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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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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35
작성일 : 23-06-07 12:01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4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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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과꽃 - 믿는 사랑

 

  솔직히 이제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난리를 피웠는데 또 얼굴을 맞댄다면 도대체 낯짝이 얼마나 두꺼워야 그럴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하기도 했다. 다홈이가 얼굴 상했다고 내 앞에서 귀에 닳도록 읊어댄 만큼이나 그의 얼굴도 만만치 않게 나빠 보인다. 핼쑥해져 색이 어둡다. 나 때문에 회사 앞에서 곤욕을 치렀는데 괜찮을까? 혹시라도 그 일로 회사에서 잘리기라도 한다면 어쩌지. 그땐 그랬다. 너무 화가 나고 치가 떨려서 앞뒤 가릴 거 없이 당장 그를 만나야 했다. 만나서 따지고 확인해야 했다. 꼭지가 돈다는 말대로 정말 돌아버렸다. 그땐 그랬는데, 이제 보니 안 돼 보인다. 이렇게 느끼는 내가 어리숙한 걸까. 회사에서 문제가 생긴다 해도 그거 다 그가 자처한 거잖아. 내 잘못이 아니잖아.

  “괜찮아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 손님이 너무 없어 파리만 날릴 곳을 일부러 골랐다. 창가 구석진 자리. 일부러 으슥한 자리로 골랐는데, 앉고 보니 그 자리에서 바깥 풍경이 보기 좋다. 마음 편히 왔다면 차 한 잔 시켜놓고 한참을 바깥만 쳐다보고 있어도 좋았으리라.

  “저어, 회사에서 곤란해지진 않았어요?”

  괜찮냐, 고 묻는 그에게 질문으로 답했다. 앞에 놓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켜는 그. 희미하게 입술에 미소가 걸린 듯도 하다.

  “사생활을 회사까지 끌어들였다고 호되게 욕을 먹었죠. 그래도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잘리진 않았구나. 다행이다.

  “놀랐어요. 만나자고 하셔서. 제가 아무리 매달리고 애원해도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손잡이가 달린 하얀 도기 잔. 그걸 잡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돌려본다. 잔잔히 그 안에 든 액체가 흔들린다.

  “아직도 정민 씨가 접근한 이유를 용납하지 못하겠어요.”

  “그러시겠죠.”

  선생님에게 꾸중 듣는 어린 학생처럼 얌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아무 수단이라도 취하시나요?”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죠. 삶을 허투루 사는 건 제 가치관에 부합되지 않거든요.”

  “그렇겠죠. 정해놓은 가치관이 몇 가지나 있으시잖아요. 그것에 맞지 않으면 큰 일 나겠죠.”

  그가 미소 짓는다. 웃으라고 한 말이 아닌데. 그래도 그 미소에 마음이 한결 풀어진다. 같이 웃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둘이서 실컷, 웃어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면서, 그렇게 정신 나간 행동을 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죠. 머리가 어떻게 되긴 되었나 봅니다.”

  “날 꼬드긴 게 정신 나간 행동이었다는 건가요, 아님 나를 골라서 정신 나갔다는 건가요?”

  웃어야 할지 말지 망설이는 모습이다.

  “지금 여은 씨 의도가 무언지 확실치 않은데, 그리 화를 내시는 것 같진 않네요.”

  저절로 팔짱이 껴진다.

  “당연히 화가 많이 났죠. 내 가슴을 들었다 놨다 무지 혼란스럽게 했고, 내 인생을 이렇게 망쳐놨고, 내 주변 사람들 무지 힘들게 했고, ……, 심지어 엄마 품에서 아이를 빼앗기게 했으니까.”

  굳어지는 그의 얼굴. 하지만 화풀이를 하러 온 자리가 아니었다.

  “나, 정민 씨에게 보복을 할 거면 이런 식으로 만나자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다만 정민 씨 의도가 좋았든 나빴든 나는 진심이었으니까.”

  다시 복잡해지는 표정. 오늘 많이 혼란스러울 거다. 이 여자가 대체 뭐하자는 건지 종잡을 수 없어서.

  “지금 제 앞에 해결해야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많이. 그렇지만 일엔 순서가 있고 다른 걸 건드리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요.”

  “뭔데요?”

  잠시 그와 눈을 마주쳤다. 내 시선을 피하진 않지만 표정이 한결 머쓱, 해진다. 나도 이런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제가 많이 혼란스러워요. 정민 씨가 제 가슴을 들었다 놨다 해준 덕분에.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죠. 일단 제 감정이 정리가 돼야 다른 일들도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저한테 시간을 내주셨으면 해요.”

  “시간이요?”

  “저와 단둘이서 보낼 시간이요.”

  오늘 이 남자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걸 눈앞에서 관람하고 있다. 여러 가지로 다채롭다. 지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해가 잘 되질 않네요. 우리 둘이서 시간을 보낸다고요?”

  떨떠름한 인상이 지워지질 않는다.

  “왜요? 두려우세요?”

  “두려워요? 제가 왜?”

  “왜, 그러잖아요. 자는 사이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고.”

  손가락으로 가위질하는 시늉을 해보이자 눈을 반복해서 깜박, 거린다. 그 모습에 그만 웃고 말았다. 오늘 심각한 표정만 보이려고 했는데.

  “걱정 말아요. 보복할 거면 이렇게 부탁하러 나오지도 않았겠죠.”

  손님이 없어 무료한 모습으로 앉아있던 점원이 그 무료함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한복판에 놓인 텔레비전 앞으로 향한다. 크고 얇은 최신식 모델. 화면이 켜지고 어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장난감 도구를 가운데 두고 서로 뭔가를 주고받는 모습이 나타난다. 자세히 보니 작은 모형으로 이루어진 식탁이다. 밥상 위 수저, 식기, 심지어 주전자와 컵까지 모든 걸 다 갖췄다.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 앙증맞다. 부부놀이를 하는구나. 정민 씨가 내 시선이 머무르는 화면을 향해 고개를 든다.

  “아이 생각하세요?”

  어째 그렇다고 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로 보일 듯하다.

  “아니요.”

  그가 또 눈을 깜박인다.

  “우리 현무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저 자신 챙기기도 급급해서요.”

  목을 살짝, 가다듬었다.

  “시간 많이 내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딱 일주일이면 족해요.”

  “일주일이요?”

  “일주일만 저랑 지내줘요. 그거면 돼요.”

  “어디서 지내실 건데요?”

  “제주도요.”

  “제주도?”

  황당하겠지. 직장에 찾아와서 세상 떠나가라 난리를 피울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함께 제주도로 가잔다. 나라도 어이가 없겠다. 그래도 세상 일이 다 이치에 맞으라는 법은 없잖아.

  “일주일 동안 거기서 가슴 속 저 밑바닥까지 뒤집어 보려고요. 그럼 더 이상 놓치는 건 없겠죠.”

  “그리곤요?”

  “결정을 내리는 거죠. 마음 단단히 먹을 수 있게.”

  그가 목 울대를 움직여 침을 삼킨다. 그 동작은 잠깐이었지만 시간이 천천히 흐른 듯 잔상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이들이 아직도 부부 흉내를 내고 있다.

  “강요하진 않을게요. 정민 씨가 곤란하다면 거절하셔도 돼요. 그럼, 아마도, 다신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의 손이 톡, 톡, 찻잔 주위를 건드린다. 길게 이어지는 한숨. 살이 빠져 그런지 그의 턱선이 오늘따라 더욱 날카로워 보인다. 그가 답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재촉할 의향은 전혀 없다. 나 혼자 마음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거기서 끝이다.

  “일주일이라 해도 챙겨야 할 게 많을 겁니다. 비행기표부터 해서 숙박까지.”

  가슴 가운데 막혀 있던 꼭지 하나가 툭, 풀어진다. 가장 중요한 산 하나를 넘었다. 그의 의지.

  “내가 제안했으니까 나보고 다 준비하라고 해도 그럴 의향이 있어요. 정민 씨는 따라주기만 하면 돼요.”

  “아니요.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숙박할 곳 알아보기는 제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저야 감사하죠.”

  정민 씨가 허락하자 머릿속에서 준비해야 할 목록이 순서대로 자리를 잡는다. 비행기표, 옷가지, 숙박, 음식, 자잘한 준비물들, 그리고 알려야 할 사람들. 휴우. 목을 타고 무겁게 빠져나오는 날숨. 반복해서 마음을 추스르지만 쉽지 않다. 그 얼굴들을 마주한다는 상상에 사지에서 힘이 빠진다. 그렇다고 물러나진 않을 거지만. 물러나고 싶다고 해도 물러날 자리는 없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부부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 보여 내 기분이 다 좋아진다. 저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실제 부부가 되어도 저리 행복할 수 있을까. 힘든 일도 많이 겪을 텐데. 어차피 완전한 행복은 언제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니까. 잠깐만, 그렇다면 상상 속에서라도 완전한 행복을 꿈꿔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완전한 행복이라. 내가 상상해볼 수 있는 행복은 어떤 거지? 모든 조건이 완벽한 사랑 같은 거? 저 아이들이 상상하듯이?

  “일정을 맞춰봐야겠네요. 갑자기 휴가를 내는 게 쉽지는 않은데, ……, 소란스러운 사건을 일으킨 다음이라 오히려 회사에서도 제가 어디 가서 잠시 쉬다 오는 걸 반길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답없이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자 그가 물끄러미 나를 살핀다. 아주 당연한 듯 자연스레 입에서 질문이 튀어나온다.

  “정민 씨, 학교 다닐 때 연극 같은 거 해본 적 없어요? 연기 잘해요?”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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