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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명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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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기…, 그대는 중원에 들어섰으면서도 아무 일에도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가.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법.
중원의 풍파는 그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대를 휩쓸 것이다.
당세의 국면은 은인자중하려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25 화
작성일 : 16-07-18 17:29     조회 : 571     추천 : 0     분량 : 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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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두 사람은 말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남정기야 본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지만 전중걸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입을 열고 싶어했지만 손바닥도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

 남정기는 대화상대로는 최악의 상대였다.

 응답이 없는 메아리였다.

 이미 여러 날 동안 남정기를 겪은 터라 전중걸도 이제는 그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그 때문에 전중걸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말해야 자기 입만 아픈 것이다.

 전중걸은 심심한 입을 음식으로 달래려는 듯 탁자위에 차려진 음식을 위장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남정기의 손이 탁자위를 몇 번 오가기도 전에 오리 한 마리가 뼈만 남았다. 오리 한 마리를 해치우고 죽엽청을 물 마시듯 들이키는 전중걸을 보던 남정기의 말문이 열렸다.

 “어떤 친구요?”

 남정기의 질문에 전중걸은 반색했다. 말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어린 시절 십여 년 가까이 함께 동문수학한 친구일세. 때를 만나지 못해 좌절하긴 했지만 인물이지.”

 전중걸의 얼굴에 드물게도 씁쓸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와 동행한 이후 처음 보는 진지한 표정이어서 남정기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전중걸은 친구를 생각하는 듯 주점의 천정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무 똑똑했기 때문에 좌절했다고도 볼 수 있는 친구야.”

 “무슨 소리요?”

 “그는 그렇게 똑똑하면 안되는 사람이었거든.”

 “또 말 돌릴 거요!”

 남정기는 혀를 차며 슬쩍 언성을 높였다.

 전중걸이 그의 성격을 파악한 것처럼 그도 전중걸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파악했다.

 전중걸은 누군가 궁금한 기색을 띄면 핵심이 되는 부분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사람의 애를 타게 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궁금한 얘기를 듣기 위해 전중걸에게 매달렸을 테지만 남정기는 아니었다.

 그는 아무리 궁금한 얘기라도 듣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방금전까지 들었던 내용까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사람이었다.

 남정기의 음성이 높아졌을 때는 그 이상 말을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을 전중길도 알고 있었다.

 더 말을 돌린다면 남정기가 아예 얘기를 들으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단한 가문의 후손이었네. 그런데 장손이 아니었어. 단순히 장손이 아닌 것만이 아니라 그는 세 번째 첩의 자식이었지. 결코 가문의 후계를 이을 입장에 있지 않았다는 말이네. 그런데 그의 재능은 후계자로 지목된 사람을 수월하게 넘어설 만큼 놀라웠다네. 서출이었기에 가문의 적전무공을 익히지 못하고 방계무공만을 익혔으면서도 그는 그의 가문이 속해있던 절강성(浙江省) 무림계의 후지기수중 열손가락안에 들어갔다네. 그라는 존재가 그의 가문에 분열을 가져올 정도였지. 그가 가문을 이어받게 된다면 분명 그의 가문이 크게 흥하리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었네. 당연히 무서운 질시가 그에게 쏟아졌지. 그에 대한 적장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시기도 무서웠지만 그를 좌절시킨 것은 그의 아버지였네. 그 양반은 완고한 정통주의자였거든. 장손이 아닌 자, 그것도 서출이 가문의 후계를 이을 자 중의 한 명으로 주목받는다는 것 자체도 용납하지 못하셨어. 그 친구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네. 십 육년 전일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그 친구는 꿈을 잃었네. 그 아버지를 거역하며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의욕도 없었지만 할 수도 없었네. 그의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야. 그 친구가 가문의 후계구도를 위협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을 벌이든 그분은 자신의 자식이라도 그냥 두지 않을 사람일세. 그 친구는 처와 두 살짜리 딸아이를 데리고 가문을 떠나 은거했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곳에.”

 잠시 말을 멈추고 손에 쥔 잔을 빙글빙글 돌리던 전중걸이 피식 웃으며 말을 뱉었다.

 “얘기하다보니 보고싶군.”

 짙은 그리움이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전중걸의 이야기가 끝난 후 잠시 말이 없던 남정기가 전중걸을 보며 말했다.

 “특이한 애비로군. 노망난 것 아니요?”

 남정기의 말에 전중걸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허, 참. 그 양반이 누군지 알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만.”

 “말해 보시오. 내가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남정기의 말에 전중걸은 목까지 그 가문의 가주(家主) 이름을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남정기도 가끔은 격장지계(隔墻之計)를 쓸 줄 알았다.

 전중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돼. 그 친구에게 가문에 대한 것은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네.”

 “그럼 마시구려.”

 심드렁하게 말을 뱉은 남정기가 죽엽청을 한 모금 들이켰을 때였다. 주점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남정기와 전중걸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 틈엔가 한쪽 구석 탁자에서 이야기를 하던 청의인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전중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관원들의 시선을 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인지 그들의 손에는 삼척 칠촌의 장검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리고 적절하게 이완되어 있는 어깨는 그들이 언제든 출수(出手)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남정기나 전중걸같은 인물들이 주점내의 좁은 공간에서 청의인들의 움직임을 몰랐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청의인들의 목표가 자신들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때문에 지금 그들의 얼굴엔 어리둥절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내게 볼 일이 있는 것 같은 표정들이신데...우리가 구면이었소?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전중걸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청의인을 마주 올려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장난스럽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태도였다.

 전중걸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사십대 중반의 사내는 전중걸의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가는 눈을 더욱 가늘게 떴다.

 파충류의 눈을 연상시키는 사내의 눈에서 매서운 한광(寒光)이 번뜩였다.

 “당신 친구의 성이 하후(夏候)씨고 이름이 외자로 명(明)이라면 우리는 구면이 아니라도 인연을 맺어야만 할 운명이라고 할 수 있지.”

 말을 마친 그의 차가운 시선이 전중걸의 눈에 꽂혔다. 그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청의인의 말을 들은 전중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며 눈빛이 강해졌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분위기가 단숨에 변했다. 늘 한량같던 모습은 간 곳이 없었다. 전중걸의 전신에서 일어난 날카로운 기세가 좌중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남정기는 전중걸이 무섭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청의인을 향해 말문을 여는 전중걸의 음성은 의혹과 살기가 중첩되어 있었다.

 “우리가 누군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 너희가 그곳으로 가는 길이라면 내가 해 줄 말은 목적지를 잘못 잡았다는 것밖에 없다.”

 전중걸의 눈에 스산한 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남정기는 자신이 다시 원하지 않는 풍파의 한복판에 놓여졌음을 알았다.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나 청의인들은 전중걸뿐만 아니라 그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남정기와 전중걸은 알지 못했지만 청의인들은 지시를 받고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지시의 내용은 간단했다. 의심스러운 자는 통과시키지 말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그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전중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말이 많은 자로군.”

 청의인은 전중걸의 심상치 않은 기세에 표정이 약간 변했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우측에 서 있는 삼십대 초반의 청의인에게 눈짓을 했다.

 남정기가 일이 또 꼬인다며 내심 고개를 저을 때 청의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스팟!

 공기가 갈라지는 미약한 파공음과 함께 고기비늘같은 은빛의 섬광이 전중걸의 하체를 수직으로 그어 올렸다.

 청의인이 출수(出手)한 것이다.

 청의인의 검은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빨랐고 한 걸음에 전중걸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발걸음은 안정되어 있었다.

 평범한 수련을 거친 자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운신이었다.

 청의인의 출수는 갑작스러웠지만 전중걸은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와 청의인의 대화는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발바닥을 바닥에 붙인 채로 전중걸의 전신이 뒤로 비스듬히 넘어갔다.

 청의인의 검이 간발의 차로 그의 사타구니를 훑으며 지나가자 번개처럼 몸을 제자리로 돌린 전중걸은 우전방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며 청의인의 왼쪽 광대뼈부분, 관료혈을 향해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쐐애액!

 청의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전중걸의 주먹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청의인은 쾌검을 수련한 자. 변화가 배제된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다.

 그는 검로(劒路)를 변경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전중걸의 주먹은 이미 청의인의 얼굴에 반자 거리도 안되는 곳에 있었다.

 주먹이 도달하기도 전에 광대뼈가 떨어져나갈 듯한 압력이 먼저 도달하고 있었다.

 저 주먹에 맞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청의인은 이를 악물고 검을 횡당운산(橫斷雲算)식으로 휘둘렀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이다.

 전중걸이 그를 타격한다해도 그는 전중걸의 팔을 자를 수 있을 터였다.

 피할 수 있다면 피했겠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중걸의 주먹은 그만큼 빠르고 강력했다.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부는 단 일초에 갈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중걸도 청의인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청의인들 중 전중걸과 대화를 했던 우두머리 청의인이 부하의 위기를 보고 뛰어들었다.

 그는 전중걸의 목을 향해 출수했다.

 하얗게 빛나는 삼엄한 예기와 함께 서릿발같은 살기가 전중걸을 덮쳤다.

 전중걸은 계속 주먹을 뻗는다면 한 명을 처리할 수 있겠지만 대신 자신은 목이 양단된 시체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다음 순간 전중걸의 무릎 아랫부분이 안개에 휩싸인 듯 흐릿해졌다.

 청의인들의 검이 꿈결처럼 전중걸의 전신을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갔다.

 그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한 그림자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선 곳에서 전중걸과 청의인들의 공방(攻防)을 지켜보던 남정기는 전중걸이 펼치는 보법이 낯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분명 예전에 저런 변화를 보이는 보법(步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화운보(花雲步)? 저 사람이 어떻게 저 무공을 익혔지? 그곳에서 남자제자를 받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는 청의인들을 상대하는 전중걸이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의인들의 쾌검은 일류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이류라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중걸이 익힌 화운보는 청의인들의 무공으로는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화운보가 전승되는 문파에는 강호의 전설을 만든 무공들이 있다. 화운보를 익힌 전중걸이 그 문파의 다른 무공을 배우지 않았을 리가 없는 것이다.

 전중걸의 숨겨진 능력의 일부를 보게 되자 남정기는 마음이 편해졌다.

 자신이 끼여들 필요가 없는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는 영문도 모르는 채 싸움에 휩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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