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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달이다.
작가 : 반짝반짝슈이치맨
작품등록일 : 2016.11.12

휜히 달이 뜬 날 가로수 아래 잠이 든 것 만 같은 사내 그 사내는 죽어 있다.
그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내려다 보고 있던 한 여자의 이야기

 
11.
작성일 : 16-11-14 16:12     조회 : 367     추천 : 0     분량 : 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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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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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떠있다. 그 달은 인화가 죽던 날에 떠 올랐던 달과 흡사하다. 아무도 보지 못 했을 내가 그를 죽였던 흔적 들은 아마도 달은 다 보고 있었을 것이다. 달이 나를 내려다 본다.

 

 비가 오겠어. 하고 형사가 말했다

 그래

 저녁에 따뜻한 국물이라고 해서 먹을 까?

 그래, 저녁에 따듯한 국물이라도 해서 먹어

 

 수업을 마친 시간은 7시를 넘기고 어둑어둑 해져서 길게 우리 보다 앞서 가던 그와 나의 그림자에서 나의 그림자가 그의 어깨에 기댄다. 그가 손을 들어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고 나는 얼굴에 붙은 몇 개의 머리카락을 떼어낸다. 취객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가는 줄을 타는 광대 마냥 위태롭게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사랑은 기만이다. 그리고 이기이다. 그것은 자신만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인격의 거짓 말이다.

 자신만의 감정이 빚어 내는 거짓이다.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인간의 사랑은 특히……

 인화는 휘영을 사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인화는 휘영을 죽였고 나 역시 인화를 사랑했으므로 인화를 죽였다. 그렇담 형사는 어떤가? 그는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방식을 취할지도 모른다. 그가 알고 있고 그렇다는 상황에 나는 질식해서 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나를 죽이려 한다고 해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독극물을 사용 할 수도 있고 인화가 했던 것처럼 술을 먹여 자동차를 조작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각인 만으로도 사람은 질식 할 수 있다. 삶은 어떤가? 삶은 그림자에 불과 하다 죽음이라는 실체에 비춰진 그림자 그 그림자를 실체라고 알고 있는 어리석은 각인 그것이야 말로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아니 삶과 죽음의 이분적 인식 삶이 아니면 죽음 이라는 인식자체가 죽음이다. 삶을 사는 것은 동시에 죽는 것과 같다. 죽음은 그런 것이다. 한 순간 삶이 영원 할 거라는 각성 살아서 그 존재를 피부로 느끼던 감각이 여전히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데 그는 없다. 존재 하지 않는다. 그는 어디에 그리고 나는 어디에……

 

 나는 어디에도 없다. 휘영이 죽던 그때 나는 죽고 살기를 포기 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살아 있다. 모순이다. 나는 없으나 곧 있다. 무엇이 진실인가? 삶이 혹은 죽음이 죽음에 대한 논의 그것 마저 도 어리석다. 죽음은 삶이고 삶이 죽음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우리는 왜 살아가고 있는 가? 그것에 대한 증명 없이는 죽은 것이다. 살면서도 죽은 것이다.

 

 하루를 살아. 내가 형사에게 말했다. 그가 물었다.

 왜?

 내일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래 내일은 또 다른 삶의 연장이라고 생각 하지만 사실은 또 다른 하루이지. 당신 말이 맞아.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고 또 다른 한 날 찾아온 죽음을 맞이하면 그만이야

 그래야 했어.

 뭘?

 당신에겐 미래가 없어.

 맞아. 나에겐 미래가 없어 다만 하루가 있을 뿐이야. 눈을 뜨면 생각 해. 아 다른 하루 하고 불과 몇 달 전 나는 또 다른 하루 속에 또 다른 나였어.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야. 계속 새로 태어나.

 좋은 거야

 뭐가?

 또 다른 나로 태어나는 것 그 것만큼 큰 희망도 없지. 또 다른 하루의 또 다른 나 어제와 다른 나

 그런가?

 당신의 물음에 답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의 물음?

 그래 당신은 계속 나에게 묻지 언제나 아침에 일어나서 나의 눈을 보며 나는 누구인가요? 하고 말이야 재 세팅되는 기억을 가진 여자처럼 나는 선택적인 정보를 이야기 해주지. 당신은 누구야 하고 말이야 그럼 당신은 그 기억이 가진 하루로 살지.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해. 내가 넣어준 기억으로 사는 존재를 말이야. 지독하게 나약하거든 그 나약함이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게 해

 그런가?

 그래

 당신은 나약해.

 알아. 뭐 하나 지켜낼 힘이 없어.

 그래. 그래서 강한 거야.

 강해?

 그래 지독하게 나약하기 때문에 강한 거야. 강하기 때문에 나약한 것처럼 나약하기 때문에 강하지. 가냘프고 약하지 종잇장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찢어질 듯 약하고 훅하고 불을 버리면 날아갈 것처럼 약하지. 그게 당신의 힘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서 마침 해가 지고 사위는 보랏빛으로 주황빛으로 세상을 짊어 지고 있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 초급 중국어 책을 펼쳐놓고 있다. 나의 손에 들린 볼펜이 손가락 사이에 걸쳐져 있다.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숙여 눈에 들어온 글자들 사성을 말한다. 억양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글자들을 대면하며 당황스러웠다. 아귀처럼 글자들은 머리 속에 넣고도 당혹스러워서 글자들의 소리내 본다. 티엔 니엔 수엔

 위로 아래로 그리고 일자로 발음이 가야 할 길을 알려 주고 있었다. 글자들의 발음이 가야 할 길 그래서 다른 뜻이 되는 글자들 누군가 내가 뭘 해야 할지 아침에 눈을 뜨고 자 이제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세수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양치를 해야 하고 양치를 할 때 몇 번을 물로 헹궈야 하고 밥으로는 무엇을 먹고 곧 바로 설거지를 하고 옷을 무엇을 입으며 어디를 가야 하고 누구를 만나야 하고 그 누구를 만나서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디 어느 장소로 가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그리고 이동을 할 때는 어떤 수단을 사용하고 그리고 어떤 길을 가야 하고 그런 친절 아니 간섭을 받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누구 인가부터 이젠 무엇을 해야 하는 식의 불안에 시달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런 불안에 휩싸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리고 숨을 쉬기가 곤란하다. 사람이 살고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하고 마땅히 해야 하는 것들이 다들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니 나는 살아 있으나 죽었다. 그가 전화를 받고 급히 집을 나선다.

 나는 그를 따라가며 말한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래 원래 나란 사람이란 이런 거지.

 그의 주머니에 불룩한 총에 시선이 간다. 그 시선을 그가 보고 말한다.

 꿈도 꾸지마.

 그를 향해 웃는다.

 꿈도 꾸지마 너는 내거니까 나의 허락 없이는 안돼

 그가 말했다.

 그 말에 심장의 어느 부분이 묵직해지고 따스해진다. 따스함이 번져 간다.

 그가 나의 볼에 뽀뽀를 한다.

 갔다 올게

 응

 뭐 할거야?

 그냥 공부 좀 하다가 잘거야.

 아무데도 가지마.

 안가

 갔다 올게

 

 그의 뒷모습이 총총히 사라진다. 그의 모습이 코너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그를 지켜 본다.

 꿈도 꾸지마. 너는 내꺼 니까 내 허락 없이는 안돼

 그의 말이 울린다. 내 허락 없이는 안돼

 

 나는 다시 책상에 앉는다. 익숙하지만 낮 선 글자들의 이름을 지침을 따라 불러 본다. 티엔 미엔 니엔

 

 사위는 완전히 어둡다. 책상 앞 창에 달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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