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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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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문학의 선두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유호 작가의 장편소설.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등 국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검은 세력과 한국 정계 고위층의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차승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국 정보기관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 간의 대립을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돈과 권력, 정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와 국제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플롯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흡인력으로 찾아왔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해양경찰, 차가운 이성과 날렵한 몸을 가진 미모의 필드요원, 스마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천재 해커,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여고생. 이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다국적 로비스트의 존재, 그들과 손잡은 정계 고위층의 비리 등 한국 사회 이면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난다.

 
제 20 화
작성일 : 16-07-18 11:12     조회 : 648     추천 : 0     분량 : 7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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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컥!”

 일격필살, 놈은 창문에 상체를 걸친 채 그대로 늘어져버렸다.

 화들짝 놀란 조수석의 거구가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가 느닷없이 뒤통수로 쏟아진 유리 조각에 기겁을 하고 머리를 숙였다.

 반대로 돌아간 오지연이 조수석 유리창을 깨뜨려버린 것, 이미 실내로 상체를 들이민 오지연은 웅크린 놈의 머리에다 묵직한 스패너를 내리치고 있었다.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려했지만 스패너는 놈의 손등까지 한꺼번에 부숴버리고 말았다.

 “흐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놈은 그대로 글로브박스에 머리를 박고 안전벨트에 걸려 늘어졌다.

 생각보다 쉽게 상황이 정리된 셈, 두 사람은 기절한 두 놈을 차례로 끌어내려 도랑에 던지고 컨테이너 뒤로 돌아갔다.

 실린 물건이 뭔지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컨테이너 걸쇠를 젖혀놓은 그가 문에 기대서서 권총을 빼 들자 오지연은 서너 발 물러서더니 뒤에 세운 아반테 헤드램프를 하이빔으로 바꿨다.

 하이빔 뒤로 들어간 오지연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이어 펜더에 총을 올리고 컨테이너 높이를 조준했다. 준비 끝, 그는 손가락으로 셋을 센 다음 과감하게 한쪽 문을 젖히면서 함께 옆으로 빠져나왔다.

 핏!

 매서운 쇳소리가 반사적으로 상체를 트는 그의 뺨을 스치고 동시에 오지연의 총이 불을 뿜었다.

 파박!

 “헛!”

 나직하게 신음을 터뜨린 놈이 닫혀 있는 문짝 뒤로 넘어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천장에 붙어 있던 다른 놈이 귀신같이 열린 문짝을 타 넘고 튀어나와 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제기랄!’

 그는 등을 활처럼 휘면서 칼을 피하고 놈의 궤적을 따라 총구를 돌렸다. 잇달아 세 발 사격, 그러나 맞힌 것은 한 발도 없었다.

 놈은 헤드램프의 빛과 열린 문짝에 가린 어둠 사이를 정말 유령처럼 오가면서 다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엔 다리였다. 귓전을 스친 발에서 ‘팡’ 하는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터졌다.

 그는 순간적으로 상체를 일으키면서 어깨로 놈의 허벅지를 쳐올렸다. 거꾸로 처박히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놈은 공중에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더니 착지하자마자 스프링처럼 튕겨져 나가 도랑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도 뒤따라 도랑으로 몸을 날렸다. 밝은 전조등 불빛 속에서 장님이 된 채 공격당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지연은 비어버린 탄창을 신속하게 갈아 끼우고 차에서 떨어져 나와 무릎을 꿇었다.

 초탄을 놈의 오른쪽 어깨에 명중시켰고 잇달아 열다섯 발 모두를 쏟아부었는데도 비명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부상을 입은 건 분명하지만 포기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오지연은 횡으로 움직여 우회해서 트럭에 달라붙었다. 한쪽 문은 열렸고 한쪽은 닫힌 상태, 매캐한 디젤 매연 사이로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렸다.

 호흡이 거칠다는 건 부상이 심하다는 뜻, 시간 여유를 줄 이유는 없었다. 걸쇠를 빼고 단숨에 문을 열어젖히면서 대각선으로 물러섰다.

 그런데 반응이 없었다. 다시 대여섯 발 뒤로 물러서면서 사각을 잡았다. 놈은 헤드램프 불빛 속에 주저앉아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어깨와 허벅지에서 울컥울컥 핏물이 솟고 있었다. 오지연은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파박!

 가슴에 연속해서 세 발, 놈은 푹 머리를 꺾었다.

 “원 다운, 어디야?”

 대답은 없었다. 대신 매서운 타격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오지연은 날렵하게 엔진 후드를 타 넘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총구를 돌렸다.

 그러나 쏠 수는 없었다. 시커먼 그림자 두 개가 무서운 속도로 손발을 주고받는 모습, 게다가 거리가 멀었다.

 오지연은 재빨리 도랑으로 뛰어내려 피아 구분이 가능하다 싶은 거리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방아쇠는 여전히 당길 수 없었다. 그림자 둘이 완전히 뒤엉킨 데다 너무 빨리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놈도 놈이지만 차승호라는 인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 둘은 말 그대로 환상적인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상상하기도 힘든 각도에서 발차기가 날고 팔은 기괴하게 꺾이면서 상대를 노렸다.

 치명적인 타격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근접전, 파괴력은 차승호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지만 속도는 상대가 압도적으로 빨라서 얼핏 보면 강약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화려한 춤사위 같았다.

 물론 쉽게 승부가 날 싸움도 아니었다.

 ‘멋진데?’

 보기 드문 멋진 싸움이어서 조금 더 눈을 호강시키고 싶었지만 한가한 구경꾼 노릇은 팔자에 없었다.

 오지연은 사각이 나오는 각도를 찾아 신속하게 횡으로 움직이면서 씩 웃었다.

 싸움에 열중해서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할 것 같지 않지만 두 사람 다 이쪽에 신경이 곤두섰을 터, 비슷한 싸움에서 한쪽이 압박을 느낀다면 실수는 당연히 따라올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부담을 느꼈는지 상대는 극단적인 접근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오지연은 몇 발자국 다시 접근하면서 놈의 바로 뒤에다 연속해서 두 발을 쏴버렸다.

 “카오!”

 뜻을 알 수 없는 욕설을 내뱉은 놈은 차승호를 그녀와의 사이에 두기 위해 몸을 틀다가 차승호의 발차기에 정통으로 걸려버렸다.

 치명적인 일격, 놈은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허공으로 붕 떴고 오지연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컥!”

 총성과 비명이 동시에 터지고 연속해서 두 발을 가슴에 얻어맞은 놈은 그대로 말라 죽은 잡초 속에 처박혀버렸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차승호가 그녀를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 만만치 않았어.”

 “그 자식이야?”

 “비슷했다. 단언은 못해. 일단 물건 확인하고 뜨자.”

 “오케이, 가자.”

 두 사람은 재빨리 차로 돌아오면서 주변을 살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 임기응변이었지만 나름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그는 트럭에 도착하자마자 컨테이너 위로 뛰어올랐다.

 컨테이너 안에는 한쪽 길이가 1.5미터쯤 되는 나무 박스 20개 정도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는 한쪽에 꽂혀 있는 쇠지레를 집어 가장 밖에 있는 박스 옆을 과감하게 뜯어냈다. 그리고 안을 들여다보자마자 자동으로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네미럴!’

 박스 안을 채운 건 황당하다 못해 짜증스러운 물건이었다.

 비닐로 깨끗하게 포장된 5만 원권 지폐들, 대충 계산해도 박스 하나에 200억쯤 되니 무려 4,000억이 넘는 거액이었다.

 의문은 4,000억이나 되는 거액을 왜 컨테이너에 실어 밀수했느냐 하는 점이었다.

 뒤따라 올라온 오지연이 비닐을 잘라내고 지폐 한 장을 빼내더니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라이터.”

 그가 라이터를 건네자 오지연은 지폐에 불을 붙이고 색깔을 확인하면서 침중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위조지폐야.”

 “뭐?”

 그는 지폐 뭉치를 몇 개 꺼내 뜯은 다음 돈을 공중에 던지면서 입맛을 다셨다.

 “젠장, 진짜면 끝내주겠네. 흐흐.”

 아무리 봐도 진짜와 똑같은 지폐였다. 신문지상에 공개된 위조지폐 구분법 같은 건 별 소용이 없어 보였다. 오지연이 말했다.

 “태우자, 생각은 나중에.”

 “환장하겠네. 또 불장난이냐? 이러다 오줌싸개 되긋다. 크흐흐.”

 킥킥거리며 잠깐 웃은 그는 박스에 있는 지폐들을 끌어내 앞에다 마구잡이로 쌓으며 말을 이었다.

 “차에 있는 50그램짜리 C-4 3개로는 어림도 없다. 어제 쓰고 남은 휘발유 통 차에 있지? 두 개였나?”

 “있어.”

 “가져와. 발화점이 높아도 연료는 연료야.”

 오지연은 무슨 뜻인지 알았는지 두말없이 차로 돌아갔다.

 오지연이 빈 통을 챙겨 오는 사이 차승호는 시체들을 끌어다 컨테이너 아래에 던지고 운전석으로 넘어가 타이어 렌치를 찾아내 밖으로 나왔다.

 트럭으로 돌아와 첫번째 한 일은 다짜고짜 외부 연료통에다 연속해서 세 발을 쏴버리는 것, 이어 총알구멍을 렌치로 찔러 키운 뒤 수도꼭지처럼 흐르는 경유를 휘발유통에 받았다.

 구멍이 커서 채워지는 건 금방이었다.

 “계속 받아.”

 통을 갈아놓고 컨테이너의 박스 위로 올라가 통을 모두 비웠다.

 연달아 세 통을 더 뿌리고 통을 오지연에게 던지는 순간, 문짝에서 느닷없이 불똥이 튀었다.

 따당!

 분명 총탄이 철판에 박히는 소리, 가까운 곳에서 총성이 들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컨테이너에서 뛰어내려 아반테 범퍼 밑으로 굴렀다.

 다시 총탄이 쏟아지면서 열려 있는 아반테 운전석 유리창이 속절없이 터져 나갔다.

 ‘제기랄! 너무 시간을 끌었어!’

 트럭이 정지한 시점부터 따져도 불과 10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컨테이너 안에 있던 놈들이 연락을 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 곧장 트럭을 끌고 안전한 지역으로 갔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나 디젤이라도 충분히 뿌렸으니 아직 희망은 있었다. 그는 즉시 트럭 바퀴 뒤로 굴러 들어가면서 아반테 전조등 둘을 모두 쏴버렸다.

 전조등 불빛이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랜턴 불빛이 보였다.

 그런데 총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대신 트럭 아래 쓰러진 놈에게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무시하고 랜턴의 움직임을 살폈다. 랜턴들은 50여 미터 거리까지 접근하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끊어졌던 벨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는 더 고민하지 않고 전화기를 찾아내 받았다.

 -안녕하세요, 수사관님. 바쁘세요?

 익숙한 장명신의 목소리였다. 그는 심호흡부터 했다. 그리 놀랍지도 않은 상황, 덕분에 나름 덤덤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홍인철을 순순히 넘겨준 이유가 이거였군.”

 -그럴 리가요. 전 엄연히 수습 중입니다.

 “그럼 애들 빼쇼.”

 -그건 좀 곤란할 거 같은데요? 이미 제 손을 떠난 일입니다.

 “무슨 개 같은 소리야? 확 불 싸질러버리기 전에 애들 빼.”

 그는 트럭을 빠져나와 버럭 성질을 내면서 일어섰다. 당장 총을 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섰으니 현장의 상황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었다.

 역시나 눈에 들어온 상황은 최악이었다. 아반테 뒤쪽 도로 위에는 차량 전조등이 두 쌍이나 보였고 좌우의 어둠 속에서는 랜턴 대여섯 개가 움직였다.

 트럭 전방에도 차량 전조등이 몇 개 보였다. 완전히 포위된 모양새, 이러면 탈출은커녕 목숨 건지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장명신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그러고는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네요. 일부 제 책임도 있고…… 제게도 약간의 지분이 있거든요. 이유야 어쨌든 본전은 회수해야 체면이 서지 않겠어요?

 “당신 물건이 뭔지는 알고 하는 이야기야? 저 액수면 국내 통화 유통 전반에 극단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물건 넘기고 심부름 값이나 챙기는 불쌍한 중생입니다. 당연히 통화정책 같은 거창한 이슈를 생각할 필요는 없죠. 호호, 이래저래 물건의 실체 확인이 늦어지는 통에 입장이 난처해졌는데…… 어쨌든 수하가 벌인 일이니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네요.

 “마무리의 의미가 뭐야? 태우는 거라면 내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아하, 그럴 수야 없죠. 본전은 회수해야 된다니까요? 태우더라도 내가 태웁니다. 솔직히 수사관님이 거기 나타나시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해서 혼선이 좀 생긴 거랍니다, 검사님 보호하시느라 많이 바쁠 것 같았거든요. 음…… 우선은 수사관님을 과소평가를 한 데 대해서 사죄를 드리죠. 그리고 이제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두시고 본론으로 가죠. 전 괜한 싸움은 피했으면 싶네요. 그래서 말인데…… 들고 있는 거 모두 내려놓고 조용히 떠나시면 생명은 다치지 않으실 겁니다. 물론 무기, 전화, 차 전부 놓고 가셔야겠죠.

 그는 장명신의 장광설을 귓등으로 들으면서 오지연과 눈을 마주쳤다.

 오지연은 자신의 점퍼 주머니를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C-4’를 중얼거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해 보이고 허리를 폈다. 이러면 확실히 희망이 보였다.

 “싫다면?”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거기 나간 아이들 숫자가 스물이 넘는다더군요. 전부 연장깨나 쓰는 프로에다 총 든 아이들도 꽤 된다던데…… 몸 숨길 곳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어쩌죠?

 “그냥 죽이면 깨끗할 텐데 왜 살려 보내겠다는 제안을 하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짓 안 하지. 나도 바보가 아니고.”

 그는 되는대로 시간을 끌면서 등 뒤로 손가락 세 개를 폈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오지연은 아예 타이어 밑으로 들어가더니 주머니 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장명신은 깔깔대고 웃었다.

 -맞아요. 거기 나간 사람들 심정이야 수사관님 이마에 한 방 쏘고 깨끗이 파묻는 게 최선이겠죠, 호호. 그런데 거기 상황을 고려하면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더군요. 그쪽이 만만한 사람도 아닌데 죽을 각오로 불이라도 붙여버리면 수습이 어렵지 않겠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선 겁니다.

 “여기서 살아 나가면 죽기 살기로 당신 따라다닐 텐데?”

 “물론 그러시겠죠. 하지만 저를 추적하시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제 손을 떠난 일이거든요. 그리고 저를 추적하시면 살인 현장에서 수사관님을 봤다는 목격자가 상당수 나올 겁니다. 거기 시체가 넷이나 있잖아요. 지문 남은 총기하고 전화기도 있으니까 절 따라다닐 여유 같은 건 없어지겠죠?”

 “웃기는군. 조선족 범죄자의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런 건 상관없어요. 신뢰성만 깨뜨리면 되는 거니까.

 “뭐, 좋아. 그럼 동쪽을 비워. 무기나 전화는 내려놓고 바이크만 가지고 나가지.”

 도로 동쪽은 텅 빈 논이고 서쪽은 잡초만 무성한 개활지, 바이크를 이용해 빠져나가려면 논 쪽이 더 합리적이었다.

 -바이크도 두고 가세요. 지금 총 내려놓고요.

 “그건 곤란해. 아까 넘어져서 다리를 좀 겹질렸거든. 애들부터 치우라고 해.”

 -호호, 그래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해드리죠. 기다리세요.

 장명신은 전화기를 든 채로 중국어로 무언가 지시를 했다.

 -됐어요. 동쪽은 비울 겁니다. 하지만 나갈 때 그 사람들이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는 나도 자신하지 못하겠네요.

 “다음에 볼 때는 우호적인 대사가 나가지 않을 거요.”

 -아직은 친구이길 바래요. 호호, 건투를 빕니다.

 장명신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전화기를 컨테이너 위에 올려놓고 오지연에게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저 자식들 살려줄 생각 없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바이크 끌고 오면 바로 밀고 나가자. 반대쪽.”

 “카피, 1분 14초 남았어.”

 고개를 끄덕인 차승호는 천천히 권총과 자신의 전화기를 컨테이너 위에 올려놓고 양손을 든 채 트럭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약속대로 총을 쏘는 놈은 없었다. 두 사람이 트럭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는 가능한 한 느릿하게 바이크를 일으켜 세워 시동을 걸면서 좌우를 살폈다.

 동쪽은 랜턴들이 이동을 시작했고 반대쪽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릉!

 다행히 시동은 어렵지 않게 걸렸다. 그는 몇 번 스로틀을 당겨본 뒤 방향을 틀어 컨테이너와 아반테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오지연은 자연스럽게 트럭 아래에서 빠져나와 컨테이너 안에다 권총과 전화기를 올려놓고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곧장 그의 허리를 잡으면서 뒷자리로 뛰어올랐다.

 “꽉 잡아.”

 그는 천천히 트럭과 아반테 사이를 빠져나와 뒤쪽으로 돌다가 북서로 방향을 틀면서 가차 없이 스로틀을 당겼다.

 우릉!

 탄력을 받은 바이크는 삽시간에 도로를 튀어 나가 도랑을 뛰어넘고 가까이 있는 랜턴에 달려들었다.

 놀란 덩치 하나가 옆으로 몸을 틀면서 자빠지고 몇 초 어수선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총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살려 보낼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다음 순간, 섬광과 폭음이 동시에 터졌다.

 스팟! 콰쾅!

 백미러 속에서 아반테가 불쑥 솟아오르고 곧이어 컨테이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는 포위망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싶을 때까지 개활지를 달리다가 바이크를 돌렸다.

 “이제 우리가 공격이다.”

 “좋지.”

 오지연이 뛰어내리자 바이크를 쓰러뜨리고 바이크 시트 밑에서 권총을 꺼내 하나를 오지연에게 던졌다.

 소화기 들고 설치지 못하도록 견제할 생각, 불길이 돈을 모조리 태우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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