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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더스크 하울러
작가 : 태선
작품등록일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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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밸런스 막장으로 소문난 게임 '트리키아'에 뛰어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문을 외는 강철 주둥이!
인간종족의 이단아가 되어 암흑진영을 지배한다!

 
4 화
작성일 : 16-11-16 10:16     조회 : 697     추천 : 0     분량 : 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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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그만두게. 이게 무슨 짓인가!”

 늙은 드로우 족 마법사가 소리치자 모두 움찔하고 뒷걸음질쳤다. 제법 높은 직책인 모양이었다. 그는 나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윽고 내게 말했다.

 “그대가 지식을 청하러 온 자인가?”

 “네.”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했다.

 “배우고 싶은 자는 배운다. 그대만 따라오게.”

 그 말에 나인이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하십니다. 스킬북 몇 개 던져줄 일을 뭘 밀회까지 하시나요.”

 늙은 드로우가 말했다.

 “나도 많이 양보한 것이네. 그것도 못하겠다면 내 자네와 함께 이곳에 뼈를 묻겠네.”

 그의 지팡이가 흉한 빛을 뿜었다. 그 눈빛은 진심이었다. 나는 서둘러 앞으로 걸어갔다. 이런 숨 막히는 분위기는 이쪽에서 사양이다.

 

 

 6.

 

 늙은 드로우 마법사와 단둘이 있게 되자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후드를 내렸다. 그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윽고 허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모험가들도 찾지 않는 아카데미에, 거기다가 인간이라니. 그래서 데스 마스터가 직접 예까지 행차한 거군.”

 “…….”

 다행히 그는 나를 죽이고 싶어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드로우 마법사가 말했다.

 “배우고 싶은 자는 배운다네. 다만 자네가 따라올 수 있을 지 걱정이지.”

 나도 그게 더 걱정이다. 할 수나 있으려나. 내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자 그가 말했다.

 “이런, 이런, 바쁜 사람 시간만 뺏은 것 같군. 허허허.”

 ‘그게 아닌데…….’

 이러다가 오해만 살 것 같아서 쥐어짜듯 한마디 던졌다.

 “아닙니다.”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과묵하구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서재에서 스킬북 몇 개를 뽑았다.

 

 <슬립(초급)>, <블링크(초급)>, <아이스 애로우(초급)>, <파이어 애로우(초급)>

 

 “전직시험은 이 네 가지 마법을 모두 익히는 걸로 하겠네.”

 책을 모두 집어 들자 그가 말했다.

 “개당 10골드라네.”

 “4, 40 골드?”

 비싸다! 10골드면 초보자 검 비싼 거 살 수 있다는데. 마법사 하나 전직하는 데 드는 돈이면 기사 전직 4번. 비싼 책값도 마법사 수를 줄이는 데 일조한 거 아닐까. 짐작은 확신으로 변해 갔다.

 늙은 마법사는 음흉하게 웃었다.

 “원하면 데스 마스터에게 빌려도 되고.”

 데스 마스터? 나인의 별명인 모양이다.

 “후불이라도, 저어……. 좀…….”

 절대로 그 인간에게는 빌리고 싶지 않았다. 후환이 두렵기도 했고, 이렇게 약점 잡혔다가는 그 인간이라면 두고두고 우려먹을 게 뻔했다.

 “음, 후불이라. 원래는 잘 끊어주지 않는데 이번 케이스가 워낙 특이하기도 하니 끊어주지. 대신 이틀에 1골드씩 이자가 붙는다네.”

 이자도 비싸다! 이틀에 1골드면 한 달에는 37.5%, 연 450% 아닌가?

 그는 기다렸다는 듯 서랍에서 차용증을 꺼내 쓰기 시작했다. 종이까지 대령해 있는 걸 보니 이거 한두 번 하는 장사가 아닌 모양이다.

 그가 인주까지 꺼내들며 말했다.

 “자, 지장 찍게나.”

 

 ― 지장을 찍을 시, 돈을 갚을 때까지 모든 돈은 엘브로우 학장에게 넘어갑니다. (이자율 : 월 37.5%)

 

 학장은 차용증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뭐해? 안 찍고?”

 나는 눈을 딱 감고는 인주를 묻히고는 엄지손가락을 차용증이 뚫리도록 꾸욱 눌렀다.

 

 ―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허허허, 좋은 선택이라네. 참, 전직 시험에 떨어져도 돈은 돌려주지 않으니 그건 알고 있겠지?”

 “……네.”

 아까의 사람 좋은 할아버지는 어디 갔는지 학장은 사기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배웅했다.

 “잘 가게. 성공을 빌겠네. 그래야 다음 권도 살 거 아닌가?”

 ‘아이고, 아부지. 장기를 팔지언정 사채는 쓰지 말라고 그리 말씀하셨는데…….’

 불효자는 쳐웁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룬 아카데미를 나섰다. 학장은 나를 몹시도 따스하게 배웅해 주었다.

 

 로비로 걸어오자마자 나인이 말했다.

 “어이고, 빚쟁이가 여기 오셨군요.”

 시스 양은 한술 더 떴다.

 “꺅. 다가오지 마요. 사채 냄새나.”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저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차마 화도 못 내겠고 속으로 꾹꾹 삼킬 뿐이었다.

 그녀는 쿡쿡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괜찮아요. 처음 요령만 배우면 돈 갚는 건 금방일걸요?”

 그 말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둘 다, 알면서 그런 겁니까?”

 시스 양은 미안한지 애교스럽게 웃었다.

 “대신 스킬 익히는 거 도와줄게요. 약속?”

 “됐습니다.”

 그 말에 나인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냅둬요. 발정기 수컷은 사납답니다.”

 나는 이를 으득으득 갈며 맹세했다.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 주겠다고! 이 스킬북을 끝까지 마스터해서 저 나인 놈에게 이 한을 풀고야 말겠다!

 그 순간만큼은 입시고 사나이의 길이고 성격개조고 하얗게 모두 지워졌다.

 그렇게 내 안의 심지가 처음으로 타올랐다.

 

 

 7.

 

 다크 타워 지하에는 자유롭게 수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예전에 마법사들이 한참 잘나갔을 때 방을 만들었다는데, 이제는 먼지만 잔뜩 쌓여 있다.

 나는 마나를 가장 느끼기 좋다는 흑요석 위에 앉아서 음산한 어투로 두 시간째 같은 말만 반복했다.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공장장이고 된장공장 공장장은 장공장장이다.”

 물론 이 말만 하지 않았다.

 “경찰청 쇠창살 외철창살, 검찰청 쇠창살 쌍철창살.”

 중간에 혀 꼬인 게 한두 번이 아니고, 혀를 씹은 건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랬다. 수련실에는 마지막으로 여기에 머물던 마법사가 쓰던 입문서가 있었다. 빌어먹을, 발음 교정이라니. 아나운서도 아니고, 발음 교정이라니!

 “안 촉촉한 초코칩 나라에 살던 안 촉촉한 초코칩이 촉촉한 초코칩 나라의 촉촉한 초코칩을 보고 촉촉한 초코칩이 되고 싶어서 촉촉한 초코칩 나라에 갔는데 촉촉한 초코칩 나라의 문지기가 ‘넌 촉촉한 초코칩이 아니고 안 촉촉한 초코칩이니까 안 촉촉한 초코칩 나라에서 살아’라고 해서 안 촉촉한 초코칩은 촉촉한 초코칩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안 촉촉한 초코칩 나라로 돌아갔…….”

 으득―

 ― 크게 혀를 깨물었습니다!

 ― 크리티컬, 출혈상태에 빠집니다!

 나는 결국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수련실 마룻바닥에 쌓여 있던 먼지들은 마치 눈덩이처럼 내게 붙었다. 검은색 로브가 회색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큼짭짤한 쇠 맛과 함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혓바닥에는 붕대를 감을 수 없었다.

 ‘이런 데서 죽을 수는 없다!’

 아무리 구르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1렙이지만, 혀 깨물어 죽는다면 무슨 망신인가! 나는 다급하게 수련실 서랍을 뒤졌다. 빨간색 물약이 보였다. 무슨 물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삼켜보기로 했다.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지독한 맛이 목구멍에 밀려왔다.

 ― 정체불명 약이 지혈제인 것을 깨달았다!

 ― 지능이 1 올랐습니다!

 “이놈의 게임은 반말했다 존댓말했다 난리야!”

 애꿎은 데에다 화풀이해 봐야 소용없다. 나는 크게 심호흡 하고는 다시 흑요석 위에 올라갔다. 마법사는 지독하게 힘든 직업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결과물도 시원치 않으면 복수고 뭐고 다 때려 치리라.

 첫 마법은 아이스 애로우로 결정했다.

 창고에서 연습용 허수아비를 꺼내서 세운 후, 크게 심호흡을 했다.

 주문은 ‘내가 원하는 힘, 작은 물의 분노. 아이스 애로우’다. 목표를 잡자 뭔가가 심장에서 용솟음쳤다. 주문을 외우려면 지금이다.

 “내가 원하는 힘, 자근 물의 분노. 아이스 애로우!”

 까앙!

 마법이 손끝에서 폭발했다. 얼음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 마법이 실패하였습니다.

 ‘썩을!’

 차마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욕을 지껄였다. 현실은커녕 마음속으로도 욕 한 번 한 적 없는 내게는 발전이라면 발전이라 할 수 있겠다.

 인내심 없는 사람이라면 욕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 여럿 부쉈을 거다. 한 번 실패할 때마다 마력도 마력이거니와 체력까지 쭉쭉 깎이니까.

 나는 시스 양이 준 물약의 마지막 병을 들이켰다.

 주문을 몇 번 연습한 후에 발음이 꼬이지 않도록 집중했다. 목표를 허수아비로 정하고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내가 원하는 힘, 작은 물의 분노. 아이스 애로우.”

 됐다! 발음은 모두 완벽했다. 손끝에 맺힌 얼음 화살들은 빠르게 날아가 허수아비의 가슴을 관통했다.

 콰앙!

 동렙 검사들 대여섯 번은 휘둘러야 부서질 허수아비가 단숨에 부서졌다.

 ― 아이스 애로우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1/8)

 아이스 애로우는 파이어 애로우보다도 약한 마법이다. 파이어 애로우를 시전한다면? 상상만 해도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적이 놀고 있을 리 없잖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주문을 외우는 동안 공격할 게 뻔했다. 나는 스킬북 두 권을 꺼냈다.

 

 <슬립(초급)>, <블링크(초급)>

 

 ‘아이스 애로우로 적의 공격을 늦춘 후, 블링크로 거리를 벌린다. 적을 재운 후에 필살기, 파이어 애로우로 마무리짓는다.’

 모든 마법을 한 번씩 사용하면서도 안전하다.

 역시 몬스터를 잡아야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자 37.5% 짜리 빚덩이는 차곡차곡 불어나고 있을 테니까.

 

 

 8.

 

 나는 성 뒤쪽 공터로 간다는 말을 시스 양에게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이번 복수는 순수하게 내 힘으로 하고 싶었다.

 “죽었어.”

 토끼고 여우고 단칼에 아작을 내주마!

 공터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도에 나오는 대로 똑바로만 가니 뒷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많은 초보자들이 몬스터를 잡고 있었고, 팀을 짜서 다니는 사람들까지 보였다.

 나는 눈에 안 띄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목표물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산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자꾸 움직여서 목표를 잡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주문을 외울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힘, 작은 물의 분노. 아이스 애로우!”

 ― 아이스 애로우가 명중했다. 산고양이는 125의 데미지를 받았다. 이동속도가 느려졌다.

 놈은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서둘러 주문을 외웠다. 거리를 벌려야 한다!

 “시공의 뒤틀림. 나의 의지. 블링크!”

 그 순간, 내 몸이 뒤로 확 밀려나갔다. 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나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순간이동을 하려면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바로 등 뒤에 있는 나무에 정통으로 등을 얻어맞고 말았다.

 빠악!

 ― 블링크 실패! 3초간 멍해졌다.

 “뭐, 뭐 이런…… 개…….”

 욕설을 뱉으려는 찰나 산고양이는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 산고양이 뺨때리기 공격!

 냐냐냐냐냥!

 양 앞발로 싸대기를 후려치는 게 아닌가!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주문을 외우는 건 무리였다. 급한 대로 산고양이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빠악!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발로 놈을 찼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급소를 노렸다.

 치명타가 터졌다. 다행히 아이스 애로우가 피를 거의 다 빼 버린 모양이다. 산고양이가 쓰러졌다. 그 순간, 내 몸에서 빛의 회오리가 솟아올랐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아이스 애로우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3/8)

 ― 블링크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2/8)

 각각 2씩 한꺼번에 올랐다. 전투 시에는 숙련도가 더 빨리 오르는 모양이다.

 “저거 봐. 마법사다.”

 “올, 마법 쓰는 거 처음 보네.”

 여기저기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얼굴이 벌게졌다. 그만 특유의 대인공포증이 돋았다. 재빨리 고양이가 남긴 가죽과 고기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숲 안쪽으로 뛰어갔다.

 ‘이런, 숲 안쪽은 위험한데…….’

 알고는 있었다. 알고는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날 보는 게 더 무서웠다.

 ‘겨우 진정됐나 했더니만, 게임에서까지 이 꼴이면 어떡할 거냐? 김지하!’

 몸은 정직했다. 다리는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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