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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This is our page. <2>
작성일 : 22-12-21 00:48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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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가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 탄 태양이와 봄 그리고 잠든 이준이는 여유로운 밤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수경언니, 몸은 좀 어때요?”

 

 수경이의 전화가 왔고, 봄은 인사대신 안부를 물었다.

 

 “두번째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틀동안 정신을 못차렸어. 이제야 연락해서 미안해.”

 

 수경이는 이틀전 쌍둥이 아들을 낳았고, 소식을 전해주던 윤재에게 축하를 전했고, 수경이에게는 문자를 남겼다.

 

 “언니 고생 많았어요. 조만간 갈게요.”

 

 “봄, 쌍둥이는.. 우리 지우 왔어?”

 

 쌍둥이는 두 배 이상 힘들어라고 말하고 싶었던 수경이는 늦은밤 엄마를 만나러 온 딸아이를 불렀다.

 

 “지금 지우가 언니한테 온 거예요?”

 

 “어, 내일 보러오라고 했는데, 지금 왔네.”

 

 ‘누구야?’ 수경이가 전화를 하는 사람이 궁금했던 수경이 딸의 목소리가 전해졌고, ‘봄이 이모’ 라는 수경이의 대답에 ‘이준이 오빠’를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봄이 이모, 이준이 오빠는 뭐하고 있어요?”

 

 수경이는 딸 대신 궁금해하는 내용을 봄에게 물었고, 봄은 웃으며 잠들었다고 말했다. 유치원 갔다가 바로 할아버지 댁에 왔다가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간략하게 하루 일정을 전하며 잠든 이준이를 바라보았다. 이준이의 평화로운 표정에 봄은 행복해지고 있었다.

 

 이번 주말은 이준이를 데리고 수경이네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

 “언니, 왜 울어요?”

 

 수경이의 전화를 받은 봄은 밝은 수경이의 목소리 대신 울음 소리만 나와서 수경이에게 물었다. 한참을 울던 수경이는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시작했다.

 

 “봄.. 나 임신이래”

 

 수경이는 결혼 한지 5년이 지나고 있었지만 아직 아이 소식은 없었다. 자신보다 늦게 결혼한 봄의 임신 소식에 축하를 전했었지만, 그때 진심이었는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노력이 아무런 성과가 없자, 수경이는 처음으로 온몸으로 울었고 윤재에게 더 이상 자신없다고 전했다. 지금껏 버티게 해주던 될 거라는 희망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수경이는 세상을 원망했다. 자신을 달래주던 윤재의 품이 없었다면 수경이는 이겨내지 못했을거였다.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잊으려 했고, 성과에 기뻐하며 공허한 마음을 확인하기 전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날들을 보내던 어느날, 선재가 수경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뭘? 왜?”

 

 선재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던 수경이는 선재에게 물었고, 선재는 웃음을 띄며 수경이에게 말했다.

 

 “나한테서 뭐 하나만 사세요.”

 

 “뭘? 뭔지 알아야 사지?”

 

 “우선 살거죠? 만원만 줘요. 얼른요.”

 

 수경이는 앞에 놓인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선재의 손에 올려두고 선재에게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렸다.

 

 “꿈 팔았어요. 요번에 뭐든 잘 되면 내 꿈 덕분이예요.”

 

 선재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하자 수경이도 웃음이 나왔고, 알았다고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후, 건강검진을 하러간 수경이는 그제서야 몸의 변화를 인지했다. 그럼에도 혹시나 무슨 병이 걸린 게 더 현실적인거였기에 임신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임신이라는 말에 수경이는 다시 물었고, 눈물을 글썽이는 수경이의 모습에 아이의 존재를 확인 시켜주었다.

 

 진찰실에서 나온 수경이는 윤재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고, 윤재는 수경이에게 바로 달려왔다.

 

 “수경아,”

 

 소리없이 울고 있는 수경이에게 다가간 윤재는 수경이의 어깨를 감쌌다.

 

 “내가 아기 괜찮냐고 물으니까, 엄마가 건강하니까 아이도 건강하다고.. 윤재야, 드디어 와줬어.”

 

 늘 기대보다 불안이 먼저였다는 사실을 수경이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불안에게 진 것 같았지만, 결국 수경이는 이겨 낸 것이였다.

 

 수경이는 머리로는 포기한 아이였지만, 그럼에도 습관처럼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다. 다시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지만, 불쑥 머릿 속을 어지럽히는 혹시나 하는 마음까지는 다 버리지 못했었다. 그 간절함은 결국 수경이에게 아이를 만날 기회를 주었다.

 

 수경이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고, 봄을 떠올렸다. 봄이 먼저 아이를 가졌을 때 자신이 가진 마음이 미안해졌고, 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이 났다.

 

 “언니, 축하해요.”

 

 “봄, 있잖아. 내가 너를 많이 질투를 했었는데.. 미안해. 내가 너한테 진심으로 축하 못해준게 이제야 생각이 나서..”

 

 “언니, 그런 생각마요. 고생 많았어요. 이제 마음 편하게 가지고 아이랑 언니만 생각해요.”

 

 “응.. 고마워. 진짜..”

 

 “그리고 언니, 육아 전쟁에 들어온걸 환영해요.”

 

 봄은 농담처럼 수경이에게 현실을 전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늘 시행착오였고, 부족함을 깨닫는 반성의 시간이었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순간이었다.

 

 “봄, 그렇게 말하니까 무서운데.. 잘 부탁해.”

 

 

 “형수님, 맞죠? 내 꿈 때문이죠?”

 

 수경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선재는 자신의 꿈으로 생색을 내고 있었다. 수경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확신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선재는 억울한 눈빛을 전했다.

 

 “꿈 내용을 말 안해줬잖아.”

 

 “커다란 황금이 형수님한테 막 굴러가잖아요. 크기가 다른 세 개가 막 굴러가는데, 눈이 부셔서..”

 

 선재는 자신의 꿈을 전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꿈의 내용을 검색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수경이의 마음에 또 다시 상처가 될까봐 그냥 잘 되는 일이라고만 말하고 말았다.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되자 긴가민가 싶으면서도 정말 자신의 꿈이 효과를 내었을까봐 호기심이 생겼다.

 

 “형수님, 혹시 세 쌍둥이 아닐까요?”

 

 다행히, 세 쌍둥이는 아니었고 수경이를 닮은 예쁜 여자아이였다.

 

 “수경아, 아버지가 너희들 아이 가졌다는 소식에 좋아했거든, 그런데 딸이라는 말에 조금 서운해 하는거야.”

 

 손녀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연신 아이를 향해 동물 소리를 내는 남편을 어이없이 바라보며 윤재 엄마가 말했다.

 

 “지금은 아침부터 잘때까지 ‘지우, 지우’다. 너도 저런 모습 처음 보겠지만, 나는 오죽하겠니? 가끔 너무 당황스럽다.”

 

 아들 둘을 둔 전형적인 무뚝뚝한 아버지였던 윤재의 아버지는 아이를 키울 때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뒤늦게 손녀 아이한테서 느끼고 있었다. 웃으면 같이 웃고, 울면 너무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첫 아이를 갖게 된 수경이는 두번째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선재의 꿈처럼, 아들 쌍둥이까지 낳았다.

 

 늦은 밤, 잠든 지우를 안고 집으로 가야되는 윤재는 수경이와 이제 막 태어난 쌍둥이를 두고 가자니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윤재의 눈빛을 읽은 수경이는 오랜만에 윤재를 안으며 윤재를 토닥였다.

 

 “윤재야, 우리 쌍둥이들 너 닮아서 나는 너무 좋다. 분명 쉽지 않을건데.. 우리 잘 키워보자.”

 

 수경이는 지우가 태어났을 때, 윤재가 수경이를 닮은 지우라서 너무 좋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때 수경이는 지우가 자신보다 윤재를 더 닮기 바랐다. 자신보다 윤재가 세상을 살아가기에 더 단단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닮을 지우를 걱정했었다. 그러나 그때의 윤재의 마음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쌍둥이들이 윤재를 닮아서 진심으로 좋았다.

 

 잠든 지우를 안은 윤재와 수경이는 쌍둥이들을 보러 향했다. 아이들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남기며 수경이와 윤재는 서로는 몰랐지만 동시에 바랐다.

 

 ‘우리 잘 지내보자. 건강하게 씩씩하게 우리 같이 열심히 살아보자. 사랑해.’

 

 

 5. 그대에게

 

 집으로 온 봄과 태양이는 살짝 잠이 깬 이준이를 씻기고 다시 재운 후, 그들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침부터 출근 준비하며, 이준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빠듯한 시간의 연속이었고 오늘은 할머니 생신으로 시댁에 다녀와야했기에 마무리가 늦어지고 있었다.

 

 티비 소리를 작게하고, 소파에 앉은 태양이와 봄은 맥주 한잔을 마시며 그제서야 그들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벌써 금요일이네. 시간이 참 잘간다.”

 

 태양이의 말에 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태양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이번 주말에 수경이 언니한테도 가야하지만, 이준이랑 같이 가까운 공원에라도 갈까?”

 

 늘 바쁜 자신들이었기에, 피곤에 대한 휴식의 간절함 보다는 이준이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다. 때마침 티비에서 전해주는 주말의 날씨가 매우 화창하다는 소식에 봄과 태양이는 다가올 주말을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봄의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들렸다. 가을이었다. 가을이가 보내준 사진에 봄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우리 가을이가 원하는 곳에서 결혼했네.”

 

 봄은 태양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웃었다. 그 사진 속 가을이 그리고 영월 선배는 자연이 아름다운 장소에서 둘만의 순간을 찍어 보내주었다.

 

 *

 ‘봄, 오늘 잠시 볼 수 있어?’

 

 봄이 결혼하고 한달이 되었을 쯤 가을이는 봄에게 저녁에 잠시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신혼인 봄의 시간을 방해하기 싫었지만, 지금 가을이는 봄이 너무도 필요했다.

 

 가을이의 길지 않은 물음에 봄은 걱정이 되었고, 가을이를 만나러 갔다.

 

 이미 가을이의 얼굴은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고, 눈물의 흔적도 지울수 없을만큼 가을이는 무너지고 있었다. 왜냐고 묻는 대신 그런 가을이를 안은 봄이었다. 봄에게 안겨 한참을 울던 가을이는 울음을 그치고 천천히 말했다.

 

 “오빠랑 헤어졌어.”

 

 “왜?”

 

 가을이와 영월 선배의 사이를 의심해보지 않았고, 한번도 그런 내색 없던 가을이었기에, 그리고 가을이가 너무도 영월 선배를 좋아했기에 봄은 놀라며 물었다.

 

 “봄, 나 아프데..”

 

 가을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봄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눈물이 핑 돌았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가을이를 안았다.

 

 “우리 엄마처럼 나도 그럴거야..”

 

 가을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위암으로 가을이의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지낸건 엄마에게 물려받은 긍정적인 성격과 그 모든 것을 지켜준 아빠 덕분이었다. 슬프게도 가을이는 엄마와 같은 아픔도 물려받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그 말을 하며 가을이는 다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픈것과 영월 선배랑 헤어진 것 중, 어떤게 더 큰 원인인지 알 수 없었다.

 

 “영월 선배는 너한테 왜 헤어지냐고 안 물어봤어?”

 

 한참을 울던 가을이가 진정이 되자 봄은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물었지.. 내가 그랬어. 이제 지겹다고.. 진짜 못땠게 말했어. 오빠가 나한테 정 다 떨어지게.. “

 

 가을이는 봄의 결혼 한달전 별뜻 없이 간 병원에서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가을이는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별을 할 준비를..

 

 “영월 선배한테 말하고 같이 이 시간을 이겨내도 되잖아. 영월 선배는 충분히 그럴 사람이고, 너는 선배를 너무 좋아하잖아. 너 선배 없이 살 수 있어?”

 

 가을이가 어떤 마음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짐작이 가자 슬프고 화가 난 봄은 다그치듯 가을이에게 물었다.

 

 “오빠는 당연히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줄거야. 그런데 내가 우리 아빠를 봤잖아. 그러니까 오빠를 잡을 수 없었어.”

 

 아픈 아내를 걱정하며, 아직 어린 가을이를 안쓰러워했던 아빠의 슬픈 얼굴이 떠오르자, 가을이는 영월 선배를 자신의 옆에 둘 자신이 없었다.

 

 “우리 엄마가 아빠한테는 내가 스무살 될때까지 결혼하지 말라고 부탁했대. 그런데 엄마는 나에게 내가 스무살이 되면 아빠가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부탁했었어. 그게 우리 엄마가 한 유언이었어. 이제야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말을 했을까 생각하니까..”

 

 가을이가 스무살이 되었고 그럼에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가을이의 추진력으로 아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가을이에게 미안해 하며 엄마의 유언을 덤덤하게 전했었다. 가을이는 자신에게 했던 엄마의 유언을 아빠에게 전했고 그렇게 오랜만에 엄마를 그리워하며 둘이서 한참을 울었고,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웃었다.

 

 가을이는 아픔과 싸워 이길거라고 했다. 봄에게 비밀을 부탁했고, 봄은 고민에 빠졌지만 가을이의 당부가 가시처럼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봄에게 가을이는 겨우 웃으며 말했다.

 

 “봄, 나 건강해질거야. 나는 꼭 그럴거야.”

 

 ‘그리움으로 버텨낼거야. 그게 더 나을거야..’

 

 가을이는 그렇게 아픔과 싸워나갔다. 무너지고 일어나고 다시 무너지는 시간들이었지만, 가을이는 그럴때마다 누군가를 떠올렸고, 다시 한번만 보고 싶다고 봐야한다고 스스로를 붙잡았다.

 

 치료로 병원에 입원했던 가을이는 봄에게 만나러 와달라고 부탁했고, 무거운 몸이었지만 가을이를 만나러 갔다.

 

 “봄, 미안해. 힘든데 여기까지 와 달라고 해서. 우리 조카님은 잘 크고 있지?”

 

 가을이는 봄의 표시나기 시작하는 배를 신기해하며 물었다. 봄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걱정말라고 말하며 웃었다.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말이 돼? 나는 32살의 크리스마스를 병원에 있어야 된다구..”

 

 애써 밝은 얼굴의 가을이었지만, 봄은 어떤 위로도 전하지 못했다.

 

 “봄, 이거 너 주고 싶어서. 내가 예뻐서 샀지만, 나한테 이제 안 어울려서.”

 

 봄에게 내민 건 머리핀이었다. 이 작은 걸 어떻게 이렇게 비싸게 파냐고 말하던 가을이를 떠올리며 봄은 거절했다.

 

 “네가 큰 맘먹고 산거잖아. 싫어.”

 

 봄은 말을 하고도 마음이 좋지 못했다. 치료의 부작용으로 가을이는 가장 좋아하는 머리핀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건도 결국은 때가 있는거야. 내가 언제 할 수 있는지 모르잖아. 그냥 받아줘. 이거 할때마다 예쁘고 싶었던 나의 간절함도 기억해줘..”

 

 봄은 가을이의 말에 울어버렸고, 가을이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우리 조카의 첫 크리스마스 선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선물까지 준비한 가을이는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을 봄의 아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참을 가을이랑 있던 봄은 또 오겠다며 가을이를 꼬옥 안았고, 짐작은 했지만 느껴진 가을이의 아픔의 흔적에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가을이가 준 선물에 또 다시 고마움을 전하며, 돌아가야되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겨우 발걸음을 옮기던 봄은 가을이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나눴고, 가을이에 대한 복잡해진 마음에 정신없이 나오느라 휴대폰을 두고 왔음을 병원 건물 입구에 가서야 알게 되어 다시 엘리베이터로 갔다.

 

 “이봄.”

 

 봄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앞을 바라보았고, 자신의 결혼식 이후 오랜만에 보게 된 영월 선배에 살짝 당황하며 반가움을 전했다.

 

 “선배, 오랜만이에요. 잘지냈어요?”

 

 “응.. 넌 많이 달라졌구나. 축하해.”

 

 봄의 배는 누가봐도 알 수 있었기에 봄은 웃었고, 영월 선배도 미소를 지었다.

 

 가을이와 헤어진 후, 몇번 봄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했던 영월 선배는 가을이의 안부를 물을까 망설이고 있었고, 영월 선배가 여기에 왜 있는지 생각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선배를 보게 된 것에 또 다시 복잡해진 봄은 잠시 어색하게 서 있었다.

 

 “봄, 음.. 가을이도 잘 지내지?”

 

 봄은 말하고 싶었다. 이 순간이라면 말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순간 들었다. 분명 영월 선배가 먼저 물었고, 거짓말은 하기 싫었고, 가을이에겐 영월 선배가 필요한 것 같았다.

 

 “선배.. 가을이..”

 

 “봄, 휴대폰 두고 갔어.”

 

 봄의 휴대폰을 발견하고 서둘러 내려 오던 가을이는 봄이 눈앞에 보이자 봄을 불렀고, 봄이 누군가랑 말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 늦게 알게 되었고, 그 뒷모습이 너무도 익숙하다는 사실에 가을이는 멈췄다.

 

 영월 선배는 당황한 봄의 표정과 봄을 부르는 아는 목소리에 뒤돌았고, 눈앞의 모습에서 아는 얼굴을 찾기 위해 당황해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이렇게 오랜만에 보게 된 너무도 달라진 가을이의 모습에 아무것도 몰랐지만 눈물을 후두둑 흘렸다.

 

 “선배, 미안해요. 가을이가 아픈거 말하기 싫어해서..”

 

 처음 본 선배의 모습에 봄은 선배를 달래고 있었고, 영월 선배의 모습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하는 가을이에게 다가가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한채 가을이도 달래야 했다.

 

 “봄, 가을이랑 말해야 될 것 같아.”

 

 선배의 의도를 알아들은 봄은 가을이를 달래며 일으켰고, 정신없는 와중에 휴대폰을 자신에게 전해주는 가을이의 손을 잡고 봄은 가을이를 바라보았다. 말해주고 싶었다. ‘가을아, 말해. 보고 싶었다고..’

 

 봄은 정문에서 기다리는 태양이에게 갔다. 그리고 계속 바랐다. 가을이와 영월 선배의 행복을..

 

 “가을아, 나한테 말해야 될거 많잖아.”

 

 “오빠, 보고 싶었어.”

 

 가을이의 말에 영월 선배는 가을이를 안았고, 너무도 약해진 가을이가 느껴지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가을이는 영월 선배의 따뜻함에 힘을 얻고 있었고,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순간에 감사했다.

 

 한참을 가을이의 이야기를 듣던 영월 선배는 다시 가을이를 안았고, 가을이에게 말했다.

 

 “나.. 언제나 네 옆에 있을거야. 그러니까 함께 하자.”

 

 혼자 아팠을, 견뎠을 가을이를 떠올리자 그 모든 장면들은 심장을 쩔렀고, 그럼에도 영월 선배는 더 이상 울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가을이를 원망했고, 그리워했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던 영월 선배는 알게 되었다. 한번도 괜찮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괜찮지 않을 거라는걸. 가을이 없이는 안 된다는 사실을 영월 선배는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모든 게 끝날때까지 항상 함께 할거라고 영월 선배는 맹세했다. 그게 무엇이든..

 

 가을이의 32살 크리스마스는 장소랑 상관없이 최고의 순간이었고, 그때의 크리스마스는 흰눈으로 세상이 덮여있었고, 가을이 옆에는 영월 선배의 따뜻함이 가득했다.

 

 “누구세요?”

 

 가을이는 영월 선배의 도움을 받아 퇴원을 했고, 아파트 입구에서 인사를 한 후, 아무도 없는 빈집의 공기를 맡고 있었다.

 

 방문자 영상에 영월 선배의 얼굴이 보였고, 가을이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

 

 “오빠, 내가 차에 뭐 두고 왔어?”

 

 영월 선배는 무언가를 끌고 들어오며 가을이를 보고 웃었다.

 

 “나 오늘부터 여기서 지낼거야,”

 

 가을이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가을이가 안된다면 떼를 써서라도 가을이 옆에 있게 해달라고 할 생각으로 가을이를 먼저 올려보내고 챙겨놓은 짐을 들고 무작정 들어온 것이었다.

 

 “왜?”

 

 가을이는 선배의 처음보는 즉흥적인 모습에 당황해서 더 이상 말도 잇지 못하고 멍하게 영월 선배만 보고 서 있었다.

 

 “가을아, 우리 같이 살자. 내가 이제 안 되겠어. 너의 옆에 있고 싶어.”

 

 가을이는 빈집에 가득했던 공기의 차가움이 순식간에 뜨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주저하고 싶지 않았다. 망설이면 후회할 것 같았다. 이제는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굳게 마음먹었다.

 

 “들어온 이상, 이제 못나가. 알지?”

 

 가을이는 웃으며 영월 선배에게 말했고, 가을이는 영월 선배를 사랑하는 것을 방해하는 세상의 모든 것과 싸워 이길 예정이었다.

 

 늦은밤, 가을이를 안고 누운 영월 선배는 또 다시 찾아온 가을이의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우는 건 싫었다. 힘들어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가을이에게 미소를 보여야 했다. 가을이가 이겨낼 수 있게 간절히 기도하며 가을이 곁을 지켰다.

 

 “오빠, 나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파란하늘과 푸른 바다가 가득한 곳이었으면 좋겠고, 오직 햇살만이 우리랑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 뭐 오고 싶다면 바람도 좋고 구름도 괜찮고.. 어때?”

 

 힘겹게 말을 잇는 가을이에게 영월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흐른후, 가을이와 영월 선배는 그들의 그 순간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사랑의 맹세는 온 세상이 증인이 되어 주고 있었다.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그댈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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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우리가 헤어진 이유 2022 / 3 / 2 238 0 4576   
31 어느 늦은 밤 2022 / 2 / 28 226 0 4996   
30 떠나가지 말아요. 2022 / 2 / 25 235 0 5206   
29 그럼에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준다면.. 2022 / 2 / 23 237 0 4810   
28 그늘에 들다. 2022 / 2 / 21 219 0 4546   
27 나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 2022 / 2 / 18 233 0 5242   
26 착각은 결국 거짓이 되어 돌아왔다. 2022 / 2 / 16 235 0 4878   
25 그 여름의 그들 2022 / 2 / 14 223 0 5374   
24 시간 속의 기억 2022 / 2 / 11 222 0 4551   
23 이런 내 마음 아는지.. 2022 / 2 / 9 245 0 5593   
22 나만의 태양 2022 / 2 / 7 239 0 7800   
21 결코 변하지 않기를.. 2022 / 2 / 4 247 0 5379   
20 눈이 내리는 밤에 2022 / 1 / 31 253 0 6421   
19 좋은 날 2022 / 1 / 28 248 0 5338   
18 있는 그대로의 모습 2022 / 1 / 26 233 0 5396   
17 화양연화 2022 / 1 / 24 242 0 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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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
기억합니다.
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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