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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제왕기
작가 :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6.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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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왕 시리즈(제왕기, 패왕기, 천왕기)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과거로 회귀한 제왕
미래를 알아버린 패왕
신이 내린 천왕

이 글은 3부작의 첫번째입니다.

배신과 죽음을 계기로,
과거로 회귀한 랑디가 포용하는 제왕으로의 길을 걷는다

 
21화
작성일 : 16-04-04 16:20     조회 : 585     추천 : 0     분량 : 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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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온의 검에 맺힌 붉은 검기가 한층 더 진해졌다.

 키온의 경지가 익스퍼트 초급으로 아직 입문 수준이라 검을 흐르는 기가 검의 강도를 높이는 것에 불과했다. 익스퍼트 상급의 수준만 되어도 검의 강도는 물론 예기마저 강화시키니 자신이 그 정도 경지에 올랐다면 상대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검과 함께 복면인을 두 동강 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상대가 희대의 명검을 들고 있지 않은 이상 검기를 머금은 자신의 검을 계속해서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부숴 주마.’

 “이랴압!”

 키온은 더욱 힘을 실어 복면인을 몰아붙였다.

 키온의 성난 기세에 복면인이 몰리자 주위의 복면인들이 다 같이 합공하기 시작했다.

 놈들을 소영주와 아가씨로부터 조금이나마 떨어트려 전투의 여파가 미치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는 성공했으나 이내 큰 곤경에 처해 버리고 말았다.

 복면인들이 아직 익스퍼트의 실력은 아닌 듯하지만 4명에게 합공을 받으니 키온이 점차 불리해져 갔다.

 ‘오늘 내 무덤을 지을 수도 있겠구나.’

 복면인들의 합공에 점차 키온의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그 순간, 랑디가 검을 빼어 들고 나설 채비를 했다.

 키온이 전투에 한창일 때 랑디는 놈들 중 대장이 누군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직책이 높을수록 가진 정보 또한 더 고급이리라.

 짧은 쌍검을 쓰는 이가 합격술을 이끄는 대장으로 보였다.

 랑디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라이나를 돌아보았다.

 겁에 질린 얼굴을 보니 괜히 라이나까지 이끌고 외출한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되었다.

 랑디가 허리춤에 매인 2개의 단검 중 하나를 빼내어 라이나의 손에 쥐여 주었다.

 “다음은 정말 집에서 놀아야겠구나.”

 라이나는 오빠가 싸움에 끼어들려 하자 두려움에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걱정 마라. 곧 다녀오마.”

 랑디가 안심하라는 듯 몇 번 등을 토닥여 주자 그제야 옷깃을 잡은 손에 힘을 뺐다.

 그사이 키온은 계속해서 수세에 몰려 이젠 방어하는 데에만 급급한 상황이었다.

 랑디가 검을 빼 들고 나서려 할 때였다.

 쉬아악, 퍼억!

 “크흐윽!”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에 옆구리를 맞은 복면인이 뒤로 나뒹굴었다. 그사이 생겨난 틈을 파고든 키온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며 모두의 시선이 갑자기 나타나 돌멩이를 던진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으나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군.”

 사내가 말을 마치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복면인들에게 성큼 다가섰다.

 키온은 자신을 도와준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 감사의 눈짓을 한 뒤, 기운을 차려 다시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머리의 사내로 인해 2 대 4의 대치가 이루어졌다.

 랑디는 잠시 끼어들지 않고 검은 머리의 사내를 유심히 보았다.

 ‘낯이 익은데?’

 분명 어디서 본 듯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보았다면 전생에서 보았으리라. 기억이 그리 뚜렷하지 않은 것을 보니 전생에서도 그리 가까운 인물은 아니었을 텐데도 어렴풋이 얼굴이 기억날 듯 말듯 하다는 것은 꽤나 인상 깊었던 인물이었으리라.

 치지치리릿.

 검은 머리의 사내의 검에서 백색의 검기가 은은히 빛을 발하자 복면인들의 표정에 낭패의 기색이 어렸다.

 키온과의 싸움에서 많이 지쳐 있는데 갑작스레 등장한 남자가 익스퍼트임을 보자 전의를 상실한 듯싶었다.

 녀석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물러날 듯하자 키온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강경한 공격으로 기가 많이 소진된 상태라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르기 직전이었다.

 랑디가 급히 소리쳤다. 지금 여기서 녀석들을 놓치면 큰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키온! 놈들을 잡아!”

 랑디의 고함에 키온의 몸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다. 소강상태라 서로 노려보며 긴장된 와중에 들려온 소리에 저절로 반응한 것이다.

 차창, 챙!

 키온의 공격을 복면인들이 다시 막으며 싸움이 시작되었다.

 츠츳, 촤악!

 검은 머리의 사내도 전투에 참여하자 내심 힘이 빠져 약해진 키온으로써는 부담을 덜 수 있었다.

 2 대 4의 전투가 팽팽한 대치를 이루자 랑디는 끼어들지 않고 싸움의 양상을 지켜보았다.

 ‘뭐지?’

 복면인들 넷과 키온이 싸워 키온이 약간 수세에 몰리던 상황에서 검은 머리 사내가 끼어듦으로 전세가 완전히 기울어 질 거라 생각했건만, 여전히 팽팽한 접전을 이루고 있었다.

 갑자기 싸움에 끼어들어 도움을 준 검은 머리의 사내는 처음 과시용으로 검기를 일으켰을 뿐, 싸움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공격을 피하며 상대하고 있었다.

 ‘살생을 싫어한다면…….’

 습격을 당한 입장에서야 도움을 준 이가 최선을 다해 줬으면 좋겠지만, 그저 길을 가다 도움을 준 이의 입장에서는 남의 싸움에 끼여 괜스레 사람을 죽일 필요까지야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었다.

 점차 검을 섞으며 달아날 듯 움직이는 복면인들을 보자 랑디는 자신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모를 일이니 라이나에게로 향하는 방위를 점하며 복면인을 향해 치고 들어갔다.

 검은 머리의 사내와 키온이 각기 2명씩을 맡아 2 대 1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창 검은 머리의 사내와 검을 주고받던 복면인은 갑작스레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검에 화들짝 놀라 몸을 피했다.

 ‘역시!’

 자신의 공격이 빗나갔지만 복면인은 갑작스레 몸을 움직이느라 빈틈이 드러나 크게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검은 머리 사내는 복면인을 공격하지 않고 다른 이의 검을 받아 싸우고 있었다.

 랑디의 검을 피해 낸 복면인이 흐트러진 균형을 다시 잡고 랑디를 돌아보았다.

 “응?”

 츳, 서걱!

 “크헉!”

 복면인이 흐트러진 균형을 잡을 새는 랑디가 빗나간 검을 회수해 다시 휘두르기에는 너무도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허벅지를 깊이 베인 복면인의 검이 신경질적으로 전방을 훑었다.

 차앙!

 랑디가 검을 들어 막아 내자 복면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린놈이 제법 검을 빠르게 다룬다 생각했는데, 직접 검을 맞부딪치니 그 힘이 상당해서 꽤나 놀라웠다.

 상대가 일순 당황하자 랑디의 검이 지체 없이 파고들었다.

 슈슈욱!

 “끄륵!”

 복면인의 두 눈이 자신의 목울대를 관통한 검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빠르게 생기를 잃어 갔다.

 검은 머리의 사내도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복면인들은 동료가 죽자 당황한 듯하더니 서둘러 몸을 빼내려고 하였다.

 슈악, 서걱!

 “크어억!”

 그 틈을 파고 키온이 복면인 하나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옆구리를 크게 베인 복면인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이제 복면인들의 리더로 보이는 듯한 쌍검의 사내와 키온이 싸우고 있고, 검은 머리의 사내와 나머지 한 명 살아남은 복면인이 싸우고 있었다.

 검은 머리의 사내를 한 번 슬쩍 본 랑디는 쌍검의 사내에게로 몸을 날렸다.

 먼저 쌍검의 사내부터 제압하려는 의도였다.

 ‘뭐야, 저놈은!’

 검은 머리의 사내는 랑디가 보여 준 행동이 쉽사리 믿기지가 않았다.

 쌍검의 사내는 키온과 대치 중이다가 랑디마저 자기 쪽으로 오자 검을 크게 휘둘러 키온을 떨쳐 내고는 뒤를 향해 뛰었다.

 놈이 도주하자 검은 머리의 사내와 싸우고 있던 복면인도 쌍검의 사내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젠장!’

 힘이 빠져 거의 한계에 다다른 키온이야 그렇다 쳐도 검은 머리의 사내가 복면인을 너무도 쉽게 놓아주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습격을 당한 자신들을 도와주긴 했으나 아직 검은 머리의 사내의 속내를 모르니 라이나를 혼자서 놓아 둘 수도 없어 키온과 각기 한 명씩 쫓지도 못할 상황이다.

 아버지가 암살당하실 때에도 이렇게 해서 2명이나 놓치지 않았던가.

 랑디는 허리춤에 꽂힌 단검을 빼내어 잡고는 몸 안의 기를 순간적으로 단검에 집중했다.

 츠츠츳!

 기를 머금은 단검이 검기를 머금고 나루트의 그 붉은색으로 빛났다.

 “차앗!”

 뒤로 젖혔던 팔을 돌려 뻗으며 힘껏 내던졌다.

 촤아아앙!

 단검은 붉은빛의 궤적을 남기며 검은 머리의 사내가 놓아준 복면인에게로 날아갔다.

 도망치던 복면인이 낌새가 이상하여 서둘러 뒤돌아봤을 때는 이미 단검이 머리통을 관통한 후였다.

 기를 물체에 담아 날리는 기술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는 키온과 검은 머리의 사내는 랑디의 기술에 크게 놀랐다.

 이미 익스퍼트에 오른 줄 알고 있던 키온보다 검은 머리의 사내의 놀람은 더욱 컸다.

 ‘이게 대체 무슨…….’

 단검을 던지자마자 랑디가 도망친 쌍검의 사내를 보니 이미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젠장! 키온, 라이나를 부탁해!”

 재빨리 재플린의 등에 올라타 고삐를 후려쳤다.

 “하얏!”

 히이잉!

 재플린이 주인의 다급함을 알았는지 재빠르게 치고 나갔다.

 뒤를 돌아보며 도망치던 쌍검의 복면인은 랑디가 말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 오자 기겁을 하곤 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쌍검의 사내, 다린은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정신이 없었다.

 이번 작전은 그에게 있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것이었다. 아니, 차라리 어려울망정 크게 위험한 일은 없었어야 했다.

 자신과 그 수하들은 상당한 실력이다. 그저 랑디 일행을 몰아붙여 위기에 처하게 한 뒤, 적당히 싸워 주다가 빠지면 되는 일이었다.

 키온의 전력이야 이미 파악이 된 상황이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젠장!’

 다린은 저절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조슈아가 발각돼 죽으면서 레이드 성에 대한 고급 정보가 거의 끊기다시피 한 것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저 어린 꼬마 놈의 실력이 이토록 뛰어날 줄이야.

 쉴 새 없이 발을 놀리면서도 뒤를 슬쩍 보니 벌써 가까이 따라붙어 달리고 있었다.

 ‘이러다간 잡히고 말겠어.’

 말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졌다.

 ‘칫! 할 수 없지.’

 다린은 생각을 굳힌 듯 갑자기 속도를 줄여 급히 멈췄다.

 죽여서는 안 된다는 명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다치지 않게 하라는 명은 없었다.

 이대로는 덜미를 잡히게 생겼으니 할 수 없는 결정이라 생각하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뒤로 급히 몸을 틀었다.

 놈이 탄 말에 상처라도 낼 생각이었다.

 달리던 속도가 있으니 낙마로 인해 크게 다치기야 하겠지만, 애초에 쫓아온 놈이 잘못이라 생각했다.

 재빨리 말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리에 상처를 준 뒤 민첩하게 옆으로 굴러 몸을 피해 낼 생각이었다.

 달리면서도 계속해서 거리를 쟀다.

 ‘지금이다!’

 휘릭!

 일격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마땅히 뒤쫓아 오던 말의 앞다리에 맞았어야 할 검은 허공을 갈랐다.

 ‘응?’

 그리고 바로 눈앞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검날이 날아왔다.

 서컥!

 “크학!”

 복면인은 오른쪽 어깨에 크게 상처를 입으며 들고 있던 검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주변을 살피니 저 뒤에 급히 속도를 줄인 듯 앞발을 치켜든 말이 보였고, 눈앞에는 그대로 공중에서 뛰어내린 것인지 자신의 어깨를 관통한 검을 쥔 소년이 빙글 돌아 착지하고 있었다.

 ‘애송이가……!’

 이건 무슨 곡예단인가?

 이게 14살 꼬마가 보일 행동인가.

 불과 작년까지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아니, 지금도 모습만 보자면 그저 어린애로 보였다.

 한데 놈의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이나 검술 솜씨를 보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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