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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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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23 화
작성일 : 16-07-18 15:08     조회 : 577     추천 : 0     분량 : 8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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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엽은 자신의 내부에 있던 무엇인가가 한없이 그 영역을 확장하는 기이한 체험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충일감과 허탈함이 동시에 찾아들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신 그 체험의 와중에 잡혔던 불편한 느낌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그의 마음에 남았다.

 검엽의 입술이 달싹였다.

 [숲이 조용해지고 있다.]

 생각에 잠겼던 운려는 검엽의 전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검엽은 한마디를 할 때 몇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는 경우가 많았다.

 직설적이지 않은 어법이라 적응되지 않은 사람은 검엽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운려는 적응된 사람이다. 그녀는 검엽의 말에 깃든 다중적인 의미를 대번에 이해했다.

 [거리가 얼마나 돼?]

 [정확하지 않아. 삼백 장가량…….]

 [방향은?]

 [우리 쪽으로.]

 [몇 명이나?]

 [몰라. 하지만 많지는 않아.]

 [위험할 거 같아?]

 [글쎄, 하지만 대비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어?]

 운려는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별빛 아래 어슴푸레 드러난 막간산의 정상 부분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이 강해졌다.

 산에서 삼백 장의 거리라면 평지에서는 그 배가 될 수도 있다.

 그 먼 거리의 일을 검엽이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할 만도 한데, 운려의 얼굴 어디에서도 검엽의 말을 의심하는 기색은 엿보이지 않았다.

 그가 사용한 방법을 알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검엽에게 특이한 능력이 있다는 것과 검엽이 그녀에게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족한 것이다.

 천하에 그녀가 모르는 일이 한둘이랴.

 그런 대범함 때문에 검엽은 그녀와 친구가 된 것이다.

 얼마 후 그녀도 검엽의 전음이 알려준 기척을 느끼게 되었다.

 느꼈다기보다는 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산의 정적을 뒤흔드는 요란한 호각 소리가, 무서운 속도로 일행의 야영지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이런 씨부럴!”

 욕과 함께 탁기를 뱉어낸 위무양은 이를 갈았다.

 그의 가는 눈은 연신 뒤를 훑었고, 그처럼 바쁜 와중에도 두 다리는 바람처럼 땅을 밟았다.

 그림자가 몸을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

 유례없는 전성기라는 당금 강호에서도 보기 힘든 놀라운 경공이었다.

 삑, 삐이익!

 위무양의 바로 뒤에서 요란한 호각 소리가 급박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호각에 응하는 다른 호각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끊이지 않고 울렸다.

 적지 않은 범위를 차지한 채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는 호각 소리.

 그는 쫓기고 있었다. 평생 동안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끈질기게.

 하관이 빠진 위무양의 작은 얼굴빛은 시퍼렇게 변했다.

 여덟 걸음이면 바람조차 따라잡는다는 그의 경공으로도, 추적자들을 뿌리치기는커녕 거리도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똥통에 빠뜨렸다가 꺼내서 다시 시궁창에 처박을 개 후레 잡놈들. 도대체 그년이 누구기에 이러는 거야? 그년이 무맹주의 첩이라도 되냐? 백번 양보해서 설사 그년이 무맹주의 첩이라도 그렇지. 재미 보는 년의 속곳 한 장 가져갔다고 이렇게 죽을 둥 살 둥 쫓는다는 게 말이 돼? 미친 새끼들, 자칭 천하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큰소리 뻥뻥 치는 새끼들이 할 일이 그렇게 없냐!”

 욕이라면 천하의 누구에게도 상수를 양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그다.

 그는 쉴 새 없이 욕을 하면서도 발길을 늦추지 않았다.

 잡히면 뒷감당을 못할 게 뻔한 상황.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울창한 막간산의 숲 속을 빠르게 통과하는 그의 몸놀림은 한 마리 다람쥐를 연상시켰다.

 정상을 넘어 아래로 내달리던 그의 눈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닥불이 곳곳에 피어 있는 평지와 노숙을 하는 적지 않은 수의 무리가 보였다.

 어느새 산자락이었다.

 진원이 흔들릴 만큼 전력을 다해 경공을 전개하고 있는 그인지라, 정상에서 산자락에 도착할 때까지 채 반 시진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가 지나온 길이 관도가 아닌 숲 속임을 감안한다면 평상시보다 세 배는 더 빠른 속도였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아온 그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사력을 다한 결과였다.

 “아, 육시랄!”

 위무양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흘러나왔다.

 삐이이익……!

 호각 소리가 뒷덜미를 잡아챌 듯 들려오고 있었다.

 평지를 돌아가는 데는 눈 두어 번 깜박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테지만, 그 정도의 지체만으로도 그를 쫓는 자들과의 거리는 위험한 수준까지 좁혀질 터였다.

 노숙하는 무리를 돌아갈지 통과할지에 대한 그의 갈등은 길지 않았다.

 노숙을 하는 무리는 굳은 얼굴로 그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을 향해 서 있었고,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오 인이 일 조가 되어, 학의 날개처럼 좌우로 넓게 포진한 그들의 태도는 안정되어 있었고 명가의 풍모가 엿보였다.

 노숙하는 무리는 그가 돌아나갈 수 있는 길목을 차단한 상태였다. 그가 올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있을 수 없는 진형이다.

 그러나 위무양은 그들의 안정된 태도와 진형에 의문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저들은 호각 소리를 알아들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것은 저들이 의심할 여지없이 무맹의 무리라는 것을 뜻했다.

 그의 뒤에서 울리는 호각 소리는 무맹의 인물들만이 사용하는 태전각(態戰角)이었으니까.

 저들이 무맹의 무리인 이상 갈등을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정면 돌파는 자칫 앞뒤로 적을 맞아 고립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지나칠 정도로 높았다.

 그가 성명한 팔보추풍신법은 무림일절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경공이다.

 그러나 그 놀라운 경공으로도 앞의 무리를 돌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들이 포진하고 있는 진세는 그가 어느 쪽으로 돌아나가든 그 앞을 막아서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내달리는 와중에도 그는 연신 침을 삼켰다.

 가슴이 타는 듯했다.

 모닥불을 등지고 무리의 선두에 선 중년무사와, 스물이 채 되지 않은 적포의 청년이 풍기는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낮춰 잡아도 십 초 이내에 승부를 낼 자신이 없는 자들이었다. 다른 자들이 그를 막아서면 저들이 그를 상대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십 초가 아니라 단 일 초만 저지당해도 그는 포위된다. 그 뒤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위무양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이런… 씨, 씨, 씨바르……. 어째 일이 쉬운 것에 비해 대가가 너무 크더라니…… 마가 끼려고 그랬구나.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더만 바로 내 꼴이네. 웬수 같은 딸내미야, 잔소리할 아비 없어져서 좋겠다. 명년 오늘이 아비 제삿날이 될 모양이거든!’

 속으로 처절하게(?) 외친 그는 이를 물었다.

 중앙 정면 돌파를 택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우회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리 중에 그나마 좀 약해 보이는 쪽을 뚫어야 했다. 그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

 운려는 숲의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온 마의중년인이 무리의 우측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마의인은 칠 척 가까운 장신이었는데 깡말라서 허수아비에 옷을 걸친 것처럼 보였고, 팔과 다리가 기형적으로 길었다.

 그리고 머리가 유난히 작아서 신체의 십분의 일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마의인은 바람처럼 빠르지만 노루가 뛰는 것처럼 껑충껑충 뛰는 경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경공 중에 저처럼 방정맞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독특한 경공을 펼치는 무인은 그녀가 알기로 단 한 명뿐이었다.

 강호 견식이 많지 않은 그녀도 알 만큼 그는 유명했다.

 마의인이 몸을 날린 방향으로 신형을 움직이는 그녀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풍파만리(風波萬里) 추풍객(追風客) 위무양(偉務良)?”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었음에도 조운상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운려와 그의 견식은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위무양을 보자마자 그가 누군지 알아본 것이다.

 위무양을 알아본 그였기에 놀람은 없었다. 그러나 의문마저 없는 건 아니었다.

 ‘위무양이 왜 무맹의 금백단(金魄團)에 쫓긴단 말인가?’

 살인을 제외한 청부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위무양은 강호삼괴의 일인으로, 항상 풍파를 몰고 다니는 사람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는 강호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역량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고, 무맹과 어떤 원한을 맺은 일도 없었다.

 적어도 조운상이 알기로는 그랬다.

 ‘위무양이 뭔가 일을 벌인 모양이로군.’

 조운상은 눈살을 찌푸렸다.

 모르는 사람이야 다 똑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무맹에서 사용하는 태전각은 그 산하 조직마다 사용하는 법이 모두 달랐다.

 위무양의 뒤쪽에서 들리는 호각 소리는 무맹오단(武盟五團) 중 최강의 무력을 보유한 집단이자, 무맹의 내원과 요인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금백단에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조운상이 알기로 무맹 총타의 내원에 머무는 금백단이 무맹을 벗어나는 경우는, 무맹이 최고의 강적과 조우하거나 존망에 위협을 받는 경우로 국한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운신이 무거운 자들이 금백단인데 그들이 한적한 막간산의 숲 속에 나타난 것이다.

 조운상은 긴장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운려의 왼쪽에 붙어 몸을 날렸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금백단이 추적한다는 것을 알면서 위무양에게 길을 내줄 수는 없었다.

 위무양이 무서워 길을 내줬다는 소문이 난다면 척천산장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산장 요인들의 후예가 대거 모여 있는 무리가 아닌가.

 그러나 산장의 후예들이 위무양을 직접 상대하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위무양은 그와 척천대의 무사들이 맡아야 했다.

 위무양은 경공으로 성명한 사람이다. 그러고 도망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철면 덕분에 남과 싸운 적이 드물어, 그의 일신 무공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절정의 고수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산장의 후인들은 물론이고 그도 혼자서는 위무양을 상대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신형을 날리는 그의 입술이 미미하게 달싹였다.

 [소장주님, 금백단이 도착할 때까지 힘을 합쳐 위무양을 막는 것에 주력해야지, 그를 제압하려 하시면 안 됩니다.]

 [알았어요.]

 조운상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잘 아는 운려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조운상이 아는 운려의 무공과, 그녀가 실제로 지닌 무공의 사이에는 상상키 어려울 만큼 큰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운려는 굳이 위무양을 상대하며 자신을 드러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도 안 되었고.

 위무양이 산장의 후인과 호위무사들이 이룬 우측 진형에서 이 장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때, 운려와 조운상도 진형의 앞에 도달했다.

 운려의 그림자가 된 검엽도 함께.

 ‘빌어먹다 자빠질 놈의 자식들!’

 위무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자처럼 고운 얼굴의 적포청년과 호랑이 상의 장년무사가 앞을 막아설 것은 이미 각오한 바였다.

 적포청년의 옆에 서 있는 죽립 망사의 흑의인은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흑의인의 기세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던 것이다. 아마도 적포청년의 호위 정도 되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들은 검을 빼 들었지만 공격할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뒤를 쫓는 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요량인 것이다. 당연히 위무양은 그들의 의도대로 따라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삑삐삑! 삐삑!

 호각 소리가 불과 십여 장 뒤에서 들려왔다.

 그는 거세게 숨을 들이마셨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른 단전에서 장하공(長河功)의 기운이 용솟음치며 일어나 경락을 따라 흘렀다.

 일 초였다.

 일 초에 저들의 방어를 뚫고 지나가야 했다. 더 이상의 여유는 없는 것이다.

 예의 껑충거리는 듯한 자세로 허공으로 뛰어오른 그는 운려와 조운상의 머리를 타넘으며 긴 두 팔을 내밀고는 양손을 미친 듯이 휘저었다.

 운려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녀의 머리 위는 온통 위무양의 손 그림자로 가득했다.

 피할 방위를 모조리 차단하는 기고함, 변화가 변화를 부를 만큼 현란한 장영(掌影), 그와 함께 사방을 태풍처럼 휩쓰는 장세(掌勢).

 허용한다면 단순히 뼈 한두 군데 부러지는 걸로 끝나지 않을 힘이 실린 장법이었다.

 도망갈 수 없는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결코 펼치지 않는다는 위무양의 절기 천성장(天星掌)이다.

 ‘야단났네. 본 실력을 드러내지 않으면 상대하기 쉽지 않은 무공이야.’

 찰나지간 그녀가 갈등에 빠져 손이 멈칫거릴 때, 상단으로 검을 세우고 무거운 기색으로 위무양을 응시하던 조운상이 척천대검식(拓天大劒式) 중십육식(中十六式)의 절초인 일검낙일(一劒落日)을 펼치며 천성장을 맞이해 갔다.

 상단에서 단숨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검의 기세가, 태양을 반으로 가를 것만 같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사납기 이를 데 없는 초식이 일검낙일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운려도 혀를 차며 조운상의 뒤를 따라 척천대검식을 펼쳤다.

 장주 직계에게만 전수되는 척천대검식 후십육식의 절초 검운첩첩(劒雲疊疊)의 기세가 구름처럼 일어나며 조운상이 펼친 일검낙일의 사나운 검세를 받쳤다.

 그녀가 본 실력을 드러낼지 말지 갈등한 것은, 위무양을 자기 혼자서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는 조운상이 있었고, 검엽도 있었다.

 운려는 비무 이외에, 위무양과 같은 고수를 상대로 실전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운려의 부족한 대적 경험이 가져온 착각이었다.

 위무양은 두 사람을 장세 하에 묶어두고, 그 찰나의 순간 막아선 진형을 타 넘을 생각이었다.

 그의 목적은 상대를 패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운려와 조운상을 너무 쉽게 본 그의 오산이었다.

 두 사람은 그의 장세를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고 무서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척천검? 장강 이남에서 제일가는 부잣집이라는 소 씨 집안 놈들이 왜 여기서 노숙을?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염병을 하다 뒤집어질!’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위무양의 장세가 변했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운려와 조운상의 머리를 덮어가던 그의 손 그림자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단 두 개의 손 그림자만이 남아 운려와 조운상의 머리로 유성처럼 떨어졌다.

 변화를 위해 흩어졌던 기운이 두 곳에 집중되었다. 당연히 장세의 기세도 배로 강해졌다.

 그가 아끼는 천성장의 절초 유성파벽(流星破壁)이었다.

 운려와 조운상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위무양의 초식 변화는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자연스러웠다.

 기의 수발이 숨 쉬는 것처럼 자유롭지 않다면, 위무양이 보여준 변초는 가능하지 않다.

 위무양은 절정고수가 왜 절정고수인지 웅변하듯 보여주고 있었다.

 눈으로 따라가기도 어려운데, 손발이 먼저 그에 반응하는 것은 그들의 수준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운려는 몰라도 적어도 조운상의 수준에서는.

 싸움에 임했을 때 육안에 의지하지 않는 성취를 이룬 무인, 그가 바로 절정(絶頂)고수라 불리는 이들이니까.

 조운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변화한 위무양의 장세가 그가 펼친 일검낙일의 검세를 무인지경처럼 통과하며 그의 정수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검의 궤적은 장세가 떨어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달리 기세검도라 불리기도 하는 척천대검식은 검법 중 강검류(强劒流)에 속했다.

 극에 이른다면 일 검에 천지를 누르고 만상을 부술 수 있다는, 강검류의 정점에 있는 일대의 절학.

 강검류는 패(覇)와 중(重)의 기세로 변(變)과 쾌(快)를 제압하는 것이 그 요결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 성취가 낮고 변화와 속도가 패와 중의 기세를 파훼할 정도의 상대를 만난다면, 어떤 검류보다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 강검류의 단점이었다.

 조화가 아닌 한두 가지의 검결에 검의(劒意)를 집중하는 무공들이 지닌 약점을 강검류는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로 하여금 검의 약점을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세가 전제되어야만 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척천대검식이다.

 척천대검식을 달리 기세검도라 부르는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운려와 조운상의 성취도 낮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세로 평생을 무림의 풍파를 헤치며 살아온 위무양을 압도하는 것은 무리였다.

 운려가 대적 경험이라도 풍부해서 조운상을 적절하게 보조했다면 상황은 조금 나아졌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없는 경험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생겨날 리는 만무한 일. 그로 인해 그들은 치명적인 위기에 놓인 것이다.

 조운상은 이를 악물었다.

 동일한 장세가 운려의 머리 위에도 떨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장세라면 피해는 적을수록 좋았다.

 저 정도의 장세에 격타당한다면 최소한 중상이었다. 죽을 확률은 십 중 칠팔이었고.

 그는 항주까지 운려의 안전을 책임진 사람이다.

 결론은 바로 났다.

 하지만 조운상이 내린 결정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그가 검을 들고 운려를 막아서려 하기 전,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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