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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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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27
작성일 : 23-05-24 14:40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13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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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아몬드 - 기대

 

  “어머님. 오늘 오전에 현무가 밥 먹고 토를 했거든요. 마실 것 좀 많이 주세요.”

  “요즘, 너 외출이 잦다.”

  시어머니가 그냥 지나가는 말투로 건네는 말이었지만 그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편히 들리지 않는다. 요즘에 외출이 잦았나?

  “그으랬나요, 제가?”

  “그 시에서 했던가, 뭐였냐? 가면 쓰고 하는 거 때문에도 계속 나다니고. 그게 사람이 한 번 맛을 보면 자꾸 더 끌리게 돼.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너도 답답하고 힘든 건 알겠는데 너무 밖으로만 나다니려 하지는 말아라.”

  그랬었나, 라는 자괴감이 들다 불쑥, 반감이 올라온다. 다홈이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 말곤 제대로 된 취미생활조차 하지 못했다. 현무 돌보랴, 일하러 다니랴, 하루가 짧았으니까. 물론 남편도 바쁘게 지내는 걸 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축구모임이라도 나간다. 나는 이전까진 한 달에 한 번 다홈이와 만난 게 전부였다. 일일이 따지려는 건 아니지만 외출이 잦다고 잔소리를 들을 만큼은 아니다. 이건 정말 억울하다. 돌아서 나오며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 걸 어떻게든 멈추려 애를 썼다. 아직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찝찝한 기분이 들고 싶진 않다. 시작을 잘못했다간 그게 하루 종일 갈 수 있다. 그냥 흘려보내자. 보내버리자고. 심호흡을 했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내쉬기.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가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가.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길 때마다 이 호흡법을 반복한다. 우연히 유튜브를 둘러보다 발견한 동영상에서 보고 배웠다. 긴 호흡을 통해 몸 안의 공기를 순환시켜 마음을 평안히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해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가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가. 그래, 오늘을 망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허락받은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데.

  정민 씨가 오늘 방문할 곳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자기 믿고 따라와 보라고 했다. 얼마나 근사한 곳에 데려가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나가는 내 걸음에 맞춰 옆을 스쳐가는 건물들. 바쁠 땐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여유가 생기면 하나씩 명료하게 앞에 자리한다. 이 상가는 언제 들어선 거지? 이전엔 못 봤었는데. 요즘 부쩍 헌 건물이 새 건물로 바뀌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된다. 분명 엊그제만 해도 식당이었던 자리에서 어느새 휴대폰을 팔고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건 심하다, 탄식이 들 때도 있다. 그 가파른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기 버거워 숨이 찬다. 도대체 저 뷰티샵은 언제 들어선 거야? 공사하는 낌새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연배가 꽉찬 어르신이 말하던 게 이런 건가? 나만 깨닫지 못하는 사이 내 주변은 확연히 달라져 있고 그 변화를 깨달았을 땐 이미 그 물결을 따라잡기 벅찰 만큼 나이를 먹어 있다고. 그렇게 늙어간다고.

  “이거 오늘 미리 약속이나 한 듯이 커플룩으로 맞췄네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보기 좋아 그에 따라 파란색 원피스를 꺼내 입었더니 그도 짙은 파란색 정장을 차려 입고 나왔다. 화려하다고 하긴 뭣한 파란색이지만 항상 어두운 계열의 옷만 입는 그에겐 화려한 편이다.

  “어떻게 푸른 색상을 골랐어요? 검은색이나 회색 같은 캄캄한 색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딱히 색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오늘따라 이게 끌렸어요. 그랬더니 여은 씨랑 맞추게 되었네요.”

  “그럼 색에 대한 편견이 없으니 빨강이나 주황도 고려해보실 수 있겠네요?”

  난감한 빛이 올라오는 그의 눈을 보는 게 재밌다.

  “편견은 없지만 오버하지도 않죠.”

  “맨날 똑같은 색만 고집하면 너무 질리잖아요. 이것저것 도전해봐야 나한테 진정 어울리는 걸 찾아낼 수 있죠.”

  “도전도 정도껏이지 제 한계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하다 가랑이에 상처를 입는다죠.”

  “어머, 본인이 뱁새라고 생각해요?”

  “오늘 시작부터 제대로 물고 늘어지시네요. 아주 작정을 하고 나온 건 아니죠?”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숨기기 힘들다. 언제부터 그를 곯리는 일이 재밌어졌지. 이래서 그도 나한테 짓궂게 굴었나. 그게 재밌으니까. 달칵, 안전벨트가 맞물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서서히 차 속도를 높여가는 그.

  “작정이라뇨? 저는 누구처럼 사람 괴롭히는 취미가 있진 않아요.”

  “제가 여은 씨 많이 괴롭혔나요? 별로 그런 기억은 없는데요.”

  “그게 해코지 하는 사람이랑 당하는 사람 기억이 달리 저장된대요.”

  “해코지란 말은 어째 심하게 들리는데요. 여은 씨, 사도히즘과 마조히즘이란 말 알아요?”

  “사도히즘과 마조히즘이요? 어디서 들어본 거 같긴 한데. 신조어가 아니라 옛날부터 써온 용어죠?”

  “네. 심리학 용어인데 사람 안에 은근히 자리하는 욕망을 기술하죠.”

  “어떤 욕망이요?”

  “누군가를 괴롭히고 누군가에게서 괴롭힘 당하고 싶다고 할까요.”

  “아니 그런 욕망은 비정상적이잖아요.”

  “비정상적이라. 여은 씨는 한 번도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누군가에게 괴롭힘 당하고 싶다고 느껴본 적 없어요?”

  내가 요즘 정민 씨한테 느끼는 감정이 그래요, 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비정상적이라고 해놓고 그걸 인정하는 건 못할 노릇이다.

  “그게, 어느 정도 선을 넘는지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서로 놀리고 장난치잖아요. 그러면서 더 친해지기도 하죠.”

  “그럼 친밀함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괴롭힘은 용인할 수 있다는 거군요.”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괴롭힘은 어째 정도가 심한 뉘앙스를 띠잖아요.”

  “괴롭히다 대신 그럼?”

  “장난치다 정도?”

  “누군가에게 장난치거나 누군가가 장난을 쳐주길 바란다, 가 되겠군요.”

  “훨씬 듣기 좋은데요. 심지어 우리 현무한테도 그런 감정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흠, 그것도 일종의 사도히즘과 마조히즘 같은데 말이죠.”

  “그것도 사도히즘, 마조히즘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뭐랄까, 그 용어들은 아주 심각하고 어두운 의미를 내포하지 않나요?”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제가 보기엔 큰 맥락 안에서 서로 통하는 듯 보이네요. 그런 식으로 누군가와 접촉을 하고 싶은 거죠.”

  “접촉이요? 괴롭히거나 장난치면서 접촉을 한다고요?”

  “인간이란 존재가 타인과 서로 살을 부비면서 위로를 받는다고 하죠.”

  “그거 저도 들어봤어요. 살이 주는 위로, 라고 하던데.”

  “잘 아시네요. 왜 부부를 정의할 때도 자주 그러잖아요. 서로 살을 맞대고 사는 사이라고.”

  “부부니까 살을 맞대고 사는 게 당연하잖아요. 한집에서 같이 먹고 자고 하는데.”

  “살을 맞대고 산다는 게 은근 큰 위로가 되는 거죠. 내가 맞대고 부비고 할 상대가 있고 그렇게 감촉을 느끼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과 만족을 찾아요. 괴롭히고 괴롭힘 당하는 건 꼭 사람이 상대가 아니라도 할 수 있어요. 물건을 가지고 학대하고 스스로를 괴롭힐 수도 있죠. 하지만 거기서 오는 안정과 만족은 사람을 상대할 때랑 차원이 다르죠.”

  뭔가 알 듯하면서 모르겠다. 알쏭달쏭, 하다는 게 이런 건지. 그가 확신이 서지 않는 내 표정을 본 듯하더니 갑자기 내 팔을 꼬집는다.

  “아얏! 지금 뭐하는 거예요?”

  짓궂게 웃는 저 얼굴.

  “지금 꼬집혀서 아팠죠? 그런데 아프기만 했어요?”

  “꼬집혔으니 아프기만 하지 또 다른 게 있겠어요!”

  그가 꼬집은 자리를 문지르며 입술에 힘을 주어 토라진 얼굴을 했다. 미안한 표정은커녕 그 짓궂은 웃음이 더욱 짙어진다. 꼬집혀서 아픈데 거기서 뭘 더 어쩌라고. 복수를 해야겠다, 싶어 손을 들어 올렸다. 어디를 때릴까, 운전하는 중인데 심하게 때리면 안 되겠지, 까지 생각하다 그의 볼을 적당하다 싶을 정도로 건드렸다. 앗, 차가 흔들린다.

  “아, 진짜! 내가 운전할 때 장난치지 말라고 그랬죠?”

  “운전하는 사람 함부로 건드린 게 누군데요. 그 결과를 예상하고 움직여야죠. 여은 씨, 은근히 충동적이에요.”

  나를 곯릴 때마다 보게 되는 저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볼 때마다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 만든다. 싫은 소리 하려다 문득, 입을 다물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싫기만 한 건가? 아프기만 한 건 아니라고? 잠시 운전하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짓궂게 나를 곯리는 그가 옆에 있고 그의 행동에 열받아 반응하는 내가 있다. 그게, 누가 보면, 아주 당연한 일련의 순서인데, 어딘가 현실적이지 않다. 그와 나란히 앉아 이렇게 서로 장난을 치며 보내는 순간이, ……, 너무 소중하다. 무심코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싶어진다. 이런 시간을 보내게 해주셔서 고맙고 또 고맙다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절을 건네고 싶다. 그렇다면 내게 짓궂게 구는 그의 행동을 나도 즐긴다는 건데. 그와 눈이 마주쳤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어요?”

  그의 한쪽 미간이 올라간다.

  “갑자기 그걸 왜 물어요?”

  “아는 것도 많고 보기보다 똑똑한 듯해서요.”

  “보기엔 멍청한 듯해요?”

  “보기엔 모범생 같진 않아요.”

  “보기엔 어떤데요?”

  “날라리?”

  “날라리?!”

  “노는 거 좋아하고 괜히 여자애들 집적거리고 결석도 자주하고.”

  “이거 완전 사람을 엉망으로 봤군요.”

  “그래도 칭찬하는 거잖아요. 보기보다 똑똑하다고 했으니까.”

  “하, 이거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려서, 원. 보기보다 똑똑하다고 하는 이유는 뭐죠?”

  “방금 전 했던 설명이 조금은, 이해가 가서요.”

  그가 슬쩍, 나를 봤다 말없이 앞을 본다. 운전하는 사람 방해하지 말라고 한 건 알겠는데 묻고 싶은 마음을 참기 힘들다. 지금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조바심이 난다.

  “어, 왜 웃어요?”

  “네?”

  “지금 미소 지었잖아요?”

  “내가 그랬나요?”

  “자기가 웃는 것도 몰라요?”

  “여은 씨가 나한테 꼬집혀서 위로를 받았다고 하니까.”

  “내가 언제 그랬어요?”

  “내가 했던 설명이 이해가 간다면서요. 그 설명의 요지가 그건데요.”

  그래, 그래서 똑똑하다고 했잖아요. 그 사실을 인정하긴 하는데 굳이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진 않았다. 또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의기양양해 할지 눈에 선하니까. 그가 손을 들어 멀찍이 떨어진 곳을 가리킨다.

  “저기 주변이에요. 주위 형세랑 같이 고려해서 봐보세요.”

  “저기요? 주위를 고려하라고요?”

  믿고 따라오라는 말에 걸었던 기대치에 비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장소인데. 아직 공사가 한창인 곳이 여럿 보인다. 개발 단지라는 건 알겠다. 길이 닦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말끔히 포장이 된 도로의 폭이 상당히 넓다. 이 정도면 4차선 이상은 될 듯하다. 지형이 반듯하게 펼쳐져 계획을 잘 짜면 상당히 거대한 주거공간을 꾸밀 수 있겠다.

  “괜찮죠? 부동산은 이미 검증된 곳을 사고팔아선 이득을 볼 수 없죠. 그 가능성을 보고 덤벼드는 겁니다.”

  “지금 본인 주특기 보여주는 건가요? 이런 게 내 장기라면서.”

  “여은 씨가 그랬잖아요. 나 똑똑하다고. 그 똑똑함을 이용해 지인이 이득을 취하게 해주고 싶다고 할까요.”

  지인이라. 내가 정민 씨 지인이라는 건가. 지인이라는 의미는 어디까지 포함하는 거지? 그가 쭈욱,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켰다. 부동산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꽤 괜찮은 위치다.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았으니 가격이 많이 올라있진 않을 거고 중심가가 될 장소에 잘만 자리를 잡으면 손님이 몰릴 듯하다. 뭐, 그건 주거지역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난 후가 되겠지만.

  “지인인 내가 이득을 취하게 해주겠다고요.”

  “혹시 건물을 새로 구입하고 싶다면 여기만한 곳도 없어요. 아직 가격이 제대로 시세치에 이르지 않았고 빨리 선점한다면 이득을 최대한 볼 수 있을 만하죠.”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본다. 볼수록 끌리긴 한다.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위치가 괜찮은 부지죠. 아직 개발되기 전이지만 건물이 완공되기만 하면 인파로 북적거리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자연스레 그 입지를 우리 가게와 비교하게 된다. 현재 우리 가게 위치도 나쁘지 않지만 여긴 더욱 정중앙에 자리하고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이 지점에서 펼쳐진다. 우연히 지나치던 행인의 눈에 바로 들어오는 지형이다. 힐끔, 곁눈질을 하는 그. 주로 당당한 모습이 어울리던 그가 나를 의식하는 게 어색하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나?

  “왜요?”

  “뭐가요?”

  “내 눈치 보는 듯해서요.”

  “제가요?”

  “아닌가요? 아님 말구요.”

  바로 말대답을 하지 않는다. 켕기는 게 있긴 있는 거네.

  “어, 여자들은 그렇지 않나요. 이런 비즈니스 얘긴 재미없어 하잖아요. 여은 씨도 아마 멋지거나 재미난 곳을 기대했을 텐데 실망했을 수도 있겠죠.”

  “그거 너무 여자에 대한 편견 아니에요. 여자라고 비즈니스에 무조건 관심 없어 하진 않죠. 비즈니스 좋아하고 운동 좋아하는 여자도 많아요.”

  “그럼 여은 씨, 오늘 온 장소 괜찮아요?”

  이번엔 내가 바로 말대답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곳을 기대한 건 아니다.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말에 부풀었던 가슴이 이곳에 도착해서 바늘에 찔린 듯 가라앉았으니까.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사람 웃음에도 참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금 그가 지어보이는 웃음에는 예상했던 생각이 적중해서 멋쩍은 기운이 스며있다.

  “그럴 줄 알았죠. 아무래도 실용적인 것보다 낭만적인 걸 더 원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니, 모든 여자를 그렇게 하나로 몰지 말라는 얘기이긴 한데, 제가 또 그런 종류의 여자는 아니라는 거죠. 그뿐이에요.”

  그가 들어올린 손에 열쇠 꾸러미가 놓여 있다.

  “그래서 준비한 게 하나 더 있죠.”

  그 손에 든 것을 보고 있는 내게 차로 가자며 고갯짓을 한다.

  “어디로 가는데요?”

  “절 믿고 따라와 보시죠.”

  이번 웃음엔 음흉함이 서려 있다. 짓궂음과 기대가 섞인 듯도 하고.

  “자꾸 믿으라는데 원체 믿음이 가는 분은 아니라서.”

  “그래도 따라오잖아요.”

  하하하. 크게 웃어젖힌다. 그 웃음이 호탕하다. 유독 이 사람이 그런 건가. 이렇게 다양한 웃음을 지어낼 수 있다니. 웃는다는 동작이 다 비슷한 종류가 아니었던지. 차가 우리가 지나쳐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더욱 외곽으로 벗어난다. 이러다 꽤 멀리까지 가겠다. 이 정도면 대전까지 도착할 만하다. 설마 대전 근처까지 온 거야?

  “어디까지 가요?”

  “어디일 것 같아요?”

  “이 정도 달렸으면 대전에 도착하고도 남았겠어요.”

  “대전은 아닙니다. 남쪽을 향해 달렸으면 그랬겠죠. 서쪽 방향으로 틀었어요.”

  “서쪽이요? 그럼 정동진 쪽인가?”

  “흐흐.”

  그의 입가에서 눈가까지 완전히 덮이는 미소다. 내가 하는 반응을 즐기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째 놀림의 대상이 되는 건 꺼림칙하다.

  “정동진은 동해에 있죠. 서쪽이면 서해죠.”

  “서해 어디요?”

  “대천 근처에요.”

  대천이라. 꽤 아래로 내려왔다.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리겠는데.

  “너무 멀리 와서 걱정돼요?”

  “그게 그래요. 내 시간이라는 게 한정되어 있어서요. 어쩔 땐 혼자 살면 딱 좋겠다고 원하게 된다니까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말이죠.”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원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조심하라더군요. 무언가를 바랄 땐요.”

  “왜요?”

  “그걸 바라기 전에 그 바람이 이루어지면 정말 행복해질지 꼭 되짚어보라고. 성급하게 굴다 되돌리긴 너무 늦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의 말이 맞긴 하다. 사람 마음이란 게 가지지 못한 걸 원하는 습성이 있다. 현재 내겐 내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그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 모든 걸 내팽겨치고 혼자가 된다고 다 해결되진 않겠지. 그렇지만 계속 부족한 시간에 치여 산다면 그것도 행복한 삶일까? 결국 답은 없다는 거잖아. 뭔가에 항상 굶주리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건데, 그건 좀 비참하다. 그의 옆얼굴을 넘겨본다.

  “이래도 저래도 백퍼센트 만족은 얻기 어렵겠네요.”

  “삶에서 완벽이란 게 있을까요?”

  “그렇지만 부족한 부분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해야 발전하잖아요. 맨날 주어진 거에만 만족한다면 그냥 한 자리에 정체되어 사는 거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변화가 있겠어요.”

  “그건 아주 비즈니스 마인드인데요. 오늘 여은 씨의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제대로 보게 되네요.”

  이번엔 코웃음을 친다. 그렇지, 웃음엔 코웃음도 있었지. 이후엔 또 어떤 웃음을 보여줄런지. 난 오늘 정민 씨의 웃는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네요.

  “편견을 갖지 말라고 반복해서 말하게 만드시네요. 여자라고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할 이유가 없죠.”

  “여자라서 그렇다기보다 여은 씨가 그런 성향이 별로 없는 줄 알았어요.”

  그가 말을 잇기 전 차가 수풀이 울창한 배경을 가진 길로 접어든다. 도로는 제대로 닦여 있지만 그 주변은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림이다.

  “제가 비즈니스보다는 낭만을 더 추구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사람이 낭만이나 꿈만 먹고 살 순 없잖아요. 숨 쉬고 살아가려면 밥을 먹어야죠.”

  “밥 먹고살기 위해 낭만이나 꿈을 모두 버릴 필요는 없을 텐데요.”

  “그렇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밥이 우선이겠죠.”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성경에 나와있어요.”

  “종교 있으세요?”

  “어릴 땐 잠시 교회에 다녔었죠. 맛있는 걸 많이 주더군요.”

  “거봐요. 교회도 먹으러 다닌 거잖아요.”

  “시작은 그랬죠. 교회에서 먹기만 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시작은 먹기 위해서였잖아요. 그렇다니까요. 가장 기본이 처음에 놓이게 되고, 그게 먹고마시는 일이죠. 기본이 해결이 안 되면 다른 건 안중에 없게 돼요.”

  “그럼 기본보다 다른 걸 택한 사람들은요? 뻔한 예이긴 한데 먹고사는 거랑 전혀 상관없는 일에 마음이 뺏긴 고산 등산가는 어떨까요?”

  “세상에 예외는 존재하잖아요. 그런 사람이 예외인 거죠.”

  차가 달리는 속력이 서서히 줄어든다. 딱히 주차구역이라고 하기 힘든 위치에 멈춘다. 이건 그냥 평평하게 지반이 갖춰져서 차를 주차하기 수월하니 그곳에 댄 거다.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야 할 거리에 외딴 집이라고 불릴 만한 건물이 덩그러니,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밖은 외풍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하다. 저걸 보수를 하려면 얼마나 들까.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문득 낯설게 다가온다. 그의 말이 맞는지도. 오늘 내 숨어있던 비즈니스 본능이 샘솟아 오르는 건가.

  “여기가 어디에요?”

  이번엔 눈웃음이다. 눈만 살짝 웃는다.

  “회사가 관리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요?”

  “보통 이만큼 먼 장거리는 뛰지 않는데 이곳은 매매를 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대여를 대행해주고 있어 회사에서 그 일거리를 놓지 않고 있죠.”

  “아무래도 단기로 하는 매매보단 장기로 하는 월세 받는 일이 이득이 더 될 테니까요.”

  “똑똑하신데요.”

  “제 감춰줬던 비즈니스 마인드가 아주 본격적으로 드러나네요. 정민 씨 운이 좋으신 거예요. 이런 저의 모습 자주 보기 힘드니까.”

  입이 함께 웃는다. 입웃음이란 말은 따로 없겠지. 입이 움직이지 않고 웃기는 힘든 법이니까.

  “그럼 그 운 하루 끝까지 제대로 믿어볼까요?”

  “얼마나 운이 좋길 바라는데요?”

  그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열쇠를 꺼내 잠긴 문을 열더니 안으로 들어선다. 가만, 회사에서 관리하는 남의 집에 이렇게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 거야? 내가 머뭇거리자 그가 팔을 뻗어 그 집을 소개하듯 제스처를 취한다.

  “어서 들어오시죠. 밖은 살짝 낡아보여도 안은 관리가 잘 된 상태죠. 밖에서 볼 때보다 안쪽 공간이 상당히 넓어 보일 겁니다.”

  “좋아 보이긴 한데, 이렇게 함부로 들어와도 괜찮아요?”

  “여은 씨가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도 있는데 괜찮고 말구요.”

  “제가 이런 곳을 빌릴 일을 없을 듯한데요.”

  “사람들이 꼭 사거나 빌리기 위해 건물을 구경하진 않죠. 그럴 마음이 없어도 일단 보기만 하려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데요. 보기만 하려는 잠재고객에게 무조건 계약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다간 이 장사 오래 못합니다.”

  “그렇다면 정민 씨에겐 일석이조네요.”

  “일석이조요?”

  “이렇게 여기 와서 겸사겸사 비즈니스도 하고.”

  “비즈니스도 하고요?”

  그 다음 말을 내가 꺼내길 묻는 의도가 음흉하다. 저 빤히 바라보는 눈길. 입가에 걸린 채로 뚝, 뚝, 묻어나는 미소. 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 천천히 팔을 뻗어 검지를 세우더니 내 콧등을 살짝, 건드린다.

  “이건 무슨 의미에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 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거 광고 카피잖아요.”

  “오, 여은 씨도 그거 아시네요.”

  “저도 그 광고 보면서 컸거든요. 우리가 엄청 나이 차이 나는 사이도 아니고.”

  “그럼 어떤 사이죠?”

  내가 대답할 기회를 주진 않는다. 내 허리께에 팔을 두르더니 거실 중앙에 놓인 소파로 이끈다. 바깥 경치가 그대로 보이는 거실창이 앉자마자 바로 눈앞에 자리한다. 입을 맞추려는 그의 입술을 가까스로 피했다.

  “무슨 문제라도?”

  “밖이 바로 보이잖아요.”

  “누가 볼까봐요? 이런 곳에 발걸음할 사람은 흔치 않죠. 산짐승이라면 모를까.”

  점점, 거칠어지는 그의 숨결이 내 뺨에 닿는다. 이젠 거의 닿을 정도로 그 입술이 위아래를 스쳐 지나간다.

  “지금 날 냄새 맡는 거예요?”

  “여자들 샴푸향이랑 향수는 은근히 자극적이죠. 냄새 좋은데요.”

  내 가슴 저 밑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그가 말한 사도히즘의 일종일까. 그에게 호락호락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를 곯려주고 싶다. 감질나게 만들고 싶었다.

  “일하는 곳에서 자주 이런 식으로 행동하세요?”

  “이것도 직업병인가봐요.”

  “직업병이요?”

  “익숙지 않은 새 건물에 들어서면, ……, 쉽게 흥분돼요.”

  입을 맞추는 줄 알았더니 입술을 은근슬쩍 깨물었다 놓는다. 그가 양다리에 힘을 주어 내 허벅지를 한가운데로 모은다.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무릎 위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위를 향해 올라온다. 가만히 그가 움직이는 반동을 느끼며 내버려두었다. 리듬을 타듯이 한 뼘 내려갔다 두 뼘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진다. 내 몸 가장 오목한 곳에.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온다. 감겼다 떠지는 눈동자를 통해 그가 짓는 미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저 웃음. 저 짓궂은 웃음. 저 표정을 그대로 놔두길 원치 않았다. 벌주고 싶었다. 안달나는 사람은 그여야 했다. 내가 리드하기를 원했다.

  따악.

  “아얏!”

  그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든다. 오른손 바닥으로 그의 등을 때리고 난 후 내가 방금 한 짓이 믿기지 않아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웃음이 내내, 걸려 있었던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의아한 눈빛. 그런 그의 양어깨에 손바닥을 대고 힘껏, 밀어냈다. 그의 상반신이 휘청, 중심을 잃고 거실 바닥 위로 넘어간다. 그를 올라타 그가 했던 대로 그의 머리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켰다.

  “정민 씨도 냄새 좋은데요.”

  뭔가 톡, 쏘는 향을 기대했었는데 예상 외로 달콤한 코코넛 향이 난다. 그의 얼굴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웃음이 떠오른다. 난감한 빛깔이 은은하게 배경에 깔리고 그 중앙에는 호기심 강한 어린 소년이 짓는 듯한 미소. 그 철없어 보이는 표정이 사랑스러워 쓰다듬으며 머리에서부터 귓불을 향해 혀를 미끌어 내렸다.

  “여은 씨에게, ……, 이런 면이 있을 줄, 몰랐네요.”

  “내가 그랬잖아요. 오늘 정민 씨 운 좋은 줄 알라고. 평소 보기 힘든 모습 보게 될 거라고.”

  “제가, 하아, 운이 아주 좋군요, ……, 오늘, 하아아.”

  거친 숨소리가 이렇게 자극적인지 몰랐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다 갑작스레 올라갔다 내려가더니 다시 반복된다. 치고 올라가려는 기운을 어떻게든 끄집어 내리려는 안간힘. 그래, 이거잖아. 그를 감질나게 만들고 싶었어. 그가 안달하는 모습을 보길 원했다고! 더욱 거칠게 흘러나오는 그의 숨소리가 귀를 통해 전달될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 해진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기 위해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상반신의 움직임이 그를 올라타고 있는 내 허벅지와 둔부에 그대로 전달된다. 그의 입술에 가 닿았다 거기에 맞추려 할 때마다 슬쩍, 뒤로 물러났다. 서너 번 그런 행동을 되풀이하자 입가 양쪽이 벌어지며 하얀 치아를 보인다. 열이 뻗치고 혼란스런 상태에서 그게 짓궂은 웃음인지 아님 다른 의미를 내포한 웃음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혀로 그 주위를 천천히 눌러본다.

  “하아아. 여은 씨, ……, 이거 상당히, 사도히즘에 가까운데요.”

  “왜요? 난 그러면 안 되나요?”

  “흐으음. 그러란 법은 없지만, ……, 좀, 놀랐어요. 으으음.”

  그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어느새 이마 곳곳에도 물기가 넘친다. 내 상의를 적시는 게 그의 땀인지 내 몸에서 스며나온 건지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앞으로 더 놀라게 될 거예요.”

  “그런 놀라움, 하아아아, ……, 대환영입니다!”

  잠깐 힘을 비축하기라도 했던 건지 불쑥, 양팔을 내밀어 나를 힘껏, 끌어안더니 상체를 일으키려 애쓴다. 그런 그의 움직임에 대항해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그 힘을 상대하기 벅차다. 이번엔 내가 균형을 잃고 뒤로 휘청, 거린다. 내 몸이 바닥에 닿기 전 날 잡더니 천천히 바닥으로 누인다. 그가 반복해서 오른쪽 귀와 목덜미, 어깨죽지 부위를 핥는다. 간질나게 얕았다가 압통을 느낄 정도로 짙어지더니 이번엔 가슴 가운데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어느새 그의 왼손이 배꼽 아래에서 리듬을 타듯 간지럽히고 있다.

  “내가, 아으음, ……, 할 거라니까요, ……, 하아.”

  저항하려는 내 시도에도 그가 물러나지 않는다.

  “후우웁. 오늘 전희는, ……, 여기까지, 하아아아, ……, 하죠.”

  내 리드는 여기까지인 듯. 몸에서 힘을 빼고 그가 이끄는 대로 내맡긴다. 더욱 빨라지고 힘이 실리는 그의 숨소리와 움직임. 거칠어지지만 그게 싫지 않다. 온몸에 열이 올라 마치 열병을 앓을 때처럼 혼조 상태에 빠져든다. 여기가 어디였지? 저런 천장무늬를 본 적이 없는데. 지금 몇 시지? 오늘이 며칠이더라. 더 이상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다. 어질어질한 정도를 넘어서 아예 주변이 핑핑, 돌아간다. 몸이 바짝 긴장하더니 뻣뻣하게 굳는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오그라들며 허리가 뒤로 굽는다. 그가 뿜어대는 숨결이 지독하게 뜨겁다. 방금, 고함을 내지른 듯도 하다. 몸 한가운데서 머리끝, 손끝, 발끝을 향해 전류가 흘러나간다. 찌릿찌릿, 피부 곳곳을 건드린다. 저릿하다. 아주 저릿하다. 머릿속에서 뭔가 폭발하듯 확, 터져나와 깊게, 아주 깊게 숨을 내쉬었다. 흠뻑, 덮쳐오는 파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썼다. 갑자기 지독한 피로가 몰려든다. 내 몸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전부 고갈했다. 눈꺼풀 뜰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이렇게 피로할 수 있을까. 감은 눈 아래로 부연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다 옅어진다. 그리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까맣게 어둠이 펼쳐진다. 영화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후처럼. 온통, 칠흑이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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