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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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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22 화
작성일 : 16-07-18 15:04     조회 : 542     추천 : 0     분량 : 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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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장

 

 

 

 강소의 절경인 태호를 왼쪽으로 끼고 내쳐 달린 일행은 남경을 출발한 지 이틀 만에 절강에 들어섰고, 다시 이틀이 더 지났을 때 항주를 이틀거리에 둔 막간산 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간산만 넘으면 항주는 하룻길이다.

 붉은 노을이 산을 불태우는 장관을 둘러보던 조운상은,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운려를 돌아보며 말했다.

 “소장주님, 이곳에서 노숙을 하겠습니다.”

 결정된 사항의 통보다.

 운려는 입맛을 다셨다.

 그들은 불과 반 시진 전에 마을을 지났다.

 조운상은 아무 말이 없었기에, 그녀는 그가 쉬지 않고 막간산을 넘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운상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녀는 조운상과 그녀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조운상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항주까지의 행로의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일행의 불만은 벌써 폭발했을지도 몰랐다.

 무슨 생각인지 조운상은 남경에서 출발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객잔에서 일행을 재운 적이 없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노숙의 행진이었다.

 일행은 지쳐 있었다.

 일행 중 강호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위천곡을 비롯한 서너 명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은 강호 경험이 일천할뿐더러, 산장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생활한 사람들이었다.

 일행 중 십여 명의 여인들은 피부도 꺼칠했다. 노숙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그들이다.

 준비 없이 나흘 동안 찬이슬을 맞으며 풀잎 위에서 지냈는데, 피부가 온전하기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조운상을 보는 눈길 중 가장 사나운 눈길이 바로 그녀들의 것이었다.

 자신을 보는 젊은 남녀들의 눈에서 간절한 기대를 읽은 운려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처절한(?) 심정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녀는 옆에 서서 투레질을 하는 말의 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조 대주님, 굳이 노숙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녀와 조운상의 신분은 크게 차이가 난다. 그녀가 하대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조운상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장주이기는 하나 산장 내에서는 공식적인 직책이 없었다. 업무적으로 조운상의 상관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소진악의 가정교육은 엄하기 이를 데 없어서, 지위로 남을 홀대하는 건 그녀에게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자신을 돌아보는 조운상을 향해 그녀는 말을 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막간산을 넘은 뒤 처음 나타나는 마을에서 쉬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강소와 절강의 접경 지역에 있는 막간산은 목산(目山)산맥에 속하는 산으로 주봉인 탑산(塔山)도 그 높이가 삼백 장이 되지 않는다.

 낮은 산은 아니지만 높다고도 할 수 없는 산이어서, 밤을 도와 달린다면 새벽이 되기 전 산을 넘을 수 있었다.

 일행의 마음을 대변하는 운려의 심정을 왜 모를까. 하지만 조운상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노숙하겠습니다, 소장주님.”

 이유를 댈 필요는 없었다. 그는 항주까지 일행의 지휘자였고, 최종 결정권자였으니까.

 사실 그가 노숙을 고집하는 이유를 운려에게 말해주는 것도 곤란했다.

 그는 산장을 떠날 때 소진악으로부터 일행에게 강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일정을 짜라는 지시를 받았다. 노숙은 그 지시에 의해 짜인 일정이었다.

 운려의 말을 무시하는 결과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부탁이 장주인 소진악의 지시에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운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닫았다.

 척천일대주 조운상은 무공이 뛰어날 뿐 아니라 과단성이 있는 사내였다.

 그런 능력이 있기에 소진악은 그에게 일행을 맡길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그라면, 그녀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도록 그를 강제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았다.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러한데, 더 이상 부탁을 계속하면 조운상만 곤란해지는 것이다.

 조운상의 지시를 받은 척천대의 호위무사들과 산장의 후인들이, 길의 안쪽에서 사방 이십여 평 되는 평지를 찾아냈다.

 오월이고 대륙의 남쪽이지만 산의 밤은 따뜻하지 않다.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모아 작은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 주위로 후인들이 각자 자리를 잡았다. 그들 중 일부는 누워 쉬기도 하고, 일부는 삼삼오오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때가 지나 있었지만, 일행의 주변을 교대로 경계하며 번을 서는 척천대의 무사들만 건량을 꺼내어 씹을 뿐 후인들 중 건량을 꺼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남경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객잔에 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루 세 끼를 모두 건량으로 때운 것이다.

 입에서 노린내가 날 지경인데 건량을 꺼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리 없었다.

 일행 중 유일하게 건량을 씹고 있는 검엽을 보며 운려는 피식 웃었다.

 “물리지 않아?”

 “이거?”

 검엽이 손에 든 건량 조각을 들어 보이며 묻자 운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엽이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보기라도 하는 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그래.”

 “이거 말고는 먹을 게 없잖아. 조 대주가 사냥을 허락하지도 않고.”

 검엽의 말처럼, 조운상은 사냥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냥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는 일이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었다.

 사냥을 하러 숲에 들어간 후인들의 신변에 위험한 일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그로서는 수습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맛있는 게 좋잖아.”

 “어차피 뱃속으로 들어가면 소화되는 건 다 똑같아.”

 심드렁한 어투.

 “쿡쿡쿡.”

 운려가 소리를 죽여 웃었다. 검엽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운려는 풀밭 위에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풀벌레 소리가 요란했고, 밤하늘엔 별이 거대한 강을 이루며 흘러가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그녀의 귓가를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그녀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게 저 하늘을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검엽은 침묵했다.

 그녀의 진정이 그의 가슴에 강물처럼 스며들었다.

 그는 천천히 죽립을 벗었다.

 지난 나흘 노숙하는 동안 그는 잘 때도 죽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잤다. 죽립을 벗은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눈을 반개한 그의 얼굴이 별빛 아래 드러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그의 얼굴은 적막했다.

 먹물처럼 검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은 흰 점일 뿐이었다. 은가루처럼 부서지는 별빛을 그는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를 중심으로 주변이 점차 쥐 죽은 듯 조용해져 갔다.

 그의 주변에 있는 남녀들이 먼저 입을 다물었고, 좀 더 먼 곳에 있다가 그 갑작스런 침묵이 이상해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차례로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들의 시선은 못 박히듯 검엽에게 꽂혀 있었다.

 허리까지 늘어진 칠흑처럼 검고 숱이 많은 흑발.

 옥으로 깎은 듯 투명하고 흰 피부.

 그린 듯 선연한 검은 눈썹과 붉은 입술.

 윤곽이 뚜렷한 얼굴선을 확연하게 돋보이도록 하는 준령과도 같은 콧날.

 반개한 눈가에 기이한 그늘을 만드는 긴 속눈썹.

 죽립을 벗은 그의 가슴 앞에서 묵빛의 목걸이가 은은한 빛을 발했다. 운려에게 받은 후 항상 가슴 앞에 드러나도록 목에 매고 다니는 목걸이였다.

 감은 듯 뜬 듯 실눈을 하고 있는 모습이 기이했지만, 중인들 중 그가 맹인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동안 보아온 검엽의 움직임은 눈이 정상인 사람과 차이가 전혀 없었으니까.

 검엽을 본 여인들은 여인들대로, 또 사내들은 사내들대로 숨이 막히는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대부분 여러 대에 걸쳐 부와 권력을 쌓은 집안의 후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 중에는 보기 드문 미남과 미녀가 많았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검엽과 비교할 만한 미모의 소유자는 없었다.

 단순한 미모가 아니었다.

 검엽의 미모가 절세라 하지만, 찾아보면 그와 비슷한 수준의 외모를 소유한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검엽에게는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 있었다.

 보는 사람의 뇌리에 화인처럼 새겨져, 평생 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

 맑은 어두움…….

 투명하지만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장막과도 같은 느낌.

 경외감과 사이함이 동시에 가슴을 파고드는 신비로움.

 그의 전신에서는 독특하면서도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인세의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과 그와 묘하게 어울리는, 정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고요한 움직임.

 검엽의 모습은 사내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안겨주었고, 여인들에게는 항거할 수 없는 매혹으로 다가섰다.

 주변의 침묵이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단숨에 깨달은 운려가 팔베개를 풀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있는 대로 인상을 쓴 그녀는 죽립을 벗은 검엽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야, 왜 벗었어!”

 “응? 뭘?”

 운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순간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한 검엽이 반문했다.

 “죽립!”

 “어… 그냥 답답해서.”

 태평한 어투.

 “으휴.”

 운려는 한숨을 내쉬었다.

 산장을 떠나기 전, 혼자 있을 때가 아니면 절대로 죽립을 벗지 말라고 검엽에게 신신당부했던 그녀다.

 그러나 당사자가 답답해서 벗었다는 데 더 이상 무어라 말할 것인가.

 엎질러진 물이었다.

 벌써 일행 가운데 여자들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고. 그래서 벗지 말라고 한 건데…….”

 그녀의 중얼거림은 낮았다. 그러나 일행은 모두 무공을 익힌 사람들.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인들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언.니!”

 운려는 바로 옆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음성에 화들짝 놀랐다.

 전설상의 축지성촌을 연상시키는 속도로 그녀의 옆에 다가와 앉은 건 다름아닌 오유진이었다.

 그녀는 눈에 살기를 흘리며 운려를 노려보고 있었다.

 “천하제일추남이라면서요!”

 “누가 그런 말을 했어?”

 “하아, 시치미 뗄 거예요? 들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요!”

 “누.가. 그런 말을 들었다고 그래?”

 운려가 주변을 돌아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위천곡 등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흥!”

 오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코가 떨어져 나갈 듯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콧방귀의 결과는 정말 좋지 않았다.

 바로 그녀들의 옆에 있던 검엽이 상체를 반 자 정도 뒤로 물린 것이다.

 동시에 그는 상의를 소맷자락으로 훑으며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콧물이 튀었네.”

 오유진의 얼굴색이 심장에 칼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창백하게 탈색되었다.

 그녀는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릴 뿐 말을 하지 못했다.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녀는 후들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금방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풀썩 주저앉았다.

 위천곡 등이 다급한 몸짓으로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오유진이 당장이라도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 중, 검엽을 힐끗 돌아보는 진월성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검엽과 운려의 사이를 오갔다.

 검엽으로 인한 소란은, 운려의 강권에 의해 검엽이 다시 죽립을 쓰면서 점차 사그라졌다.

 그러나 검엽의 진면목을 보며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은 그들의 가슴에 고스란히 남았다.

 특히 여인들에게는.

 운려는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사내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여인들이 사내의 외모만 보고 넋이 나가는 경우는 사실 그리 흔한 일이라 할 수 없다.

 잘생긴 외모가 호감을 갖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여인들은 외모와 더불어 여러 가지를 함께 본다.

 말주변, 눈빛, 태도, 지적 능력, 지위, 배경 기타 등등…….

 그러나 검엽의 외모는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해도 좋을 만한 힘을 갖고 있었다.

 운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수년 동안 옆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자라면… 검엽을 거부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고, 설령 안다 해도 신경도 쓰지 않을 테지만…….’

 운려는 자신과 다섯 자 정도 떨어진 곳에,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누워 있는 검엽을 째려보았다.

 ‘엽이가 눈이라도 크게 떴으면 사태는 수습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거야. 그 눈…….’

 검엽의 눈을 떠올린 운려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그녀는 검엽을 사랑했지만 사내로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어린 시절, 검엽이 사내로 보인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녀도 여자였으니까. 그러나 자존심 강하기로 하늘 아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녀에게도 검엽은, 사내로 사랑하기엔 버거운 상대였다.

 검엽을 사내로 보는 것을 포기했지만 그녀에게 검엽은 사랑하는 상대보다도 더 귀중한 친구가 되었다.

 그는 바다처럼 그녀를 받아들여 주었고, 그녀는 섬처럼 그 바다에 머무를 수 있었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그러나 검엽이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본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녀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검엽의 눈은 그것을 본 상대의 의지를 무력하게 만든다.

 영혼을 짓누르는 절대적인 공포와 두려움, 그의 옆에 한없이 있고 싶은 원초적인 갈증과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절실한 열망.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느낌. 하지만 거부가 불가능한 혼란한 매혹…….

 그의 말이라면, 그리고 그의 눈이 미소 짓는 것을 볼 수만 있다면 섶을 지고 불길 속이라도 서슴없이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

 그 마음 앞에서는 죽음도 초개나 다를 바 없었다.

 불가사의한 일이었지만, 검엽의 눈을 마주하면 실제로 그런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을 운려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검엽을 만난 지 이 년이 지났을 즈음, 그녀는 그에게 눈을 뜨지 말라는 강짜를 놓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느낌이 강해져 가는 검엽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고 아예 눈을 감고 지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이후 검엽은 눈을 크게 뜬 적이 없었다. 거의 감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늘게 뜰 뿐이었다.

 오 년 전부터 검엽이 평소에도 눈을 크게 뜨지 않았던 데에는, 운려의 강짜라는 턱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깍지를 낀 손으로 뒷머리를 받친 채 누워 있던 검엽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일행은 여전히 모닥불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다지 조용하다고는 할 수 없는 분위기였고, 방금 전과 비해 변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검엽의 감각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는 산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산의 기운이 변화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감각을 집중했다.

 가까운 주변의 소리가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한없는 침묵의 바람을 타고 개방된 그의 감각은 그 거리를 넓혀갔다.

 기척을 알아차리는 것이 불가능한 거리에서, 그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 느낌은 시간이 가며 구체화되었다.

 ‘뭐지, 이 감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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