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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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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18 화
작성일 : 16-07-18 14:48     조회 : 584     추천 : 0     분량 : 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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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장

 

 

 

 검엽은 미꾸라지처럼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낙척문사의 뒤를 큰 걸음으로 쫓았다.

 그와 낙척문사의 거리는 십오 장. 상대는 추적과 은신의 달인이었다.

 보통이라면 그리 안심할 수 없는 거리. 그러나 문사가 그의 추적을 알아차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그의 가문에 유전되는 지존신마기는 사공과 마공을 익힌 자들에겐 절대의 위력을 발휘한다.

 검엽은 비록 가문에 비전되는 신마기의 운용법을 모르는 상태여서 그 효과는 극히 미미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낙척문사는 검엽의 추적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신마기에는 사공이나 마공을 익힌 자들이 신마기의 주인을 의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공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의 공능도 존재한다.

 낙척문사의 목적지는 청운루에서 이백오십 장 정도 떨어진 작은 객잔이었다.

 그는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이각에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끊임없이 꼬리를 확인하고 흔적을 지우며 객잔과 상관없는 지역을 이리저리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검엽은 객잔의 담장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눈으로 보고 쫓는 추적이 아니었다.

 문사가 객잔으로 들어간 것은 추적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는다.

 그의 머리 십여 장 위의 공간이 어느 순간 일그러졌다가 곧 제 모습을 되찾았다.

 그와 함께 상공을 유유히 활강하며 낙척문사의 뒤를 따르던 귀응의 모습이 사라졌다.

 골목으로 들어서서 객잔의 담장 그늘에 붙어 선 검엽의 미간에는 가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피로가 눈가에 묻어났다.

 두어 번의 심호흡으로 몸 안의 탁기를 토해내자, 바닥을 드러내던 단전에 조금씩 진기가 차올랐다.

 귀응은 나타날 때 무한할 듯한 활력을 주지만 그것은 얼마 지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귀물의 소환과 유지, 그리고 활용에 막대한 내력과 심력이 소모된다.

 실상 현재 검엽의 내공으로는 귀물의 소환이 불가능해야 정상이었다. 지존신마기가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작지 않았다.

 ‘확실히… 힘들어.’

 흐른 땀으로 속옷이 축축했다.

 ‘여러모로 달갑지 않군. 후우…….’

 그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는 풍도귀왕공을 익히던 초기의 일 년을 제외하고는 귀왕공을 제대로 수련한 적이 없었다.

 귀기를 사용해 귀물(鬼物)을 불러낸 것도 근 이 년 만이었다.

 ‘수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성취가 괄목할 정도로 늘었다. 이거야 원…….’

 그가 귀물을 불러낸 것은, 이 년 전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당시 소환한 귀물의 형상을 유지하고 부릴 수 있었던 시간은 대략 반각 정도였었다.

 그런데 이 년 동안 수련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귀물은 일각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형상을 유지했고, 그의 의지에 종속했다.

 무리를 한다면 이각 동안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이 속도로 귀왕공이 깊이를 더해간다면, 조만간 귀물이 물리력을 가질지도 모르겠군.’

 검엽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필요해서 불러내긴 했지만, 귀왕공의 성취가 전과 비교해 괄목상대할 정도로 늘었다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머리를 저었다.

 자신이 소환한 귀응에 자신도 놀란 터라 생각이 자꾸 이어지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귀왕공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팔 척가량 되는 담장의 그늘을 따라 움직이던 그는, 안쪽에 심어진 나무의 그늘이 담장을 덮고 있는 지점에서 한 가닥 검은 안개처럼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담을 넘은 검엽의 신형은 바람처럼 객잔의 측면을 돌아 후원으로 향했다.

 그의 운신법은 독특했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지만,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달빛이 내려앉는 듯 소리 없는 그 움직임은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은밀했다.

 암천부운행(暗天浮雲行).

 그가 펼치는 경공은 그런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 자신 외에는 무림 중의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경신법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암천부운행은 검엽이 창안한 경공이었으니까.

 그를 가르친 다섯 명의 노고수는 그가 무공을 창안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무공의 일대종사들도 무공을 창안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무공을 배운 지 이제 칠 년밖에 안 된 검엽이, 자신만의 무공을 창안했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가 무공을 창안하기 시작한 것은 일 년 전부터였다.

 암천부운행은 이천릉의 섬전유운신법(閃電流雲身法)과 구양문의 이매보(魑魅步)가 가진 장점에, 전륜구환공의 심득을 더해 창안한 경공이었다.

 배움을 확인한다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귀찮게 하는 노인들의 마수를 피하기 위해, 쾌속(快速)과 은밀(隱密)함에 중점을 두고 만든 경공이 암천부운행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만들어낸 무공이기도 했고.

 지금 그가 사용하고 있는 경공은 암천부운행의 오대요결 중 암귀행(暗鬼行)으로, 이매보와 구환기의 아홉 진결 중 곤(坤)에 기반한 암현결(暗玄訣)의 심득이 더해진 것이다.

 암천부운행 외에도 검엽이 창안한 무공은 몇 가지가 더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앞날은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심심해서 만들어본 건데 생각보다 쓸 만하군.’

 이천릉과 구양문이 들었다면 머리에서 김이 펄펄 날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몸을 날리던 검엽은, 후원 객방의 이층 지붕 위로 한 가닥 검은 구름처럼 날아올랐다.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방 안에 들어선 낙척문사를 맞은 사람은 평범한 인상의 오십 대 백삼문사였다.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그는 자신을 향해 깊이 읍하는 낙척문사를 손짓으로 앉혔다.

 그의 손짓에서는 평소 사람을 많이 부려본 사람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초로인의 질문은 없었다.

 그러나 낙척문사 모추는 지체없이 입을 열었다. 그의 앞에 앉은 사람의 평범해 보이는 인상 뒤에 숨어 있는 잔혹함을 그는 뼛속 깊이 알고 있었다.

 “소운려는 일행 아홉과 함께 청학루에 있습니다. 조운상이 척천단의 호위무사 셋과 그녀를 호위하고 있으며, 사십 명의 꼬마와 나머지 호위무사들은 조운상을 중심으로 방원 일백 장 이내에 있습니다.”

 “놀러 가는 것도 아닌데 흩어져 있다고? 앞마당이다 이거지. 흐흐흐.”

 초로인 엄호태는 낮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짧았다.

 웃음이 사라진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방금 전의 웃음이 헛것처럼 여겨졌다.

 그가 말을 이었다.

 “공자님께서는 그 아이가 무맹에 도착하기 전 물건을 얻고 싶어하신다. 가능한 조용하게.”

 모추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공자님의 뜻은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붕에 누워 아래쪽에서 들리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검엽은 미간을 찡그렸다.

 ‘저들이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 운려가 갖고 있는 물건을 빼앗고 싶어 하는 거 같긴 한데…… 운려의 수중에 다른 사람이 탐을 낼만한 물건이 있었나? 운려가 가진 물건 중에 값나가는 거라고 해야 장주가 준 검뿐일 텐데? 하지만 그 검도 날이 잘 서 있을 뿐이지 보검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설령 그 검이 생긴 것과는 다르게 절세의 보검이라고 해도, 저런 자들이 고작 칼 한 자루 때문에 운려를 노린다는 게 말이 되나? 검은 아니라고 보는 게 맞을 테고, 그럼 저자들이 노리는 게 뭐지?’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낙척문사는 방을 나섰고, 안에는 중늙은이만 남았다.

 검엽은 갈등했다.

 ‘잡을까 말까?’

 갈등은 짧았다.

 운려의 신분이 무림 중에서 낮다고 할 수 없고, 무맹의 총타로 향하는 그녀의 행보 또한 가볍지 않은 것인 만큼 주변을 배회하는 밀정이나 간세들을 처리할 때 여러 면을 고려해야 함은 기본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검엽이 대세의 흐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그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검엽은 대세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것이 엄호태의 불행이었다.

 ‘개를 패면 주인이 나오는 법이라고 노야들이 말했지. 저자가 불면 더 좋고, 아니라면 저자의 뒤에 있는 자들이 나오겠지. 공자라는 자가 뒤에 있는 모양이니까. 아니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결심한 검엽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지붕을 타고 흘러내린다 싶더니 발끝을 처마에 걸고 거꾸로 늘어졌다.

 그가 신형을 늘어뜨린 곳은 중늙은이 엄호태가 있는 방의 창문 밖이었다.

 창턱을 슬쩍 짚은 그의 신형이 바람처럼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한 모금 마신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려던 엄호태의 안색이 돌처럼 굳었다.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그의 전신은 방금 전까지 없던 그림자에 묻혀 있었다.

 믿기지 않게도 침입자였다. 그림자가 없었다면 알아차리지도 못했으리라.

 그는 천천히 찻잔을 놓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입자는 그를 공격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예민한 이목이 감지하지 못한 자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를 공격했다면 흉다길소(凶多吉少)였을 것이다.

 그는 도산검림(刀山劒林)의 무림에서 수십 년 동안 칼밥을 먹은 사람이다. 이런 경우 상대를 자극하는 움직임은 별로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행적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성질 같아서야 당장 출수하고 싶었지만 가능하면 소란은 피해야 했다.

 처음 그의 생각은 그랬다.

 월광을 등지고 창가에 선 장신의 흑의죽립인.

 죽립의 주변을 병풍처럼 가린 면사가 독특했다.

 엄호태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보아하니 양상군자는 아닌 듯싶은데, 남의 방을 이렇게 무단으로 들어오셔도 되는가?”

 검엽은 피식 웃었다.

 그는 돌려 말하는 화법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일한 친구인 운려와도 그러했는데 생면부지의 인물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왜 척천산장의 소장주를 개처럼 졸졸 따라다니는지 말해라. 그럼 그냥 몸 성하게 내버려 두고 가도록 하지.”

 조금 탁하게 들리는 중저음.

 상대의 말이 귀를 울리는 순간 엄호태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치 거대한 쇠망치로 가슴을 두드려 맞은 듯했다.

 그의 눈에 뚜렷한 긴장과 경악의 빛이 폭죽처럼 솟아올랐다.

 그는 고수였다.

 그것도 그가 모시는 이의 주변에 있는 사람 중, 열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거라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이 그였다.

 그런 그가 상대의 개방된 기세도 아니고 단순히 말에 실린 기세에 눌린 것이다.

 엄호태는 상대의 기세가 무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놀란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기세로 압박할 정도의 절정고수라고 생각했기에.

 크게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진다면 실상은 그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검엽의 기세는 무공 이전에, 유전되는 혼(魂)과 피[血]로부터 우러나오는 지존신마기의 기세였다.

 사공과 마공을 익힌 자들은 그 무공이 아무리 높아도 검엽의 기세를 견디기 어렵다.

 기척을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드는 것과 더불어 상대의 심령에 절대적인 압박과 존재감을 심어주는 기세.

 신마기의 공능이었다.

 엄호태가 기세에 눌리긴 했어도 멀쩡하게 서 있는 것은 검엽이 가문의 비전을 수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검엽이 가문의 비전을 수습했다면 엄호태는 그를 보는 순간 고양이 앞의 쥐가 되었을 것이다.

 엄호태는 내력을 운기해 검엽의 기세에 저항하며 입을 열었다.

 “난데없이 찾아와 영문도 모를 질문을 할 요량이라면 상대를 잘못 찾아오신 듯하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는 반 존대를 하고 있었다.

 내력을 운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신에는 소름이 돋았다.

 상대의 기세를 이겨낼 수 없는 것은 운기 전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가슴에 두려움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검엽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말로 해서 통할 자라고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손부터 쓰지 않은 것은 상대의 무위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잠능은 자신도 정확하게 알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는 대적 경험이 전무한 강호초출인 것이다.

 먼저 움직인 사람은 엄호태였다.

 검엽이 손을 쓸 것을 결심한 순간,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기세는 엄호태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움직이지 않으면 싸우기도 전에 쓰러질 것을 직감한 엄호태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와 검엽의 거리는 일 장 반 정도.

 고수들에게는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다.

 한걸음에 거리를 좁힌 엄호태의 오른손에 한 자루 강철로 만든 판관필이 월광을 받아 요요한 빛을 뿌리며 검엽의 목젖으로 번개처럼 날아들었다.

 엄호태의 성명 절기는 이십사 초의 혈루필법(血淚筆法)과 광랑보법(狂浪步法).

 지금 그가 펼친 것은 혈루필법의 최후 절초인 혈루필점사(血淚筆點死)였다.

 자신의 판관필이 상대의 목을 관통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음에도, 손에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자 엄호태는 자신이 헛손질했음을 알았다.

 ‘환영(幻影)? 보법이 극에 달한 자…….’

 빠른 운신이 뿌연 잔상을 남기는 수준을 넘어 진체와 동일한 형상을 남기는 경지를 보법에서는 환영(幻影)이라고 한다.

 엄호태의 광랑보도 무림 일절이라 평가받지만 환영을 남기지는 못했다.

 검엽이 움직인 거리는 단 일 보였다. 쇠로 만든 판관필이라고 해야 그 끝은 불과 일 촌도 되지 않는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멀리 이동하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었다.

 그는 암천부운행 중의 보법 요결인 부운탄섬(浮雲彈閃)으로 좌측으로 반보를 움직였다.

 그러자 그의 신형은 두 개로 분리되어 절반이 겹친 것 같은 형상이 되었다.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 판관필이 우측 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엄호태의 눈빛이 여지없이 흐트러졌다.

 ‘내 이목을 속였을 때 경신의 고수라는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라니… 오늘은 길보다 흉이 많겠구나.’

 생각하는 동안 손을 놓고 있다면 싸움이 되겠는가.

 엄호태의 신형이 바람처럼 좌측으로 두 걸음 이동하며 판관필이 그의 전면에 엄밀한 그물을 만들어냈다.

 공격을 잇기에는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다.

 그가 일시지간 진체를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그것은 틈이었고, 틈이 생긴 이상 상대가 공격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판관필의 끝이 허공에 눈물과도 같은 점을 찍어 만들어낸 그물.

 혈루필법 최고의 방어 초식 혈루점망(血淚點網).

 엄호태는 상대의 공격을 막고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검엽은 흑백이긴 하지만 앞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검엽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사물의 기를 느낀다.

 그것은 상대의 운신을 가감 없이 보며, 진체를 본다는 것을 의미했다.

 검엽을 상대하며 그에게 허초를 쓰거나 현란한 변화를 부리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행위였다.

 물론 그것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고, 엄호태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검엽의 우수가 눈앞의 그물로 두부처럼 파고들었다. 말 그대로 그의 손은 그물 사이를 파고들었다.

 게다가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엄호태가 그의 손길을 의식했을 때는 벌써 혈루점망에 구멍이 뻥 뚫린 후였다.

 엄호태의 얼굴이 시퍼렇게 물들었다.

 자신이 만든 혈루점망에 어처구니없게도 구멍이 난 것이다. 평생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사람의 주먹이 어떻게 일 촌도 안 되는 혈루점망의 틈을 저렇게 수월하게 파고들 수 있단 말인가.

 검엽이 노굉의 개산권과 이천릉의 추뢰섬전수에 구환공의 권법 요결에서 얻은 심득을 더해 창안한, 겁천벽뢰타(劫天劈雷打)의 여섯 초식 가운데 쾌의 요결이 집대성된 섬전벽뢰의 초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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