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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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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문학의 선두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유호 작가의 장편소설.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등 국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검은 세력과 한국 정계 고위층의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차승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국 정보기관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 간의 대립을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돈과 권력, 정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와 국제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플롯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흡인력으로 찾아왔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해양경찰, 차가운 이성과 날렵한 몸을 가진 미모의 필드요원, 스마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천재 해커,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여고생. 이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다국적 로비스트의 존재, 그들과 손잡은 정계 고위층의 비리 등 한국 사회 이면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난다.

 
제 21 화
작성일 : 16-07-18 11:34     조회 : 638     추천 : 0     분량 : 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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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바이크를 잡겠다고 따라온 놈들은 대략 여섯 정도, 본대와 분리된 이상 처리는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기분 좋게 슬라이드를 당겼다 놓았다.

 “준비됐어?”

 “언제든지.”

 “가자.”

 나란히 일어선 두 사람은 멀리 보이는 빛과 연기 기둥을 향해 자동차 시동을 걸듯 천천히 발을 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커먼 실루엣 몇 개가 어른거리고 총구 화염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총구 화염을 향해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쾅!

 똑같이 한 발씩 쐈는데 두 놈이 동시에 쓰러졌다. 기대대로 오지연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갑자기 둘이 사라지자 나머지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나 한 놈은 겁 없이 칼을 역수도로 잡고 달려들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보폭을 늘이면서 놈의 다리에다 총탄을 박았다.

 “미친놈.”

 “으아아!”

 놈은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고 풀썩 주저앉았다. 나머지 셋은 아예 등을 보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무기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무조건 달려들었다가 진짜 총탄이 날아다니자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거리가 줄어들면서 안개처럼 자욱한 연기 사이로 소화기를 들고 뛰는 놈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불길이 거의 연쇄 폭발 수준이어서 컨테이너에 달려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손바닥만 한 승용차용 소화기 하나 가지고는 진화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상황은 의도대로 전개된 셈, 컨테이너는 벽과 뚜껑이 모두 날아가서 산소 공급도 충분했고 이젠 트럭 캐빈까지 불이 붙어 뭉게구름 같은 시커먼 연기를 줄기차게 뿜어냈다.

 몇 발짝 더 걷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고함 소리가 가까워지고 급기야 덩치들 몇 놈이 두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는 소화기를 들고 있는 놈을 대충 조준해서 세 발을 연속해서 쐈다.

 어차피 거리가 멀어서 맞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놈이 기겁을 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근처에 탄착점이 나온 모양이었다.

 “저 새끼들 발라버려!”

 중간보스쯤 되는 놈이 전화기를 집어 던지면서 길길이 악을 썼다.

 주변에 멍하게 서 있던 10여 명이 일제히 돌아서서 두 사람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는 씩 웃었다.

 50미터가 훨씬 넘는 먼 거리지만 덩치 10여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자 제법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는 오지연과 슬쩍 눈을 마주치고 가장 앞장선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콰쾅!

 세 발 연속 사격, 그런데 조준했던 놈이 아니라 그 옆에서 뛰던 놈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쓰게 입맛을 다시면서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어 오지연까지 조준 사격을 시작하자 다시 하나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놀랐는지 몇 놈이 잡초 속에 머리를 박았다가 누군가 다시 고함을 지르고 나서야 횡으로 움직여 산개하기 시작했다.

 엉성하지만 그런대로 명령 체계가 잡힌 놈들이었다. 그는 우회하는 놈들에게 연방 방아쇠를 당기면서 오지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돌파, 후퇴?”

 “후퇴, 무리할 필요 없다. 시간은 벌었어.”

 박스 내부까지 완전히 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만 불길이 확실하게 번져버린 상황이라 더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진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최소 30분은 박스에 손을 대기 어려울 것이고 그맘때면 경찰이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는 두말없이 멈춰 섰다.

 “빠지자. 먼저 가.”

 “카피.”

 곧장 돌아선 오지연이 뛰기 시작하자 그는 탄창에 남은 총탄을 모두 비워버리고 탄창을 갈아 끼웠다.

 순식간에 20미터쯤 물러선 오지연이 무릎을 꿇고 견제 사격을 하면서 손짓을 했다.

 그는 우회해서 뛰는 놈 중에 가장 앞장선 놈을 향해 서너 발을 더 쏘면서 뒷걸음질로 몇 발 물러섰다.

 놈의 발밑에서 흙무더기가 튀어 오르고 다급하게 잡초 속으로 머리를 처박는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그는 몇 발 더 물러서다가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무심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오지연을 통과해서 몇 미터쯤 더 뛰다가 똑같이 무릎을 꿇고 방아쇠를 당겼다.

 오지연이 일어서고 아주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심리전

 

 

 

 -경찰은 이번 사건을 폭력 조직 간의 대규모 세력 다툼으로 보고 현지에 합동 수사본부를 차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불법 총기까지 동원된 이번 사건은 1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극단적인 폭력 사태로 발전했으며 트럭과 승용차가 전소되면서 일대 도로가 세 시간 이상 통제되는 혼란…….

 리포터가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동안 화면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화재 현장의 그림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위조지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아직은 위조지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 향후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 안쪽에 일부 남아 있는 멀쩡한 지폐가 눈에 뜨일 테고 어떤 방식으로든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았다.

 “젠장.”

 말없이 모니터를 보던 오지연이 갑자기 욕설을 입에 담으며 먹던 샌드위치를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모두의 시선이 오지연에게 돌아가고 키보드에 코를 박고 있던 이민우까지 눈을 돌리자 차승호가 담뱃갑을 탁자에 던지면서 입을 떼었다.

 “우린 밑진 거 없어. 대충은 태웠잖아.”

 “열 받아서 잠 못 잤다. 장명신, 박춘배, 이 두 연놈 당장 집어 처넣어야 돼. 특히 박춘배 그 자식은 용서가 안 돼.”

 “집어 처넣자는 데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해. 그런데 박춘배는 현직 경찰관인데 어쩌시게, 물증이 하나도 없는데 그냥 잡아다 족쳐?”

 “우리가 언제 증거 가지고 일했냐?”

 “니가 전두환이냐?”

 “경찰관이란 작자가 국가 안보에 크게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을 방조했어. 아니, 결정적으로 도와줬지. 법 따질 계제 아냐.”

 정색을 한 오지연의 대답에 차승호는 싱긋이 웃었다.

 “국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이란 거 맞아. 그것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말이야. 그 국가 안보 어쩌구가 위협을 받을 때마다 국가기관이 법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무슨 헛소리야?”

 “그거 독재로 가는 첩경이야. 여차하면 전부 입 틀어막고 덮는 아주 편리한 논리거든. 그리고 ICC는 엄연히 국가의 예산을 지원받는 국가기관이야. 요 며칠 상황이 애매해져서 이런 말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리지만 그래도 명색이 국가기관인데 무조건 잡아다 족치는 건 아닌 거 같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게 국가기관 꼴이냐? 먼지 풀풀 날리는 창고에서 싸구려 샌드위치 씹는 게? 우린 지금 국가기관이 아니야. 생존을 위해서 싸우는 거라고.”

 “맞아.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 하지만 자칫 헛발질 한 방이면 경찰관을 살해한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어.”

 “빌어먹을.”

 “멀리 놓고 객관적으로 보면 이놈이고 저년이고 다 엮여 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까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가자.”

 “어디부터?”

 “생각 같아서는 당장 장명신 그 여자부터 찾아내서 배후를 캐냈으면 좋겠는데 네 말대로 자진해서 불속에 뛰어들겠다는 놈이 있네.”

 “누구?”

 “아까 충석이 형이랑 잠깐 통화했는데 이따 저녁때 송별회 한다고 오란다.”

 “송별회?”

 “어제 얼굴 봤을 때는 말 한마디도 없더니 오늘 새벽에 퇴근하는데 박춘배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나 송별회해주라고 회식비 줬단다. 냄새 좀 나지 않냐?”

 “박춘배가 널 의심한다는 거야?”

 “일이 제대로 깨졌는데 직전에 내가 얼쩡거렸잖아. 의심하는 게 당연해. 거기다 어떤 경로로든 어제 일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거고 그럼 모르는 게 이상한 거지.”

 “그래서? 아예 멍석을 깔자?”

 “그래, 어차피 회식 자리를 덮치지는 못할 거고…… 회식 끝난 뒤에 달려들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 끝을 보자고. 이참에 해외 도피 실종자를 만들어주자. 봐서 제3국행 일가족 비행기표 예약까지 해주면 금상첨화가 되겠지. 희망 사항이지만 만일 위조지폐 관련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면 컨테이너가 어디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확인이 들어갈 거고 그러면 정석대로 사고 치고 해외로 튄 놈 되는 거야.”

 “생각해둔 거 있어?”

 “백업 좀 해줘. 멍석 깔아주는 김에 제대로 깔아주지 뭐.”

 “얼마든지.”

 

 ***

 

 “2차, 치킨에 생맥!”

 “콜!”

 안영선이 2차를 외치고 곧장 이충석이 되받았다.

 아직 회식 장소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는데 2차가 확정되어버렸고 3차 노래방까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차승호는 쓰게 웃으면서 가까운 주점을 가리켰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얻기 위해 2차를 자신이 쏘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일이 늘어지게 된 셈, 구닥다리 코란도의 불편한 시트에 앉아 무전기에 귀를 기울이는 오지연에겐 좀 지루하겠지만 몇 시간 정도로 불만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었다.

 대부분의 현장 요원이 그렇듯 오지연도 기다림에는 익숙했다.

 맥주와 치킨으로 간단하게 2차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온 건 밤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벌써 춥다 못해 매서워진 칼바람을 맞아서인지 왁자지껄하던 처음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들 가라앉은 표정으로 악수와 함께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부서가 바뀌고 얼마 되지 않아서 오래된 친구가 아니라 엊그제 전입한 직장 동료를 전송하는 가벼운 느낌이 전부일 테지만 그래도 다들 우울한 표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충석이 그를 끌어안으며 등을 팡팡 쳤다.

 “잘 가라, 끅! 건강하고, 자주 놀러 오고. 인마, 알지?”

 많이 취해서 혀가 완전히 꼬부라진 목소리였다.

 “예, 형수님 된장찌개는 최고잖우. 얻어먹어야죠. 흐흐.”

 “그래, 그래, 안…… 그래도 형수가 너 데려오라…… 끅, 더라. 하하.”

 “일단 가죠.”

 먹자골목을 빠져나와 대로로 나서 다시 인사를 나누고 하나둘 흩어지자 이충석이 그의 어깨에 업히듯 엉겨 붙었다.

 “한잔 더 하자, 짜샤.”

 “형님 많이 취했어요. 내일 출근이잖아.”

 “하루 제끼지 뭐, 크크. 나 하나 없다고 배에 구멍 안 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또 무슨 술이유. 택시 잡아줄게.”

 “아냐, 아냐. 니가 말이야, 이눔아. 니……가 나한테 이럼 안 되지. 아…… 안 돼. 무조건 가는 거야. 가자고! 못 먹어도 고! 흐흐.”

 그는 마구잡이로 어깨동무를 하는 이충석을 끌어안고 엉거주춤하게 서서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다행히 아직은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움직임은 없었다. 목을 가볍게 움직여 취기를 가늠했다.

 대충 잡아도 소주 두 병에 생맥주 500시시를 비운 뒤끝이지만 소주는 대부분 테이블 밑에 버려서 취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엉겨 붙는 이충석을 겨우 부축해서 횡단보도 쪽으로 걸었다.

 길 건너 전면 유리로 치장한 카페에 데려다놓을 생각, 몇 분만 앉혀놓으면 평소처럼 코를 골아댈 것이었다.

 술 취한 이충석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기분이라 별로 달갑지 않았지만 보이는 곳에 두는 쪽이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횡단보도 앞에서 이충석이 갑자기 지나가는 택시에 손을 흔들었다.

 “택시!”

 택시는 신속하게 다가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돌아보자 이충석이 다짜고짜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타. 집에 가자.”

 “에?”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인마.”

 “됐슈. 형수한테 맞아죽고 싶지 않네요. 후후. 먼저 들어가요.”

 “시꺼, 짜샤. 빨리 타.”

 “피곤하잖아요. 나중에 또 연락할게.”

 그가 완강하게 거절하자 이충석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택시에게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데 택시가 가지를 않았다. 대신 조수석 창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는 자꾸 주저앉는 이충석을 추스르며 창문 높이로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냥 가세…….”

 그러나 그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눈앞에는 시커먼 리볼버 총구가 있었다.

 “타.”

 순식간의 일, 한 술 더 떠서 이충석이 그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내면서 조수석 안으로 그를 밀어붙였다.

 그가 타기가 무섭게 택시는 문을 닫지도 않고 매서운 스키드 소음을 만들어내며 출발했다.

 택시는 순식간에 먹자골목 앞 대로를 빠져나와 텅 빈 외곽도로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거 뭐야, 형?”

 이충석에게 소리를 질렀는데 새로운 놈이 불쑥 일어나 그의 목에 군용 대검을 들이대고 으르렁거렸다.

 “닥쳐.”

 뒷자리에 엎드려 있었던 모양이었다. 처음 듣는 생소한 목소리, 다만 대검을 쥔 손의 윤곽은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운전석에 앉아 전화기를 꺼내는 놈의 얼굴은 확실히 기억에 없었다. 대검을 쥔 놈이 다시 말했다.

 “여긴 지능범죄수사대 같은 찌질이 건달들이 노는 물이 아니야. 우린 전원이 특수부대 출신이야.”

 그는 뒤를 돌아보며 말을 받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놈은 대답 대신 칼날을 쿡 누르면서 그의 머리채를 잡았다. 싸한 통증과 함께 흘러내린 피가 주르륵 가슴께로 느껴졌다.

 그런데 엉뚱하게 속이 쓰렸다. 아파야 할 곳은 목인데 정작 아픈 곳은 속이었다.

 잠시 방심한 탓에 우스운 꼴을 당하고 있지만 사실 의도한 바도 없지 않아서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곧 오지연이 따라붙을 것이고 이놈들도 당장 죽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궁금한 것이 많은 만큼 저쪽도 궁금한 것이 많다는 의미였다.

 다만 이충석이 그의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

 그가 아는 이충석은 박춘배 같은 작자와 눈이 맞아 나라를 팔아먹을 사람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를 배신할 사람도 아니었다. 물론 막연하게나마 걱정도 했고 만일을 생각하면서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박춘배와 이충석이 한통속이라는 건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아픈 속을 애써 찍어 누르면서 또 시비조로 대검을 쥔 놈의 신경을 건드렸다.

 “어이, 찌질이 대장은 어딨어?”

 “까불지 마라. 수틀리면 여기서 죽는다.”

 “그럼 죽여보든지, 흐흐.”

 히죽 웃은 차승호는 눈동자만 돌려서 백미러로 따라오는 차를 확인했다. 지면에서의 높이가 상당히 높은 동그란 전조등이 멀리 따라붙어 있었다.

 오지연이 탄 코란도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면 좀 시끄럽게 시비를 붙여서 운전하는 놈이 백미러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재빨리 말했다.

 “어렵게 택시까지 동원해서 나를 태운 거 보니까 찌질이 대장이 궁금한 거 많다고 그랬나 봐?”

 “건방 떨지 마라. 난 궁금한 거 없다.”

 “어이구, 무시라. 무서워서 닭살이 다 돋네. 그런데 말이야, 충석이 형.”

 이충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시비조로 말을 이었다.

 “이 찌질이들 틈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거야? 응? 입만 열면 노래를 부르던 그 잘난 애국심은 다 어디다 팔아 드셨나? 크흐, 이거 웃기네.”

 그가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하자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충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씨발,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윤미 치료비만 1년에 7,000이다. 장장 3년 동안 병원에 드나들어야 돼.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강도질이라도 하러 다녀?”

 윤미가 병원에 다닌다는 건 차승호도 알고 있었지만 치료비가 1년에 7,000이라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3년이면 무려 2억이 넘었다. 해경 월급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 박춘배 일당과 손을 잡은 사정이 얼핏 이해는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경제적인 형편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젠장, 차라리 강도질을 하든지. 나라 팔아먹고 사람 죽인 거에 대한 면죄부는 안 돼.”

 “죄 없다는 이야기 안 했어. 난 윤미만 살릴 수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한다. 대통령이라도 죽일 수 있어.”

 “정신 나갔군. 좋아, 그럼 치료비 내가 댈게 옆에 앉은 놈 죽여. 어때?”

 이충석은 옆에 앉은 놈을 밀어내고 대신 그의 목을 잡았다.

 “승호야, 나 좀 도와줘라. 아니, 나 말고 윤미 좀 살려줘.”

 “어쩌라고?”

 “같이 일하자. 아니면 윤미 죽어.”

 “젠장, 내가 도와도 별 소용없어. 청장님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뭐? 청장님?”

 “내가 무슨 권한으로 그 찌질이를 내사했을 거 같아? 내가 형을 돕는다고 해도 수사는 계속될 거야.”

 “혐의 없다고 보고하면 되잖아.”

 “수천억짜리 위조지폐 사건이야. 이건 그냥 넘어갈 방법이 없어.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자수해. 그럼 정상참작은 될 테니까.”

 차승호는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도로 주변을 살폈다.

 이제는 거의 허허벌판 한가운데를 달리는 상황, 오지연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론가 우회해서 도로를 가로막을 것 같았다. 순간, 오지연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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