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천마검엽전 더보기

스낵북
https://snackbook.net/snack/31...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17 화
작성일 : 16-07-18 14:40     조회 : 571     추천 : 0     분량 : 860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검엽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는 운려의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죽립을 벗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나 외모가 어떤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했다.

 그가 기억하는 자신의 얼굴은 일곱 살 때의 것이었다. 그 후로는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곱 살 때의 자신의 얼굴이,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적어도 운려가 말한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설령 자신의 외모가 운려가 말한 것과 같이 지독한 추남이라도 상관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심안으로 보는 세상은 흑과 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윤곽의 선만이 백색일 뿐 모든 것이 흑색인 세상.

 그런 세상에서 겉으로 보이는 미추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운려의 말을 들은 오유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이든 말든, 그는 다시 한 잔의 술을 따랐고 천천히 그것을 마셨다.

 오유진을 비롯한 일행은 더 이상 검엽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행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운려의 말에 깃든 뜻, 관심을 끊으라는 의미를 알아차린 것이다.

 ‘일곱……. 한 명이 늘었군.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다섯 패라……. 다섯 개의 조직에 속한 자들이라고 봐야 하나. 많기도 하군. 흠, 한 사람은 주의하지 않았다면 놓칠 뻔했다. 첫 걸음부터 거슬리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긴장이 필요할 거 같구나.’

 검엽은 입구에 있는 상인 차림의 두 명과, 일행과 탁자 세 개를 사이에 둔 건너편의 흑의인 두 명, 끝 쪽 창가에 앉은 어눌한 기색의 낙척문사와 중앙의 허름한 마의중년인, 그리고 안쪽 구석 자리에 앉은 반백의 농부의 기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 중 반백의 농부를 제외한 여섯 명은 일행이 정박한 포구에서부터 따라온 자들이었다.

 반백의 농부는 일행이 이곳에 들어온 후 따라 들어왔고.

 ‘아무도 저들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나 본데……. 조 대협도 다르지 않은 기색이고. 왜지?’

 탁자 두 개 건너편에 앉은 조운상과 호위무사들에게서 일말의 긴장된 기색이 엿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 긴장감은 산장을 떠날 때부터 그들에게 흐르던 기운이다.

 변함없는 그들의 기운은 일행을 감시하는 자들의 기척을 모르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과 달리 검엽은 여섯 명의 사내가 포구에서부터 일행을 따라붙을 때 기척을 알아차렸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자신의 일행을 끊임없이 훑는 그들의 살 같은 시선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최대한 기세를 감춘 시선이라 하나 그 시선에는 일반인에게 없는 기운이 실려 있었다.

 검엽은 그 기운을 느낀 것이다.

 그가 느낀 기운의 주인들이 알았다면 기함할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조직에서 철저한 훈련을 받았다. 그 훈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은(隱)이었다.

 자신을 감추는 것.

 정보를 취급하는 조직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자들에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게다가 그들이 속한 조직은 무림의 조직이었다. 때문에 그들이 받은 훈련 중 가장 혹독한 것은, 고수들의 감각으로부터 벗어나는 훈련이었다.

 그런 그들의 기척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린 검엽이 이상한 사람이었다. 알아차리지 못한 다른 일행은 오히려 정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알아봐야겠지…….’

 검엽의 미간에 작은 골이 파였다.

 그는 운려의 강요(?)로 시작된 이 년 동안의 계약(?)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임하거나, 주어진 일을 회피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무공을 익혔지만 스스로를 무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武)를 통해 입신양명하고자 하는 꿈을 꾼 적도 없었고, 무(武)로 도(道)에 이르고자 하는, 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꾸어보는 꿈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는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가문을 마음속에 묻으며 삶의 열정도 함께 묻었다.

 열한 살 때.

 그러나 스스로를 평범하게 여기고자 한다고 해서 천부적인 능력이 어디로 가지는 않는다.

 그 능력 가운데 하나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면 나타나는 얼음처럼 차갑고 강철처럼 단단한 정신력이었다.

 일곱 살의 나이에 시력을 포기할 정도로 냉철했던 그의 정신.

 그 냉철한 정신은 산장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이 발을 들여놓은 곳이 어딘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무림(武林).

 도산검림이라 표현되는 무인들의 세계.

 방심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 목이 달아날지 모르는 곳.

 당세 무림은 무림사에 드문 세 개의 초거대 세력이 각축하고 있는 전장(戰場)이었다. 더구나 그는 그 전장의 울타리 안에 있었다.

 그가 발을 들여놓은 곳은 그런 곳이었다.

 그는 그런 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남에게 이용당하거나 목이 달아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평범하게 살다 죽을 수 있기 위해서는, 무림에서 어떻게든 이 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어이, 주인집 딸!]

 운려의 어깨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찰나지간 그녀의 눈에 놀람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전음?’

 전음(傳音)은 기(氣)를 음파의 형태로 변형시켜 타인의 귀에만 들리도록 보내는 공부다.

 섬세한 기의 운용과 그에 걸맞은 내공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공부이기 때문에, 절정을 바라보는 고수가 아니라면 시전할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전음을 구사할 수 있는 자의 능력은 최소한 일류의 끝에 서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섯 분 노야께서 엽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호언장담했을 때 의구심을 가졌었는데…….’

 운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검엽이 천재라는 것과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건 그녀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얽힌 사연도 있어서 무공에 대한 그의 이해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녀가 아는 검엽은 무공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녀 앞에서 무공을 펼친 적은 더욱 없었다.

 당연히 그녀는 검엽이 현재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검엽을 와호당에서 끌어낸 것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의 무공에 대한 기대는 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검엽이 지닌 무력의 일단을 엿본 것이다.

 앞에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지금, 주변에 강한 고수가 있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뒤를 맡길 수 있는 강한 고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었고.

 [왜?]

 [우리를 감시하는 자들이 있다.]

 [……?]

 살짝 고개를 숙인 운려의 눈에 놀란 빛이 떠올랐다.

 [우리, 감시당할 만한 거냐?]

 검엽의 질문에 운려는 고개를 들며 피식 웃었다. 놀란 기색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소패왕이라고 불릴 만큼 대범한 그녀였다. 감정의 동요가 길게 갈 리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놀란 것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감시자를 검엽이 알아차린 것 때문이었다.

 감시자들 때문이 아닌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조용하던 무맹이 벌인 일이니까 관심을 가지는 자들이 있을 거야.]

 [감시당할 만하다는 말이군.]

 [그런 자들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어. 정무총련이나 천추군림성에서 주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그들 말고도 더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말이야.]

 [내버려 둬도 돼?]

 [우리는 무맹의 권역 내에서 이동하고 있어. 그들도 정보를 수집하는 일 이상은 벌이지 않을 거야. 무맹의 행사에 관심을 가지는 자들이 타초경사할 만큼 어리석은 자들이겠어? 우리가 그들을 끌어내기 위해 쓰이는 미끼도 아니고.]

 검엽은 손안에 든 술잔을 어루만지듯 돌렸다.

 그는 운려가 하는 말의 이면에 복잡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무맹의 내부 사정에 대해 무지한 그였다. 관심이 없어 알아보려 한 적도 없었다.

 물론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것만큼은 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잘 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가 아무리 천재라도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다.

 운려의 질문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를 일깨웠다.

 [몇 명인지 알 수 있어?]

 [일곱.]

 운려의 눈이 빛났다.

 [수준은?]

 [여섯은 고만고만해. 하나는 여섯보다 조금 낫고.]

 말과 함께 검엽은 운려에게 일곱 명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녀도 알아야 했으니까.

 술잔을 들며 검엽이 말해준 자들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살펴본 운려의 콧날에 슬그머니 주름이 잡혔다.

 고만고만하다거나 좀 더 낫다는 검엽의 표현은 그의 기준에 맞춘 것이었다.

 검엽의 정확한 능력을 알지 못하는 그녀가 그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는 일. 일행을 감시하는 자들의 능력도 어림짐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섯은 일류를 전후한 실력 같은데……. 한 명은 엽이가 말해주었는데도 기척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하게 훈련받은 자다. 엽이의 이목이 생각보다 더 좋구나. 그나저나 저들 중에 산장의 밀각에서 보낸 사람은 포함되어 있지 않겠지. 차 각주님이 엽이의 감각을 피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사람을 보냈겠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그녀가 말했다.

 [항주까지 계속 따라올 놈들이야. 위험하게 굴지만 않으면 그냥 두자.]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알아서 해. 그래도 한 놈은 어디서 보낸 놈인지 알아봐야 할 거 같다.]

 [좀 더 낫다는 놈?]

 [그래.]

 [왜?]

 [맘에 안 들어.]

 [응? 뭐가?]

 [그런 게 있다.]

 술잔을 내려놓던 검엽이 말을 이었다.

 [그놈이 나간다. 갔다 올게.]

 그가 주목한 일곱 명 중, 낙척문사 차림의 장년인이 일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시간 내에 돌아오겠다.]

 [혼자 가도 되겠어?]

 [혼자가 편해.]

 [알았어. 조심해. 무리하지 말고.]

 자음자작하던 검엽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일층으로 내려가자, 운려를 제외한 일행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그들 중에는 기분이 상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검엽의 등을 보며 내뱉은 운려의 한마디가 장내를 단숨에 정리해 버렸다.

 “분위기 깰 거면 배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위천곡 등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다물고 허리를 세운 채 한 손만 움직여 자음자작하는, 검엽의 기묘하게 정적인 태도가 일행의 분방한 분위기를 망치고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무창의 명물 황학루 주변이다.

 게다가 계절은 봄의 절정인 오월. 휘영청 달마저 밝은 초저녁의 거리는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빠른 놈이군.’

 검엽은 소리 없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낙척문사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의 목표에 의식을 집중하는 경우, 그의 감지력은 이십 장 이내에서는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

 낙척문사는 그와 이십 장 이상의 거리를 벌린 것이다.

 그가 낙척문사를 따라 일어선 지 다섯을 셀 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쉴 새 없이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붐비는 거리의 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한 속도였다.

 하지만 검엽은 낙척문사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염려하지도 초조해하지도 않았다.

 그는 목표가 일백 장을 벗어나지 않는 한, 상대가 누구라도 그를 추적할 자신도, 능력도 있었다.

 ‘다른 자들과 달리 그자의 눈에서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느낌이 너무 강해.’

 청학루의 입구를 일 장 정도를 벗어나 처마 밑에 선 그는 정신을 집중했다.

 주루의 입구에서 손님을 맞으며 힐끔힐끔 검엽을 살피던 점소이 구삼은 갑자기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식은땀이 송골송골 솟으며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느닷없이 귀신들이 돌아다니는 공동묘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주루의 문을 부여잡았다. 안 그러면 쓰러질 것 같았다.

 ‘빌어먹을. 요새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몸이 허해졌나 보다. 그러게 일은 요령껏 해야 되는데 뭔 영화를 보겠다고 몸이 상할 정도로 일을 했을까. 염병.’

 검엽은 점소이의 기운이 급격하게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심령에 타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와 점소이의 거리라고 해봐야 일곱 자가량이다.

 귀기(鬼氣)를 산장 밖에서 운용한 적이 없어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었는데, 그 거리가 일곱 자인 듯했다.

 점소이보다 조금이라도 뒤쪽에 있는 사람들의 기운은 변화가 없었다.

 그가 귀기를 운용한 시간이 길었다면 점소이는 기절했을 것이다.

 기절이라는 말 그대로 기가 끊어져서. 하지만 다행히 검엽이 귀기를 운용한 시간은 눈을 서너 번 깜박일 정도에 불과했다.

 검엽은 큰 걸음으로 처마 밑을 벗어났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헤치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리로부터 십여 장 위의 허공에 떠 있던, 형체가 없는 무언가도 함께 움직였다.

 ‘귀응(鬼鷹)을 이런 일에 쓸 줄은 몰랐군.’

 그는 떨떠름한 기색이었다.

 유용함만을 본다면 두말이 필요 없는 존재였지만, 또한 정말 쓰고 싶지 않은 것이 저것이었다.

 불러내자마자 단숨에 그의 전신을 채우는 활력과 상쾌함.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아는 그였기에 더욱 좋아할 수 없었다.

 그 느낌은 그가 잊고자 그처럼 노력했음에도, 한순간도 잊을 수 없던 가문의 기억을 일깨우는 것이었으니까.

 십 장 상공에 떠 있는, 형체가 없는 것의 이름은 귀응.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에게는 생명이 있는 다른 존재와 마찬가지로 심안에 비쳐졌다.

 그가 불러낸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의 심안에 비쳐진 귀응은 현실의 매와 같은 모습이었다.

 날개와 꼬리 부분에서 검은 기운을 안개처럼 흘리며 날아다니는 매의 형상.

 그가 사라진 낙척문사를 어떻게 쫓을지 걱정하지 않은 것은 귀응이 있기 때문이었다.

 귀응은 그와 심안으로 연결되어 있어, 귀응이 보는 것은 그도 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그에게 이러한 능력을 가능케 해준 풍도문의 비전을 전한 구양문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사실 검엽은 다섯 노인의 가르침 중 구양문의 가르침을 가장 소홀히 했다.

 구양문이 애걸복걸하지 않았다면 배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인들의 가르침 중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룬 것은 구양문의 가르침, 풍도문의 비전이었다.

 그의 피에 흐르는 일족의 능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는 탐탁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노인들의 절학과는 달리 풍도문의 공부는 수련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성취를 높여갔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것이, 그로 인해 얻은 능력 중의 하나였다.

 날개를 활짝 편 귀응은 무서운 속도로, 검엽을 중심으로 하는 사방 일백여 장을 훑었다.

 그리고 귀응과 연결된 심안으로 검엽은 곧 그가 찾던 낙척문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행은 의식적으로 검엽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검엽이 사라진 계단을 바라보던 오유진이, 반짝이는 눈을 들이대며 운려에게 물었다.

 “언니, 저 사람 얼굴이 정말 그렇게 못생겼어요?”

 “못 믿겠어?”

 운려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오유진은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옥으로 빚은 것처럼 고운 사람의 얼굴이 천하제일추남이라고 하면 그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손?”

 술잔을 한입에 털어 넣은 운려는 풀썩 웃었다.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가 말했다.

 “진 매, 관찰력이 좋네. 그런데 검엽에게 너무 관심 갖지 마. 득 될 게 없어.”

 오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못생겨서요?”

 ‘못생기긴, 너무 잘생겨서 탈이지. 그것도 아주 끔찍하게 잘생겼지. 네가 보면 아마 넋이 반쯤 나갈 거야.’

 운려는 잔에 술을 따르며 대답했다.

 “생김새 때문이 아니야.”

 “그럼요?”

 “성격 때문에 그래.”

 “성격이요?”

 오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위천곡 등도 의아한 얼굴이긴 마찬가지였다.

 검엽이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말 한마디 없어 껄끄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성격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단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가 맹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운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녀의 눈은 깊었다.

 ‘열한 살 이전에 대한 얘기는 나도 듣지 못해서 몰라. 하지만 그가 와호당에서 산 날들은 잘 알지. 검엽의 또래 친구는 나 하나야. 검엽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모른단 말야. 그는 성격이 괴팍하기로 무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노인들에게 둘러싸여 큰 거라고. 그런 날들 속에서 성장했는데 성격이 정상이라면 그게 비정상이지. 게다가 검엽은 생각하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아주 많이 달라. 사귄 지 몇 년이 흐른 뒤에야 나도 안 사실이지만… 노야들 얘기로는 와호당에 왔을 때부터 검엽은 무척 특별했었다고 한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진 매,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거야. 말로 해서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관심을 갖지 마. 그게 속 편해.”

 위천곡 등은 운려의 말대로 할 생각이었다.

 검엽의 풍모가 특이하긴 했지만 산장에는 그보다 특이한 사람도 많았다.

 일행이어서 신경이 쓰였을 뿐, 굳이 그들이 검엽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오유진은 달랐다.

 운려의 말은 검엽에 대한 그녀의 관심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운려는 여자지만 감성은 오히려 남자에 가까웠다. 그녀가 오유진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제 24 화 2016 / 7 / 18 608 0 9044   
23 제 23 화 2016 / 7 / 18 578 0 8274   
22 제 22 화 2016 / 7 / 18 544 0 7312   
21 제 21 화 2016 / 7 / 18 617 0 6288   
20 제 20 화 2016 / 7 / 18 605 0 6034   
19 제 19 화 2016 / 7 / 18 575 0 7169   
18 제 18 화 2016 / 7 / 18 586 0 7426   
17 제 17 화 2016 / 7 / 18 572 0 8604   
16 제 16 화 2016 / 7 / 18 593 0 8265   
15 제 15 화 2016 / 7 / 14 567 0 6837   
14 제 14 화 2016 / 7 / 14 610 0 6690   
13 제 13 화 2016 / 7 / 14 617 0 5729   
12 제 12 화 2016 / 7 / 14 657 0 4540   
11 제 11 화 2016 / 7 / 14 583 0 5784   
10 제 10 화 2016 / 7 / 12 630 0 7963   
9 제 9 화 2016 / 7 / 12 637 0 8857   
8 제 8 화 2016 / 7 / 12 622 0 6897   
7 제 7 화 2016 / 7 / 12 612 0 7029   
6 제 6 화 2016 / 7 / 12 677 0 6293   
5 제 5 화 2016 / 7 / 12 645 0 4189   
4 제 4 화 2016 / 7 / 12 613 0 5784   
3 제 3 화 2016 / 7 / 12 627 0 8195   
2 제 2 화 2016 / 7 / 12 598 0 6532   
1 제 1 화 2016 / 7 / 12 944 0 401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21세기 무인
임준후
철산대공
임준후
철혈무정로
임준후
천명
임준후
켈베로스
임준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