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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9. 청이.
작성일 : 22-02-28 23:55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1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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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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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이는 가장 마지막으로 불개가 된 녀석이었다.

 

  놈은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들개였고, 투견이나 사냥개로 키워내기 위해 번식된 종자도 아니었다.

 

  때는 선아가 경산의 마지막 일꾼으로 발탁이 된 연도였다.

 

  그리고, 칼바람이 쌩쌩한 한파가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만, 괜찮을까요?”

 

  두꺼운 두루마기를 두르고 삿갓을 쓴 한 양반이 경산에 방문했다.

 

  험난한 한파를 뚫고 경산까지 왔다는 것에 첫 째로 놀랐고, 아무 시중도 거느리지 않고 있다는 것에 둘 째로 놀랐다.

 

  개똥은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양반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했고 마귀가 일을 마치고 올 때까지 그 옆에서 대기했다.

 

  “무슨 의뢰를 맡기시러 이런 날씨에 이곳까지 오신 겁니까?”

 

  궁금증을 참지 못한 개똥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질문했고, 양반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웃음을 보였다.

 

  “허허, 실은 우리 고향에 큰 재해가 있었습니다. 처음은 범인 줄 알았지만, 부끄럽게도 개새끼 한 마리가 문제더군요.”

 

  “네? 개 한 마리요?”

 

  개똥은 양반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개 한 마리때문에 마을 단위로 피해가 있었단 말인가?

 

  “네, 참으로 난감한 문제였습니다. 처음은 아이들이, 그 다음은 노인들이 당했습니다. 처음은 성질이 고약한 범인 줄 알고 굿까지 지냈습니다만, 그럼에도 끝이 나지 않더군요. 전문가를 초빙해서 시체를 살펴봤더니 글쎄 그것이 범의 이빨 자국이 아니라 이리나 개 같은 놈의 이빨 자국이더랍니다.”

 

  “개가 사람을 죽였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종종 사람을 해치는 개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보통 그 정도로 흉포한 놈은 쉽게 잡힌다고 개장수들이 말하더군요… 헌데, 이 놈음 무슨 수작을 부려도 잡히지가 않습니다.”

 

  양반은 통탄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힘 좀 쓴다는 개장수부터 사냥꾼까지 죄다 연락을 해봤지만, 결과는 꽝이었습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군대라도 부르고 싶은 일이지만…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 이제는 금고 형편도 녹록치가 않습니다.”

 

  가난한 양반이라. 딱하긴 했다.

 

  마을을 위해 험한 산세를 넘어 경산까지 온 각오를 보아 마을 안에서 중역을 맡은 이가 분명했다.

 

  책임감 있는 양반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개똥은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직 이곳의 주인께서 오시려면 시간이 조금 있습니다. 제가 먼저 상세히 들으면 추후 설명을 드릴 때도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아하, 친절하신 분이군요. 그런데 이거 참… 사실 정보라고 부를 것도 없습니다. 늘 그 녀석의 꽁무늬만 쫓다가 놓친 적이 허다해서요. 놈으로 추정되는 털을 발견한 게 전부입니다. 이리의 털보다는 절반 이상 짧은 털이라며 개가 확실하다고 한 개장수가 의견을 줬습니다.”

 

  “그렇군요… 짧은 털이라면… 글쎄요. 저희 경산에서 취급하는 품종 중에 짧은 털을 가진 놈들은 보통 투견인 경우가 많습니다. 혹여 투견장에서 탈출한 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투견이라고요? 그쪽으로는 문외한인지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개 한 마리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마 영리한 개일 것 같습니다. 개들도 종류마다 그 지능이 다양하니까요. 아마 사냥에 특화가 된 녀석일 수도 있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끔찍한 일이지만 주인이 일부러 그 놈을 그렇게 부리고 있을 지도요.”

 

  “사, 사람이 일부러 개를 이용해 사람을 죽인단 말이오?”

 

  “그런 사례도 몇 있었습니다. 많지는 않습니다만…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지요.”

 

  개똥은 성심성의껏 상담을 이어나갔다.

 

  침을 튀기며 그간 본인이 배운 지식을 뽐내고 있을 즈음, 대합실의 문이 열렸다.

 

  일이 조금 일찍 끝난 마귀가 드디어 등장한 것이었다.

 

  “대합실에 불이 들어와 있어 혹시나 했는데… 손님이냐? 꼴은 돈은 쥐뿔도 없어 보이는데?”

 

  처음 본 손님을 마구잡이로 대하는 건 마귀의 고집이었다.

 

  아마 왕이 이곳까지 행차해도 마귀는 그 태도를 고치지 않을 것이었다.

 

  “안, 안녕하십니까? 듣던 대로 범상치 않은 분이군요. 개장수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이곳이 개에 대해서라면 웬만한 전문가도 두 손 두 발 다 든다는 곳이라지요? 도움을 받고자 찾아 왔습니다.”

 

  양반이 곧장 자신의 소개를 이었고, 마귀는 시큰둥 하게 그의 출신과, 이름과, 사정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요는, 그 개새끼를 한 마리 족치면 된다는 거로군. 끌끌, 말은 긴데 본론을 짧군. 쉬운 문제야!”

 

  사정을 모두 들은 마귀의 표정에는 딱한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 아이 같았다.

 

  “어때? 네가 가 볼 터냐?”

 

  “네? 제가 말입니까?”

 

  하품을 한 번 크게 내뿜은 마귀가 개똥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래, 나 혼자 가면 손이 좀 갈 것 같다. 너도 이제 제 할 일을 하는 일꾼이니 그 정도는 괜찮겠지. 아직 개 한 마리 제대로 못 죽이는 새가슴인 것만 빼면 말이지, 끌끌!”

 

  마귀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개똥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혈액이 빠르게 온몸으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경산 바깥으로 나간다.

 

  지금껏 우물 속 개구리 신세로 지낸 지 얼마나 오래 됐던가.

 

  간혹 경산 근처 사냥터로 양반들의 보조를 서러 떠났던 것을 제외한다면, 이번 외출은 개똥의 일꾼 인생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격은 어느 정도면 되겠습니까?”

 

  양반이 가격을 먼저 물었고, 마귀는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그, 그 정도면 되는 겁니까? 날고 긴다는 사냥꾼의 절반 도 안 되는 금액인데요?”

 

  “끌끌, 날고 긴다고 그래 봤자 어차피 다 비스무리한 사냥꾼인요. 내가 볼 때, 당신이 사기를 당한 것 같은데? 뭐, 대신 나는 조건이 하나 있지.”

 

  “조건이요?”

 

  “그래, 조건. 그 개새끼가 마음에 들었어. 사람을 몇이나 죽이고도 아직까지 잡히지 않는 개새끼라면 흥미가 가는군. 만약 배후에 주인이 없다면, 그 개새끼는 홀로 그 치밀함을 터득한 종자란 뜻이지.”

 

  “그, 그런가요?”

 

  섬뜩하게 웃는 마귀에게서 공포감을 느꼈는지 양반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래. 보통 그릇이 아니란 뜻이야. 어쨌거나, 그 개새끼를 죽이지 않고 내가 생포하도록 해준다면 이 가격에 해주지. 그게 안 된다면 다섯 배는 받겠어.”

 

  “다, 다섯 배라니요! 터, 터무니 없는 가격입니다!”

 

  양반이 두 발을 폴짝 뛰며 소리를 질렀다.

 

  “그럼 그냥 그 개새끼를 나한테 넘기면 되잖은가? 응?”

 

  마귀가 깜짝 놀란 양반을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

 

  고객과 업주의 처지가 완전히 거꾸로 되고 말았다.

 

  “그, 그렇지만… 그 개는 우리 마을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은 잔인한 악귀입니다!”

 

  “끌끌, 그러니 그 악귀를 처리하겠다는 말 아닌가? 응?”

 

  “하지만… 그 악귀를 처단하지 않고서는 떠나간 이들의 넋을 기릴 수 없습니다.”

 

  “이거 참 고지식한 양반이군. 떠나간 놈들은 떠나간 놈들이지 넋은 무슨.”

 

  마귀는 혀를 차며 양반의 신념을 비난했다.

 

  “지금 그 마을에 아직도 그 개새끼가 있는 게지? 당신은 그럼 어떻게 이곳 경산까지 무사히 빠져나왔는가? 응?”

 

  “그, 그건… 그냥 빠져나왔습니다. 저는 그 개를 마주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 그 개새끼가 주로 어린 것들이나, 노인들을 물어 죽였다고 그랬지? 그래서 그쪽은 아무런 타격이 없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그,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마을에 있는 다른 약한 이들은 무슨 생각이겠는가? 정말 고귀한 양반께서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떠나간 이들의 넋이니 뭐니가 중요할 것 같은가? 응? 지금 당신은 마을을 구하고자 이곳까지 온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마 사라진 허상을 숭배하려 이곳까지 온 건가?”

 

  마귀의 화술에는 묘한 능력이 있었다.

 

  양반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깊이 고민했다.

 

  “뼈 있는 말씀입니다. 다른 약자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떠나간 이들도 중요하지만, 아직 남은 이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양반이란 것들은 무례하다며 화를 내기 마련인데, 이 양반은 달랐다.

 

  고개를 숙이며 오히려 마귀의 뜻을 받들었다.

 

  마귀도 꽤나 흡족한 표정이었다.

 

  개똥 역시도 처음 받아보는 진지한 의뢰에 가슴이 불타올랐다.

 

  “좋아. 마침 혹한이 계속돼서 개들 훈련을 이어나갈 수 없었는데.. 시기가 좋군. 당장 내일 출발하도록 할까?”

 

  “그, 그래주신다면 감사합니다.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끌끌, 나도 하루 빨리 그 개새끼를 만나 봐야겠어. 이런 날씨에 그 놈이 바깥에서 얼어 죽어버리면 나로서도 곤란하니까 말이야.”

 

  마귀는 기어코 그 개새끼를 포획할 생각인 듯했다.

 

  뭐가 어쨌건, 한 마을의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개똥의 입장에서는 흡족한 마음이었다.

 

  “개똥아, 내일 함께 경산을 떠날 개가 한 마리 필요하다. 흑이가 괜찮겠구나. 흑이를 데려가도록 하자꾸나.”

 

  “흑, 흑이 말씀이십니까?”

 

  곤란한 자를 도울 생각에 고양됐던 개똥의 마음이 푹 식었다.

 

  “그래, 흑이. 그 개새끼를 잡는 데는 흑이가 제격일 거다.”

 

  “그, 그렇습니까…”

 

  개똥은 머리를 긁적이며 못내 수긍했다.

 

  흑이는 불개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체구를 가진 녀석이었다. 놈의 장점은 어느 개보다 뛰어난 후각이었다.

 

  꽁꽁 숨은 적을 찾아내는 일이라면, 확실히 흑이 만큼 제격인 놈이 없었다.

 

  양반은 마귀의 숙소에 남는 방에 묵기로 했고, 개똥은 내일의 임무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개똥의 외출을 부러워 하는 한편, 의뢰의 내용을 듣고 기대하는 기색이 꺼졌다.

 

  오직 방석만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경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개똥은 일찍이 일어나 불개들의 막사로 향했다.

 

  오늘도 막사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개똥을 기다린 건 녹이였다.

 

  ‘무슨 일이지? 아직 식사는 이른데?’

 

  ‘용건이 있어. 마귀가 흑이를 찾아.’

 

  ‘주인장의 용건인가? 그럼 별 수 없겠군.’

 

  녹이는 귀찮은 듯 자리에서 일어서서 뒤편을 바라보고 컹컹 짖었다.

 

  녹이의 목소리를 들은 흑이가 막사 구석에서 천천히 개똥 쪽으로 걸어왔다.

 

  ‘주인이 나를 찾는다고?’

 

  ‘그래, 임무가 있어. 사람을 죽인 개를… 잡는 일이야.’

 

  ‘사람을 죽인 개? 이거 완전 부대장이짆아? 안 그래? 부대장?’

 

  사람을 죽인 개라는 말에 흑이는 키득키득 웃으며 뒤편에서 잠을 청하던 적이를 바라봤다.

 

  적이는 대꾸도 하지 않고 몸을 아예 반대로 돌렸다.

 

  ‘찾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만약 부대장 같은 녀석이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말이야..’

 

  흑이는 영리한 녀석이었다.

 

  상대의 강약을 판별하고 그에 맞게 싸울 줄 아는 사냥개였다.

 

  마귀가 굳이 흑이를 선택한 이유도 그 개를 포획하기 위함이 틀림 없었다.

 

  단순히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녹이나 적이가 이런 임무에 제격일 테였다.

 

  ‘그건 찾아봐야 아는 거지. 어쨌든, 준비해. 마귀가 널 위해서 보약도 제조했으니까.’

 

  ‘보약도? 꽤 큰일인 거 아냐? 이거?’

 

  흑이는 미심쩍은 듯했지만, 마귀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잠자코 바깥으로 따라 나섰고, 보약과 조식을 챙겨 먹었다.

 

  마귀는 양반과 함께 떠날 준비를 마쳤고, 개똥은 그들과 합류하여 두터운 옷과 식량을 준비했다.

 

  다행인지 양반의 마을은 경산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하기야 멀지 않았기에 조력자나 말도 없이 이곳까지 무사히 양반이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멧돼지가 종종 출몰하는 북쪽 산을 넘어 조금만 더 전진하면 양반의 마을이 있었다.

 

  양반이 앞장을 섰고, 마귀가 성큼성큼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흑이의 곁을 지키는 것이 개똥의 업무였다.

 

  ‘귀찮은 일이네. 중간에 하룻밤은 산골짜기에서 자야겠어… 멧돼지라도 나오려나 모르겠군.’

 

  흑이는 길을 걷는 내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개똥의 능력을 눈치 챈 대부분의 짐승들은 그 능력이 신기해서인지 개똥이 가까이 있다면 말을 멈추지 않았다.

 

  ‘멧돼지? 지금 이 산에 멧돼지가 있어? 올 여름에 사냥꾼들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갔는데?’

 

  멧돼지라는 말에 개똥은 잠깐 등골이 오싹했다.

 

  범이 없는 산에서 멧돼지는 가장 위험한 짐승이었다.

 

  멧돼지 같이 지능 낮고 포악한 놈들과는 눈빛으로 소통하기도 어려웠다.

 

  ‘이곳 멧돼지들은 보기 보다 영리해. 죽어야 할 때를 알고, 살아야 할 때를 아는 놈들이지. 거기다가 종자까지 특별해서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고. 내 생각에 나중 가면 왕초라도 등장할 법해.’

 

  왕초.

 

  사냥꾼들 사이에서 거대한 멧돼지를 칭하는 표현이었다.

 

  늘 무용담으로 들었던 터라 얼마나 거대할 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이곳에 왕초가 등장한다면 살벌할 것 같았다.

 

  ‘뭐, 어차피 놈이 가까이 오면 내가 알아챌 테니까 별 일은 없겠지.’

 

  흑이가 호언 장담했다.

 

  이럴 때는 아무리 포악한 불개라도 믿음이 갔다.

 

  다른 건 몰라도 불개들의 능력 만큼은 신뢰하는 개똥이었다.

 

  그렇게 마을로 향하는 첫 날의 밤은 무사히 지나갔다.

 

  흑이의 장담 대로였다.

 

  멧돼지와 같은 사나운 짐승 냄새가 나는 길은 흑이의 후각으로 이러저리 피해 지나갈 수 있었다.

 

  그 결과, 예상보다 훨씬 빨리 양반의 마을에 도착이 가능했다.

 

  “여기가 마을의 입구입니다.”

 

  기괴한 얼굴의 정승이 두 대 서있는 마을.

 

  마을은 너무 작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았다.

 

  근처 마을의 사또가 함께 거느리고 있는 땅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정치적인 혜택을 많이 받는 곳 같지는 않았다.

 

  “드, 드디어 오셨군요! 도련님! 정말 걱정했습니다! 어떻게 되신 건 줄 알았습니다!”

 

  마을에 막 도착하자마자 양반을 반기는 중년의 남성이 뛰쳐나왔다.

 

  수염을 제대로 다듬지 못한 남성은 척 봐도 양반의 종이었다.

 

  “하하,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꼭 해결한다고 그랬죠? 여기 이 분이 그 경산의 마… 주인입니다.”

 

  마귀라는 말을 주인이라는 단어로 돌리며 양반이 개똥과 마귀에게 자신의 종을 소개했다.

 

  종의 이름은 석쇠.

 

  양반의 명령에 따라 마을에서 여러 잡일을 맡고 있는 일종의 공노비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별 문제도 없었고, 이 녀석도 별 다른 냄새를 느끼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사고가 나는 지역이 이 곳은 아닌가 보지?”

 

  마귀는 주변을 둘러보며 즉시 본론으로 돌입했다.

 

  “네, 맞습니다.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은 마을 뒤편에서 저수지 부근까지 광범위 합니다. 결코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서 습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수지에서 물을 기르다가 죽은 노인만 벌써 다섯이 넘습니다! 다섯이! 어르신 부탁 드리겠습니다!”

 

  양반과 석쇠가 동시에 울분을 토했다.

 

  마귀는 그들의 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정체불명의 개새끼에게 적잖은 감탄을 보이고 있었다.

 

  “저수지라… 본인의 냄새를 숨기기에는 좋은 장소로군. 그런 걸 본능적으로 배운 건가? 끌끌, 재밌게 됐어.”

 

  마귀가 입맛을 다시며 두 손을 비볐다.

 

  “대접은 됐으니 바로 가지. 어딘지 안내해 보게.”

 

  마귀가 석쇠에게 말했고, 석쇠는 곧장 안내를 시작했다.

 

  마을로 입성하여 뒷문으로 가기까지 수많은 주민의 눈초리가 개똥은 신경 쓰였다.

 

  ‘해결사를 바라보는 눈초리로군. 이거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원망을 사겠는 걸? 흐흐.’

 

  그 시선이 즐거운지 흑이는 고개를 쭉 뻗고 성큼성큼 걸었다.

 

  마을 주민들 몇몇은 그런 흑이의 기세가 공포스러운지 가까이 다가가기 조차 꺼려했다.

 

  물론, 흑이는 그 상황 자체를 즐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수지까지 도달했을 때, 흑이의 표정은 꽤나 심각했다.

 

  ‘이거 심각한 겁쟁이 같은데?’

 

  ‘겁쟁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장소마다 코를 박고 킁킁대던 흑이가 내놓는 의견은 뜻밖이었다.

 

  ‘그래, 겁쟁이. 이것은 자신의 자취를 아예 숨기려고 하고 있어. 본인에게 자신이 없다는 소리지.’

 

  예컨대 흑이의 후각으로도 파악하지 못할 만큼 자취를 지우는 것에 애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인위적으로 자취를 없앤 건 아니고… 이건 배후에 인간이 있는 건 아니로군.”

 

  마귀의 의견도 흑이와 비슷했다.

 

  “그건 다행이군요.”

 

  인간의 짓거리가 아니라는 것이 양반은 다행인 듯 싶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하지만, 보통 인간이 치밀하게 뒷처리를 한다고 그래도 이 만큼은 못 해. 한 마디로, 웬만한 인간보다 영악한 녀석이란 뜻이지.”

 

  마귀가 핵심을 짚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녀석의 뒤를 바짝 쫓을 근거가 없었다.

 

  무작정 기다리거나, 함정을 파는 것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무언가가 없었다.

 

  “예컨대, 미끼를 쓰는 방법이 가장 좋겠군.”

 

  “미끼 말입니까? 누구를?”

 

  “뭐 꼴에 의뢰라고 받았으니, 이 마을의 누군가를 쓰기는 그렇고… 내가 미끼가 되어봤자 놈이 나를 만만히 보고 달려들 것 같지도 않으니… 역시 네가 가야 쓰겠구나.”

 

  상황의 빠른 진전을 개똥은 따라갈 수 없었다.

 

  졸지에 개똥은 목표를 끌어들일 미끼가 되고 말았다.

 

  “놈이 얼마나 예민하고 치밀한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을의 아녀자들이 사용하던 옷가지를 걸치고 있으면 근처까지는 다가올 것이야. 너를 만만하게 보고 덤벼든다면 그것만큼 더 좋은 일도 없지.”

 

  마귀의 작전은 단순 무식했다.

 

  미끼가 기다리고, 목표가 나타나면 미끼가 당하기 전에 덮친다.

 

  이 무식한 작전에서 보통은 미끼로 참전하기를 꺼리겠지만, 개똥은 순탄히 받아 들였다.

 

  반항이 소용 없을 거란 것도 있지만, 이런 작전을 한 두 번 수행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귀와 불개의 호흡은 인절미와 콩고물보다 더 찰떡이었다.

 

  목표가 나타났을 때, 그것을 단숨에 꿰어 잡을 능력이 그들에겐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그 순발력을 몇 번이나 눈과 몸으로 느낀 개똥이었기에, 미끼로써 작전에 동참하는 것이 그리 무서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은, 이번 놈이 보통 놈은 아니란 점 하나였다.

 

  흑이 마저도 뒤를 바짝 쫓지 못할 정도로 치밀한 녀석이 과연 손쉽게 나타나 줄지 아닐지 그것이 문제였다.

 

  어쨌거나 작전이 시작된 첫 째 날, 개똥은 아녀자가 사용하던 옷가지를 등에 걸치고 저수지에 웅크렸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커다란 바가지를 가지고 물을 길러 보기도 하고, 자그마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무방비한 상태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흑이가 냄새 조차 맡을 수 없었다.

 

  “끌끌, 허탕이군. 어쩌면 활동 범위가 이곳을 훨씬 넘어서는 범위일지도 모르겠어.”

 

  마귀가 내놓은 결론은 간단 명료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 역시 간단 명료했다.

 

  “이렇게 된 이상, 놈이 다시 저수지 부근에 나타날 때까지 무한히 시도하는 수밖에.”

 

  괜히 장소를 옮겨 탐색 했다가는 놈에게 걸릴 수도 있거니와, 운이 좋지 않아 서로가 서로를 빗겨나갈 수도 있었다.

 

  마귀의 결론은 타당했고, 그 지시는 3일 째가 되는 날에 빛을 발휘했다.

 

  컹컹!

 

  흑이가 가볍게 짖었고, 마귀는 씨익 웃었다.

 

  놈이 근처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흑이가 알아챈 것이다.

 

  다만, 그 정확한 위치를 알 수는 없어 미끼 작전은 계속 수행하여야 했다.

 

  개똥은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참으며 저수지 구석에서 웅크려 앉아 있었고, 해가 차츰차츰 저물어 갈 즈음 이상한 기색을 느꼈다.

 

  마귀와 흑이 이외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

 

  귀신이나 혼령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무언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본능적인 감각에 피가 뜨거워진 개똥은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개똥이 일어선 순간이 곧, 해가 산 귀퉁이를 넘어선 그 순간이었다.

 

  햇빛이 반사되어 밝게 빛나던 저수지의 물길을 먹물을 집어 삼킨 것처럼 검게 물들었고, 아주 강한 산나물 내음이 콧구멍 안으로 들이 닥쳤다.

 

  갑작스러운 산나물 냄새는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에 움직이는 산나물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산나물 냄새를 풀풀 풍기는 맹수 한 마리였다.

 

  개똥의 옆부근에 있던 수풀에서 천천히 등장한 놈은 아주 매서운 눈을 하고 있었다.

 

  ‘착하지? 그대로 가만히 있어… 편히 죽여주마.’

 

  놈의 눈빛은 심하게 차가웠다.

 

  피에 굶주린 도살자와는 다른 부류의 광기였다.

 

  놈의 사냥은 빠르고 강렬한 것이 아니었다. 천천히 차갑게 조이는 사냥이었다.

 

  그 방식은 지금의 개똥으로서는 아주 다행인 일이었다.

 

  잠깐의 시간만 있다면, 개똥을 지켜줄 든든한 조력자가 뒤편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놈의 모습이 보이고, 놈이 한 발자국을 떼자마자 흑이가 빠르게 달려 들었다.

 

  흑이와 함께 튀어나온 마귀는 한 손에 긴 회초리를 들고 있었다.

 

  마귀가 휘파람을 한 번 휙 불렀고, 흑이가 전투 태세를 갖췄다.

 

  이 모든 일이 이뤄지기 까지 개똥은 눈을 딱 한 번 깜빡였다.

 

  ‘무, 무슨!’

 

  놈이 당황하는 눈빛을 내비쳤고, 흑이가 전차처럼 돌진했다.

 

  놈의 체격과 흑이의 체격은 상당히 차이가 심했다.

 

  놈은 일반적인 투견보다 약간 더 큰 정도였지만, 흑이는 일반적인 투견의 두 배는 거뜬한 체격이었다.

 

  개똥은 놈의 계산적인 눈빛을 순간적으로 포착했다.

 

  ‘이 괴물 같은 놈을 상대하긴 어렵겠고… 저 괴물 같은 것도 인간인가? 난관이군! 도망친다.’

 

  개라는 짐승은 본디 당황하는 순간, 그릇된 판단을 내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놈은 달랐다.

 

  갑작스러운 강적의 등장에 몸을 부풀려 위협을 가할 생각 보다는, 신속히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었다.

 

  당장 개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무엇이었을까.

 

  최선의 수.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직 개똥만이 짐승을 다룰 수 있는 법은 딱 하나였다.

 

  바로 눈빛으로 대화를 하는 법.

 

  그 능력은 제 아무리 명석한 짐승일지라도 순간적으로 판단을 지연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꼼짝 않고 잡히는 게 좋을 거야. 우리는 널 해칠 생각은 없거든.’

 

  개똥이 말을 걸었고, 역시나 순간적으로 놈은 동작을 멈췄다.

 

  ‘뭐, 뭐야? 인간이 말을?’

 

  놈의 발이 행방을 잃었고, 그 순간을 놓칠 흑이가 아니었다.

 

  흑이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놈의 옆구리로 달려갔고, 놈은 최대한 그 돌진을 피해보려다가 옆으로 고꾸라졌다.

 

  개똥은 그것도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흑이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짐승이 몇이나 될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어쩌면 범 조차도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끌끌, 잘했다.”

 

  한쪽으로 고꾸라진 놈이 다시 일어났지만, 이번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마귀가 웃으며 놈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놈이 도망칠 방법은 유일하게 눈 앞에 있는 괴물 같은 인간을 쓰러뜨리는 법 뿐이었다.

 

  놈은 명석한 짐승이었고, 명석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탈출 방법을 선택했다.

 

  땅을 박차고 마귀의 급소를 향해 돌격했고, 그것은 그리 좋은 수가 되지 못했다.

 

  애초에 마귀가 막아 섰다는 사실부터 놈은 탈출을 포기해야만 했다.

 

  마귀는 돌격하는 놈의 아가리를 허리를 뒤로 하여 가뿐히 피했고, 양 손으로 놈의 양 다리를 꽉 잡았다.

 

  놈을 해칠 생각이었다면, 그 앞 발을 조각을 내버렸을 테지만 마귀는 이 놈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 상태로 마귀가 놈을 땅바닥에 뒤집었고, 손을 놓았다.

 

  손을 놓자마자 놈은 다시 벌떡 일어섰고, 숨을 헉헉대며 상황을 파악했다.

 

  ‘이, 이 인간은 뭐야? 인간이 아닌가?’

 

  마귀를 향한 정직한 감상을 읊으며 놈이 숨을 골랐다.

 

  그런 녀석을 향해 개똥이 말을 걸었다.

 

  ‘끝이야. 어쩔 거야? 여기서 괜히 더 나대다가는 목숨을 잃을 거야.’

 

  개똥의 목소리를 들은 놈의 시선이 이번에는 개똥에게로 쏠렸다.

 

  ‘네놈도 인간인가? 별 괴상한 인간들을 보겠군. 내가 졌다. 원하는 게 뭐지? 죽음만 아니라면 뭐든 겸허히 받아드리지.’

 

  놈은 아주 침착하고 계산적이었다.

 

  곧바로 배를 보이며 항복의 자세를 취했고, 눈빛에서는 삶을 향한 의지가 돋보였다.

 

  “끌끌. 이 놈은 비겁하면서도 용맹한 녀석이군. 재밌는 종자를 얻었어.”

 

  마귀는 이번 수확이 꽤나 마음에 드는 듯했다.

 

  어쨌거나, 의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됐고 놈은 쇠사슬에 묶여 경산으로 옮겨졌다.

 

  경산으로 옮겨진 녀석을 돌보게 된 건 개똥이었다.

 

  개똥은 놈의 몸을 살폈고, 놈과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째서 그 많은 사람들은 죽인 거지?’

 

  노약자들만 골라서 죽인 것을 생각하니 놈이 더욱이 고약하게 느껴졌다.

 

  ‘왜? 죽이면 안 되나? 이상한 일이군. 인간들도 활과 칼을 들고 짐승들을 죽이는데, 짐승이라고 인간을 죽이면 안 되는 법이 있나?’

 

  ‘모든 인간이라고 그렇지는 않아. 그리고, 네가 죽인 인간들은 사냥과 관계 없는 인간들이었어. 사냥꾼에게 가족이라도 잃은 거야?’

 

  ‘그 말 그대로 되돌려 주도록 하지. 모든 짐승이라고 인간에게 살해 당하고 싶어 하지는 않아. 세상 만사는 말이지, 윤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거든. 가족을 잃었느냐고 물었나? 미안하지만, 나는 일찍이 부모에게서 버림을 받았어. 나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택해야 했지.’

 

  개똥은 놈이 경산에 적응하기 까지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녀석의 사연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놈은 말 그대로 들개 그 자체였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종자가 아닌, 자연의 부산물이었다.

 

  놈은 본인의 혈육과는 다르게 짧은 털을 가지고 태어났고, 이것은 잡종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었지만 집단 내에서 녀석은 외톨이 신세가 되었다.

 

  모두가 놈을 배척하는 상황에서, 녀석은 아무런 기술도 학습할 수가 없었고 멀리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다른 노련한 들개들이 사냥하는 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멀리서 숨을 죽이고 지켜본 기술을 이용하여 스스로 사냥하였고, 스스로 배를 채웠다.

 

  새끼였을 때부터, 성체가 될 때까지 그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딘 녀석은 어느 순간 괴물이 되고 만 것이다.

 

  기척을 숨기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에 도가 터버렸다.

 

  집단에게 배척을 당하다 보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모든 단서를 스스로 없에는 것에 능해졌고, 그것은 버릇이 되어버렸다.

 

  놈의 오랜 습관과 굳어진 능력은 인간으로 치면 유능한 암살자였다.

 

  놈은 그 암살아라는 행위에 눈을 뜨고 즐거움을 얻었다.

 

  첫 사냥은 늘 자신을 배척하던 동족이었다.

 

  숨을 죽이고 동족들이 서로에게서 멀어질 때를 노렸고, 그것을 알아차릴 턱이 없는 개체는 눈 깜짝할 사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집단은 당황했고, 방황했다.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며 놈은 폭소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째서 이 즐거운 사냥이란 것을 인간이란 종자들만 하는 것이지?

 

  그런 녀석은 이후로 인간 사냥을 시작했다.

 

  굳이 노약자를 사냥감으로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사냥 방식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곰이나 범, 이리를 재미로 사냥하고자 하는 인간은 거의 없다.

 

  그런 힘든 사냥감을 구태여 찾아가는 사냥꾼은 거금을 약속 받았거나, 그것이 곧 생업인 업자 밖에 없다.

 

  오직 즐거움을 위한 사냥에서 희생되는 짐승들은 사슴이나 토끼 같이 힘이 없는 짐승들 뿐이었다.

 

  그것과 똑같은 사고 방식이었다.

 

  놈의 기척을 숨기는 능력이면 충분히 건장한 남성이나 무장한 병사를 상대로도 사냥을 성공시킬 수 있었을 테였다.

 

  하지만, 놈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히 재미를 느끼기 위한 사냥으로서 위험할 확률이 높은 방식이었다.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는 약자를 살해하는 것에서 놈은 뜨거운 희열을 느낀 것이었다.

 

  놈은 사냥개가 아니라, 사냥꾼이었다.

 

  일차적인 훈련을 받고, 마귀의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으며 놈은 주도적인 사냥개가 되었고 오직 녀석만이 이행할 수 있는 사냥 방식이 세워졌다.

 

  한 평생 기척을 숨기고 살던 놈은 특히나 야밤에 그 진가가 드러났다.

 

  무리에게서 배척 받은 외톨이가 마음 놓고 사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대가 야심한 밤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한 평생 어두운 환경에서 사냥을 즐기던 녀석이었기에, 놈의 사냥 방식에 접근할 사냥개를 길러내기는 매우 어려웠다.

 

  지극히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자연적인 포식자를 마귀는 격하게 아꼈다.

 

  얼마 있지 않안 놈에게 청이라는 이름이 내려졌고, 경산의 불개는 총 다섯 마리가 되었다.

 

  경산의 일원이 된 놈은 평온해 보였다.

 

 집단에게서 배척 받고 살았던 외톨이가 집단에 속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개똥도 놈이 차라리 이 경산에서 평생을 보냈으면 싶었다.

 

  사냥꾼들이 꼭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못 잊겠어. 사냥의 맛이라는 건, 평생 기억되는 맛이란 말이지!’

 

  술에 취한 사냥꾼들은 자신들의 무용담을 뽐내며 어깨를 으쓱으쓱 세웠다.

 

  단순히 무용담이라면 좋겠지만, 그들이 죽을 때까지도 사냥을 그치지 않는 까닭은 분명 사냥의 맛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만약 사냥의 맛이라는 것이 짐승에게도 통용된다면, 인간 사냥꾼으로서 맛을 깨달은 청이가 언젠가 다시금 인간을 사냥하게 될 때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시는 그 인간 사냥꾼의 본성이 깨어나지 않도록, 경산이 봉인의 부적이 된다면 족했다.

 

  제발 다시 그 인간 사냥꾼이 부활하지 않기를, 개똥은 소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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