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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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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24 화
작성일 : 16-07-18 15:16     조회 : 593     추천 : 0     분량 : 9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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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장

 

 

 

 쩡쩡쩡!

 망치로 돌을 깨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더니, 운려와 조운상의 머리를 거의 타넘어 가던 위무양이 절벽에 머리를 박기라도 한 것처럼 뒤로 이 장을 튕겨나갔다.

 그는 공중제비를 연속해서 돌며 땅에 내려섰다.

 “뭐, 뭐냐, 네놈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황망한 얼굴로 자신의 장세를 막아선 흑의죽립인을 보며 말했다.

 손에 전해지는 둔중한 통증이 전해졌다. 그러나 견딜 만한 통증이었다.

 흑의인의 장세는 강했지만 그에게 내상을 선물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그가 물러난 것은 상대에게 패퇴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신법으로 성명한 그가 흑의인이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를 경악케 했다.

 당세에 그보다 뛰어난 신법의 고수는 있을 수 있었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그의 눈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의죽립인은, 평소에 그가 가지고 있었던 드높던 자부심을 아주 간단하게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가 육안에 의지하는 수준의 고수였다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손해를 보았을 것이 분명했다.

 검엽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그의 안색은 손을 쓰기 전보다 조금 창백했다.

 ‘역시… 내공이 문제야. 다 보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겠는데 내력이 받쳐 주질 않으니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그는 혀를 찼다.

 암천부운행의 부운탄섬과 그의 창안 절기 영겁천뢰장(永劫天雷掌)을 함께 펼쳐 위무양을 상대한 그였다.

 내공이 받쳐 주었다면 위무양은 허공에서 전신이 으스러졌을 것이다.

 영겁천뢰장은 그가 전륜구환공의 건천결(乾天訣)을 참오하던 중, 하늘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며 지상으로 내달리는 마른벼락의 강렬한 기세에 심령상의 충격을 받고 심득을 얻어 창안한 무공이다.

 이 장이 일 장이 지닌 위력의 두 배가 되고 삼 장이 이 장의 두 배가 되는, 연이어질수록 그 위력이 배로 늘어나는 비상식적인 장법이 영겁천뢰장이었다.

 영겁천뢰장의 진정 무서운 점은 내공이 허락하는 한 배가 되는, 초수의 한계가 없다는 데 있었다.

 앞선 장세보다 두 배의 위력을 담은 장세가 끝없이 쏟아지는 낙뢰처럼 뒤를 이으며 위력이 누적되는 장법.

 그래서 검엽은 영겁천뢰장을 만첩장(萬疊掌)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그처럼 연속될수록 배가 되는 위력은 영겁천뢰장의 한계이기도 했다.

 시전자가 무한대의 내공을 갖고 있지 않다면 영겁천뢰장의 연속적인 사용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위무양의 장세가 날카롭기 그지없어, 검엽은 부운탄섬으로 운려와 조운상의 머리 위로 솟구쳤고 영겁천뢰장으로 위무양의 천성장을 상대했다.

 하지만 영겁천뢰장을 삼첩(三疊)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내공은 바닥을 드러내 버렸다.

 위무양이 그의 신법에 놀라 뒤로 물러나지 않고 계속해서 그와 손속을 나누었다면 결과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그가 삼첩만으로 당대의 절정고수 중 한 명인 위무양과 동수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기절초풍했겠지만.

 “엽아.”

 운려가 자신의 앞을 막아선 검엽을 나직하게 불렀다.

 “물러서 있어. 때가 아니잖아.”

 검엽의 음성은 언제나처럼 나직했다.

 운려는 싱긋 웃었다.

 그가 자신을 염려해서 나선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녀를 지금처럼 강하게 만들어준 사람이 그였다.

 위무양이 강하다고는 해도 그녀를 위태롭게 할 정도가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도 그가 더 잘 알았다.

 그가 나선 것은 그녀가 본신의 실력을 온전히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걸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녀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던 것이다.

 조운상과 산장의 후인들은 운려와는 다른 의미로 눈을 부릅뜨고 검엽을 보았다.

 검엽의 남다른 행동과 외모를 보며 그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설마 위무양을 단신으로 상대할 정도로 강한 무공의 소유자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특히 그들 중 검엽을 바라보는 진월성의 눈빛은 얼마나 날카로운지, 날 선 칼날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빌어먹다 자빠질…….”

 위무양은 한숨을 내쉬며 허탈한 눈빛으로 검엽을 보았다. 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검엽을 쉽게 생각한 그의 잘못이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검엽을 주의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도록 용인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무공을 익힌 자들 가운데 검엽처럼 기세를 완전히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니까.

 그것이 가능한 자는 두 부류뿐이었다.

 하나는 혼백마저 죽인 초특급 살수, 다른 하나는 기세가 자연과 동화된 절대의 경지에 도달한 초강 고수.

 ‘자연스럽게 기세를 죽이는 놈이라……. 살수 훈련을 받은 놈인가? 척천산장에서 살수를 키워?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럼 기세를 완전히 안으로 갈무리할 정도의 절대고수? 지나가던 개도 웃을 소리. 저 시커먼 놈이 그 정도의 고수였다면 나는 지금 숨을 쉬지 않고 있어야 말이 되지. 경공 하나는 정말 일품이긴 하지만…….’

 되는 대로 생각을 이어가던 위무양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뒤와 좌우로, 백의 무복을 입은 일곱 명의 무인이 바람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눈이 뒤를 훑었다.

 일곱 명의 백의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한가한 상황이 아니었다.

 “어이, 말로 하자고. 말로 할 수 있는 걸 굳이 칼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위무양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하지만 답변은 없었다.

 백의인들이 받은 지시 중에 위무양을 산 채로 잡아오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그들은 말없이 위무양을 향해 신형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변했다.

 “금백단의 행사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도 위가 놈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자네들이 양보를 해주어야겠는데…….”

 지금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느릿느릿한 어투의 말과 함께 숲 속에서 네 명의 남의인이 나타났던 것이다.

 영문도 모를 뿐만 아니라 돌아가는 상황도 정신없는 터라, 운려 일행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남의인들을 보았다.

 짙은 남색 장포를 입은 네 명은 오십 대 중반 정도의 나이로 보였는데, 생김새는 각기 달랐지만 하나같이 차갑고 독해 보이는 눈을 갖고 있었다.

 왼쪽 눈 밑에 커다란 붉은 점이 있는 초로인이,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길어 보이는 손가락이 달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우린 무맹에는 볼일이 없어. 그러니까 금백단과 척천산장 사람들은 그냥 가던 길을 가면 돼.”

 금백단의 무인들과 산장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듯한 말투였다.

 오만함이 가득한 말과 태도. 그런데도 그리 어색하게 여겨지지 않는 자연스러움.

 남의인의 태도는 그가 평생 좌절을 당한 적이 드문 자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의 행사를 책임지고 있는 금백단 제칠조의 조장 능마도(凌魔刀) 혁만호의 눈이 분노로 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적을 눈앞에 두고 감정에 몸을 맡길 정도로 그의 배움이 형편없지는 않았다.

 게다가 맹룡불과강(猛龍不過江)이다.

 남의인들은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금백단의 단원들은 그 숫자가 일백 명에 불과하지만 개개인이 모두 절정을 코앞에 둔 고수들이다. 그런 그들이 일곱 명이나 이 자리에 있었다.

 그들 일곱이라면 절정고수 둘을 상대할 만한 전력이었다.

 금백단을 아는 자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 그럼에도 저리 쉽게 말하는 자라면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도 안 되었고.

 혁만호의 타오르는 눈빛과 초로인의 비웃음 섞인 눈길이 허공에서 불똥을 튀겼다.

 혁만호가 남의인에게 정체를 물으려 할 때 위무양이 조금 질린 어조로 남의인에게 물었다.

 “네놈들이 어떻게 여기에?”

 초로인의 시선이 혁만호를 비켜 위무양을 향했다.

 “네놈이 무맹에 쫓겨 막간산을 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십여 년간 쇠 신발이 닳도록 찾아다녀도 만나지 못하던 놈의 소식을 코앞에서 들었는데 만사 제치고라도 와야지. 위가야, 그렇지 않느냐? 흐흐흐.”

 위무양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강호의 대세를 움직이는 거물급 요인이 아니다. 그런데 무맹에 쫓긴 지 반나절 만에 저들의 귀에 들어갈 정도로 소문이 났다는 것이다.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마당에 소문의 출처를 추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썩을 놈의 잡종들, 뜯어먹을 게 뭐가 있다고 득달같이 달려오나 달려오길. 으이구.’

 금백단과 흑의죽립인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전력을 다한다면 그들에게서 몸을 빼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남의인들을 본 그는 한숨과 함께 자신감의 대부분을 잃었다.

 남의인 개개인은 그보다 약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저들이 그의 앞에 자신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동안 절치부심했다는 뜻. 물론 그동안 그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강해진 만큼 저들도 강해졌을 것이다.

 위무양은 속이 끓었다.

 지난날 저들과의 대결에서 그가 득수했던 것은 옆에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였다면 그는 고혼이 되었으리라.

 그가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별것도 아닌 일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는 거냐. 저 떨거지들까지 나타나고. 으휴.”

 남의초로인의 눈에 스산한 기운이 어렸다.

 “떨거지? 흐흐흐, 위가야. 오늘 그 떨거지가 네 목을 감꼭지 따듯 따주마. 기대해도 좋아.”

 남의인을 힐끗 본 위무양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염병,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구먼.”

 졸지에 개가 된 남의인의 안색이 음침해졌다.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건 여전하군.”

 “흥, 동가야, 주제 파악은 너나 하라고. 무당이 무서워 호북 땅은 밟지도 못하는 놈들이, 도포 자락이 안 보인다고 아주 기가 산 꼬라지 하고는.”

 “꼬… 꼬… 꼬라지?”

 대노한 남의인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위무양의 입이 걸다는 것이야 익히 아는 그들이고 경험도 했지만,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또 위무양의 욕이었다.

 말로는 위무양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입을 꾹 다문 우두머리 남의인이 허리춤에서 다섯 치의 날을 가진 철조(鐵爪) 두 개를 꺼내어 손에 끼웠다.

 그것이 신호인 듯, 다른 세 명의 남의인도 철조를 꺼내어 손에 꼈다.

 그 모습을 본 혁만호와 조운상의 낯색이 살짝 변했다.

 남색 장포,

 네 사람,

 피처럼 붉은빛이 흐르는 철조.

 혁만호가 놀람을 억누르는 빛이 역력한 어조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혈조사마(血爪四魔)……?”

 그 중얼거림을 들은 듯 혁만호를 돌아보는 남의초로인 혈조사마의 대마(大魔) 폭멸조(爆滅爪) 기대광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강호를 떠난 지 십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우리 이름을 기억하는 놈이 있네그려. 기특하군. 흐흐흐.”

 자신들이 혈조사마임을 인정한다는 말.

 혈조사마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산장의 후인들과 척천대 무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혁만호의 태도로 보아 남의인들이 상당한 명성을 지닌 자들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자신들은 중원무림을 삼분하고 있는 거대 세력 대륙무맹의 사람들이었다. 상대가 누구라 해도 자신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혁만호와 조운상의 얼굴은 돌처럼 딱딱해졌다.

 혈조사마의 종적이 사라진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호북성에서는 호환마마보다 더한 공포를 남기고 있는 자들이 그들이었다.

 무공도 강했고 잔인함과 광포함은 무공보다 더 강했던 자들.

 저자들은 그들이 무맹 소속이라고 해서 얌전히 물러날 인물들이 아니었다.

 무맹을 상대할 정도로 무공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자들의 성격 자체가 그랬다.

 꼭지가 돌면 상대를 불문하고 덤비는 자들이었다.

 그 성격 때문에 그들은 정무총련의 삼대주력 중 하나인 무당과 시비를 했고, 위무양을 비롯한 강호삼괴와도 원한을 맺었다.

 그런 그들이 무맹이 두려워 꼬리를 말고 돌아서기를 바라는 건 숲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었다.

 혁만호가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위 대협은 무맹으로 가셔야만 할 사정이 있소. 선배들께서 위 대협과 어떤 은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일은 양보를 해주시길 바라오.”

 기대광은 풀썩 웃었다.

 “양보라……. 무맹의 체면을 생각하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말이야. 우리도 위가와 쌓인 게 적지 않거든.”

 “우리 행사를 방해한다면 선배들은 앞으로 괴로움이 바다와 같을 것이오.”

 “흥, 인생이 고해라고, 천축의 땡추가 갈파한 게 천오백 년도 더 전이야.”

 “…….”

 혁만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혈조사마가 말이 통하지 않는 자들이라는 걸 아는 데는 방금 나눈 대화만으로도 충분했다.

 더 이상의 말은 입만 아플 뿐이었다.

 조운상은 검을 움켜쥐며 운려의 앞을 막아섰다.

 혈조사마의 정체를 알았지만, 그의 얼굴에 놀람은 엿보여도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운려의 신변에 위험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척천대검식은 정신을 단련해 기세를 키우는 강검류의 검이다.

 그래서 척천산장의 무사들은 정신력의 강인함만으로 따진다면 강호에서 가장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에 속했다.

 상대가 강하다고 두려워하는 자들은 척천산장에 적을 두지 못하는 것이다.

 혁만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야영지에 도착하자마자 조운상과 그 옆의 적포를 입은 남녀 구분이 모호한 젊은이가 검을 잡은 모습을 보고, 그들이 척천산장의 인물들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도 최근 무맹에서 젊은이들을 모아 승룡단을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척천산장의 일행 중 삼분지 이가 젊은이들인 것을 보자, 그들 일행이 승룡단에 속할 자들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혈조사마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저들 중 상당수가 죽거나 다칠 게 불을 보듯 뻔한데…….’

 그를 비롯한 금백단의 무사 네 명 정도라면 위무양을 잡을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혈조사마가 위무양을 그들에게 양보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중 셋이 한 명을 상대한다면… 척천산장 사람들이 나머지 셋을 상대해야 하는데… 저 위무양을 상대로 밀리지 않은 흑의인이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남은 자들이 나머지 둘을 막는 게 가능할까?’

 산장 일행의 수는 팔십 명가량이었다.

 대부분 일류의 문턱에 갓 발을 들여놓은 듯한 무위. 젊은이들을 호위하는 삼십 명의 무사들은 싸움에 익숙해 보였지만 무위 자체는 젊은이들보다 나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혈조사마는 십 년 전에도 절정에 들었단 말을 듣던 고수들이다.

 제아무리 천하제일고수라도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 필요한 머릿수는 어마어마했다.

 팔십 대 삼이라면 고작 일 대 이십육 정도.

 흑의죽립인이 한 명을 상대할 수 있다손 쳐도 일 대 사십 정도였다. 그만한 수의 차이는 절정고수에게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절정고수 일인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잘 아는 혁만호가 고민에 빠진 것은 당연했다.

 위무양의 처리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그것이 그가 받은 명령이었다.

 그러나 맹의 주력 중 하나인 척천산장의 무인들, 그것도 산장 요인들의 후예임이 분명한 자들을 눈앞에서 죽게 내버려 두기도 어려웠다.

 그들 중 살아남은 사람의 입에서 오늘의 전말이 흘러나온다면 그의 미래는 끝이었다.

 척천산장주 소진악은 그럴 수 있는 힘을 넘칠 정도로 가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혁만호는 속으로 혀를 찼다.

 흑의인을 제외한 산장 일행의 무위가 완숙한 일류 수준이라면, 그가 이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은 이류의 끝에 있거나, 일류에 막 턱걸이를 한 풋내기들이었다.

 척천산장의 무인들이 대적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강인한 정신력을 그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객관적인 실력의 차를 정신력으로 뒤집는 것은 그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상대가 혈조사마 정도 되면 애초부터 정신력으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버린다. 더구나 저들처럼 강호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들이라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되어, 혁만호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는 것을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 초긴장 상태라 남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그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사람은 혁만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다.

 “저 혈조사마인가 하는 노인네들이 손을 쓰지 못하게 하면 되는 겁니까?”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고요한 음성.

 듣는 이의 귀를 시원하게 만들 정도로 맑지만, 기이하다 싶을 만큼 낮은 그 중저음은 고민에 빠졌던 혁만호의 정신을 단숨에 일깨웠다.

 그에게 말을 건 사람은 특이하게도 망사로 사방을 가린 죽립을 쓴 흑의인이었다.

 놀람에 찬 혁만호의 눈이 번뜩였다.

 그도 이곳에 도착하며 흑의인이 위무양의 천성장을 대등하게 상대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어림짐작으로 흑의인이 척천산장의 원로고수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영 아니었다.

 목소리로 짐작되는 흑의인의 나이는 많게 봐줘도 이십대 중반을 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놀람은 놀람이고 일은 일이다.

 흑의인의 정체야 이 일이 끝나고 알아보아도 늦지 않을 터.

 혁만호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상대의 정체를 모르는 혁만호는 반 공대를 했다.

 목소리로 추정되는 흑의인은 젊었다. 나이로 따지면 그보다 이십 년 정도 어릴 것이다.

 게다가 다른 젊은이들의 분위기로 보아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흑의인은 산장의 일행 가운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자도 아닌 듯했다.

 그런 상대라면 반말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리는 없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초면이기도 했지만, 흑의인은 단독으로 추풍객 위무양과 동수를 이룬 절정의 고수였다.

 그가 아무리 무맹의 핵심 무력 단체라는 금백단에 속한 자부심 강한 무인이라 해도,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대뜸 하대할 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았다.

 그가 검엽에게 물었다.

 “가능하겠소?”

 일말의 의심이 깃들어 있는 어투.

 혈조사마는 개개인이 위무양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의 고수들이었다.

 저들 네 명을 단신으로 막아설 수 있는 고수는 무맹 전체를 통틀어도 스물을 넘지 않을 것이다.

 운려를 뒤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검엽이 말을 받았다.

 “해보면 알게 되겠죠.”

 음의 고저가 거의 없어 감정을 읽어내기가 어려운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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