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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어느 늦은 밤
작성일 : 22-02-28 23:30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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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이는 자신 있었다. 많은 걸 준비해 왔고, 모두가 될 거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기대했고,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은 그렇게 빗나갔다. 불합격이었다.

 

 태양이는 그 결과를 한참 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하나의 과정에서 겪은 결과였지만, 자신의 전체가 불합격 당한 것 같아 끝도 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게 막막해졌다. 너무 믿었던지 모든 용기가 다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좋은 결과였다면, 봄에게 당장 뛰어갔을텐데.. 태양이는 모든 생각의 끝에 봄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의 결과에 절망했다. 봄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할지 자신이 없었다. 봄도 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건데.. 자신이 준비하는 동안 끝도 없이 지지해주고, 그렇게 믿어줬는데.. 태양이는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화가났다.

 

 

 봄은 힘이 빠져 있는 태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망이 큰 것 같았다.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던 태양이의 마음을 알았기에 괜찮다는 말도 전해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해야했다. 그거라도 해주고 싶었다.

 

 “태양아, 걱정마. 더 좋은 일 생길거야.”

 

 태양이는 겨우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봄을 위해 웃어야 했지만, 웃음이 생기다가 자꾸만 멈췄다. 그래서 이번에는 봄이 웃어줬다.

 

 “유태양, 넌 지금껏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고, 준비 된 사람이잖아. 지금은 서운하고 섭섭해도 곧 네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게 될거야. 그건 내가 장담해”

 

 태양이의 반짝이는 눈이 유독 슬펐지만, 태양이는 잘해낼 걸 알기에 봄은 진심으로 위로했다.

 

 모두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태양이는 조금 급했다. 태양이는 아쉬웠다.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자꾸만 슬퍼졌다.

 

 태양이는 웃어야 했다. 예전 봄의 얼굴이 지금 보였기에, 오랜만에 보는 봄의 모습에 태양이는 울음이 날 것 같았다.

 

 집으로 향하는 태양이는 그렇게 세상에 혼자가 된 것 같았다. 혼자만 그렇게 남은 것 같았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태양이는 드디어 결과를 얻었다. 그때보다 훨씬 좋은 곳이었다. 다들 그럴줄 알았다며 축하해 주었다.

 

 태양이는 다시 그 불안의 시간들을 이겨냈고, 결국에는 간절했던 결과를 얻어냈다. 그래서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었다. 봄에게 이제 부족한 사람이 되지 않을 거였다. 더 이상 그러기 싫었다.

 

 “태양아, 축하해.”

 

 봄은 태양이에게 축하를 건넸다. 드디어 안심이 되었다. 힘들어하고 좌절하던 태양이에게 해줬던 위로도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태양이는 이제 자신의 능력을 멋있게 하나씩 해내면 될 것 같았다. 그러면 될 것 같았다.

 

 태양이는 새로운 공간에 적응이 필요했고, 그래서 한동안 바빴다. 봄에게 늘 문자를 남겼고, 늦지 않은 시간에 통화를 하기도 했다. 간단한 안부였지만, 예전의 불안은 더 이상 없었다. 태양이는 자신 있었다. 봄에게 더 좋은 남자친구가 될 자신이 있었다.

 

 

 

 

 봄은 마음을 정한 것 같았다. 여기까지면 되지 않을까.. 태양이도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봄은 혼자만의 디데이를 정하고 있었다. 태양이가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자신 없었지만.. 봄의 마음은 이제 확실했다.

 

 ‘태양아, 언제 시간 괜찮아?’

 

 봄은 할말이 있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적지 못했다. 어쩌면 태양이가 먼저 눈치채고 말릴 것 같았다. 잔인했지만, 그냥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자신들의 끝 이길 바랐다.

 

 태양이는 봄의 문자에 달력을 보고 있었다. 가능한 빠른 날짜를 정하고 있었다. 봄을 볼 생각에 웃음이 났다. 봄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다. 이제껏 못했던 모든 걸 다해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떠올랐다. 자신이 지금껏 얼마나 부족해 보였을까.. 갑자기 지나간 예전 생각에 다시 살짝 한숨이 나왔다. 봄에게 항상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기에 그때를 지우고 싶었다.

 

 

 태양이는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 장면이 이 길위에 나타나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봄이 이미 보이는 것 같았다.

 

 봄이 보였다. 살짝 피곤해 보이는 봄이 옅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태양이는 자신이 웃었다. 항상 하듯이 그렇게 봄을 향해 웃었다.

 

 “봄아, 뭐 먹고 싶어? 너 먹고 싶은 거 먹자.”

 

 태양이는 봄이 정하는 메뉴를 기다리고 있었다.

 

 봄은 태양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태양이를 바라보는 봄은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뭔가를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음, 뭐 먹을까? 오늘은 정말 맛있는거 먹고 싶은데..”

 

 웃으며 말하지만, 살짝 가라앉은 봄의 목소리를 태양이는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한참을 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감정이 봄의 눈빛에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놓친 것 같았다.

 

 태양이는 자신의 요즘을 전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꾸만 모든 생각의 끝에, 말의 끝에 따라와 방해하고 있었다. 웃었지만 완전히 웃지 못했고, 봄을 바라봤지만 봄을 자꾸만 놓치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8월말의 어느 밤이었다. 태양이와 봄은 한참을 걸었다. 그 여름밤은 그들에게 선선한 공기와 조용한 공간을 공유 해주고 있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태양이는 알 것 같았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확신이 봄의 그 손끝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아무 움직임도 없는 봄의 손이었지만 자꾸만 밀어내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손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확실했다. 마지막이라는 느낌은.. 한번도 그들의 끝에 대해 농담처럼 말해 본적도, 화가 나서 즉흥적으로 내뱉어 본적도 없었지만, 분명 그곳은 마지막인 것 같았다.

 

 “태양아.. 우리 그만하자..”

 

 결국 봄이 그들의 끝을 말했다.

 

 태양이는 봄을 바라보기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짐작했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이루어질 줄 몰랐다. 마지막이 여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봄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몇번을 연습하고 혼자서 되뇌이던 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전했다. 생각보다 슬프지도 않았다. 억지로 자신들의 관계를 끌고 있었다는 생각이 점점 부담스러웠기에 이 순간이 적당한 것 같았다. 서로가 싫어서 밀어내는 게 아닌, 여기가 그들의 끝이었기에 마지막이 되는 지금이었다.

 

 태양이가 아무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을 봄도 바라보았다. 더 이상의 말은 그만하고 싶었다. 태양이는 당황스럽겠지만, 자신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주길 바랐다. 왜 그러냐는 말도, 제발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도 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보내주길 간절히 바랐다.

 

 태양이는 봄의 표정을 보고 있었다. 태양이를 바라보는 봄의 눈빛은 너무도 고요했다. 망설임도 없었고, 지나치게 단호하지도 않았다. 자신은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봄의 눈에는 더 이상 눈물이 맺히지 않았다. 울음을 참기 위해 굳게 다문 입도 아니었다. 봄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마음이 확실한 것 같았다. 자신이 다시 생각해보라고 요청해도 봄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리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잘 지내..”

 

 그렇게 봄은 뒤돌아 자기의 길을 갔다.

 

 태양이는 한참 동안 봄이 간 길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봄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서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렇게 서 있었던 것 같았다.

 

 

 

 

 봄은 아무도 없는 집으로 갔다. 잘지내라는 자신의 마지막 말에 모든게 그렇게 잘 마무리 된 것 같았다. 봄은 분명 그랬다. 그래서 뒤돌아 한참을 걸어가면서 떠오른 생각은 이제 끝났다였다. 그냥 어떤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듯한.. 속시원했지만 살짝 공허했다. 그랬다. 다만.. 공허했다.

 

 봄은 아무 소리 없는 집안의 익숙한 공간이 이상하게 어색했다. 그래서 잘 보지도 않는 티비를 켰다. 한참을 집안 이곳저곳을 다녔다. 잘 놓여있던 물건을 괜히 저쪽으로 옮겨보기도 하고.. 잠시 늘 하던 일상을 잊은 듯, 봄은 움직였다.

 

 씻고 나왔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 티비 앞에 앉아 들이켰다. 화면을 보고는 실없이 웃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괜히 정신없이 웃었다. 그렇게 너무 웃었던지 봄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손에 찍어낸 눈물에 봄은 자신의 현실이 갑자기 떠올랐다. 자신이 오늘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그제서야 인식이 되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러 그제야 봄은 자신의, 태양이와 자신의 이별이 실감이 되었다.

 

 태양이의 아무말 없던 얼굴이, 눈빛이 이제야 떠올랐다. 다시 떠올려진 태양이는 당황해서 멈춰 있었던 게 아니라 모든걸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태양이었다. 그래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태양이는 그랬다. 봄의 모든 걸 알아줬던 거였다.

 

 잘 지내라고만 말해서 미안했다. 고마웠다고 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집으로 어떻게 왔는지 태양이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봄과 자신의 끝이 왜 지금일까라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못해줬는지 생각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못 해줬던 것만 생각이 났다. 자신의 부족했던 것만 생각이 나서 태양이는 괴로웠다.

 

 ‘내가 힘들었던만큼 그런 나를 보고 너도 괴로웠겠구나. 네가 힘들었다는 걸 아는 순간 나도 괴로웠으니까.’

 

 그 생각이 태양이를 막았다. 뒤돌아서 가던 봄에게 달려가 봄을 붙잡아야 했지만, 다시 알게 된 그 괴로움이 태양이를 멈춰있게 해버렸다. 지금껏 봄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은 봄을 향해 한발자국이라도 내딛고 싶었던 용기를 계속 붙잡고 있었다. 봄에게 달려가지 못 할거라는걸 알게 된, 여기가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잠시 했던, 태양이었다.

 

 다행히 집에 아무도 없었다. 태양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정신없이 나간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하나하나 치웠다. 아침에 정리 못한 설거지도 마무리했다.

 

 모든 공간이 답답해져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서늘한 바람을 느낀 순간, 태양이는 자신의 이별도 그렇게 느껴 버렸다. 지금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못해 무너지지 못했던 마음이 이제야 주저앉는게 느껴졌다.

 

 슬펐다. 그 슬픔이 삼켜지지 않아 울음이 나왔다. 흐느낌이 되어 그렇게 태양이는 이별을 실감하고 있었다. 봄과 했던 모든 시간들이 떠올랐다. 너무도 예뻤던 그들의 시간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진짜 끝일지도 몰랐다.

 

 어느 늦은 여름밤. 태양이와 봄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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