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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6. 적이.
작성일 : 22-02-28 01:02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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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것이 무엇입니까?”

 

  개똥과 방석이 경산의 하인으로 팔려온 지 딱 1년이 지났을 무렵. 마귀가 어린 개를 품에 안고 나타났다.

 

  “보면 모르더냐, 개다.”

 

  마귀는 평소처럼 시큰둥하게 답변하고, 품에 안고 있던 어린 개를 볏짚에 내려놓았다.

 

  그 어린 개는 몸이 불편해 보였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으며, 눈을 반쯤 뜬 채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눈빛에서 개똥이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두려움 뿐이었다.

 

  당황한 어린 개는 이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 어딘가 아픈 건가요?”

 

  1년만에 개와 관련된 기초적인 의학 지식을 뗀 방석이 어린 개의 곁에 다가가려 했다.

 

  상태를 살피려는 것이었으나, 방석의 코앞을 마귀의 거칠고 큰 손이 막았다.

 

  “끌끌, 살필 것 없다. 지금 이것은 독사에 물려 목숨의 기로에 섰다.”

 

  “네? 그렇다면,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황한 방석이 되물었지만, 마귀는 여전히 재밌다는 듯이 실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 개를 기억하느냐?”

 

  “네? 아, 아닙니다.”

 

  마귀가 고개를 돌려 방석에게 질문했고, 방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럼, 너는?”

 

  이번에는 개똥의 차례였다.

 

  개똥은 죽어가는 이 어린 개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 녀석이 어떤 개인지 아느냐?”

 

  “사람을, 죽인 개입니다.”

 

  개똥이 담담하게 말했고, 방석은 깜짝 놀라 한 발짝 물러섰다.

 

  “그래, 맞다. 이 놈은 사람을 죽였어. 아직 다 크지도 않는 녀석이, 그 성깔을 못 이겨 주인을 물어 죽였다. 그 주인은 서해에서 노

 략질을 하는 꽤 이름 있는 해적들의 두목이었지. 그리고, 두목을 포함한 총 세 명의 걸걸한 해적 새끼들을 물어 뜯어 죽였어.”

 

  방석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확실히 덩치가 있는 개라고는 하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들을 상대할 정도로 억세 보이진 않았다.

 

  붉은 빛이 감도는 털과 기품 있게 뻗은 긴 다리.

 

  싸움을 위해 개량된 종은 아니었다.

 

 “때로는 제 그릇을 깨부수는 종자가 있는 법이지. 나는 이 놈의 성깔이 마음에 들어 이것을 지난 주에 경산에 들였다. 그리고, 기어

 이 이번에도 그 성깔을 못 이겨 경산을 탈출하려 한 게지.”

 

  다양한 종의 개를 유통시키며 시장을 증대시킨 경산에는 매주 많으면 몇 십 마리의 개들이 오갈 때가 있었다.

 

  사냥개부터 투견까지 그 목적이 다양한 개들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직 어린 개똥과 방석은 밀려오는 개들을 돌보는 것만으로 혼이 빠질 듯한 피로감에 휩싸였다.

 

  개똥도 최대한 그것들의 눈동자를 마주하지 않고 일을 이어갔다.

 

 

  눈빛을 마주하고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작업은 몇 배로 더 고됬기 때문이다.

 

  애써 눈을 감고 우리를 청소하고, 똥을 치우고, 밥을 먹이던 어느 날.

 

  개똥은 눈꺼풀을 뚫고 퍼지는 강렬한 의지에 그만, 녀석과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붉은 털과 우아한 자태. 그와 정반대 되는 살벌한 눈동자.

 

  ‘뭘 봐?’

 

  녀석의 눈빛이 그렇게 말했고, 조금만 더 지켜보면 죽여버린다는 기세였다.

 

  개똥은 본능적으로 눈을 깔았고, 손을 벌벌 떨었다.

 

  아직 어린 녀석이지만, 무언가가 있었다.

 

  짧은 눈빛 교환이었지만, 개똥은 녀석의 속내를 잠깐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개똥이 본 녀석의 모습은 입가에 새빨간 피를 묻히고 시체 위에 선 광기 어린 모양이었다.

 

  사람을 죽인 개구나!

 

  개똥은 확신했고, 다시는 녀석의 우리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아 팔려갔구나 싶었지만, 경산을 탈출하다니… 역시 보통 녀석은 아니었다.

 

  “끌끌, 그리 멀리 도망치진 못했어. 운 나쁘게 독사에게 발을 물린 것이지. 훈련을 받았다면,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이것도 이 놈의 팔자다.”

 

  마귀는 볏짚 위에서 끙끙대는 녀석을 바라보며 바닥에 앉았다.

 

  “그, 그럼 어째서 이 녀석을 다시 가져오신 겁니까? 사람을 죽인 데다가, 우리 안에 가둬도 탈출할 만큼 제멋대로인 녀석 아니겠습니까.”

 

  방석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염려했다.

 

  하지만, 마귀는 그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만일 이 놈이 독을 이겨낸다면, 내가 직접 이 녀석을 사역할 것이다.”

 

  “독, 독을 이겨낸다고요? 소, 소나 말이 아닙니다. 고작 개입니다.”

 

  방석이 깜짝 놀라 반문했지만, 마귀는 박장대소하며 손뼉을 쳤다.

 

  “그래! 소나 말이 아니지! 고작 개새끼일 뿐이지! 하지만, 웃기지 않겠느냐? 재밌지 않겠느냐? 고작 개새끼가 독을 이겨낸다는 것이. 내가 독에 당한 이 개새끼를 발견한 건 오늘. 이 놈이 우리를 탈출한지 3일이 지났을 때였다.”

 

  “사, 사흘을 독사에 물린 채로 버텼다는 겁니까? 이곳 경산에서요?”

 

  방석은 감탄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개가 험난한 자연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것도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개새끼가 독에 당한 채로 3일을 버티다니! 납득이 어려운 결과였다.

 

  “그래, 한 번 지켜보자고. 과연 이 놈의 그릇이 얼마나 되는지.”

 

  마귀는 흥미롭게 볏짚 위에 누운 녀석을 지켜봤고, 개똥은 침을 꿀꺽 삼키고 뒤로 물러섰다.

 

  생명의 점등이 반복되는 녀석은 이성이 없는 눈으로 이렇게 말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일어나면, 다 죽여버리겠다.’

 

  곧바로 일어날 상황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 강렬한 의지에 개똥은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꼬박 하루가 지나서, 저주같은 일이 벌어졌다.

 

  놈은 독을 이겨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선 녀석은 미친개처럼 마귀에게 돌격했고, 결과는 뻔했다.

 

  마귀에게 목덜미를 잡히고 난타당한 놈은 실성했고, 그대로 마귀의 사육장으로 끌려갔다.

 

  마귀의 개인 사육장에는 아직 녹이밖에 없던 때였다.

 

  마귀의 지옥불 같은 훈련이 시작됐고, 놈이 마귀의 사역마로 거듭되기 까지 보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후, 놈은 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조선의 온갖 투견 대회를 휩쓸며 그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투견장에 입장한 놈은 악랄하기 그지 없었다.

 

  일부러 상대의 급소를 가격하여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들었고, 공포심을 유발하며 그것을 감상하듯이 싸웠다.

 

  절정은 완전히 굴복시킨 상대를 겁탈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수컷이든, 암컷이든 관계는 없었다.

 

  놈은 그야말로 미친개 그 자체였다.

 

  그 난폭한 모습은 전설로 남았고, 놈이 한 무더기 되는 개들을 걸레 같은 꼴로 만든 후에야 투견장 출입이 금지되었다.

 

  그 후로 놈은 얌전히 경산에 머무르는 일이 잦았고, 가끔씩 놈의 분을 풀어주기 위해 염소 따위의 짐승을 살아있는 채로 상대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 뒤처리는 언제나 개똥의 몫이었고, 개똥은 마주치기 싫은 녀석과 어쩔 수 없이 마주치며 알고 싶지도 않은 놈의 과거에 대해 듣게 되었다.

 

  고풍스러운 핏줄의 적이는 원래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될 품종이었으나, 희귀한 것을 좋아하던 해적들의 변모로 해적선 위에 갇혀 살게 되었다고 그랬다.

 

  해적선 위에서는 충분한 운동도 필요한 영양도 챙길 수 없었으며, 조금이라도 크게 짖었다가는 해적들에게 발길질을 맞기 십상이었다.

 

  해적들이 납치한 아녀자들을 겁탈한는 모습부터 금전을 위해 배 위에 탄 동료를 밀어버리는 것까지 지켜보며 적이의 정신은 부패했다.

 

  그리고 차곡차곡 숙성된 분노가 피를 끓어올린 날, 적이는 야밤에 두목의 잠자리에 나타났다.

 

  어김없이 죄 없는 아녀자를 겁탈하고 있던 두목은 저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로 목덜미가 물어 뜯겼고, 적이는 눈에 보이는

 대로 다른 해적들을 공격했다.

 

  그 후, 어쨌든 희귀한 품종 덕에 시장에 팔리게 됐고, 마귀의 눈에 든 것이었다.

 

  과거를 알게 되었어도 개똥은 놈에게 어떤 동정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이미 투견장에서의 그 악마 같은 모습을 잔뜩 본 뒤라 그런 지는 몰라도, 과거의 녀석과 지금의 녀석은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항시 피에 굶주려 싸움을 바라는 놈은 독에 취한 병자나 다름 없었다.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인연과의 기억.

 

  개똥의 주마등 같은 회상은 높고 강렬한 소리에 의해 끝이 났다.

 

  탕!

 

  귀가 떨어질 것 같은 폭음.

 

  그리고, 콧구멍으로 훅 들어오는 화약 냄새.

 

  대나무를 씹어 부숴버릴 기세로 공격하던 적이가 그 옛날 볏짚 위에서 독과 싸울 때처럼 바닥에 쓰러져 헉헉대고 있었다.

 

  화약 냄새의 진원지는 오돈의 오른손에 들린 작은 총이었다.

 

  오돈은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 가랑이 사이에서는 뜨거운 오줌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무나 뜻밖의 결과였다.

 

  원치 않은 방해꾼이, 더 큰 방해꾼을 격파한 것이다.

 

  개똥은 흐르는 땀방울에 닿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떨었다.

 

  다행히도 아직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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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밀르 22-02-2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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