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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눈물이 흘러..
작성일 : 22-03-23 00:12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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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온, 봄이라는 계절은 더 이상 슬프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적당한 날씨, 적당한 일상. 그럼에도 가끔은 적당한 슬픔도 함께였다.

 

 가끔 나타나는 슬픔은 그 속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는, 적당하게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슬픔에 빠져 있어봤자, 딱히 득될 것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해 보았지 않았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보다는 이제 그만하자라는 싸늘한 경고를 자신에게 날려주었다. 몇번의 시행착오는 그렇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깨달음을 선물해주었다.

 

 봄은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경험을 하며.. 크게 달라진게 없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며, 별것 아니었다고 실망을 했다. 생각보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작년의 고민과 두려움이 조금 민망할만큼.. 나이를 먹는 건 눈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은 그런 것 같았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들의 말에 수긍해야 할지,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좋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할지, 더 이상 어리지 않아 슬프다는 사람들의 말에 좌절해야할지 마음의 결정을 아직 못내리고 있었다. 지나보면 알겠지.. 그렇게 우선 생각하기로 했다. 드디어 봄은 나이에 신경쓰는 스스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퇴근하고 후배랑 저녁을 먹거나, 퇴근하고 집으로 가거나, 퇴근하고 연락처 목록을 보거나.. 봄은 남는 시간을 가끔 어쩌지 못해, 한참을 멍하게 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딱히 목적 없이 인터넷을 열어, 읽지 않을 기사를 눌러보고, 광고로 뜨는 필요 없는 물건을 구경하기도 하고, 상관없는 사진을 넘겨보기도 했다.

 

 그리고 발견한 내용. 영화의 재개봉을 알리는 기사에 봄은 다시 옛 추억에 들어갔다. 몇 장면을 떠올리다가 생각보다 쉽게 그곳에서 나왔다. 추억은 이제, 그렇게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었다.

 

 

 

 봄은 오랜만에 영화관을 들어갔다. 직장 후배나 가을이랑 몇번 와본적 있었지만 혼자는 처음이었다. 평일 저녁이었고, 몇 타임 없는 상영시간이었기에 봄은 몇번을 망설이다 결정을 한거였다.

 

 혼자 청승맞아 질까봐, 혼자서 과거를 떠올리고, 그곳에 두고 온 기억들로 감상에 빠질까봐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은 건, 그때는 영화속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예전에 영화를 볼때는 제일 뒷자리, 통로 한쪽으로 앉았었다. 뒷사람에 피해 안받고 싶었기에. 그래서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예약했다.

 

 봄은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평일 밤이었기에 자리는 생각보다 많이 차지 않았다. 불이 꺼지고 화면만 밝혀진, 모든 곳이 어두웠다.

 

 영화시작 전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입구쪽 문이 열리고 뒤늦게 관객이 들어왔다. 밝아진 화면에 실루엣이 드러났다. 누가봐도, 아니 오랜만에 봐도 태양이었다. 봄은 자신쪽이 보이지 않을 것임에도 몸을 숙였다. 태양이는 몇 계단 올라오더니 앞쪽 통로쪽에 앉았다.

 

 봄은 얼굴의 열기를 느꼈다. 당황해서였는지, 반가워서였는지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왜 태양이가 이 순간 여기에 있는지, 왜 이제야 태양이를 드디어 보는지.. 그리고 왜 하필 이 영화인지, 봄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의미를 부여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았지만, 미련이, 기대가 자꾸만 봄의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영화는 예전의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도 오래전이었지만, 그날의 모든 것들은 봄의 기억속에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날의 온도, 영화를 보던 태양이의 옆모습, 나누었던 대화, 비가 내렸던, 그리고.. 가슴 떨렸던 고백. 사랑해…

 

 봄은 눈물이 흐르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 영화는 눈에 들어왔지만.. 결국 조그맣게 시작된 기억들은, 봄의 머릿속에서 지난날의 태양이와의 모든 기억들로 확장되어 재생되고 있었다. 너무도 예뻤고 너무도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영화의 장면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즐거웠다. 그래서 슬펐다.

 

 영화 때문인지, 자신의 기억 때문인지.. 눈물이 흘러 영화의 장면이 자꾸만 번졌다. 빗소리에 숨어 봄은 울었다. 귀뚜라미도 울었다.

 

 봄은 영화를 제대로 따라 갈 수 없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슬픔을 이번에는 어쩌면 진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억속 장면 장면 남아 있던 그들의 눈빛이, 그들의 표정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이제야 이해가 되고 있었다. 그들이 참아내는 슬픔을 떠올리며 그들이 드러내지 못한 마음을 확인할 때마다, 그렇게 봄이 대신 울었다. 그렇게 봄은 소리없이 울었다.

 

 영화가 끝나고 봄은 한동안 앉아 있어야했다. 태양이가 나가는 모습을 보았고, 다행히 태양이는 뒤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잘가, 태양아..’

 

 봄은 모든 관객이 나간후 제일 마지막으로 출구로 나갔다.

 

 

 

 

 태양이는 회사 일로 외근을 나갔다가, 선재의 부탁을 받았던 일도 마무리 하고, 길에서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날씨는 차가움이 많이 줄었고, 계절의 변화를 담고 있었다. 시간은 그렇게 또 흘러가는 것 같았다.

 

 태양이는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다. 건너편 건물 위 전광판에 나오는 광고에 눈길이 갔다. 예전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멈춰 있었고, 재개봉을 알려주고 있었다.

 

 태양이는 휴대폰을 열어 영화관을 찾았고, 자리를 확인해보았다. 늘 앉던 자리는 이미 예약이 되어 있었고, 영화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대충 예약하고 서둘러 극장으로 갔다.

 

 다행히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불이 꺼져 화면에서 나오는 불빛에 도움을 받아 자리를 찾아 앉았다.

 

 혼자서 영화관에 온건 처음이었다. 아마 봄과 헤어진 후, 처음인 것 같았다. 그리고 예전에 봄과 같이 봤던 영화이기에 태양이는 살짝 울컥하는 자신의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주인공들이었다. 왜 저런 선택을 하고, 바라만 보고 있고, 슬퍼하기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이.. 지금은 그들의 모든 감정이 이해가 되고 있었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태양이는 그들처럼 살짝 웃고 말았다. 이해를 넘어, 공감을 넘어, 감정이입의 단계가 이행되고 있었다.

 

 그때의 봄도 떠올랐다. 비오던 그날의 밤, 봄의 눈빛, 봄의 향기.. 그날의 기억은 태양이의 감각을 깨우고 있었다. 손에 잡힐듯 떠올려지는 그날이 너무 그리워 태양이는 슬픔을 삼켰다. 봄이 그리워 태양이는 눈물을 삼켰다.

 

 영화가 끝나고 태양이는 잠시 앉아 있었다. 그날처럼 영화 어땠냐고 물어봐 준다면.. 너무 슬펐지만, 그럼에도 너무 좋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태양이는 영화관 밖으로 나가는 관객들 뒤를 따라 나갔다. 한참을 멍하게 앞사람만 따라 나가다가 영화속 빗소리를 떠올렸고, 그날이 떠올랐고 .. 손에 없는 우산을 기억해내 다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

 

 태양이는 나오는 봄을 보았다. 너무 놀라 아무말이 나오지 않았다. 영화 때문에 봄을 떠올렸지만, 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

 

 봄은 다시 나타난 태양이의 모습에 어쩔줄 몰라 그렇게 서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태양이는 자꾸만 물방울 안에 맺히고 있었다. 봄은 울면 안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참아냈다.

 

 “봄아, 안녕”

 

 봄은 태양이의 인사에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슬픔을 꾹 밀어넣었다.

 

 “어. 안녕, 태양아.”

 

 목소리가 떨리지 않은 것 같았다. 잘 말한 것 같았다.

 

 “영화 봤었어?”

 

 태양이는 봄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며 물었다. 너무 반가웠고, 드디어 본 봄이라서, 지금 봄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

 

 “나도 봤었는데. 우산을 두고 가서, 잠시만.”

 

 태양이는 서둘러 들어가서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

 

 봄은 혼자서 끝낸 마지막 인사를 다시 아무렇지 않게 되뇌고 있었다. 꼭 그렇게 말하고 갈거였다.

 

 “봄아..”

 

 봄은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 않게 태양이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순간, 아니 너무도 간절한 순간이었다. 가끔 바랐다. 우연히라도, 잠시라도, 스쳐지나가기라도 해달라고. 그렇게라도 한번이라도 보고 싶었으니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듯, 그렇게 바라던 눈앞에 서 있는 태양이를 바라보았다.

 

 “잘 지냈어?”

 

 봄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태양이가 잘 지냈어라고만 말하면 슬플것 같았던 짐작이 맞았는지, 그런 생각이 만든 슬픔이었는지 봄은 알 수 없었다. 태양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얼른 그만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태양이의 말에 봄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날처럼 비의 흔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봄은 다시 인사를 건낼 때라는 신호로 여겼다.

 

 “태양아. 갈게.”

 

 봄은 뒤돌아섰다. 이미 끝난 사이였기에 더 이상 바라면 안될 것 같았다. 우연한 만남이었을 뿐이었다. 그때의 끝은 이미 한참 지났기에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수습은 이제 불가능했다.

 

 눈물이 흘렀다. 자꾸만 태양이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봄은 겨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만약 지금 이곳이 다시 시작이라면, 그래서 된다면, 가능하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봄의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어떻게 될지 자신 없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희망이 생겨나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 그때서야 알았다. 다시는 울기 싫다고. 혼자서 그렇게 아파하며 울고 싶지 않았다. 태양이만 있으면, 태양이만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눈물이 흘러 닦아냈다. 그리고 두렵지만 뒤돌아봐야 했다. 겁나지만 시도해봐야 했다. 뒤돌아가는 태양이를 붙잡을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도 못하고 뒤돌았다. 태양이가 아직은 보이길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뒤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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