥐었던 주먹을 펴며 말문을 열었다.

 “자의든 타의든 모두 자신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오고 있소. 감대인의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소? 씁쓸한 일이지만 감대인이 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나와 같다는 것을 알고 있소. 단지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감대인이라 불린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안에 들린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안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차를 한 모금 들이킨 진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감대인을 향해 포권을 하며 입을 열었다.

 "감대인, 비록 앞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우리는 하나의 운명으로 엮여 있었고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오. 후일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오."

 "저 또한 그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대인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동시에 일어선 감대인도 포권을 하며 상대의 말을 받았다.

 진대인이 방을 나가자 감대인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의 안색은 어두웠다.

 “진심으로....”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어린 씁쓸한 기색이 어렸다. 하지만 그 기색은 곧 사라졌다.

 바위를 연상시키는 강건한 기운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의 혼잣말이 이어졌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이오. 나는 내 결정이 우리민족을 위한 최선이라고 믿소. 태조황제께서 원(元)을 물리치고 세운 나라요. 다시 이민족(異民族)의 말발굽 아래 이 강토를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이외다.”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그의 음성에는 막대한 기세가 서려 있었다. 그의 눈이 불길을 토하듯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진대인, 나는 내 길을 갈 거요. 나를 막지 마시기를. 존경하는 당신이라 해도 내 앞을 막는다면 벨 수밖에 없으니까!”

 시골 어느 무관의 관장쯤으로나 보였던 그의 분위기가 단숨에 변했다. 그의 전신에서 산악처럼 거대한 기세(氣勢)가 서서히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 가공할 기세에 압도당한 정원위로 공포에 질린 정적이 파르르 떨며 내려앉고 있었다.

 

 

 남정기 일행이 하남성(河南省) 활현(滑縣)에 도착한 것은 개운산에서의 사건이 있은 지 이십여 일이 지난 후였다.

 활현(滑縣)은 개봉(開封)의 동북방에 있는 도시로 산동성과는 하루 정도의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섬서성 남단의 석천을 지나 무당파로 유명한 호북성(湖北省) 균현(均縣)의 북쪽에 있는 십언(十堰)을 통과한 그들은 하남성의 서협(西峽)으로 들어선 후 성의 중북부를 직선으로 관통하며 활현에 다다른 것이다.

 먼 길이었지만 그들은 길을 재촉한 덕분에 별다른 장애를 만나지 않고 활현까지 올 수 있었다.

 말을 탄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갈대로 뒤덮인 광활한 대평원이었다. 시야가 미치는 어디에도 작은 언덕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아! 자네 때문에 볼만한 곳은 한 군데도 들르지 못하고 여기까지 와버렸구만. 코앞에 무당산과 숭산을 두고도 그냥 지나치다니! 내 평생 이렇게 재미없는 여행은 처음일세!”

 전중걸은 흑운의 등에 탄 채 조는 듯 눈을 감고 있는 남정기가 들으라는 듯 투덜거리며 말했다.

 세월이 약이었다. 개운산 사건이후 이십여 일이 지난 때문인지 전중걸은 평소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볼만한 건 다 놓치고 눈앞에 보이는 건 볼 것도 없는 철 지난 갈대바다로구나!”

 남정기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전중걸의 음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중걸의 고함치는 것과도 같은 높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남정기는 눈을 뜨지 않았다.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말을 몰고 있던 하후건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남정기의 모습은 마치 너는 짖어라 나는 자겠다라고 시위하는 듯했던 것이다.

 하후건은 하후설과 함께 갈색의 말을 타고 있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은 개운산을 떠난 후 처음 거친 마시장에서 전중걸이 산 것으로 하후건 남매의 나이와 상태를 고려한 그가 순하면서도 힘이 좋은 말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었다.

 하후건은 시간이 지나며 충격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어 간혹 웃기도 하면서 그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하후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후건이 말을 하면그것을 알아듣는 시늉을 하면서도 조가비처럼 다물어진 그녀의 입술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전중걸은 그녀가 혹시 실어증에라도 걸린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다.

 “후일 소림과 무당에 있는 내 친구들이 내가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는 것을 알면 내 껍질을 벗기려 들 걸세. 그때는 책임지게나!”

 남정기의 무응답에 지치지도 않는 지 전중걸은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말을 몰았다.

 남정기가 그의 수다에 만성이 된 것처럼 그도 남정기의 무신경함에 적응이 되어 있었다.

 “남들이 본다면 미친 사람인 줄 알겠소.”

 일각 여가 지났을까 싶을 때 전중걸의 중얼거림을 더 이상 들어줄 인내심이 바닥난 남정기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전중걸이 히죽 웃었다.

 그 미소를 본 남정기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웃을 때 눈이 세모꼴이 된다는 걸 알고 있소? 꼭 바람난 여인네가 눈웃음치는 것과 닮았소.”

 남정기의 말투는 얄궂었지만 그 정도에 흔들릴 전중걸이 아니었다.

 “흐허험. 거 참 표현이 거하네 그려. 그래도 내 미소에 녹아 상사에 잠을 설친 아녀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선풍(仙風)이 느껴지는 미소로 소문난 것이라네. 나중에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아쉬워하지 말고 함께 있을 때 많이 보아 두는 것이 좋을 걸세.”

 그는 고개를 들고 남정기를 향해 보란듯이 음충맞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당신을 전혀 몰랐다면 정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요.”

 남정기는 남이 어떻게 생각을 하든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동행한 전중걸의 면전에다 대고 차마 미친놈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남정기가 머리를 흔들며 흑운의 고삐를 거머쥐었다.

 흑운의 등에 앉아 진동에 몸을 맡기며 앉아 있는 그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더 이상 옆에 있는 전중걸과 하후남매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기색이 변하는 것을 느낀 전중걸도 말문을 닫았다.

 입을 굳게 다문 남정기에겐 농담을 걸기 어렵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남정기를 바라보는 전중걸에게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활화산(活火山)을 옆에 두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위험한 느낌이었다.

 산동성이 가까워질수록 겉으로 표가 날 정도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었지만 남정기의 감정은 기복이 심해지고 있었다.

 그가 추측하고 있는 남정기의 무공수위를 고려한다면 그런 현상은 좀처럼 보기 힘든 그리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현상이었다.

 그는 남정기의 무공수위를 절정(絶頂)의 경지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남정기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그의 생각이 비약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초상비는 일류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펼칠 수 있는 것이지만 적안수검 나상룡을 적수공권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일류고수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나상룡은 절정에 근접한 고수로 알려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격투의 결과가 명성과 비례한 승패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자로 잰 듯한 무공의 경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일류고수로 알려진 사람도 이류고수에게 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류와 절정의 경우라면 승패가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득한 세월 동안 무공이 발전해 오면서 무인들 사이에는 무공의 경지를 구분하는 방법이 나름대로 존재해 왔다.

 무인들이 이룩한 무공의 성취도가 그 구분법대로 적중할 가능성이 십할의 확률은 아닐 지라도 강호에 몸을 담고 있는 무인들은 그 구분법을 받아들였고 어느 정도는 인정해 왔다.

 예외적인 경우도 종종 발생하긴 했지만 그 구분법은 대부분의 경우 유효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삼이일류(三二一流), 그리고 절정(絶頂) 그리고 초절정(超絶頂)의 경지가 그것이다.

 그 이상의 경지는 경지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초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무인이라면 이미 단순히 무인이라고 불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선(半仙)의 경지에 든 사람을 무인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경지 중 절정지경(絶頂之境)은 단순히 고강한 무공을 익힌다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절정(絶頂)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당연히 최고수준의 무공이다.

 삼류무공을 배워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다. 삼류무공으로 분류되는 무공은 그렇게 분류될 만한 필요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삼류로 분류되는 것이다.

 삼류 무공을 익힌 자가 절정고수가 되는 것은 제아무리 초천재라도 불가능에 가깝다.

 예외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나긴 무림사를 통틀어도 그 예외는 세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최고수준의 무공을 익힌 자가 모두 절정지경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무공만으로는 절정지경에 도달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막강한 무공을 펼치기 위한 몸과 마음의 기반(基盤), 즉 자질(資質)이다.

 몸은 선천적인 자질이고, 마음은 후천적인 자질이다.

 태어날 때부터의 신체조건은 선천적인 자질로 분류되는데 그것은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림의 고인(高人)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제자를 구할 때 신체조건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키가 작고 팔다리가 짧다면 권각법이든 무기를 사용하든 격투시 공격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에게 더 접근해야하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것은 커다란 위험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고수와의 대결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체적인 불리함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선천적으로 무공을 익히기에 적합한 몸을 타고난다면 그것은 복이다.

 몸이 선천적이라면 마음은 후천적이다.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마음의 상태가 절대부동심(絶對不動心)이다.

 바로 옆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평정이 깨지지 않는 마음의 상태.

 그것은 칼날위를 살아가는 무인에겐 어떤 절세무공보다도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다.

 무인의 대결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

 자신의 생명이 이슬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절정고수라 해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절대부동심을 이룩한 절정의 고수들이 다른 하류의 무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죽음의 순간앞에서도 공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순간이든 당황하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대결시 살기를 품은 칼날이 목으로 날아들고 있는 순간 당황하면 그걸로 끝이다.

 절정에 도달한 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절대부동심이고,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절정의 경지는 신기루에 불과하게 된다.

 세 번째는 상황에 대한 장악력이다.

 손자병법에 천시(天時, 지리(地理), 인화(人和)라는 말이 있다.

 천지인의 유리함을 얻지 않고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구절에서 나오는 말인데 그것은 개인과 개인이 부딪치는 무인들의 대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무공에 처음 입문하는 자들은 최고 수준의 무공을 열심히 수련만하면 언젠가 자신도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절정이라는 단어에 깃들어 있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정지경에 도달한 자들이란 전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천지인의 조건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들을 의미한다.

 그것은 끊임없는 절차탁마를 요구하는 것이고, 무수한 실전을 겪어야 가능하다.

 유구한 전통을 가진 소림과 무당등의 구대문파에서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최고의 무예를 수련한 자들 중에도 절정고수는 가뭄에 콩나듯 할 만큼 적다.

 물론 다른 어떤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그 이유는 세 번째 조건 때문이다.

 그들이 무공을 수련하는 목적은 이권(利權)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양된 정신(精神)을 얻기 위한 수양(修養)의 방법으로 보조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런 그들 문파의 특성상 직접 손을 써서 남과 싸울 경우는 흔하지 않고 그만큼 실전을 겪을 기회도 적다.

 경험이란 겪어야 쌓이는 것이다.

 오랜 시간 무공수련을 하며 수많은 대련을 하더라도 그것이 생사가 찰나간에 오고가는 실전은 아니다.

 대련으로 쌓은 경험과 실전으로 쌓은 경험은 그 질에 있어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천 번의 대련이 단 한 번의 실전경험보다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최고의 무공을 배운 자들도 왕왕 이름없는 평범한 강호무인에게 패하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전중걸이 보는 남정기는 절정지경에 든 무인들이 갖추어야할 세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상룡을 적수공권으로 쓰러뜨리는 무공,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이라고 할 만한 신체조건,

 전투하는 내내 평정을 유지하는 대담함과 강인한 정신력.

 게다가 나상룡을 상대하는 남정기의 움직임은 불필요한 동작이 거의 없었다.

 상대의 허를 포착하고 그것을 과감하게 무너뜨리던 움직임은 생사를 넘나드는 숱한 실전경험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남정기의 감정이 사춘기 소녀처럼 흔들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전중걸이 남정기의 내심을 짐작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가 남정기에 대해 하는 것이 너무 적은 것이다.

 단지 그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남정기를 저렇게 변화시키고 있는 무엇인가가 산동성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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