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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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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24
작성일 : 23-05-16 13:16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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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복사꽃 - 매력

 

  “정말 이래야겠어요? 후회하지 않는 거죠?”

  그의 눈에 비장함이 서려 있다.

  “우리 함께 췄던 춤곡을 기억하죠? 그 곡 제목처럼 선을 넘으면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나요?”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향해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눈길을 주더니 차를 그대로 진행시켜 주차장 안으로 들어선다. 목이 말라온다. 저 멀리 보이는 높다란 기둥. 막상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장소까지 도달하자 이게 잘한 선택인가 하는 의문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나는 화원에서 평일에만 일한다. 주말에는 따로 주말만 일하는 알바생이 사장님과 함께 근무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현무와 보내려 애쓴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몸이 힘든 것보다도 현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미안한 마음이 날 더 괴롭혔다. 이번 주말엔 현무와 무얼 하며 보낼까 궁리하던 차에 현무와 같이 시간을 보내겠다고 시부모님이 먼저 통보하신다. 지인 모임이 있다고 하셨는데 본인 둘만 참석하는 것보다 손주를 데려가는 게 더 편한 모양새다. 예상치 못하게 생긴 여유 시간. 남편은 간만에 조기축구회 모임에 나간다고 했다. 거의 마트에만 매달리다시피 살아온 그에게 유일한 낙인 축구. 어떤 사람은 군대에서 너무 질려버려 축구공도 보기 싫다고 하던데, 그는 그래도 축구가 좋은지 그것만은 꾸준히 하고 있다. 너무 일에만 매달려도 좋은 건 아니니 그렇게 취미 생활 하나를 유지해가는 모습에 안심이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축구회 나간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지지해준다. 사람마다 여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법이다.

  햇살이 너무 화사한 토요일 아침을 그저 그렇게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다홈이에게 연락을 해볼까?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지만 받지를 않는다. 무슨 일이 있나? 휴대폰에 담긴 연락처 목록을 주욱, 밀어 올렸다. 차례로 드러나는 이름들. 이런저런 이유로 내 폰 속에 담긴 연락처가 한참 나열된다. 다만 그 많은 이름 중에 어느 누구에도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박, 정, 민. 만만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이 사람도 주말을 함께 보낼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잠시 그렇게 그 이름을 주시하고 있다. 톡, 하고 살짝 건드리니, 요즘 휴대폰은 참 작동 잘한다는 감탄이 들게, 바로 연락이 간다. 그저 닿을락 말락 건드렸는데.

  “여보세요.”

  “어머어, 화창한 토요일 아침이지 않나요?”

  어휴, 이 이상한 멘트는 뭐냐고?

  “네, 그렇네요. 어젯밤 푹 주무셨는지 목소리에 힘이 실렸는데요.”

  “아니, 뭐, 잠을 잘 자긴 했어요.”

  “현무가 많이 칭얼거리진 않았나 보네요. 이제 다 컸어요.”

  다 크긴 아직 멀었다. 언제쯤 말도 하고 혼자 나둬도 마음이 놓일지 가늠이 되질 않는데 다 컸단 말은 일러도 한참 이르다.

  “아직 멀었죠. 제대로 사람 구실하려면 언제가 될 지 깜깜하기만 한 걸요.”

  “오늘은 어떤 일로 이렇게 전화를 다 주셨나요?”

  “그게, 음, 오늘 바쁘세요? 저한테 시간 내주실 수 있으세요?”

  “시간이요? 무슨 일인데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마침 여유가 생겼어요. 오늘 날씨 너무 좋지 않아요? 이런 날 그냥 허비하는 것도 너무 아깝잖아요.”

  “천천히 만나도 괜찮겠어요? 오전에 일 마무리 하고 말이죠. 서두르면 정오 전에 만날 수 있겠어요.”

  “토요일에도 일해요?”

  “제가 하는 일이 토요일에 상당히 바빠서요.”

  그렇다. 주로 토요일에 사람들이 집을 보러 다니니까.

  “죄송해요. 미처 고려하질 못했네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이른 아침 건만 제가 마무리하고 그 뒤에는 다른 직원에게 부탁해도 될 듯요. 대강 어림잡아 점심 때쯤 가능하겠는데 그래도 되겠어요?”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저 때문에 무리하진 않으셨으면 하는데요.”

  “무리라고 할 건 없습니다. 저도 토요일 오후 즐겁게 보내면 좋지요. 주말을 잘 보내야 그 다음 한 주도 힘내서 시작할 수 있구요.”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만날 시각까지 여유가 있어서 한가롭게 외출 준비를 했다. 그가 통화를 마치기 전에 했던 말.

  “이런 기회가 자주 있지 않을 텐데 꼭 가보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던 곳을 한 번 골라보세요. 그렇다고 제주도 같이 먼 곳은 안 되겠지만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무심코 떠오르는 장소. 생각없이 틀어놓았던 텔레비전에 나오던 장면. 드라마 주인공 연인이 너무나 신나게 즐기던 인천 월미도 놀이공원이었다. 여러 가지 기구 중에서 특히 가장 무섭다 했던 바이킹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무서운 놀이기구로 정평이 나 있었다. 거의 90도 직각으로 꺾인다고 하던데 그게 과장이 섞였겠지만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 움찔, 소름이 돋는다. 내가 그걸 타볼 수 있을까? 자신 없는데 도전은 해보고 싶었다. 그 연인이 먹던 조개구이도 맛보고 싶었다. 조개구이야 여기서도 사먹어 볼 수 있지만 인천 바닷가에서 먹는 맛은 왠지 다를 성싶었다. 그래, 월미도 가자고 해보자. 겨우 월미도, 라고 하려나? 아무렴 어때. 나보고 골라보라고 했으니.

  “어디 갈지 마음 정했어요?”

  차에 올라타자마자 대뜸, 물어오는 질문.

  “오늘 아주 말끔해 보이시네요.”

  “일 마치고 서둘러 오느라 옷을 미처 갈아입지 못했습니다.”

  “보기 좋다는 뜻이에요.”

  “여은 씨도 보기 좋아요. 그래서 어디요?”

  참, 인사치레를 잘 한다. 아무튼 차를 얻어 타는 입장이니까 운전수한테 잘 보여야 한다.

  “음, 인천 어때요?”

  “인천이요? 인천 어디쯤? 인천 엄청 넓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월미도, 괜, 찮아요?”

  어째 말꼬리가 늘어진다. 숙제 제출해놓고 검사 받는 아이처럼 주눅들 필요 없는데.

  “월미도요? 아, 혹시, 거기 가자고?”

  “그곳 바이킹이 그렇게 무섭대요.”

  그가 더 이상 잇기 전에 냉큼, 말해버렸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앞을 보며 집중하던 그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선글라스를 껴서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조소? 실망? 후회? 댁이 나보고 고르라고 했잖아.

  “감당할 수 있겠어요?”

  “뭘요?”

  “그거 정말 무섭대요. 너무 무서워서 그거 타다가 토한 사람도 있다네요.”

  그 장면 인터넷에서 봤다. 자기가 뱉어낸 토사물을 뒤집어쓰고 있던 사람. 설마 그렇게까지?

  “그렇게 무서워요? 아니, 혹시 본인이 무서우니까 나 일부러 겁주는 거 아니에요?”

  다시 앞을 보는 그.

  “그거 타기 무서우면 나 혼자 타도 돼요. 억지로 타지 않아도 되니까.”

  나를 본다.

  “지금 제 담력 시험하시나요?”

  “시험이 아니라 배려해주는 거예요.”

  “그쪽도 그리 자신 있는 모습은 아닌데요.”

  “타본 적 없으니 긴장되긴 해요. 그래도 꼭 타보고 싶어요.”

  “왜 그게 그리 타보고 싶은데요?”

  왜일까? 수직으로 까마득히 올라가는 그 놀이기구에 오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그게 기대가 된다면 이상할까? 어쩌면 인터넷에 봤던 그 사람처럼 토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면 어떨지 확인해보고 싶다. 그냥 보고 듣고 아는 거와 직접 겪어서 깨닫는 건 다를 테니까.

  “공포영화 보는 거랑 비슷한 맥락 아니겠어요?”

  “공포영화요? 공포영화 좋아하세요?”

  “즐겨 찾아본다고 하긴 뭣하지만 가끔씩 일부러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공포영화 보러 가면 같이 간 사람이 놀려요. 현실이 아닌 영화 보면서 그리 벌벌, 떠냐고, 그럴 거면 왜 보러 왔냐고 그래요. 그렇게 떨면서 봐놓곤 지나고 나니까 깜짝깜짝, 놀랐던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거 있죠. 어쩌면 공포감도 쾌락의 일종인가 봐요.”

  “그것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공포를 쾌락으로 보는 사람은 흔치 않죠.”

  “그러게요. 말해놓고 보니 어불성설처럼 들리지만 사람들이 왜 꾸준히 공포영화를 보러 갈까요?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그럴 듯하긴 해요. 흥행 1위하는 공포영화가 꽤 되죠. 선견지명이 있으시군요.”

  “지금 비꼬는 거 아니죠?”

  “진심입니다. 어째 제가 하는 말은 다 그런 음흉한 의도를 가진 것처럼 들리나요?”

  “워낙 전적이 화려해서요.”

  “전 별로 그런 기억이 없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죠.”

  피식, 웃는 그. 차가 주차장 안으로 들어선다.

  “이젠 돌아가자고 해도 안 갑니다. 선을 넘으신 걸 경축드리죠.”

  돌아갈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다. 그게 가면무도회 때 춤곡 중 하나였지. 상당히 음울한 선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경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좌우로 직각을 이루며 왔다갔다 반복하는 바이킹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을 대변하듯이.

  “자, 내리죠.”

  너무나 쉽게 툭, 내뱉는 그의 말. 저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으니 점차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걸 스스로 타러 오자고 해버렸다. 정신이 어떻게 됐던 게 아닐까? 빤히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마구 찔러대자 마냥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제 돌아가자고 해봤자 순순히 받아들일 그도 아니고.

  “얼굴이 창백해 보여요.”

  “화장을 너무 짙게 했나 봐요.”

  “화장 때문인 거 맞아요?”

  “맞다니까요!”

  “왜 짜증은 내고 그러죠?”

  “짜증 낸 적 없거든요.”

  “목소리에 짜증이 덕지덕지, 묻었어요.”

  “이 사람이 진짜 아니라니까······.”

  입을 다물었다. 더 이어봤자 그가 맞고 내가 틀린 사실은 변치 않는다. 저 놀이기구를 보고 질려서 얼굴이 창백해졌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짜증을 내고 있다. 차에서 내려 저만치 보이는 인천 앞바다를 응시한다. 파란색과 녹색이 반씩 섞인 바닷물.

  “굳이 여기까지 오자고 여은 씨 등 떠민 사람은 없습니다.”

  “잘 알고 있어요.”

  “본인 선택이었잖아요.”

  “자신이 한 선택이라도, ······, 그게 잘한 선택인지 주저하게 될 때가 있잖아요.”

  “선택해놓고 많이 주저하는 건 그만큼 그 결과에 너무 기대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더군요.”

  “기대요?”

  “자신이 한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낳았으면 하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하니까 본인이 선택해놓고도 선뜻 밀고 나갈 수가 없는 거죠. 기대치에 못 미칠까봐.”

  겨우 놀이기구 타는 건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한다, 라. 내가 이 놀이기구에 기대하는 건 뭐지? 짜릿함, 일상의 탈출, 그것도 아니면 극단적인 도전?

  “이건 그냥 놀이기구잖아요. 기대할 건더기나 있겠어요?”

  “그거 좋은 태도군요. 그럼 가죠.”

  덥석, 내 팔을 잡고 나아가는 그

  “자, 잠깐만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요.”

  “그냥 놀이기구라면서요. 준비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그래도 겁이 나는 걸 어떡해요? 정민 씨는 이거 타봤어요?”

  “을미도에서는 아니구요. 다른 데서 타봤죠. 여기선 이게 얼마나 높이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탈 만해요. 아마 적응했다 싶으면 이미 끝나서 내려올 걸요.”

  “그럼 정민 씨는 타본 경험자군요. 난 처음이에요. 뭐든 처음은 힘들잖아요.”

  “그렇긴 한데 자꾸 주저하면 용기 내기 더 힘들어져요.”

  꺄아악. 저 위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이 많은 사람들이 저리 무서워할 거면서 이걸 굳이 타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지만.

  “타지 말까요?”

  “벌써 마음 바뀐 거예요?”

  “여길 와서 직접 보니 기대랑 달라요.”

  “나에게 여길 오자고 할 땐 어떤 생각이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하니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죠. 왜 그러잖아요. 다들 하는 건 그만큼 이유가 있고 그걸 따라하면 못해도 본전은 뽑는다고.”

  “여은 씨는 안전파군요.”

  “안전한 게 나쁜 건 아니죠. 투자를 해도 남들 하는 대로 하라잖아요. 그러니까 모두들 돈 있으면 집부터 사려고 하는 거구요.”

  “대신 안전을 선택하면 평생을 고만고만하게 남들처럼 살게 되지요. 그렇지 않으려면 용기를 내야 하구요.”

  “지나친 용기를 내다 쪽박 차는 사람 여럿 봤어요.”

  그가 내 앞으로 발을 내딛어 주욱, 선을 긋는 흉내를 낸다.

  “자, 여기가 경계선입니다. 선을 넘을까요, 아님 뒤로 돌아갈까요? 쪽박 차지 않으려면 돌아가는 게 맞는데 그럼 저 너머엔 평생 못 가보겠죠.”

  내가 싫어하는 못난 내 모습 중 하나가 선택을 내리는 데 엄청 주저하는 거다. 작은 물건 하나를 사도 선택지가 넓어지면 고르고 또 고르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보낸다. 이 주저하는 마음은 선택을 하고 돈을 지불한 후에도 계속된다. 이게 아니라 저걸 샀어야 했다, 처럼 마음을 뒤흔드는 후회가, 이젠 되돌아갈 수 없는데도 지속되고 있다. 그가 흐음, 짧게 심호흡을 하고 내 얼굴을 응시한다.

  “어떻게 하실래요?”

  그렇게 쳐다보면 답이 나온다는 거야? 그건 아니잖아.

  “······.”

  “오늘 생각지 못한 토요일 하루 여유가 생겼다고 좋아하셨죠. 여은 씨 주저할수록 그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 시간 아껴서 다른 많은 걸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까운 낭비 아닌가요?”

  이런, 이번엔 시간으로 압박까지 한다. 휙, 하고 저 위로 올라가는 바이킹. 이름도 어째 킹이다. 바이, 킹? 작별인사하기엔 최고로 왕이라는 뜻인가?

  “왜 갑자기 웃어요?”

  스스로 생각해낸 어이없는 말장난에 실소가 났다.

  “크크큭.”

  너무 썰렁한데 웃음을 참기 힘들었고 웃고 나니까 그나마 덜 무섭다.

  “저거 이름이 바이킹이죠?”

  “그런데요?”

  “바이, 킹. 세상에 안녕하기엔 최고라는 뜻일까요?”

  그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일그러지는 눈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빠져나가지 못하게 힘을 준다.

  “그런 처참한 농담은 설령 나이 많은 아저씨가 한다고 해도 용서 못합니다. 벌을 받아야겠군요.”

  “아니, 이, 이봐요.”

  나를 잡아끌고 나아가는 그. 그 뒤를 따르는 나. 이제 선을 넘었으니까 돌아가지 못하겠지? 선을 넘었는데도 후회가 지속된다. 넘지 말았어야 했나?

  “성인 두 장이요.”

  한동안 표를 쥔 그의 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다고 표가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네요.”

  “저 입구를 지나는 순간, 제대로 실감나지 않을까요?”

  안내원이 이끄는 대로 그가 나아간다. 이제 내 차례다. 저기 입구를 지나서 자리에 착석해야 한다. 그가 했던 모든 말이 맞다. 내가 선택한 거고, 주저할수록 더욱 용기내기 어려울 거고, 안전하기만 하려다 놓치고 살 게 많겠지.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섭다고. 저게 직각으로 올라간다고 상상하니 머리칼이 비쭉, 서는 듯하다. 도대체 왜 이걸 타러 오자고 했는지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다들 그렇게 놓치고 살잖아? 나만 유난스러울 필요는 없잖아? 뒤를 돌아보자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주말이라 더욱 붐빈다. 저 줄을 뚫고 되돌아나갈 용기도 없다. 나 같은 겁쟁이는 이도저도 못하게 되나. 그저 밀리는 대로 나아가는 수밖에. 정민 씨도, 안내원도, 뒤에 늘어선 사람들도 모두 나만 쳐다보는 듯하다. 그 시선에 밀리듯 입구를 지나친다. 바이킹 좌석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정말 막다른 곳이다. 유턴은 없다. 도대체 놀이기구 하나 타면서 세상에 작별인사 건네는 기분이 드는 건 뭔지.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게 이리 힘이 든다. 저 너머로 넘어간 후엔 편안해지겠지. 편안해질까? 아님, 더 힘들어질까? 그건 내딛은 후에 알게 될 거고. 그때까진 모르는 거다. 누군가 열심히 설명해줘도 그건 타인의 경험일 뿐이고 내가 겪어보는 건 다를 테니까. 바이, 킹에 오른다. 안녕, 이 놀이기구를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지난 내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이젠 다른 내가 된다. 그 유명한 인천 월미도 바이킹을 타본 경험자가 되는 거다, 나도.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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