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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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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31
작성일 : 23-05-30 17:33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1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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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유카꽃 - 위험

 

  싸늘한 냉기를 머금은 다홈이의 시선. 내게 이렇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하고, 아무리 저 머릿속 안을 뒤져봐도 그런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고등학교 동창인 다홈이는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난 3년제 대학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섰다. 주위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다홈이는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보다 나를 더 가까이 해줬다. 가끔씩 궁금해진다. 다홈인 나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을까? 그런 다홈이가 무척 고마웠고, 그래서 더욱 아끼려고 노력했다. 어쩔 땐, 마치 친자매 같았다. 내게 언니나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사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다홈이가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비수를 박듯이 쏟아낸다.

  “난 네가 행복해지라고 바란 거지. 잠시 수학여행이라도 다녀오는 듯 잠깐의 외도는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 그 새침한 아이, 여은이, 네가 이렇게 빠져버릴 거라곤 예상치 못했어. 미안해. 친구로서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해서. 한순간 네가 너무 예쁘게 피어오르는 듯 보여서 그땐 내가 너한테 잘하는 거라 믿었어. 그렇게나마 삶에서 여유와 휴식을 만끽하는 줄 알았지. 너, 현무 가지고 나서 많이 힘들어 했잖아. 여자로서 생기를 잃어간다고 걱정도 했었고. 정민 씨 알고 나서 그 시들었던 꽃봉오리가 다시 피어나는 게 보기 좋더라고. 그런데 여은아. 너 지금 아예 뿌리째 빼내려 하고 있어. 난 네가 걱정되기 시작했어. 너 그러다 시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말라비틀어질까 무서워. 너도 알다시피 내가 현실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그렇지만, 그 현실이 살면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주는 토양이야. 너는 화원에서 일하니까 더 잘 알잖아. 그 토양이 없으면, 꽃은 피어날 수가 없어.”

  학생 앞에서 일갈하는 선생님처럼 내 앞에서 연설하듯 이어나간다. 다홈이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고 날 염려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충고가 아니라 조금은 따스한 위로다. 하지만 다홈이는 그런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가족이 어떻고 현실이 어떻다며 일장연설을 그치지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듣고 있으니 심사가 살짝, 뒤틀린다. 전남편과 헤어졌고 아이도 길러보지 않은 너한테서 들을 얘기는 아니잖아, 라는 말대답이 목 근처에서 근질거리지만 차마 뱉어내진 못하고 억지 미소만 지어낸다. 미소를 억지로 지어내려니 참 서글프다. 왜 인간은 뭔가를 억지로 해야만 할까. 가슴이 이끄는 대로만 하고 살면 마음의 병에 걸릴 일은 없을 텐데.

  그 도도녀가 마트에 찾아와서 내 속을 뒤집어놓은 게 화근이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정민 씨 를 찾아가서 대거리를 하는 사이,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행동이 거칠어졌다. 원래 그렇게 감정을 터트리는 내가 아닌데 어딘가 곪은 자리가 제대로 터졌는지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앞에서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성이 나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오죽하면 지나가던 행인과 그의 사무실에 용무를 보러 온 손님 여럿이 제대로 된 구경거리라도 되듯 우리를 지켜봤다. 그 손님들 가운데 아가씨가 있었고. 세상이 무너지듯 오열하며 아가씨와 정민 씨 사이 싸움을 막았다. 차마 싸움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거의 아가씨의 일방적인 화풀이였다. 아가씨가 할퀸 자리가 괜찮을지 염려가 된다. 선홍색 핏물이 뚝, 뚝, 타고 흘렀는데. 아무리 그런 게 아니라고 변명을 해봤자 이미 마음이 돌아선 아가씨에게 가 닿지 않았다. 아가씨는 굳건히 다짐을 해놓고도 내가 다시 정민 씨를 만나러 왔다는 그 사실에 완전히 분노했고, 나를 향한 빗장을 단단히 닫아걸었다. 양손을 모아 빌어가며 애원해봐도 소용이 없었고,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떠나가며 벌레 보듯 하던 시선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그리곤 나도 정민 씨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자리를 피했다. 아가씨 때문에 다친 건 오히려 정민 씨인데 그는 날 챙기려 했다. 그런 그가 미웠다. 병 주고 약 주고 사람을 갖고 놀겠다는 건지.

  한동안 정처 없이 걸었다. 어디로 향하는지 생각지도 않고 그저 걸었다. 휴대폰이 한 번 울리기 시작하니 뒤따라 반복해서 울린다. 여러 번호가 교차해서 걸려온다. 처음엔 휴대폰이 울리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귀에 거슬렸고 자연스레 무음으로 돌렸다. 도저히 일하러 갈 상태가 아니었다. 걸려온 전화 중엔 예슬이에게서 온 것도 있을 거다. 무단결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하고 있는 일이 내겐 너무 소중해서 화원 사장님 눈에 잘 보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심지어 급하게 나를 필요로 할 땐 현무마저 황급히 주변에 맡기고 뛰어나가기도 했다. 그런 곳인데. 하기야 그게 무슨 소용이람.

  걷고 또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온다. 발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무릎과 종아리에도 통증이 퍼져나간다. 적당해 보이는 위치에 몸을 내려놓았다. 커다란 나무 아래 그늘이 진 자리였다. 의자가 아닌 바닥 위에 앉으니 땅에서 전해지는 시원한 냉기가 좋다. 겨울이라면 그 기운이 매서웠겠지만 여름이라 달아오른 내 몸의 체온을 식혀준다.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었다. 가만가만, 얼얼한 느낌이 전해지는 발바닥 가운데를 주물렀다. 오목히 들어간 곳부터 해서 발목으로 손을 이동한다. 종아리와 무릎 주위까지 주무르고 나니 한결 나아진다. 아프면 이렇게 쉬고 치료해줘야 하는데. 아파도 쉴 여유가 없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자주 본다. 그렇게 쉴 여유가 있다면 아플 때까지 참지도 않았을 거라며. 그 말도 맞다. 그렇지만 그러다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움직이기도 힘들어지면 그땐 어떻게 하지? 살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걸 놓치면 나머지도 모두 놓치게 되니까.

  내 전화기에 걸려온 번호 내역을 훑는다. 화원 번호, 예슬이 번호, 어머님 번호, 다홈이 번호, 그리고, ……, 남편 번호. 이제 남편도 안다는 거겠지. 소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약속해놓고. 미운 애는 미운 짓만 골라 한다더니. 내가 어떻게든 너는 그만두게 할 거야. 꼭 그럴 거라고. 분풀이할 곳이 없으니 모든 미운 감정이 소이를 향한다. 미운 털이 박혔고 만만한 대상이라 그럴까. 싫어, 정말. 하필 왜 우리 마트에서 일은 구해서. 번호 목록을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 다홈이다. 받을까 말까. 다홈이잖아. 내 가장 든든한 버팀목, 다홈이. 주저하면서 녹색이 선명한 통화 동그라미를 건드렸다.

  “여보세요. 얘, 얘, 다홈아!”

  “나 귀 안 먹었어. 살살 얘기해.”

  “야! 이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너 지금 어디야? 어디냐고!”

  흥분한 다홈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한동안 애를 먹었다. 내 얘기는 들을 생각도 않고 자기 할 말을 마구 쏟아낸다. 결국 입을 닫고 다홈이가 하는 말을 그저 듣기만 했다. 하소연할 처지는 나일 텐데. 일단 다 퍼내고 나자 숨이 가라앉는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딘데?”

  솔직히 그 질문에 바로 답하기 어려웠다. 나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치 않았으니까. 주변 지형을 대강 알려주니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으라고 못을 박듯이 하며 통화를 마친다.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서 기다렸다. 머리 위로 흘러가는 구름을 보다, 귀를 간지럽히는 벌레를 향해 손을 저어대기도 하고, 땅에 닿은 자리가 아려서 가끔씩 몸을 들었다 놓기도 한다. 몸이 바쁘지 않으니 머리가 조금씩 속력을 낸다. 이제부터는 어쩐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들. 정민 씨가 미웠지만 그가 걱정되기도 했다. 하필 그가 일하는 곳에 그런 식으로 쳐들어가다니. 나도 머리가 좀 돌긴 했었나 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그리 행동했다. 나 때문에 앞으로 곤란해지면 어쩌지. 때려놓고 염려해주는 식이다. 그 도도녀가 찾아와서 하는 얘길 들었을 땐 머리 꼭대기까지 열이 넘쳐 자제할 수 없었다. 사람이 꼭지가 돈다고 하지. 그런 식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는데. 참, 나에게 많은 걸 처음 겪게 해준다. 그 사람이랑 나랑 도대체 어떤 인연이길래.

  “청승맞게도 앉아있다.”

  “나 찾느라 헤매지 않았어?”

  당연히 한참을 헤맸다며 눈을 흘긴다. 다홈이가 아무리 나한테 짜증을 내거나 날선 말을 해도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가슴 한편에선 안심이 된다. 뒤끝이 없는 애라는 걸 잘 알고 있고 언제나 날 챙겨주려 애쓰니까. 그렇지만 지금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아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걸 듣고 있자니 조금씩 인내심이 줄어드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말을 끊어야겠다.

  “이제 어쩔까?”

  갑작스레 내가 물어오자 다홈이가 하던 말을 멈추고 가만히 쳐다본다. 다시 억지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그것도 반복하니 한결 쉽다.

  “웃기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거지. 나 그래도 뱉는다. 내가 못 할 줄 알지?”

  “침은 좀 더럽다. 차라리 한 대 때리고 말아.”

  “그럴 거면 제대로 맞을 각오를 해.”

  툭, 앞머리에 갖다 대는 꿀밤. 제대로 때리지도 못할 거면서 각오를 하라니.

  “너 내가 문제 해결할 때는 거기에 완전 집중하는 거 알지? 감정 처리는 나중에 시간 날 때 하고 지금은 상황 처리부터 하자. 그 전에 하나만 물을게.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어. 그 인간 왜 또 만나러 간 거야? 그새 그리웠어?”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 엿 같은 자식이 날 진심으로 좋아한 게 아니었어. 다 이유가 있었더라고.”

  내 얘기를 듣고 다홈이가 숫제 방방, 뛰어오른다.

  “뭐야! 정말 엿 같은 놈이네. 여은아, 내가 혼내줄까?”

  “아니 됐어. 내가 이미 그 사람 일하는 곳에 찾아가서 제대로 분풀이하고 왔거든.”

  그렇게 말은 했지만 미안함은 가슴에 남아 있다. 나 때문에 그가 회사에서 크게 난처해지는 걸 원친 않는다. 적당히는, 괜찮겠지만, 크진 않기를. 설마 그 일로 쫓겨나진 않겠지.

  “네가 제대로 하긴 했겠어.”

  “왜 이래. 회사 앞에서 아주 요란스레 소란을 피웠다니까.”

  “그래서 네 시누이한테 또 들킨 거고?”

  “……. 너는, 어떻게 알고 나한테 전화한 거야?”

  “예슬이가 난리가 났더라.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네가 무단결근하고 전화는 받지도 않고. 걔가 네 남편이나 시댁에 전화해서 묻겠냐. 나한테 먼저 연락해서 하소연을 하더라고. 나도 놀래서, 너랑 전화통화는 안 되지, 너네 마트로 찾아갔더랬어.”

  조금씩 눈앞이 노래지기 시작한다. 가장 듣기 싫은 부분을 들어야겠지. 피할 수는 없으니까.

  “나, 너 시누이가 그리 화내는 모습 처음 봤어.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는 완전 커서 쩌렁쩌렁, 울리지. 그 옆에, 너 시어머니도 있더라고. 다행인지, 네 남편은 그 자리에 없었어.”

  결국 시부모님에게도 말이 들어갔다. 남편이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휴. 내 한숨에 다홈이가 입술을 깨문다.

  “이제 숨기는 작전은 물 건너갔어.”

  “그럼 어떻게 하지?”

  “차라리 이렇게 다 까발려졌으니 아예 대놓고 엎어져서 비는 게 나을 듯해.”

  대놓고 빌라고? 누구한테? 시댁 모두에게? 작정하고 덤비던 시누이. 그 얼굴을 다시 마주하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평생 안 보고 살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얼토당토않겠지.

  “여은아.”

  조심스레 내 이름을 부르는 다홈이.

  “너 마음 단단히 먹어. 어쩌면, ……, 네 시누이한테 당한 건 시작에 불과할지 몰라. 앞으로가 더 힘들 거야.”

  이보다 더 힘들 거라니. 이제 겨우 시작했다는데 벌써부터 왜 이리 피곤하지? 다 때려치우고 어디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실컷, 잠만 자다 왔으면 좋겠는데.

  “현무 데리러 가야 하는데.”

  다홈이라고 별달리 뾰족한 수가 있을까. 입술만 자근자근 씹어댄다. 그만 씹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피라도 날까 염려된다고. 다홈이가 이전보다 더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먼저 시부모님 댁으로 갈래?”

  각개전투, 라는 군대용어가 떠오른다. 이건 숫제 전쟁통에 내던져진 상황처럼 보여서. 일대일 대면으로 한 명씩 맞서야 할지도. 시부모님, 남편, 시누이. 그들이 다가 아니겠지. 주변에 날 아는 모든 사람들. 날 위해 편을 들어줄 사람이 다홈이 말고 또 누가 있으려나. 아무래도 다홈이 아니면 떠오르는 얼굴이 없다. 다홈이가 운전하는 차가 시부모님 댁 근처에 다다를 즈음 다홈이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어, 택수야. 나 지금 여은이랑 있어. 뭐어?”

  한결 올라간 목소리와 커다래진 눈이 놀란 마음을 드러낸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내 얼굴을 일부러 피하는 다홈이. 시부모님 댁 바로 앞에서 차가 멈춘다.

  “저기, 여은아. 어쩌지? 너 혼자 두고 가기 그렇긴 한데 택수한테 급한 일이 생겼나봐.”

  “무슨 일인데? 택수 괜찮아?”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다홈이.

  “아니, 택수 괜찮을 거야. 지금 네가 다른 사람 사정 염려할 때가 아니잖아. 네 앞에 놓인 문제나 걱정하라고. 얼른 택수한테 가보고 올 테니까 그때까지 혼자 괜찮겠어?”

  다홈이가 옆에 있다고 해서 나아질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집안 문제니까 차라리 나 혼자 감당하는 게 나을 듯도 하고.

  “괜찮아, 괜찮아. 얼른 가봐. 네 얼굴 보니 급한 일인가 싶다. 어차피 네가 항상 옆에 있어줄 수는 없는 거잖아. 언젠가는 나 혼자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금방 돌아올게. 너 마음이 영, 아니면 나 올 때까지 기다려도 돼.”

  아니라고, 괜찮다고, 어서 가보라고, 등을 밀어대는 내가 영 미덥잖은지 자꾸 내 안색을 살핀다. 다홈이가 항상 옆에 있어줄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다홈이에게 집안 문제를 내보이기도 마뜩찮다. 다홈이 차가 멀어지자 가슴이 옥, 죄어온다. 피할 수는 없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발걸음은 얼른 뒤로 돌아서고 싶어 안달이 난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어찌나 힘이 드는지. 몸에서 에너지가 두 배 속도로 소비되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기까지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날 알아보고 시부모님이 급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온다. 표정에 큰 변화가 없는 시아버님과 달리 시어머님 얼굴은 이미 붉으락푸르락, 열이 올랐다.

  “너는 애가 생각이 있긴 한 거야!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건데. 그 속 깊은 미자가 오빠가 걱정돼 어찌나 속이 상했는지. 펑펑, 울면서 말을 못 잇더라. 어디 변명이라도 해봐. 입이 있으면 변명을 해보라고!”

  자기 딸이라고 편을 든다. 그 딸에게 봉변을 당한 건 나였는데. 변명하거나 대들기는커녕 꼼짝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날선 어머님의 독설에 전신이 마비되는 듯했다. 그렇게 듣고 있는 가운데 아버님이 밀었다 당기기를 반복하는 유모차가 눈에 들어온다.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며 앞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어머님에게 정신이 팔려 아버님이 현무가 누운 유모차를 끌고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시끄러운 소란에도 눈을 뜨지 않는 현무. 콜콜, 잘만 잔다. 꿈틀, 예상치 못하게 치밀어 오르는 감정. 솟아오르는 오한. 뒤따라 공포가 밀려온다. 의도치 않은 공포감이라니. 그 자리에서 현무를 뺏길 거라는 두려움이 급작스레 머리를 가득 채운다. 전혀 근거도 없고 말이 되지 않는 허황된 논리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 전신을 파고드는 지독함에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에너지가 닳고 닳은 줄 알았는데 어디에 또 남아있었는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예상치 못한 내 행동에 두 분 모두 당황해서 쳐다보기만 한다. 아버님 손에서 유모차를 낚아채 황급히 돌려 세우고 앞으로 있는 힘껏, 밀었다. 거기 서지 못해, 라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표독스럽게 귓가를 때린다. 텅, 바퀴가 어딘가 걸려 휘청, 거리다 다시 균형을 잡는다. 급할수록 더디다더니, 밀어대는 내 힘에 바퀴가 헛돌며 제자리걸음을 한다. 어머님이 선두에 서고 아버님이 뒤따른다. 이제 금방이라도 어머님 손이 내 등에 닿을 듯하다. 손잡이를 내팽개치고 현무를 안아올려 가슴에 품었다. 잠에 취한 현무는 고개를 내 가슴팍 위로 떨군다. 그런 현무를 몸에 밀착시키듯 단단히 끌어안고 남은 모든 힘을 끌어내 달렸다. 내게 덮쳐오는 불운을 전부 떨쳐버리려고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가득 차올라 질식할 만큼 헐떡일 때까지 달렸다. 이마를 타고 내린 땀이 눈에 흘러들어 쓰라렸다. 앞을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었다. 숨을 다급히 몰아쉬며 눈에 맺힌 땀을 닦아내려 달리기를 멈췄다. 이제 잡힌다 해도 더 이상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누가 툭, 건드리면 바로 엎어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무는 잠을 깨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뛰는 동안 전해진 반동이 현무를 기분 좋게 달래주었던 듯 더욱 깊이 잠이 들었다. 어디까지 온 걸까? 해가 낮아지며 석양이 주변에 깔리고 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뒤를 보니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없다. 언제부터 혼자 뛰었던 건지. 이제 어디로 간다? 천천히 걸으며 주위 상가를 하나씩 눈에 익히니 대강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딱히 갈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걸음이 내키는 대로 가다 보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대문이 보였는데, 그곳을 통해 들어가서 밖으로 통하는 문 다 닫아걸고, 현무랑 같이 누워 잠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럴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가 없다. 어디 마음 편히 그렇게 하겠어. 가족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칠 텐데.

  움찔, 골목 안으로 숨어들었다. 현무 아빠다.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선다. 혹시라도 내가 있을까 확인이라도 하려는 걸까? 잠시 시간이 흐르고 벌컥, 문이 열리더니 그가 밖으로 나오며 거칠게 문을 닫는다. 급한 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한다. 집에 들어가서는 안 되겠지. 그럼 어디로? 피로가 쌓일 대로 쌓였는지 머리가 몽롱하고 생각은 정지한 채로 있다. 현무와 살갗이 닿는 자리에 땀이 흥건히 맺혀 축축한 느낌이 기분 나쁘다. 어디서 샤워라도 하고 싶다. 그 기분 나쁜 걸 모두 씻어내릴 수만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그저 내키는 대로 걸었다.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건물. 내가 이렇다. 갈 만한 곳은 집이고 일터밖에 없다. 현자플라워. 그 이름이 어찌나 반가운지. 이제 슬슬, 폐장할 시간인데. 아직 예슬이가 남아있을까. 집에 들어가긴 주저했는데 화원에는 들어가보고 싶어졌다. 파릇한 분재며 묘목이 갑자기 너무 보고 싶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식물은 동물이나 사람처럼 덤벼들지 않는다. 언제나 한 곳에 머무르며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려준다. 가만히 그 앞에 멈춰서 물을 뿌려주고 싶다. 그렇게 촉촉히 물기를 머금는 걸 보는 것만으로 내 가슴도 같이 수분을 보충한다. 메마른 대지에 비가 스며들 듯이.

  “여은이 언니!”

  그 목소리가 반가워 활짝, 미소를 짓다 멈췄다. 혼자가 아니었다. 화원 사장님이랑 영식 씨가 함께였다. 예슬이가 연락했겠지. 본인도 얼마나 당황했을까. 내가 미안해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여은 씨.”

  사장님의 굳어진 얼굴에는 그나마 걱정하는 빛이 어려있다. 어머님처럼 냉소로만 가득 차진 않았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래. 괜찮아?”

  나를 위아래로 훑는 시선. 그제야 내 몰골이 얼마나 흉할지 생각이 미친다. 헝클어져 흘러내린 머리, 땀으로 범벅된 얼굴과 가슴팍, 내게 매달린 채로 잠이 든 현무까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사장님.

  “죄송해요.”

  먼저 고개부터 숙였다. 살면서 일터에 누를 끼친 적은 없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내 삶에 일은 언제나 최우선 순위였다. 절대, 절대로, 무단결근을 하거나 사고를 치는 일은 없어야 했다. 일을 못하게 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니까. 딛고 일어설 곳이 사라지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가족도 잃고, 직장도 잃고, 그런 상상만으로 물이 차오르듯이 가슴께가 조여온다. 누가 목을 조르는 것도 아닌데 숨이 가빠진다. 죄짓곤 못 사는 거다, 정말. 남이 심판하지 않으면 스스로 심판하게 되니까.

  “그, 그게요. 사장님. 제가 있잖아요.”

  분명 머릿속에선 이러저러 해서 이런 상황이 되었다, 고 논리가 펼쳐지는데 입이 그대로 전달을 하지 못한다. 횡설수설, 이야기가 꼬이고 자꾸 입 안에서 말이 씹히니 안달이 날 정도다.

  “급한 일이 생겼어요. 안 나오려고 한 게 아닌데.”

  사장님은 내 얘기를 자르지 않고 참을성 있게 들어주려 한다. 어찌나 좋은 타이밍인지, 현무가 깨어나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를 어르기 위해 상체를 좌우로 조금씩 흔들었다.

  “현무 아빠가 몸이 좋지 않아서. 그래서, 마트도 챙겨야 했고. 현무도 데리러 가야 하고.”

  애꿎은 현무를 들어 보인다. 이어지는 설명이 내가 들어도 맥락이 닿지 않고 지지부진하다. 그래도 여기서 멈추면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못할까 계속 지어냈다. 참을성이 옅어져가는 사장님 눈빛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참다 못한 사장님이 손을 들어올려 잠깐만, 이라는 수신호를 보낸다.

  “여은 씨. 잠시만 있어봐. 일단 진정부터 하고. 물이라도 마셔. 내가 가져올 테니까.”

  예슬이가 가겠다고 하는 걸 마다하고 본인이 직접 화원 안으로 들어간다. 예슬이는 영식 씨와 서로 눈짓을 교환한다. 어떤 의미일까. 이런 상황이 곤란하겠지. 나라도 난감할 거다. 애기를 안은 채 땀에 절어 횡설수설하는 이상한 모양새. 앞으로 예슬이는 무슨 낯으로 본담. 아니 직장에서 쫓겨나면 보기나 할런지.

  “언니, 힘들지 않으세요? 제가 잠시 현무 안을까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다가선다. 흠칫, 뒤로 물러나며 더욱 꽉, 현무를 껴안았다. 현무가 그게 싫은지 신음소리를 낸다. 예슬이가 내가 안스러워 꺼낸 말이겠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에게도 현무를 내주고 싶지 않다. 내 행동에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예슬이가 한 발 물러선다.

  “아니, 언니가 괜찮으면 뭐. 저 땀 좀 봐. 제가 수건이라도 가져올까요? 땀 닦으실래요?”

  애를 어루듯 나를 살핀다. 내게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넨 적이 없었는데. 나보다 일은 먼저 시작했으면서도 자기보다 연장자라고 아주 깍듯이 대했다. 친해진 후에도 항상 존댓말을 썼었지.

  “괜찮아, 괜찮아. 영식 씨가 왔는데 가봐야지 않아?”

  “급한 일 없어요. 자기 현무 처음 보지?”

  자기라. 이제 영식 씨를 자기, 라고 부르는구나. 영식 씨가 예슬이 눈치를 살피며 어색한 손동작으로 현무에게 인사를 건넨다. 거의 현무에게 닿을 듯해 아이를 끌어당겼다. 공중에 떠 있던 손이 어색하게 머무르다 다시 되돌아간다. 아, 왜 자꾸 이러지? 머리가 아니라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현무에 관해선 아주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게 된다. 어린 새끼가 태어난 후 자기 주인이라 해도 그 새끼를 건드리려고 하면 물어버릴 자세를 취하는 어미 개처럼 곁에 오기만 하면 바로 달려들 만큼 호전적이다.

  “여은 씨, 이거 마셔요.”

  물컵을 들고 밖으로 나온 사장님이 건넨다. 그 컵을 받아야겠는데 현무를 안고 있어 어째 여의치 않다.

  “아, 내줄 손이 없구나. 이래도 괜찮을라나?”

  사장님이 천천히 컵을 내 입 앞으로 내민다. 이게 예의가 아닌 걸 알지만 현무를 절대로 놓고 싶진 않았다. 사양해야 할까? 찰랑, 이는 물결. 그걸 보니 목이 타오른다. 갈증을 자각할 여유가 없었다가 물을 보니 어찌나 갈증이 급격하게 끓어오르는지 순식간에 컵 가장자리에 입을 가져갔다. 벌컥벌컥. 사장님도, 예슬이도, 영식 씨도 내가 그리 급하게 물을 들이켜 놀란 얼굴을 한다.

  “아휴, 여은 씨. 천천히 마셔. 더 마시고 싶으면 얼마든지 갖고 올 테니까. 물 마시다가도 체한대.”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깨끗이 비웠다. 이번엔 사장님이 예슬이를 불러 물을 받아오게 한다.

  “이게 무슨 고생이야. 여은 씨 많이 힘들지 않아? 어디 앉아서 얘기 할까?”

  앉고 싶은 생각은 간절했지만 한 번 앉아버리면 그대로 혼절해버릴 듯 지쳤기에 내키지 않았다. 여기도 오래 머무를 곳은 아니니까. 물을 더 마시고 싶지만 그것도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사장님. 진심으로 죄송해요. 제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폐 끼친 거 나중에 반드시 보상할게요.”

  물러나려는 날 붙잡으려 한다.

  “아니, 그 모양으로 어디 가려고? 갈 데는 있어?”

  예슬이가 물을 받아 나오자 황급히 그 컵을 받아들더니 내 앞으로 내민다.

  “지금 많이 목마르잖아. 더 마셔.”

  “아니요. 이제 괜찮아요.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꼭 다시 인사드리러 올게요.”

  뒤돌아서자 멀리서 희뿌연 먼지를 날리며 차 한 대가 다가온다. 눈앞에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자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경찰차라는 걸 알 수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차가 멈춘다. 거기서 두 명의 경찰관이 내린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두 사람은 우리 정세를 살핀다. 누군가 나서서 말을 꺼내길 기다리고 있다.

  “오셨어요. 제가 전화 드렸습니다.”

  사장님 목소리에 돌아봤다.

  “미안해, 여은 씨.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어. 현무도 있잖아.”

  흔들리는 눈동자. 사장님 탓을 할 순 없는 거지. 여자 경찰관이 다가서며 말한다.

  “누구 다친 분은 없으세요?”

  이어지는 질문과 법에 관련된 설명. 듣긴 들어도 머리에 각인되진 않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현무가 내 품 안에 있으니까 다 괜찮다. 설마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관이 엄마에게서 자식을 뺏어가진 않겠지. 차라리 마음이 놓인다. 시댁 식구들이 합세해서 현무를 뺏어가려 해도 나를 도와줄 테니까. 나만 혼자 구석으로 몰리진 않겠지. 그렇게 안심이 되니 중력이 두 배 무게로 내리누른다. 차에 타라고 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 뒷좌석에 올라 엉덩이가 닿자마자 눈을 감은 채로 있었다. 머릿속이 몽롱해지고 가슴이 이완된다. 너무 피곤하다. 피곤에 찌들어 다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안간힘을 다해 현무는 품에서 놓치지 않으려 했다. 어떻게든 매달려서. 이젠 현무가 내게 매달리는 건지, 내가 현무에게 매달리는 건지 알지 못하겠다. 서서히 의식이 멀어져간다. 흐릿해진다, 저 너머로. 멀겋게, 멀겋, 멀,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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