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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마검엽전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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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에 지옥이 구현되고 마의 군주가 현신하면 그누구도 그를 막지 못하리라!
이는 태초 이전에 맺어진 혼돈의 맹약, 육신에 머문 자나 육신을 벗은 자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속의 약속일지니……
주검과 피, 그리고 살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장에서 본연의 힘을 되찾게 되는 신마기!
신마기의 주인은 전장을 거칠 때마다 마기와 마성이 점점 더 강해져 종국에는
그 자체를 마(魔)가 된다…….
제어되지 않는 신마기…
이는 곧 혼돈의 저주, 겁화의 재앙이다!

 
제 16 화
작성일 : 16-07-18 14:37     조회 : 591     추천 : 0     분량 : 8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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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장

 

 

 

 대륙무맹의 사자가 소식을 전하고 간 후 칠 일 동안, 척천산장은 저잣거리처럼 부산스러웠다.

 승룡단에 속할 후기지수들을 선별하고, 더불어 출발 준비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후기지수들이 오월 말까지 무맹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무맹의 총타는 절강의 항주에 있었고, 그곳은 장강의 물길을 이용한다 해도 보름이 넘게 걸리는 먼 곳이었다.

 무맹에서 요구한 후기지수들의 숫자는 오십 명이었다.

 소진악은 칠 일에 걸친 고심 끝에 후기지수들을 선별했다. 그들 중에는 검엽은 물론이고 산장의 유일한 후계자인 소운려도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올리고 돌아서는 젊은이들의 등을 바라보는 소진악의 안색은 굳어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웃을 거라 평해질 만큼 호방한 그에게선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산장의 주요 대소사를 회의하고 결정짓는 척천전의 입구 계단 위에 뒷짐을 지고 선 그를 중심으로, 폐관하고 있다고 알려진 두 명의 제자를 제외한 산장의 요인들이 시립해 있었다.

 산장의 살림을 맡고 있는 총관 석충명을 비롯해 이원, 이각, 사전의 수뇌들이 모두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대로변에는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어둡다고까지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표정이 밝은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전면, 산장의 대문까지 일직선으로 난 오 장 넓이의 대로를 채우며 걸어가고 있는 오십 명의 젊은이 중에는 그들의 피붙이가 섞여 있는 것이다.

 “걱정되지요, 장주?”

 소진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던 이천릉이 퉁명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다른 노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자를 닮은 소진악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당주께서는 이번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오.”

 오십 대 후반의 소진악과 이천릉은 스물다섯 살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난다. 무림의 배분으로 따진다면 근 한 배분의 차이. 반공대로 대할 수 없는 배분이다.

 그러나 소진악은 척천산장의 주인이고, 이천릉은 신분이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그 수하에 있는 사람이다.

 완전한 공대는 오히려 비례(非禮)였다.

 “킁.”

 이천릉은 기괴한 콧소리를 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려아만 껴 있지 않아도 괜찮았을 거외다.”

 “그 아이의 고집이 어떤지는 당주도 아시지 않소.”

 “그래도 그렇지. 킁.”

 예의 콧소리.

 어느새 엄지손가락만큼 작아진 산장의 후인들을 보는 소진악의 두 눈이 깊어졌다.

 오월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대로의 좌우에 심어진 십여 장 높이의 거목들 사이를 걸어가는 젊은이들의 어깨 위로, 은가루처럼 빛나는 햇살이 내려앉는다.

 소진악이 웃으며 말했다.

 “당주도 날 걱정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 듯하오만…….”

 그의 시선은 젊은이들의 선두를 향해 있었다. 젊은이들은 이미 백여 장 정도까지 멀어졌지만, 그의 안력이 방해받을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가장 선두에 선 자는 사십 중반의 화의를 입은 사내였다.

 그의 이름은 조운상. 산장의 무력을 담당하고 있는 척천전의 척천일대주였다.

 그는 전주와 부전주에 이은 척천단의 삼인자일 뿐만 아니라 호남십대도객의 일인으로 꼽히는 도법의 고수였다.

 그는 산장의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삼십 명의 수하와 함께, 무맹까지 산장의 후인들을 안전하게 호위하는 책임을 맡고 있었다.

 평소라면 산장의 공식 서열 오십 위 안에 드는 요인인 그가 단순한 호위를 맡을 리 없었다.

 그러나 오십 명의 젊은이 중에는 산장의 후계자인 운려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보다 더한 사람이 호위를 맡아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견 무인이었고 지리에 밝았다. 무맹에 도착할 때까지 산장의 후인들은 그의 지시를 따르도록 되어 있었다.

 후인들 중에는 조운상이 어려워할 사람도 몇 섞여 있었지만 지휘권은 그에게 주어졌다.

 만일에 발생할 수도 있는 곤란한 상황에서, 경험이 일천한 산장의 후인들이 그보다 더 나은 대처를 할 리는 없었으니까.

 조운상의 한 걸음 뒤에서 언제나처럼 적색 장포를 입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남녀 구분이 모호한 사람이 그의 딸 운려였다.

 운려를 일별한 소진악의 시선이,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훤칠한 키의 죽립흑의인을 향했다.

 흑의인이 쓴 죽립은 약간 특이했다. 챙이 넓고 그 모서리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면사가 원형으로 매달려 있어, 생김새를 알아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소진악의 시선이 닿은 흑의인을 본 이천릉은 예의 콧소리를 냈다.

 “킁.”

 “당주가 제자를 키운다는 얘기는 들었소만 그동안 소개를 시켜주지 않아서 늘 궁금했소. 괜찮겠소?”

 검엽은 그의 제자가 아니다. 그러나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다. 이천릉은 손으로 허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차피 칼날을 밟고 사는 게 무인의 인생. 죽고 사는 건 저 녀석의 운명이 아니겠소이까. 다 큰 놈 따라다니며 지켜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외다.”

 작은 체구에 백발이 성성한 이천릉이 허리를 두드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촌로였다. 누가 그를 보고 절정의 고수라 하랴.

 “하하하.”

 소진악은 나직하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제자를 보내면서도 태평해 보이는 이천릉의 모습이 그의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그가 아무리 담대하고 호방한 사람이라 해도 마흔이 넘어 얻은 일점혈육, 그것도 아들이 아닌 딸을 전장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보내는데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앞을 보지 못하는 제자를 험한 곳으로 보내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당주가 참 대단하오.”

 이천릉은 피식 웃었다.

 “앞 못 보는 게 무에 그리 대수겠소.”

 “호오!”

 소진악의 눈이 호기심에 젖었다.

 그는 선발 과정에서, 검엽이 맹인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것을 알고 승룡단에서 제외시키려고 했었다.

 그랬던 그가 검엽을 승룡단에 포함시킨 것은 검엽을 포함시켜 달라는 운려의 고집스런 주장보다도, 이천릉이 포함시켜도 상관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당주가 그리 말할 정도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소.”

 “그러시구려. 가르칠 건 다 가르쳤소이다. 죽기 싫으면 제 놈이 알아서 할 거요.”

 심드렁한 어투.

 하지만 소진악은 이천릉의 말에 깃든 강한 믿음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칠백의 무인과 일만의 식솔을 거느리고 있는 그가 아닌가.

 이제는 까마득히 멀어진 젊은이들을 향하는 그의 눈에 강한 빛이 떠돌았다.

 ‘고검엽이라……. 차 각주가 예전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 게다가 이 당주가 저리 말할 정도면 범상한 아이는 아닐 터인데……. 흠, 오령(五靈)에게 틈틈이 살펴보라 해야겠구나. 그건 그렇고, 이 노인네가 쓸 만한 녀석을 키웠으면 말이라도 해줬어야지, 장주 알기를 호구로 알고 있으니.’

 소진악이 가는 눈으로 째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천릉은 어구구 하며 허리만 두드릴 뿐이었다.

 

 오월도 중순이 다 되어가는 어느 날,

 검엽은 그렇게 산장을 나섰다.

 

 ***

 

 산장의 후예들이 항주로 가는 행로는 뱃길이었다.

 상음에서 오십 리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천하제일대호(天下第一大湖)라는 동정호가 있었고, 동정호에서 배를 이용해 장강의 물길을 타면 강소성 남경까지는 육지를 밟지 않아도 되었다.

 남경에서 항주까지는 말을 타고 닷새 거리다.

 척천산장은 대륙무맹이라는 초거대 세력의 한 축을 지탱하는 무림세가이기도 했지만, 대륙십대상단 중 하나라는 호남상단을 운영하는 상인 가문이기도 했다.

 산장에서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호남의 주요 생산물인 쌀과 모시풀이었고, 그들을 대륙 전역으로 운송하는 주된 경로가 장강을 이용하는 물길이었다.

 산장은 당연히 거대한 상선을 수십 척 소유하고 있었고, 운려 일행이 탄 배도 그 상선들 중 하나였다.

 산장을 떠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저녁 무렵, 운려 일행을 태운 상선은 호북성 무창(武昌)에 도착했다.

 일행의 호위 책임자인 조운상은 무창에서 하루를 머물 것이라고 말한 후 하선을 허락했다. 대륙 중동부를 세력권으로 하는 무맹이다.

 무창도 무맹의 영향력 하에 있는 도시, 하선한다 해도 불상사가 생길 염려는 없었다.

 현재의 삼패세는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상대 세력의 중심 영역 내에서 공개적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각 세력의 경계를 이루는 지역은 예외였지만.

 사흘 동안 배 안에만 있었던 터라, 운려 일행은 환호작약하며 하선했다. 무맹에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마냥 긴장하기에는 그들이 너무나 젊었다.

 포구에 있다가, 영기 발랄한 오십 명의 청춘 남녀가 우르르 배에서 내리는 것을 본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배의 선수에 척천산장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데다 오십 명의 남녀 중 태반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어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은 빠르게 사라졌다.

 무림인들에 대한 공연한 호기심은 만수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산장의 후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흩어졌다.

 조운상이 제한 시간으로 정한 내일 오전 진시 말까지만 배에 타면 되었다.

 조운상과 일백 장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긴 해도, 거리 외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하룻밤의 자유가 어딘가. 제한 시간 내로 아무 때나 돌아오면 되었지만 아무도 그전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흩어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날듯이 가벼웠다.

 조운상의 부하 삼십 명은 이인 일조를 이루어 십여 장의 거리를 두고 흩어지는 젊은이들의 뒤를 따랐다.

 조운상은 그들에게 산장의 후인들에 대한 호위와 더불어 그와의 연락을 맡으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날 새우며 한잔 거하게 해볼까? 오늘 밤 잠잘 사람 없잖아?”

 포구를 벗어나던 운려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걸음을 옮기던 육남 삼녀 중 여덟 명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한 명은 눈을 빛낼 수 없다.

 칠 척 가까운 키에 이백 근이 넘는 육중한 체격의 청년이 걸걸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올시다, 소장주.”

 왼손에 든 넉 자 길이의 대감도를 휘저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싱긋 웃었다.

 그의 이름은 위천곡. 척천전주 대력패도(大力覇刀) 위경의 아들이다.

 발군의 도법과 두주불사의 주량은 부친에 버금간다는 평을 받는 청년이기도 하고.

 “항주까지 가는 행로 중에 이런 날이 다시 오리란 보장이 없으니 저도 소장주의 의견에 따르렵니다.”

 위천곡의 뒤를 이어 말한 청년은 평범한 체구에 평범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신분은 평범하지 않았다.

 산장의 정보를 관장하는 밀각의 각주 비연신(飛燕身) 차미중의 아들 차종헌이 그였다.

 열일곱에서 스물한 살의 비슷비슷한 나이들인 그들의 마음은 운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려와 함께 걷고 있는 육남 삼녀 중 팔 인은 산장의 기둥인 이원, 이각, 사전을 맡고 있는 요인들의 후예였다.

 무골호인처럼 늘 웃는 통통한 청년 마천중은 호남상단의 경영을 맡고 있는 금사원주 천낭복호(天囊伏虎) 마유렴의 장자였고, 차분한 인상의 미녀 석자연은 산장의 살림을 책임진 천주원주 총관 석충명의 장녀였다.

 차종헌은 밀각주 비연신 차미중의 삼남, 한기가 풀풀 날리는 냉막한 표정의 육청기는 산장의 내부 비리 색출과 형벌을 책임진 천형각주 무정철심(無情鐵心) 육곤의 차남, 위천곡은 척천전주 대력패도 위경의 장자, 눈매가 날카로운 송여경은 산장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천호전주 낙일검(落日劒) 송대산의 차녀, 둥근 눈이 귀여운 오유진은 상단 호위를 맡은 상호전주 철수추운(鐵手追雲) 오학손의 삼녀, 입꼬리가 치켜 올라가 약간 오만해 보이는 수려한 외모의 청년은 요인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와룡전주 구지룡(九指龍) 진백의 차남 진월성이었다.

 그들 중에는 장남이나 장녀도 셋이나 되었고, 하나같이 직계 후손이었다. 한 사람만 빼고.

 운려가 그 한 사람에게 말했다.

 “빠질 생각 하지 마!”

 자신의 의사를 묻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바로 못을 박는 말이어서 검엽은 혀를 찼다.

 그리고 위천곡을 비롯한 일행은 검엽을 대하는 운려의 태도에 내심 고개를 갸우뚱했다.

 운려는 결정된 일은 끝까지 관철하는 고집과 추진력이 있었다. 그러나 독선적이지는 않았다.

 결정을 할 때까지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고, 아무리 사소한 의견이라도 무시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것을, 그들은 여지껏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운려가 왜 검엽을 그리 대하는지 알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들이 검엽을 본 것은 산장을 떠나기 전 소진악에게 인사할 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그전에는 산장에 검엽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그들은 몰랐다. 와호당의 호법들이 가르치는 제자가 몇 명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하지만 그 제자 중에 검엽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처음 본 그날부터 지금까지 검엽은 사람들과 있을 때 어깨까지 내려오는 면사로 빙 둘러처진 죽립을 썼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도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운려의 속내를 짐작하는 이는 검엽뿐이었다. 그가 사람들과 섞이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운려는 안다.

 그녀가 끌고 나오지 않았다면 그는 배에서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혀를 찬 검엽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가 술을 마셔본 경험이라고는 운려가 가끔 품에 숨겨 가지고 왔던 소홍주를 그녀와 나눠 마신 게 전부였다.

 다 합쳐도 다섯 번이 되지 않았고, 그 양도 매번 한 병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마셨던 술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조금 나른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 그것이 운려와 함께 마셨던 술에 대한 그의 기억이었다.

 모두의 의견이 일치되자 위천곡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나이는 스물하나로, 일행 중 차종헌과 더불어 가장 나이가 많고 여행 경험도 풍부했다.

 그는 예전에 무창에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어서 무창의 지리에 밝았다. 당연히 좋은 술을 어디에서 파는지도 잘 알았다.

 그가 일행을 이끌고 간 곳은 무창의 명물 황학루가 코앞에 보이는 이 층 주루였다.

 이름도 황학루와 비슷한 청학루는 상당히 유명한 곳인 듯, 일행이 들어섰을 때 이백여 평에 달하는 일층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입구에서 일행을 맞은 점소이는 위천곡과 구면인 듯,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일행을 바로 이층으로 안내했다.

 구면이 아니더라도 점소이로서는 일행을 번잡한 일층 자리로 안내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강 변에 자리 잡은 마을에서 눈치로 먹고사는 사람들 중 일행의 가슴에 수놓인 곧추선 은빛의 검, 척천산장의 표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이층에도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일층에 비할 정도는 아니어서, 삼분지 일쯤은 비어 있었다.

 일행이 이층에 오르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범상치 않은 풍모의 젊은이들이다.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점소이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의 시선은 곧 사라졌다. 그래서 일행의 뒤를 따라 이층에 올라온 조운상과 척천단의 호위무사 세 명은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창가에 면한 커다란 탁자로 다가간 일행이 자리에 앉자, 위천곡은 익숙하게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일각 후 형형색색의 음식이 탁자 위를 가득 채웠다.

 검엽은 홀로 자음자작했다.

 그는 일행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었고 다른 일행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깨뜨리려 하지 않았다.

 검엽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주목하지 않는 걸 원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데리고 온 운려가 그를 소개하지 않은 터라 먼저 말을 걸기가 껄끄러웠다.

 하지만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그 부자연스러움을 깨뜨리려 시도하는 사람이 나왔다.

 “왜 죽립을 벗지 않는 거예요?”

 맑고 커다란 둥근 눈을 빛내며 검엽에게 질문한 사람은 오유진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이 검엽의 전신을 훑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마늘쪽 같은 코와 도톰한 입술을 가진 그녀는 열일곱 살로 일행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그 나이와 귀여운 외모 때문에 승룡단의 사내들이 가장 아끼는 소녀였다.

 빈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던 검엽은 쓴웃음을 지었다. 죽립의 끝에 병풍처럼 빙 둘러 어깨까지 내려온 면사 때문에 사람들은 그 웃음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운려는 지금 그의 얼굴이 어떨지 알 것이다.

 산장을 떠날 때 면사가 달린 죽립을 준 사람도 그녀였고, 절대로 벗지 말라고 한 사람도 바로 그녀였으니까.

 그의 마음이 전달된 걸까.

 운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천하제일추남이야. 얼굴에 종횡으로 난 칼자국도 많아. 귀신도 기겁할 얼굴이지. 그러니까 진 매도 그의 얼굴을 보려 하지 마. 장담하는데, 그의 얼굴을 보게 되면 끔찍한 악몽을 꾸게 될 거야.”

 그녀의 말에 오유진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했다. 당사자를 면전에 두고 한 말이다. 농담이 아니라면 당장 주먹이 날아갈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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