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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25화 은하수
작성일 : 23-04-28 01:0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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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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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끔한 흰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피라미드형 건물 안 침실에서 갑자기 켜진 TV화면으로

 눈을 돌린다.

  아랫사람이 보고를 올린다.

 

 

  “천자님... 지금, 요원을 재정비하였습니다. 곧, 표적을 제거하겠습니다.”

 

  “흐음... 아니, 됐다... 이미 너무 많이 관여됐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법이다... 국내의 모든 요원들에게 전해라.

  현 시간 이후로... 국내를 벗어난다...

  지옥의 개라면... 후후후... 재밌는 볼거리를 놓치는군...”

 

  “알겠습니다. 천자님.”

 

  “흐음... 고향 땅과도... 잠시 동안 작별이군... 정들었는데...

  역시~ 사람 일이 마음처럼은 잘 안되는군... 후후후...”

 

 

  그는 서둘러 여행 가방을 챙겨 든다.

 

 

  한 편...

 제법 어스름이 깔린 한적한 2차선 도로 위를 한 대의 경찰차가

 빨간색 헤드라이트 꼬리를 도로 밑으로 길게 남기면서 도주 일행을 쫓고 있다.

 

  박 형사가 운전하는 경찰차 안은 김 형사의 전화 통화 소리로 요란하다.

 

 

  “김 형사님... 반장님이 뭐라고 그러세요?”

 

  “야아아~ 이거 대박인데~ 휴휴휴휴....”

 

  “아, 뭔데 그려어~ 뭐, 또, 새로운 거라도 나왔는감??”

 

  “나왔지이이이.... 이봐, 박 형사!”

 

  “예! 김 형사님!”

 

  “너, 람보 알지?”

 

  “예?! 예, 그 혼자, 다 쓸어버리는 애... 람보...”

 

  “임 형사~ 스티븐 시걸 알지??”

 

  “아, 알지이~ 왜몰라아~ 내가아아~ 내가 갸 팬이여어어~

  내가 갸 나온 것 중에 안 본 게 없단 말여어~

  갸가 지나간 자리는 조직의 씨도 마르잖여어어~ 근디, 그건 왜 물어어~”

 

  “왜 그러냐 하면... 람보랑... 시걸이랑... 합친 게... 지금, 우리가 쫓는 놈...

  아니 년이거든... 그리고, 나머지들은 개털인데... 지금 곳곳의 체인점을 털고 있단다.”

 

  “지금, 어디쯤이랍니까? 그놈들...”

 

  “지금 가는 방향으로 쭉~ 가면 돼... 대박이야... 대박...

  집에 전화들 하자... 좀... 아플 거다... 이제부터...”

 

  “근데... 우린... 뭐 좀 안 먹남?? 아까부터...”

 

  “왜~ 안 물어 보나 했다!! 우리 임 형사님께서!!!

  드셔야지~! 람보가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떠나가도! 쳐!! 드셔야지!!!”

 

  “아, 아니~ 그게 아니구우~”

 

  “박 형사야아아~ 밟아아아아~”

 

 

  김형사의 말을 끝으로 경찰차의 가속 페달이 힘껏 내달린다.

 사이렌 경적소리는 군데군데 짙은 어스름이 낀 하늘 위로 빨간 별자리를 수 놓아간다.

 

 

  어느새 짙은 어스름이 충분히 깔린 도로 위를 쉼 없이 달려가는 승합차가 보인다.

 이젠 어느 정도 숨을 고르며 발렌타인도 정신을 차린 상태다.

 불룩 솟은 배를 어루만지며 일행이 단잠에 빠져들 즈음 별안간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린다.

 

 

  RRR RRR -

 

 

  전화벨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그들은 호들갑을 떨며 차 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몇 순 지나지 않아 황비서가 조수석 앞 수납장에서 휴대폰을 빼 든다.

 손에 들고 있던 그녀의 휴대폰을 옆에서 운전하던 소라가 뺏어든다.

 

 

  “뭐야! 이런 게 거기 있었어?! 모르는 번호네...

  모두 알지!! 이건 우리한테 족쇄야, 족쇄!!”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차창 밖으로 휴대폰을 던지려 한다.

 그녀의 손에서 막 휴대폰이 떨어지기 직전 재빠르게 누군가의 손이

 휴대폰을 아슬아슬하게 낚아챈다.

 한 순간 차 안의 모든 시선이 가쁜 숨을 고르며 간신히 휴대폰을 잡고 있는 발렌타인의 손으로 쏠린다.

 

  그녀는 잡고 있던 휴대폰을 뷰띠크에게 서서히 가져간다.

 놀라서 입도 제대로 다물지 못 하는 그다.

 

 

  “전화해... 마누라한테...”

 

  “그, 그, 그려! 알겠구먼! 우, 우, 우라지게 고마워야!!!...

  오메! 어짜스까잉!... 갑자기 전화 번호도... 생각이 안나야!!”

 

  “자슥아! 얼른 생각 해 봐라! 이 가시나들이 언제 또 맘 바뀔지 모른다! 아, 얼른!!”

 

  “으~ 돼았으! 생각났으!!”

 

 

  RRrr RRrr RRrr, 딸깍!! -

 

 

  “여, 여보 서요?”

 

 

  뷰띠크는 눈물을 곱씹고 겨우 입을 뗀다.

 

 

  “으... 으... 임... 임자... 임자여... 나여...”

 

  “다, 당신 인겨!? 아, 이제 꺼정 집에 안 들어오고...

  뭐, 이제 아픈 마누라 냅두구... 바람이라도 난는갑지?”

 

  “움마! 바람은 무신! 바람이 나~ 망할 예편네... 아, 어째 밥은... 묵었고?”

 

  “고롬 묵었제!... 바람난 썩을 놈... 뭐가 아쉬워서... 밥을 굶고 있데!!”

 

  “아, 참말로! 바람이 아니고!... 애덜은?... 워뗘?... 자는 겨??”

 

  “작은 놈은 여태꺼정 울어재끼다가... 시방은 코까지 곤당께...

  꼬옥~ 저런 건... 썩을 놈 닮아가네, 닮아가...”

 

  “아, 참 예편네!... 고만 좀 혀!... 그, 그, 큰놈은??”

 

  “큰놈? 옆에 있제... 왜... 바꿔 줘?”

 

  “아, 바꿔 보드라고, 얼른!!”

 

  “알았으으... 있어 보드라고... 아야, 여 한번 받아 봐라...

  바람난 썩을 놈이 자식은 우라지게 찾아 분지네”

 

  “여편네 참말로!”

 

  “아, 아부지...”

 

 

  그는 다시 눈물이 나는걸 곱씹고 말을 잇는다.

 

 

  “오메, 우리 큰아들 님이신가!...”

 

  “아.. 부지... 아부.. 지... 으아아아아앙!!!”

 

  “아, 왜 울어! 울지 말어!!... 아, 울지 말랑께!!!... 윽윽윽...

  아부지...윽윽 곧 갈겨어... 그르니께... 흡... 너무 걱정말고... 흡... 밥 잘 묵고!...

  엄니 말씀 잘 듣고!... 그라고 잘 있어야 혀... 알겄지??”

 

  “아부지~ 얼른!... 얼른! 오셔이잉~”

 

  “그, 그려! 알았구먼!... 아부지는 우리 큰아들하고 한 약속 꼭~ 지키는거 알제잉?”

 

  “네 아부지~ 훌쩍... 꼭, 꼭~! 지키셔이잉!”

 

  “알았당께~ ... 저, 그만, 뚝 그치고... 엄니 좀, 바꿔 봐야”

 

 

  아내가 수화기를 건네 받는다.

 

 

  “그려... 바람은 언제까지 피고 올 껴??!! 오긴.. 올 껴??!!”

 

  “거, 여편네! 아니라니께!...

  뭐 필요한 거... 말해 보드라고... 갈 때 사갈텐께... 약은... 남아 있는 겨??”

 

  “약은 무신... 약 먹어서 나을 병이여?!...

  아, 애덜... 씹을 꺼리나 좀 사오소... 우리는... 이라고 산께...”

 

  “알았네... 곧 갈텐께... 걱정 말고... 잘 자야...”

 

  “그려... 걱정 하래도 안햐... 당신도... 내 걱정 말어어... 잘 자고...”

 

 

  그는 끊긴 휴대폰을 들고서 굵은 슬픔이 토해져 나오려는 것을 참아내려 안간힘을 쓴다.

 옆에 있던 발렌타인이 그런 그를 진정시키며 그의 손에 있던 휴대폰을 똠양꿍에게 조심히 넘긴다.

 

  그는 어물어물거리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RRrr RRrr RRrr, 딸깍!! -

 

 

  “여, 여버... 여버...”

 

  “네.. 누구...?!”

 

  “엄니!! 흑흑.. 나랑께!!... 아들이랑께!!!”

 

  “아들! 니, 괜, 괜찮나??!!... 니 짐 어덴노??”

 

  “아, 잠깐, 흑흑.. 일땀시... 흑흑.. 시내... 나와있는데...”

 

  “아들! 니! 참말로! 괜찮나??!!... 몸 상한 덴 없꼬??!!...”

 

  “아, 괜찮지!.. 흡흡.. 진지는 잡솼는교??.. 흑흑...”

 

  “으응~ 아까 쪼매 무따아이가... 니 없이 혼자 무니까 영~ 입맛이 없드라...

  니는? 밥 잘 묵고 있나?”

 

  “나는 잘 묵고 있지. 흡흡... 내 걱정은 말고, 흑흑...”

 

  “걱정이 안 될수 있나... 밖에 일이 쉬운 것이 하나 없는데...

  뭔 일 있는 거 아닌지... 하루 죙일... 헤고~... 니 목소리 들으니까

  인자 좀 맘이 놓이네...”

 

  “걱정 말라니까 참... 아들내미 금방 갈게... 윽윽... 진지 잘 챙기드시고 있으소, 마.”

 

  “으응, 알았다, 마... 금방 오네이...”

 

  “엄니... 잘 주무시소...”

 

 

  똠양꿍도 역시 끊긴 휴대폰을 들고서 깊은 슬픔을 참아내려한다.

 조금 후 감정을 추스른 그가 수현에게 휴대폰을 넘긴다.

 하지만 수현은 집에 전화기가 없다며 다시 아란에게로 휴대폰을 넘긴다.

 그녀는 그것을 받고 한참을 고심하는 얼굴이었으나 끝내 ‘자신의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며 다시 발렌타인에게 그것을 넘긴다.

 

  발렌타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 바로 황비서에게 그것을 넘긴다.

 황비서는 받아든 그것을 들고서 한동안 멍한 표정이다.

 소라가 멍때리는 그녀를 측은히 바라본다.

 

 

  “전화 할 곳 없어??!!”

 

  “예...”

 

 

  황비서는 말없이 조심스레 소라에게 그것을 건넨다.

 운전 중이던 소라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 무언가 결심을 한 듯한 눈빛이 스친다.

 황비서의 손에서 그것을 ‘확!’ 낚아챈다.

 

 

  RRrr RRrr RRrr, 딸깍!! -

 

 

  “네...”

 

  “아빠, 나야...”

 

  “너?! 소, 소라냐!?”

 

  “응, 아빠...”

 

  “너, 지, 지금, 어디냐??!!”

 

  “나도 몰라. 할 말 있어서 전화 했어...”

 

  “어, 그래... 몸은 괜찮으냐??!!”

 

  “응. 괜찮아... 아빠...”

 

  “그래... 말해 보거라...”

 

  “나... 엄마 만났어...

  아빠가... 나 어릴 적에 죽었다고 한.. 나 낳아준.. 엄마...”

 

  “뭐! 뭐라고!! 너.. 그게.. 무슨!...”

 

 

  황비서가 흠칫 놀라서 소라를 쏘아본다.

 

 

  “지금... 같이 있어...”

 

  “소라야... 그, 그, 그건... 네가... 그...”

 

  “아빠... 나 아빠가.. 싫어진 건 아냐...

  하지만 엄마한텐... 개만도!!! 못한 짓을!!! 했어!!!”

 

 

  말을 마친 그녀는 휴대폰을 창문 밖으로 부서뜨릴 듯이 내던져 버린다.

 차 안의 모두가 놀란 가운데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 중 가장 놀란 황비서가 눈에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그녀를 쏘아보고 있다.

 

 

  “아, 그만 봐! 얼굴 뚫어지겠네...”

 

  “아, 네...”

 

 

  두 여자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운전에 열중하면서 먼저 침묵을 깨는건 소라다.

 목소리가 울렁인다.

 

  “아직... 얼굴 보면서... 왠지... 엄마라고는... 못 부르겠어...

  미안해... 이해해줘...”

 

  “아닙.. 니다... 아.. 가.. 씨...

  제가... 죄송 합니다...”

 

 

  대답하는 황비서의 목소리도 울렁임이 크다.

 

 

  “나 사실... 어렸을 때... 황비서가.. 내 엄마였음 했었어...

  그리고.. 황비서가 내 엄마란 거 알고 나.. 행복했어.. 엄청...

  근데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자꾸 맘은 아닌데...

  투정만 부리게 되구... 괜히 화만 냈어.. 그랬던 거... 미안해... 이해해줘...”

 

  “아닙니다... 아가씨...

  마음... 아프게 해서... 제가... 죄송합니다...”

 

  “나한테.. 화내도 돼... 막... 속 터지는 거... 나 한테... 풀어도 돼...

  그래도 돼....... 엄... 마.......”

 

  “아닙... 니다... 아가씨.... 저는...”

 

 

  흐르는 눈물이 입술을 꽉 쥐어튼다.

 업겁의 말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나 입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소리 없는 울음만을 하염없이 삼키는 두 모녀다.

 

  은하수가 흐르는 밤 하늘 아래,

 두 모녀의 눈과 귀와 생각속에서도 추억의 은하수가 쉼 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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