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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명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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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기…, 그대는 중원에 들어섰으면서도 아무 일에도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가.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법.
중원의 풍파는 그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대를 휩쓸 것이다.
당세의 국면은 은인자중하려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26 화
작성일 : 16-07-18 17:31     조회 : 556     추천 : 0     분량 : 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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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고개를 모로 꼬며 전장(戰場)을 보던 남정기는 시선을 돌려야 했다. 싸움에 합류하지 않고 남아있던 마지막 청의인이 그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던 것이다.

 걸음을 옮기던 청의인은 남정기와 눈이 마주쳤다.

 섬뜩한 느낌을 받은 그의 발걸음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멈추어졌다.

 언제든 출수할 수 있도록 검의 손잡이에 손바닥을 올려놓은 그를 보면서도 남정기의 눈은 웃고 있었다.

 여유와 함께 미묘한 살기가 남정기의 두 눈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청의인의 눈을 보며 남정기가 말문을 열었다.

 담담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 음성에 실린 기세(氣勢)는 전혀 담담하지 않았다.

 “난 너희들의 싸움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네가 검을 빼면 문제가 달라지지.”

 남정기의 말을 들은 청의인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의 본능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가 위험한 자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의 눈길이 잠시 전중걸과 빠르게 부딪치며 공수를 교환하고 있는 우두머리와 동료들을 향했다.

 그는 입술을 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남정기의 여섯 걸음 앞에 선 청의인의 전신에서 강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의 두 눈은 상대에게서 느꼈던 섬뜩함을 이미 잊고 있었다.

 남정기는 사내가 정말 잘 훈련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잠시 뿜어냈던 유마천룡진기의 기세는 쉽사리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정신력과 관계가 있었다.

 비록 그가 내쏟은 천룡진기의 기운이 사성(四成)정도에 불과했다고는 하지만 심력이 약한 자는 그 기세를 이처럼 빨리 벗어나지 못한다.

 청의인과 같은 대적(對敵)자세는 일조일석에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많은 실전을 거쳐야 만들어진다.

 청의인의 나이가 이십대 후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를 키운 단체가 범상한 집단이 아니라는 뜻이다.

 슈우욱

 청의인의 시선이 서늘하게 빛나는 순간 다시 한 번 은빛의 섬광이 미약한 파공음과 함께 남정기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척!

 칼과 살이 부딪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소음이 들렸을 때 청의인은 눈을 부릅떠야만 했다.

 남정기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신체부위중 움직인 것은 오른손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에는 청의인의 검신이 쥐어져 있었다.

 바위를 자르지는 못해도 아름드리 나무는 어렵지 않게 베어내는 검세(劒勢)였다. 금종조(金鍾罩)나 철포삼(鐵布衫) 같은 외문무공을 익힌 자라해도 맨손으로 그의 검을 저리 수월하게 잡아낼 수는 없었다.

 극도의 놀라움은 청의인의 반사신경을 순간적으로 무력화시켰다. 그것으로 그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크와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남정기를 향해 검을 휘둘렀던 청의인의 신형이 폭풍에 휘말린 가랑잎처럼 뒤로 날아가 주점의 탁자들을 쓰러뜨리고 벽의 통나무를 부러뜨리며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쓰러진 청의인의 가슴은 철퇴에 얻어맞기라도 한 듯 옥당혈 부근이 움푹 패여 있었다.

 충격을 받은 내부가 게워 올린 시뻘건 핏물이 냇물처럼 흐르는 청의인의 얼굴은 파랗게 핏기를 잃고 있었다. 죽지는 않은 듯 했지만 살아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전중걸과 청의인들의 싸움이 멈추었다.

 그들은 청의인이 남정기에게 접근하는 것을 보았고 그들 사이에 한 두마디 말이 오고가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승부가 이처럼 단숨에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없었다.

 모두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다.

 전중걸은 일말의 사정도 두지 않는(?) 남정기의 잔인한 손속에 충격을 받았고 청의인들은 단 일격에 쓰러진 동료의 패배에 충격을 받았다.

 우두머리 청의인의 얼굴이 분노와 살기로 붉게 물들었다.

 “잔인한 손속이구나!”

 “여기도 개소리를 하는 놈이 있군. 그럼 목을 내주라는 말이냐!”

 대꾸하는 남정기의 음성은 심드렁했다.

 청의인은 사나운 얼굴로 남정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미 전중걸은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후였다. 부하의 처참한 패배가 그를 자극한 것이다.

 “네 입을 찢어주마!”

 발등까지 덮은 두터운 흑색피풍의 한쪽을 어깨 너머로 넘기며 남정기는 피식 웃었다.

 “기대하지.”

 이제는 전중걸이 구경꾼이 되었다.

 남정기와 떨어져 있던 이장 정도의 거리를 한 걸음으로 압축한 청의인이 그의 오른쪽 허리부터 왼쪽 어깨까지 비스듬히 베어 올렸다.

 자신을 베어오는 검을 바라보는 남정기의 두 눈은 차가웠다.

 청의인은 그의 손속이 잔인하다고 했지만 그가 생활했던 곳에서 그의 싸움을 본 적이 있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전쟁속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청년이 된 사람이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만 하는 그곳에서 그가 배운 것은 간단했다.

 적은 죽여야했다. 살아남은 적은 언제든 그의 목숨을 노린다.

 그는 그 진실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뼈저리게 느낀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가 청의인의 가슴을 무너뜨리고도 숨을 붙여놓은 것은 청의인들이 그의 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적이라고 판단했다면 청의인은 저렇게 실낱같은 숨결이나마 붙어있지 못했을 것이다.

 남정기의 무릎이 바닥에 닿을 것처럼 구부러지며 그의 상체가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가지처럼 낭창거리며 유연한 반원을 그렸다.

 청의인의 검이 그의 코끝에 바람을 일으키며 스쳐 지나갔다.

 반원을 그리던 남정기의 상체가 전면을 향해 수그리는 자세로 되돌아왔을 때 굽혀졌던 그의 무릎이 용수철이 퉁기듯 바닥을 박찼다.

 청의인의 가슴으로 솟아오르는 남정기의 검은 피풍 사이로 갈색으로 그을은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의 손은 다섯 손가락이 잔뜩 구부러진 채 각 손가락 첫째마디의 끝부분에 붙어 있었다. 권(拳)도 장(掌)도 조(爪)도 아닌 특이한 형태였다.

 청의인은 남정기의 손모양이 특이한 것을 보며 그 손에 무서운 기운이 감추어져 있음을 직감했다.

 그의 수하가 당한 것도 저 손에 의한 것일 터였다.

 그는 바람처럼 두 걸음을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헛손질한 검을 반대 방향으로 비틀며 되짚어 그어 내렸다.

 감탄할 만큼 빠른 변초였다.

 청의인의 검이 자신의 목아래 우측 쇄골부위로 떨어져내리는 것을 보았지만 남정기의 안색은 변화가 없었다.

 청의인의 검은 남정기의 몸에 닿지 못했다.

 아무런 지지대도 없는 허공에서 남정기가 어깨를 한 번 비틀자 마치 누가 떠밀기라도 하듯 그의 신형이 청의인이 물러난 만큼 전진했다.

 청의인은 검은 남정기가 있었던 빈자리를 베었을 뿐이었고 청의인이 놀라기도 전 남정기의 기이하게 구부러진 손이 무서운 기세로 청의인의 가슴을 쳤다.

 쿵

 “크아악!”

 다시 한번 처참한 비명이 주점안을 뒤흔들었다.

 우두머리 청의인의 신형은 자신의 부하가 쓰러진 옆으로 날아가 사이좋게 누웠다. 그의 가슴도 부하와 마찬가지로 절반쯤 으스러진 채였다.

 뒤로 물러서던 청의인의 발이 바닥에 완전히 닿기도 전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남정기의 움직임은 자로 잰 듯 정확했고 강력했다

 남정기의 움직임이 멈췄다.

 활짝 펼쳐졌던 검은 피풍이 펄럭이며 내려앉아 그의 전신을 덮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청의인이 남정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저승사자를 보는 듯했다.

 남정기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저들을 빨리 의원에게 데려가지 않는다면 저들이 하루 안에 사신(死神)을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보장하지.”

 남정기의 말을 들은 청의인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부서진 벽을 통해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남정기가 자신에게 손을 쓸 의사가 없음을 깨달은 그의 얼굴엔 안도의 기색이 가득했다.

 두두두두두

 청의인이 다친 동료들을 말에 태우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진 후 전중걸은 남정기에 다가섰다. 그의 구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싸움이 너무 빨리 끝난 탓이다.

 “대단한 솜씨일세. 무서운 무공이고.”

 “잔인한 무공이라고 말하고 싶으면 그렇게 말하시오. 말돌리지 말고!”

 “흠흠..”

 남정기의 말에 전중걸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그의 얼굴에 궁금한 기색이 떠올라 있는 것을 보았지만 남정기는 대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여유 부려도 좋은 거요? 저들 말을 들으니 당신 친구라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

 전중걸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으로 뛰쳐나간 전중걸이 말을 타고 미친 듯이 말의 엉덩이에 채찍질을 하는 것을 보던 남정기가 시선을 돌려 주인을 찾으려할 때였다.

 “여보쇼!”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게 말을 건 것은 주점 주인이었다.

 남정기가 그를 돌아보자 주점 주인은 짜증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가는 건 좋소만 계산은 해야되는 거 아뇨? 음식값에 부서진 물건값!”

 남정기는 피식 웃으며 소맷자락에서 작은 전낭(錢囊) 하나를 꺼내어 주인의 손에 건넸다.

 “충분할 거요.”

 전낭을 건네주는 남정기의 시선은 주인의 두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도 숨어살기는 나쁜 곳이 아니구려.”

 “숨기는...그런데 손이 무서운 것만 아니라 빠르기도 무척 빠르시더구만. 그 짧은 틈에 전낭을 빼내고 말이요.”

 주인은 중얼거리듯 말하더니 몸을 돌렸다.

 남정기는 잠시 그런 주인의 등을 바라보다가 주점을 나섰다.

 그는 그리 부유하지 않은 여행자였고,또 계산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부수지 않은 물건값을 지불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지불할 마음도 없었다. 그것이 그가 우두머리 청의인의 품에서 전낭을 꺼낸 이유였다.

 그가 스스로를 정인군자나 대협의 풍모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기도 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이런 외진 곳에 그가 우두머리 청의인의 가슴을 친 후 전낭을 빼내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 있을 줄이야.

 부서진 기물을 정리하도록 하기 위해 빼낸 것이긴 하지만 전중걸도 보지 못한 것을 이런 곳의 산적처럼 생긴 주인이 알아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그였다.

 남정기는 흑운의 등에 올라타며 다시 한 번 주점을 돌아보았다. 재미있는 곳이었다. 중원이라는 곳은.

 “가자!”

 히히히힝

 그가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자 흑운은 길게 소리를 내며 땅을 찼다. 까마득하게 멀어져가던 전중걸의 모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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