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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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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29
작성일 : 23-05-26 12:01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1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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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들국화 - 장애물

 

  남편의 여동생, 미자 아가씨는 성격이 급하다면 급하고 화끈하다면 화끈하다고 하겠다. 일을 추진하는 능력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시어머님이 자잘한 모든 사항을 꼼꼼히 챙겨서 일을 시작한다면 아가씨는 일단 일을 벌려놓고 나머지 주변부를 채워나가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모녀가 참 다르다. 그런 미자 아가씨 성향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주의하지 못한 건 분명 내 잘못이다. 어제 가게를 이전할 새로운 장소를 물색 중이라기에 아가씨에게도, 정민 씨에게도 좋은 일거양득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나쁠 게 뭐가 있어? 설마 당장 그렇게 정민 씨 회사를 찾아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회사 연락처를 문자로 보낸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걸 억울하다고 하소연 할 근거는 없지만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걸 억누를 수가 없다. 소이는 오는 길에 만났다고 했다. 하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이라니. 나보다 더 남편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이인데.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떼로 뭉쳐서 온다더니 아주 제대로 벌어졌다. 아니다. 누구를 탓하겠어. 다 내 잘못이다.

  역시나 주변 사람 챙기는 데 선수인 예슬이는 내 행동 변화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손님이 없어 한가할 적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챘는지 딱히 말을 걸어오진 않는다. 그런 예슬이를 최대한 피하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하고 있다.

  “잠깐 밖에 나가서 전화 한 통화만 하고 올게.”

  “언니, 괜찮으세요?”

  “급하게 전화할 일이 있어서. 오래 안 걸릴 거야.”

  예슬이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 황급히 밖으로 나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내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 걸 단번에 눈치 챈다.

  “여은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너 어째 말하는 투가 심상찮다.”

  “다홈아.”

  다급할 때마다 유일하게 떠오르는 연락처. 그렇게 전화를 걸어 다홈이 목소릴 들으니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다홈아아아. 나 어떡하니? 어떡하면 좋아?”

  “얘. 뭔데? 뭘 가지고 그러는데?”

  다홈이도 답답할 거다.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우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나, 나, 나, 그게, 그러니까…….”

  “한여은!”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 다홈이가 숨을 고르더니 이어간다.

  “여은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아주 힘들어한다는 건 알겠어. 그렇지만 그럴수록 사람이 침착해야 돼. 자, 심호흡 하면서 천천히 얘기해봐.”

  다홈이가 하라는 대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입 안에서 마구 밀고 나오려는 단어들을 안간힘을 써가며 되삼키곤 하나씩 골라낸다.

  “너 우리 아가씨 알지?”

  “아가씨?”

  “현무 아빠 여동생.”

  “요즘에도 그런 호칭을 쓰니? 네 결혼식 때 인사 나눴지, 아마.”

  “아가씨가, 가게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하더라고.”

  “가게?”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하거든.”

  “아, 얘기 들었던 거 같애. 그래서?”

  “나는, 그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지.”

  다홈이가 다음 말을 기다려준다.

  “이왕이면 아는 사람 통해서 하는 게 확실하고 좋잖아. 정민 씨 회사는 새 고객이 생겨서 좋고.”

  “너도 참. 원래 가족이랑은 사업하는 거 아니라잖아. 돈 잃고 인심 잃고 그런다고. 게다가 그 복덕방 직원을 가족 중 누가 알게 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한 거야?”

  “그, 그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일이 진척될 거라곤…….”

  “설마 그 사람을 바로 연결시켜 준 거야?”

  “아니, 내가 그렇게 생각 없진 않다고. 그저 그 사람 회사 연락처를 문자로 보내줬는데 바로 찾아왔어.”

  “그래서? 바로 연결시켜 준 것도 아니라면 뭐가 문제야?”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질 않는다. 너 때문에 자극 받았다면 내게 어떻게 답할까?

  “여은아. 여보세요?”

  “으응.”

  “얘가 왜 갑자기 말을 않곤. 말 꺼내기 곤란할 만큼 큰 실수라도 했어?”

  이렇게 된 이상 피할 도리는 없는 거다.

  “어제 너가 택수 만나러 간다고 일찍 헤어졌잖아.”

  “그랬지. 내가 너를 데려갈 정도로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아서. 설마? 너, 그러곤 그 사람 만나러 간 거야? 그새?”

  그새, 라니. 그건 어떤 의미야?

  “시간도 남았고 해서, 내가 시간 남을 때가 흔하지 않잖아. 너랑 헤어지고 나서 남은 시간을 낭비하기 너무 아깝더라고. 어디 딱히 갈 만한 데도 없고.”

  변명조가 된 내 말투가 나 자신조차 듣기 싫다.

  “이제 감이 오네. 그 사람 만나다 들켰구나.”

  “으으응. 그래서, 너무 놀라서…….”

  목소리가 떨려온다. 이 감정을 억누르려 할수록 더 솟구쳐 오른다.

  “여은아.”

  “어엉, 다홈아. 나, 어쩌면 좋아? 어떡하지?”

  한층 더 차분해진 톤으로 다홈이가 말을 전한다.

  “여은아, 울래? 내가 들어줄게. 너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차라리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몰라.”

  “아니야, 울긴. 운다고 달라지니? 울긴 애처럼, ……, 흑.”

  속울음이 터져나왔다. 이게 눌러대니 툭, 터져버린다. 그렇게 속절없이 울었다. 다홈이는 아무 말 없이 내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준다. 우는 것도 혼자 울 때랑 누군가 들어줄 때가 다르다. 울음을 그치고 나니 다홈이 말처럼 한결 차분해진다. 상황이 달라지진 않더라도.

  “네 시누이랑 소이가 봤다고?”

  “그래.”

  “정확히 어떤 장면을 들킨 건데?”

  그걸 묘사하려니 어색하다. 아무리 다홈이가 다 알고 있다 해도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전달하긴 편치 않다. 이제 와서 무얼 숨기고 말고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음, 그러니까. 잠시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어.”

  뒷말을 기다리는 다홈이. 그 압박이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누른다.

  “그러다, 어, 어쩌다 보니 팔이 닿았어.”

  계속 말이 없는 다홈이. 원래 이렇게 조용한 애가 아닌데. 한 방에 다 터트리려고 준비하는 건가.

  “그, 그게, 계획한 상황이 아니었어. 어쩌다 보니 몸이 스치다가 입을 맞출 뻔하고 그런…….”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지.”

  “뭐어?”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 했고.”

  “너 지금 나한테 속담 교육이라도 하려는 거야?”

  “이것이 뒤늦게 아주 열이 올랐구나, 올랐어.”

  “그, 그런 게 아니라.” “이 언니가 동생 생각해서 장려한 거지만 그런 식으로 속도를 낼 줄 몰랐네.”

  “소, 소, 속도라니. 너무 앞서나가지 말아.”

  “너무 앞서나가지 말라고? 너 시누이랑 소이한테 들켰다며. 들킬 정도면 대놓고 길거리에서 그랬다는 건데.”

  “그, 그, 그, 그랬다니. 표현이 어째 그렇다.”

  “표현이고 뭐고 이것아!”

  귓가에 닿는 다홈이의 호통이 매섭다.

  “아니다. 다 내 잘못이다.”

  “네가 뭘?”

  “이렇게 어리숙한 애 손에 불을 맡겼어. 그랬더니 온통 불난리가 나네.”

  “이번엔 시를 쓰시네.”

  “이런 상황에서 그딴 소리가 나와?”

  “속담 나열하고 시적 표현을 쓴 게 누군데.”

  “내가 속에 열불이 나서 그런다. 욕을 하긴 뭣하고.” “그럼 이제 어쩌지?”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목을 가다듬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이어진다.

  “일단 네 시누이한테 접근해.”

  “접근?”

  “아무리 어머니와 딸 사이라 해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어. 아직 말이 퍼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입 단속을 해야지.”

  “소이는?”

  “당연한 거 아니야. 네 남편이 모르도록 해야지. 내가 하나하나 전부 가르쳐줘야 돼, 이 맹꽁아.”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내 머릿속에선 제대로 회로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 다홈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래, 일은 벌어졌고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면 수습이라도 해야 한다. 떨리는 손을 단단히 다잡으며 다홈이가 알려주는 대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했다. 일단 아가씨한테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자초지종이라.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를 꾸며내야겠지.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순 없고. 다홈이가 아이디어를 준다.

  “이러면 어떨까? 네가 가게 이전할 자리 알아보려고 그 복덕방에 들렀다가 거기 직원이 치근덕거렸다고 해.”

  “그러다 정민 씨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네가 지금 다른 사람 걱정할 때야? 일단 너부터 살고 봐야지. 그렇게 급한 불부터 끄고 상황정리는 차차, 하는 거고.”

  “소이한테도 동일하게 얘기하고?”

  “여은아. 증언이라는 게 왔다갔다 흔들리면 신빙성이 떨어져. 무조건 그렇게 밀고 나가. 대신 소이는 네 남편이랑 붙어 지내잖아. 걔는 절대로 찍소리도 못하게 단단히 일러둬야 해.”

  “찍소리도 못하게?”

  “그게 입장이 달라. 네 시누이한테야 그런 일 있었다, 그러고 네가 직접 처리한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네 남편이 그런 소리 들어봐. 당장 그 복덕방 직원 찾아간다.”

  갑자기 눈앞이 빙글, 돈다. 정민 씨와 현무 아빠가 서로 마주하는 상황이라니.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어질하고 가슴이 답답하다. 안 돼. 그것만은 절대, 안 돼. 다시 호흡이 가빠지고 속울음이 솟아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여은아, 여은아. 진정해. 그저 최악을 가정해본 거라고. 그런 일이 발생할 거라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않도록 막아야지. 어떻게든 막아야 해.”

  반쯤 다홈이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고, 반쯤 앞으로 할 일을 나열하면서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빙빙, 돌아다닌다. 이럴수록 일단 진정해야 한다. 괜히 마음이 급해서 서두르다간 오히려 일을 망칠 확률이 높아진다.

  “언니, 잠시만 카운터 봐주세요. 금방 새 묘목 주문한 게 들어왔거든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예슬이에게 어떤 핑계를 댈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일터에 머무르다간 머리가 터져버릴 거라 어떻게든 일찍 나가야 했다. 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생리 날짜가 언제였더라? 나도 기억 못하는데 예슬이가 알 리가 없겠지. 구차하지만 지금 달리 떠오르는 대안이 없다. 반복해서 문 주위를 살피다 예슬이가 손을 씻고 들어오자 얼른 주저앉았다.

  “어머나. 언니, 괜찮으세요?”

  이마를 찡그리며 어떻게든 아프다는 인상을 주려 노력했다.

  “어쩌니, 예슬아. 언니가 그 날인데 이번엔 많이 아프네.”

  “아, 그래요?”

  약은 먹었냐, 고 묻는 예슬이에게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엄살을 부리니 바로 얼른 집에 가라고 한다. 다음에 꼭 밥 사겠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급히 일터를 벗어났다. 싫은 표정 한 번 내보이지 않고 나를 걱정하며 밖에 나와 배웅까지 해주는 예슬이를 보며 그래도 내 주변에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감사했고,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두 번 다시 그들을 실망시킬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진심으로 맹세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나가게 해달라고 세상 모든 신을 향해 빌고 또 빌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자 그만 맥이 풀리고 다리에서 힘이 빠진다.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산만해진 머릿속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두 손으로 감싸쥐고 생각을 집중했다. 일단 무엇부터 해야 하지? 다홈이가 아가씨와 남편을 언급했었지. 그래, 소이부터 만나야겠다. 서둘러 나서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이마 아래로 흘러내린 산발한 머리, 대충 걸쳐 한쪽으로 치우친 상의, 눈엔 핏발이 서고 볼이 창백하다. 그런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랜다. 나라도 우연히 지나가다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한쪽으로 비켜서 피해갈 모양새였다. 손을 들어 한쪽 볼을 건드려 본다. 내 얼굴이 맞긴 맞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이럴 가치가 있는 거였어? 한숨이 흘러나온다. 아니야.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움직이라고.

  마트 앞에 도착했지만 선뜻, 안으로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누군가에게 들킬까 마음 졸이는 아이처럼 이리저리, 살피게 된다. 가장 두려운 건 남편과 마주치게 되는 상황. 그가 아직 모를 수 있는데도 마주치기만 하면 내 자신이 먼저 무너져버릴 듯했다. 그이 얼굴을 보는 게 너무 두렵다. 간간이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손님이 보이고 부지런히 물품을 채워나가는 직원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 소이가 있을 터였다. 꼭 찾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이럴 때 소이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설마 쉬는 날인가? 어떻게든 안을 보려고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만 밖으로 나오던 직원과 눈이 마주친다.

  “사모님, 나오셨어요. 사장님 찾으세요?”

  “아, 저, 지금 한창 바쁘죠? 수고가 많아요.”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려 했다.

  “바쁠 때는 아직 아니에요. 바빠지기 전에 물품 채워놓으려 돌아다니고 있죠. 저, 사장님 나가셔서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

  “그래요?”

  다행이다. 그 사람이 여기 없다. 안도감이 가슴 위로 스며나온다.

  “소이랑 부족한 물품 떼러 가셔서 언제 들어오실진 확실치 않네요.”

  위로 퍼지던 안도감이 거기서 딱, 멈춘다. 하필 소이랑 함께 나갔다고? 왜 소인데?

  “사모님, 급한 일 있으세요?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아, 아, 아니에요. 급한 일은 아니고. 얼른 일 봐요. 내가 괜히 시간 뺏고 있네.”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고? 내 마음이 그렇게 얼굴에 드러나나? 집에서 나오다 너무 흉한 내 몰골에 놀라 최대한 단장을 한다고 했는데도 그렇다. 고개를 숙이는 그 직원을 뒤로 하고 물러나와 근처 골목으로 들어서 한쪽 벽에 기댄다. 차츰 불안이 짙어지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화가 가슴 밑바닥에서 고개를 들이민다. 물품을 떼러 가는데 왜 하고 많은 직원 중에 소이를 데려가? 왜 소이냐고? 소이가 남편에게 종알거리는 모습이 선명히 떠오르자 당장 그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 그애가 얼마나 고소해할까? 정말 물품 떼러 가긴 한 거야?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너무 불안하면서 화가 끓어오르는 걸 참을 수가 없다.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떠오르는 건 사람을 두 배로 진이 빠지게 만든다. 그 감정을 조절하려니 힘들고 속에서 끓어올라 열이 나니 힘들다. 당장이라도 두 사람 앞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잠시 그렇게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끓어오르던 열이 아직 속에 남아 있긴 했지만 가장 고점은 지나쳤다. 휴우우우. 어떻게든 진정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럼 아가씨라도 만나러 가야겠어. 지금쯤 분식집에 있겠지? 걸음을 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췄다. 분명 남편의 트럭이었다. 황급히 다시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방금 전만 해도 두 사람 앞에서 소리를 질러대고 싶었지만 막상 남편을 마주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겁쟁이라서 속에 화가 더 쌓이는 게 아닐런지. 둘이 함께 마트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소이를 내려주고 왔던 길을 향해 트럭을 되돌린다. 뭔가 놓친 거라도 있는 걸까? 소이와 단둘이 마주할 절호의 기회였다. 달리듯 빠른 걸음으로 소이 앞에 서자 토끼같이 놀란 눈이 빤히 쳐다본다. 나를 알아보자 굳어지는 얼굴.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나한테 켕기는 거라도 있어? 있냐고!

  “어, 언니. 어쩐 일이세요?”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 건 나였지만 더 이상 소이가 날 그리 부르길 원치 않았다. 다음부터 사모님이라고 해, 라고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었다. 지금은 호칭을 따질 때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단단히 일러둘 작정이다.

  “지금 어디 다녀오는 길이니?”

  “네?”

  왜? 말 못할 짓이라도 했어?

  “방금 차에서 내리길래.”

  “예, 사장님이랑 필요한 물품 주문하고 급한 건 미리 받아오는 길이었어요.”

  난 언니고 남편은 사장님이야?

  “그런데 왜 너만 들어와?”

  “저, 그게, 그만 액체 세제 급하게 주문 넣어놓고 물건은 놔두고 와버린 거 있죠. 사장님이 얼른 가져오겠다고 되돌아 가셨어요.”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다. 감히 웃음이 나와?

  “머리가 둘이나 되는데 뭘 하다 정신이 나가버렸으면 그걸 까먹어버리니?”

  내 목소리 안에 날이 선 걸 깨달았는지 안 그래도 이미 굳어있던 얼굴에 더욱 그늘이 진다.

  “어제 일 말이야.”

  “어제 일이요?”

  어디서 모른 척이야. 내가 어떻게 나오나 보겠다는 심산이겠지. 목이 잠긴다. 나오지 않는 침을 억지로 한데 모아 삼켜본다.

  “으흠, 흠. 저녁에 마주쳤잖아.”

  “아, 예.”

  “그게, 네 눈에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을 상황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괜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해서. 저기, 혹시, 현무 아빠한테 얘기, 했어?”

  그러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만약에 이미 말했다고 답한다면 그만 손이 올라가는 걸 자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생각인 걸 알지만 소이가 남편에게 알렸다면 모든 상황이 다 소이 때문에 엉망진창이 돼버렸다고 믿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니요.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잖아요.”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머릿속에서 뱅뱅뱅, 바퀴를 돈다. 조바심이 나는 걸 어렵사리 내리 누른다. 이제 소이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소이가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다.

  “고마워.”

  “당연한 걸요.”

  협박조나 애걸조가 되지 않으려 조심하다 보니 말이 입에서 제대로 떨어지질 않는다.

  “그게 그 날은 말이야…….”

  “언니, 굳이 저한테 설명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관여할 입장이 아니죠. 마음 쓰지 마세요. 사장님한테 얘기할 일 절대로 없을 거예요. 다짐할게요.”

  잠시 소이가 한 말을 되씹었다. 널 믿어도 될까? 그렇게 해주는 거야? 혼자 남겨져 스스로 앞가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귀에 못에 박히도록 들은 말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였다. 주고받는 게 이치라면 소이가 원하는 걸 나도 해줘야겠지. 당연히 그걸 감수해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 내가 가릴 입장이 아니다. 떼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열었다.

  “정말 고맙고, ……, 혹시 내가 뭔가 도울 일 있으면 얘기해. 할 수 있는 한 성심껏 도울게.”

  “진짜로 괜찮아요. 제가 인사받을 일이 아닌 걸요. 없었던 일로 하면 되죠. 그냥 다 잊으세요.”

  그게 잊는다고 다 없었던 일이 되냐고, 받아치려다 멈췄다. 꾸물거릴 여유가 없다. 한시가 급했다. 고개를 숙이는 소이를 본체만체, 발걸음을 빨리 한다. 이제는 얼른 아가씨를 만나야 한다. 달리다 걷다가 달리기를 반복한다. 마음이 급할수록 걸음은 자꾸 뒤처진다. 이럴 땐 몸이 머리를 따라주질 않는다. 하기야 몸이 머리를 따라주고 머리가 몸을 바르게 이끌었다면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 처하진 않았겠지. 그걸 너무 잘 인지하고 있으니 불평할 거리는 없다. 군말 없이 받아들이고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뒷수습을 하는 거다. 그것뿐이다.

  이번엔 분식집 건너편 골목 안에 숨어 그 입구를 힐끗, 거린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떠나고 또 한 무리가 들어선다. 간간이 혼자나 둘일 때도 있다. 바쁜 시간대엔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을 둘이나 쓴다고 들었는데. 도저히 분식집 안에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가씨는 소이와는 또 다르다. 소이처럼 내게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을 테고 시부모님과 바로 접촉하는 사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떼로 적을 만들 수 있다. 주의 깊게 처신해야 한다. 카운터에서 분주히 주변을 정리하는 그녀를 발견한다. 바쁠 때 방해를 받으면 성가실 거다. 게다가 좋은 일도 아니고. 잠시 더 상황을 보다 손님이 뜸한 사이에 입구 바로 안쪽에 발을 들여다 놓았다. 인기척에 아가씨가 고개를 돌린다. 평소 같으면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길 텐데 단번에 인상이 굳고 말이 없다. 얼른 상체를 숙이고 인사를 건넸다. 답변이 없다. 가게 안에서 나눌 대화는 아니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아가씨, 잠시만 시간 내주지 않을래요? 잠시면 돼요. 길게 끌지 않을게요. 잠깐이면 돼요.”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뭉치를 내려다보던 아가씨가 그걸 내려놓고 분주히 탁자 위를 청소하는 앳돼 보이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나갔다 오겠다고 알린다. 앞장서서 나아가는 아가씨 뒤를 조심스레 뒤따랐다. 이건 마치 사형 선고를 받으러 향하는 기분이다. 그래, 내가 죄인이지. 얼마 가지 않아 유리문을 통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아가씨가 안쪽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누가 보거나 들을까 염려하듯이.

  “주문 하시겠어요?”

  “아이스 커피 주세요. 언니는 뭘로 할래요?”

  이렇게 나한테 차가운 말투를 쓴 적이 있었나, 기억 못할 정도로 낯선 모습이다. 물론 그걸 불평할 마음은 추호도 없고.

  “가, 같은 걸로요.”

  종업원이 멀어질 때까지 정적이 흐른다. 그제야 카페 안에 손님이 우리 두 사람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아가씨는 내가 머뭇거리자 신경질적으로 손목에 찬 시계를 두드린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 손목시계다. 남편과 같은 브랜드인데 둘이서 함께 구입했었나? 딱히 기억에 없다.

  “금방 들어가봐야 해요. 아르바이트하는 애들만 놔둘 순 없거든요.”

  “예, 예, 그렇죠.”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다홈이 말처럼 정민 씨를 비난해야 하나? 그러긴 싫다. 물론 내가 물불을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선택할 수만 있다면 그건 진짜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종업원이 커피를 내려놓고 물러가자 아가씨가 먼저 말을 꺼낸다.

  “언니도 잘 알겠지만 저 전남편이랑 헤어질 때도 지저분한 얘기 많았어요. 서로 어떻게든 헐뜯고 나쁜 점 찾아내기 바빴으니까.”

  오빠보다 먼저 결혼한 아가씨는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만큼 자랐다. 그 아이는 이혼한 후 두 번째 결혼을 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정기적으로 옮겨 다닌다. 제대로 말해서 두 군데 거처가 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양쪽 다 사용한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자기 방이 두 개나 되는 걸 그저 좋아라 한다. 나이를 더 먹고 머리가 굵어지면 그런 환경에 한탄하거나 진저리를 치기도 하겠지.

  “아가씨가 많이 힘들어 하셨죠.”

  “어쩔 땐 정말 남보다 더 못한 사이었어요. 애 아빠는, 증거는 없지만, 나 임신 중에, ……, 바람을, 피웠던 거 같아요.”

  아가씨의 음성이 바람, 이라는 단어를 느리지만 또렷하게 전달한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나도 내 핏줄을 감싸는 거지만 오빠는 정말 양반이에요. 제 전남편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이죠.”

  내가 고개를 들자 그 눈이 쏘아보듯 나를 향하고 있다.

  “항상 묵묵히 일만 하고 취미라곤 조기축구회에서 공차는 정도죠.”

  맞는 말이다. 현무 아빠는 그런 사람이다.

  “술도 어쩌다 가끔 집에서 반주로 막걸리만 마시죠. 그것도 한 번에 한 병을 채 다 못 끝내요. 못 끝낸다구요!”

  두 번째로 반복해서 내뱉는 못 끝낸다구요, 를 강하게 발음하며 오른 주먹을 꽉, 쥔다. 힘이 들어간 주먹 위로 파란 핏줄이 솟아오른 게 보인다.

  “부부사이라는 게 뒤돌아서면 아무렇지 않은 남 같은, 아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언니 남편이 내게는 피를 나눈 오빠에요. 게다가 행실이 나쁘긴커녕 너무 점잖은 사람이죠. 그런 오빠를, ……, 언니가 상처주려 한다면 나라도 가만 있지 않을 거예요.”

  “아가씨, 있잖아요. 아가씨, 저는요.”

  간절하게 말을 이어 가려니 오히려 자꾸 혀가 말린다. 어떻게든 내 속에 있는 걸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데 그게 생각만큼 전달되지 않을까 안달이 나서 속이 터져버릴 것 같다. 아니 터져버려서 제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좋겠다.

  “현무 아빠에게 상처주려 하다니요. 그럴 마음 털끝만큼도 없어요. 오히려 어디 하나 잘못될까 챙기면 챙겼지 상처를 주다니요.”

  “그럼 그 날은요?”

  정말 다홈이가 하라는 대로 정민 씨 핑계를 대야 할까? 그가 치근덕거렸다고. 그렇게까지? 내가 다음 말을 잇기까지 시간이 걸리자 아가씨가 먼저 고개를 저으며 이어간다.

  “아니, 변명은 필요 없구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실수할 때도 있는 거죠. 한 가지만 약속해줘요. 더 이상 일을 벌리지 않겠다고. 실수한 건 이미 한 거고 이제 마음 다잡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면, ……, 나도 없었던 일로 할게요. 그렇게만 다짐해주세요, 올케.”

  일부러 거짓말을 꾸며내서 정민 씨에게 피해줄 일을 만들지 않아도 돼 안도했고, 이제 아가씨에게 책 잡힌 채 살아가야 할 것 같아 불안했고, 더 이상은, 앞으로는, 정민 씨를 만나지 않아야 한다니, ……, 그 마음을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어딘가 가슴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듯했다. 소유했던 물건을 잃어버려 아쉬워하는 욕심일까, 아니면, 그에게 마음을 내줬다는 증거인가. 거의 탁자에 앞이마가 닿을 만큼 숙여가며 아가씨에게 다짐했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잠시 정신이 나갔었고 단도리 잘하고 살겠다고. 했던 말을 또 하고 같은 동작을 연달아 반복했다. 어떻게 그 카페를 나왔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시부모님 댁 앞이었다. 현무를 데려가야 하니까. 분명 아가씨가 시부모님께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확인을 해줬는데도 불안한 마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자꾸 시선을 피하게 된다. 현무가 이랬다, 음식은 무엇을 얼마만큼 먹었다, 이제 표정에 반응을 한다, 며 시어머니가 전하는 말소리가 귓가에 울려도 머릿속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 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게 놔뒀다. 귀에 들리고 눈에 들어오고 발에 닿는 감각이 한 움큼 흐릿해져 마비된 듯 느껴진다. 어느새 시부모님 댁이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집 안에 들어서 있었다. 앞에 앉혀놓은 현무가 양팔을 푸드덕거린다. 곧 있으면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다. 저녁밥 지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일어서려 해도 도저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현무가 하는 동작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그런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짓는다. 무엇에 그리 반가운 걸까? 제대로 웃어주지도 않는데. 눈앞이 뿌옇다. 숨이 가빠지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밀어넣으려 노력한다. 이런 상황에서 참으려 하면 더 몰아치지. 예상한 대로 얼굴 위가 젖었고 가슴이 들썩이며 목 저 안쪽에서부터 쑥, 뭉텅이가 터져나온다.

  “혀, 현무아. 이 엄마는, 엄마가, 으흐흑.”

  눈물이 가슴께로 흘러내리고 입을 가린 두 손 너머로 울음이 걷잡을 수 없이 넘쳐난다. 현무는 꺄르륵, 소리를 내지르며 양팔을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그 웃음소리가 더욱 커진다. 엄마가 우는데 아들은 그 모습이 재밌는지 더 크게 웃는다. 마치 이런 나를 조롱하듯이. 어디 감히 하소연을 하겠나. 내가 죄인인데. 모자란 엄마고, 아내고, 올케고, 며느리다. 나란 정말, 모자란 존재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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