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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8. 일몰.
작성일 : 22-02-28 16:41     조회 : 161     추천 : 0     분량 : 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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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이거 풀지 못해? 어?”

 

  양 팔목을 헝겁으로 꽁꽁 묶인 오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치고 있어. 사지를 꽁꽁 묶어버리기 전에.”

 

  “이 천한 것이! 두고 보자고! 내가 살아서 이곳을 나가면, 네 녀석들을…”

 

  철수가 있는 힘껏 묶은 매듭이 아팠는지 오돈은 분노했다.

 

  하지만 그 분노는 ‘찢어 죽여버리겠다!’ 라는 한 마디가 덧 붙기도 전에 그쳤다.

 

  살벌한 표정의 아이들이 그를 맹수처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녀석들을 뭐?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데?”

 

  방석이 굳은 얼굴로 물었고, 오돈은 말을 더 잇지 않았다.

 

  “우리가 너 같은 쓰레기를 왜 살려 뒀는지 알아? 얘기치 못한 상황에 네 녀석을 미끼로 사용하기 위해서야. 살아나간다고? 여기서?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방석이 눈을 부릅 뜨고 침을 튀겼다.

 

  이미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긴 아이들은 그 감정이 온전치 못했다.

 

  고요한 호수처럼 침착하다가도, 한 여름의 폭풍우처럼 난폭해지기도 했다.

 

  “그 개새끼가 죽은 건 다행이지만. 아직 이 경산에 우리를 쫓는 괴물 같은 개새끼가 네 마리나 더 남아 있어. 만약 정말 네가 살고 싶다면, 우리에게 협조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가 온전히 탈출할 수 있게 된다면, 덤으로 네 놈 목숨 정도야 선물로 남겨주지.”

 

  방석은 오돈의 생존을 향한 본능을 자극했다.

 

  이 뜻밖의 방해꾼을 유용한 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책략이었다.

 

  “네놈들과 같이… 여기서 살아 나가면… 살려준다는 거지?”

 

  유일한 살 방법이 협조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오돈의 말투가 조금 온순해졌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제발 좀 말을 들어봐. 방금 그 대나무숲을 빠져 나온지도 시간이 꽤 지났어.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거고, 우리는 밤에도 계속 움직여야 해. 그렇기 위한 대비가 되지 못하면, 끝이야. 알겠어?”

 

  방석이 허리를 수그리고 오돈과 눈을 마주쳤다.

 

  “밤, 밤에 이 험한 산을 타겠다고?”

 

  “그럼 타야지. 죽을 거야? 그 괴물들은 야밤에도 대낮과 똑같이 사냥을 할 줄 알아. 그런 놈들 상대로 밤이라고 가만히 있으면, 나 죽여 달라는 꼴밖에 더 돼?”

 

  철수가 주먹으로 한 대 갈기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 알았어! 따라가면 될 거 아냐! 폭, 폭력은 그만 써! 이 야만적인 천민 같으니!”

 

  “참 나, 누가 먼저 폭력적으로 나오셨는지 생각 한 번 해보시지? 어쨌든, 우리 말 안 들으면 그 가랑이 사이에 있는 그거 젓갈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그런 줄 알라고.”

 

  철수의 옆에서 송이도 한 수 거들었다.

 

  그 표현이 오싹해서 철수도 잠시 몸을 떨었다.

 

  철수와 송이가 바짝 화가 난 건 당연 지사였다.

 

  목숨을 건 탈주극을 벌이는 와중 난입한 해방꾼 때문에, 모든 게 망가질 뻔했다.

 

  그 울분을 개똥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을 삭이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응징은 이제 됐으니까 우선, 각자 이 죽창을 무기로 지녀.”

 

  개똥은 철수와 송이를 타이르며 그들에게 조잡하게 만든 죽창을 몇 자루 건넸다.

 

  대나무숲을 급히 빠져 나오며 벌목한 대나무로 만든 죽창이었다.

 

  시간이 충분치가 않았기에 공을 들여 제작할 수가 없었다.

 

  조잡하기는 하지만, 죽창 끝은 충분히 날카로웠다.

 

  문제라면 놈들이 이런 엉성한 무기에 당할 종자가 아니란 것이었다.

 

  폭약이 든 총이 아니고서야, 무기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거리를 벌리고, 어떻게든 놈들과 마주치지 않는 방향을 추구해야 했다.

 

  “알았어, 움직여야지… 그 괴물들도 지금 움직이고 있을 거야… 아까 그 놈이 죽을 때 포효를 냈으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철수가 난감한 얼굴을 보였다.

 

  만감이 교차한 늙은이의 얼굴이었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좋아. 다들 힘을 내보자. 아까 일은 잊어. 어쨌든, 잘 해결 됐잖아? 막말로,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서쪽 산맥에 들어섰으니까 앞으로 하루면 충분히 경산을 떠날 수 있어.”

 

  방석이 지친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작은 거짓말은 내놨다.

 

  잠도 자지 않고, 한 숨도 쉬지 않고 발을 바삐 움직여야지만 산맥을 넘을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단 하루만에 경산을 떠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사기의 충전을 위해서 방석은 애서 밝은 목소리를 냈다.

 

  그 진의를 알아차린 자는 개똥 뿐이었다.

 

  “그래, 방석이 말이 맞아.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야. 앞으로 또 무슨 시련이 닥칠 지 몰라. 다들 힘을 내자. 적어도 밤이 깊기 전에는 거리를 최대한 벌려야 해.”

 

  개똥도 동조했고, 송이와 철수도 구겨졌던 얼굴을 폈다.

 

  역시 이들은 모두 삶을 놓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진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는 오돈을 재쳐두고, 아이들은 해가 차츰차츰 기우는 방향으로 열심히 움직였다.

 

  “헥헥! 이봐, 너히들. 이 몸이 알기로서는 말이지. 경산이란 곳은 아무리 일꾼이라고는 해도 취급을 꽤 좋게 쳐준다고 그랬거든? 그런데, 아이고 힘들어… 이렇게 고생하는 이유가 뭐야? 잠자코 있으면 좋았잖아? 안 그래?”

 

  그렇게 한참을 쉬지 않고 걸었을 즈음, 결국 완전히 기력이 바닥난 오돈이 땅에 엉덩이를 붙이며 투정을 부렸다.

 

  “이 망할 자식 한 대 갈겨도 돼? 야! 어서 일어나지 못해? 우리가 이런 꼴이 난 게 누구 때문인데? 네가 송이를 데려가려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잖아!”

 

  입을 닫고 따라와도 증오심이 활활 타오를 마당에, 전진까지 방해하며 투정을 부리는 오돈이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 미운 철수였다.

 

  애초에 철수와 송이가 경산의 탈출을 급히 마음 먹은 이유는, 오로지 오돈이란 망나니 때문이었으니 분노의 마음은 충분했다.

 

  “그, 그거야… 어차피 한 명이잖아! 저 계집만 신경 안 썼으면 될 거 아냐? 응? 난 그냥 저 계집을 내 노리개로 부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다른 놈들은 관심도 없었어!”

 

  오돈은 화를 자초하는 얼간이였다.

 

  계집이라느니, 노리개라느니.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송이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왜 가만히 있는 나한테 지랄인데!”

 

  송이가 한 걸음 빠르게 다가와서 다리를 쭉 뻗었다.

 

  송이의 정강이가 정확히 오돈의 사타구니를 가격했다.

 

  오돈은 숨을 헉 들이마시더니 새우처럼 등을 굽히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 진정해… 싸울 생각은 없었다고! 미, 미안해! 됐, 됐지? 내가 잘못했다고? 응?”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까. 태도가 꽤 공손해졌다.

 

  “그쯤 해둬. 그리고, 어차피 네 놈은 우리를 이해할 수 없어. 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을 사는 천한 것들의 마음 따위 어떤 높으신 양반이 이해 하겠어?”

 

  방석이 한 대 더 발길질은 내미려는 송이를 말리고, 재정비를 갖췄다.

 

  아이들은 다시 일렬로 서서 산을 탔고, 오돈은 맨 뒤에서 철수의 지시에 따라 발을 움직였다.

 

  아직 태양은 하늘에 떠있었지만, 높은 나무들이 가득한 서쪽 산은 벌써부터 빛이 비치지 않았다.

 

  “너무 어두워…”

 

  그것이 마음에 걸렸을까. 송이가 목소리를 떨었다.

 

  “이러다… 방향이라도 잘못 잡으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마. 많이는 아니지만, 서쪽산이라면 종종 사냥꾼들 보조를 서러 온 적이 있어. 여기가 맞으니까, 잘만 따라오면 별 일 없을 거야.”

 

  방석이 안심을 시키려 말을 꺼냈지만, 분주한 사냥의 뒷바라지를 하며 지리까지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방석의 두뇌는 비상하지 않았다.

 

  서쪽 산에 방문한지 약 3년이 흘렀다.

 

  3년이라는 세월동안 서쪽 산의 지형도 조금 변한 듯했다.

 

  “뭐랄까..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데…”

 

  송이가 어깨를 떨었다.

 

  단순한 추위나 긴장 탓에 몸을 떨은 것이 아니었다.

 

  미약하지만, 매서운 살기를 감지한 것이다.

 

  영원히 하늘 위에서 아래를 보살필 것만 같았던 태양이 한 순간 사라졌다.

 

  높은 나무와 잎사귀에 막히더라도 주저앉고 빛을 내뿜던 존재가 퇴장했다.

 

  그 순간, 아이들은 칠흑을 마주했다.

 

  깜깜한 서쪽 산은 지금껏 아이들이 등산했던 산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채 암흑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아이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아오오. 아오오. 아오오.

 

  맹수의 소리와 구분되는, 훈련된 포식자의 소리.

 

  불개의 소리는 너무나도 가까이서 들려오고 있었다.

 

  한겨울 들이 닥치는 칼바람처럼, 그 소리가 아이들의 정면을 치고 지나갔다.

 

  가깝다!

 

  개똥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잠깐 사이에 목이 바짝 말랐다.

 

  너무나도 가깝다!

 

  아니 가까운 걸 떠나서, 지금 녀석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어째서?

 

  개똥은 느낄 수 있었다.

 

  침착하게 사냥감을 파악하는 그 차가운 시선을.

 

  하지만, 어쩐 일인지 놈은 곧바로 들이 닥치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의 움직임을 먼저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파사삭. 파사삭.

 

  해가 지고 어둠이 들이 닥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녀석이 본격적으로 행동했다.

 

  놈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들며 한 곳에서 튀어나왔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 어둠에 조금이나마 적응한 안구 덕에 아이들은 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불개들에 비해 비교적 작은 몸짓과, 짧은 털.

 

  그것은 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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