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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21화
작성일 : 22-02-24 15:52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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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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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부터 명상에 잠겨있는 레오.

 꼿꼿이 허리를 펴고 지그시 눈을 내리깔고 앉은 품새가 영락없이 참선에라도 든듯했다.

 가부좌라도 틀었으면 동자승이 친구야 하고 달려올 퍽이나 안정적인 자세였다.

 어제오후에는 물리치료실을 뒤집어엎어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더니 언제 그랬느냐는듯 평온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

 요즈음 레오의 일상은 이렇듯 기행의 연속이었다.

 어쨌거나 간간이 들려오는 생활소음을 뒤로 한 채 레오는 자신만의 아침을 열었다.

 

 빌리는 여느 날과 같이 주방에서 분주했다.

 식탁모퉁이에 놓인 둥근 트레이 위에 색 색깔의 알약 대 여섯 개를 비치하고 특별 주문한 미네랄워터를 전용냉장고에서 꺼냈다.

 아마도 레오의 약을 준비하는 것일 터였다.

 레오의 규칙적인 약 복용은 아침을 시작하는 오랜 일과 중 하나였다.

 언젠가부터 빌리는 레오의 약 수발에 자발적으로 나서 홀로 전담하던 윤선의 일손을 들어주었다.

 그 후, 빌리는 절대 잊는 법이 없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살뜰히 레오의 약을 챙겨왔다.

 혹여 한번 씩은 빠뜨릴 법도 하건만 어린 빌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주의 깊게 지켜보던 윤선이 자연스레 손을 뗄 만큼 빌리는 그 일에 정확하고 철두철미했다.

 그리하여 레오의 약복용관련은 어느새 빌리가 도맡은 고유영역이 되어버렸다.

 

 빌리는 식탁 위 트레이를 들고 레오에게로 향했다.

 레오의 방으로 가기 전.

 둥근 트레이를 든 빌리는 주위를 살피다 자신의 방으로 먼저 들어섰다.

 그리곤 트레이 위 레오의 알약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이것은 비타민D 칼슘과 인이 흡수되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 그리고 요것은 신체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지방산 오메가3 이건 단백질보충제와 옆에 건 빈혈예방을 위한 철분제. 모두 레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연장선이나 다름없는 필요한 것들이지.”

 마지막에 놓인 파란색 알약위에서 빌리의 손동작이 멈추었다.

 ‘그리고 바로 요것!’

 빌리는 그 파란알약을 쏙 집어 들었다.

 “요건 뭘까요?”

 엄지와 검지사이에 끼운 알약을 응시하는 빌리.

 쭉 뺀 인중으로 대단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몹시 흐뭇하게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음, 레오의 앞날을 해까닥 뒤바꿔버릴 마법의 약이라고 부르면 되려나? 동시에 나의 미래를 완전히 리빌더 할 블루칩이기도하고. 헉! 뭐야? 딱 맞네. 진짜 색깔도 블루잖아? 으으 흐.......흐흐흐, 흐흐.”

 가슴을 들썩이며 빌리는 기괴한 웃음을 흘렸다.

 둘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신묘함의 극치라 빌리가 찬사하는 그 약.

 세상에 둘도 없는 하늘 아래 단 하나뿐인 레오만을 위한 맞춤식 약이었다.

 레오의 외할아버지 차 백흠의 지시로 차 바이오산하 제약회사에서 특수 조제한 것이었다.

 레오가 성장함에 따라 증폭하는 사고에 신체가 못 따라옴에서 오는 괴리.

 자칫하다 사고의 분출이 돌출로 이어질 정신과 육체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 호르몬제인 셈이었다.

 쉽게 말해 그 약이 정신과 육체의 두 경계를 지켜주는 완충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까닭에 레오처럼 신체대비 지적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치료제이자 성분요소제였다.

 돌연 스윽 몸을 튼 빌리.

 그는 집어든 파란색 알약을 재빨리 어딘가에 툭 던져 넣었다.

 그곳은 자신의 중요한 개인소지품을 따로 넣어두는 미니보관함.

 놀랍게도 그 안에는 파란 알약이 수북했다.

 언제부터 던져 넣었는지 한 눈에 봐도 켜켜이 층이 쌓여있었다.

 탁!

 빌리는 보관함을 얼른 닫고 자물쇠를 채웠다.

 “레오! 네가 설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맘껏 발광 해봐. 얼마든지 봐 주겠어. 왜냐고? 조만간 너의 몹쓸 허약한 몸이 아작나기 전에 먼저 정신병원으로 직행하게 될 테니까. 것도 일반인들의 눈길이 전혀 닿지 않는 고립무원의 병원으로 말이야. 훗.”

 찡긋하는 빌리가 잘 닫힌 보관함 뚜껑을 정성스레 쓰다듬었다.

 

 

 레오는 빌리가 내민 서너 알의 약을 한줌에 몰아 입으로 털어 넣었다.

 탁!

 꿀꺽.

 단숨에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으로 목 넘김이 시원했다.

 오늘도 역시 인상의 구김 따위는 일절 없었다.

 얼마 전부터 미세한 찡그림마저 없어져버린 약복용시의 레오의 담대한 표정.

 한 알 한 알 낱알을 세어가며 먹네 마네, 꼭 먹어야하나? 마나? 실랑이와 징징거림이 일상이던 레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빌리는 삐죽했다.

 ‘쳇! 놀고 있네. 그냥 하던 대로 하시지. 그런다고 누가 너를 모를까봐?’

 약이라면 워낙에 질색하는 레오인지라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죽을 맛일 터였다.

 레오 녀석.

 앞으로는 진짜 남자다워질 거라고 큰소리 뻥뻥 치며 부단히도 허풍을 떨어대더니 뱉은 말에 따른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겠다는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빌리가 보기에는 시답잖았다.

 그저 레오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표현이 딱 맞는 만용어린 몸부림의 일종일 따름이라 치부했다.

 ‘꼴에 센척하기는!’

 그 모습이 눈꼴셔 이죽거리던 빌리는 빈 트레이를 챙겨 들고 휙 돌아섰다.

 그때였다.

 “잠깐! 빌리, 말해 봐! 너는 이미 알고 있었지?”

 잔뜩 굳은 레오의 음성이 빌리의 뒷목을 쳤다.

 문턱을 넘으려던 빌리가 우뚝 멈추었다.

 “맞아! 너는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레오는 단언했다.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 게다가 목소리에 잔뜩 들어간 저 뽕은 무엇이며?’

 갸우뚱하는 빌리의 뇌리에 퍼뜩 어떤 경계심이 스쳤다.

 ‘설마......?’

 그것은 자신이 설계한 모종의 계획을 레오가 눈치 챘나하는 의구심이었다.

 꾹 다문입술을 빌리는 질끈 깨물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절대!’

 빌리는 자답했다.

 그럼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천천히 돌아서는 빌리의 눈 끝이 갸름했다.

 레오는 살짝 들뜬 듯 형형한 눈빛으로 빌리를 똑바로 맞았다.

 그 순간.

 빌리가 움찔했다.

 “.....!”

 긴 시간의 명상 끝이라 그런가.

 붉은 열기가 비침에도 팽창된 레오의 맑고 투명한 동공은 또렷하고 힘찼다.

 하지만 그것과 빌리의 염려와는 무관한듯했다.

 다행이었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빌리는 아직까지 레오의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쯤은 유효했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지나친 기우였다.

 ‘그러면 그렇지. 시간차를 두고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만전을 기한 작품인데.......당연하지!’

 빌리는 한시름을 들었다.

 그 순간 빌리를 쫀쫀하게 쏘아보던 레오가 소리쳤다.

 “지난번 물었을 때도 빌리 너는 제대로 답하지 않았어. 말해줘!”

 “....?”

 “대체 어떻게 하면 그때처럼 할 수 있냐고?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어. 응? 그러니까 말해줘! 제발 가르쳐달라고.”

 “또 그이야기 아! 이 새끼 골 때리네. 나도 몰라. 모른다고 그때도 말했지. 그건 우연이었다고. 아직도 모르겠어? 그건 엉겁결에 일어난 사고였다니까.”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닌 듯 빌리가 양팔을 짜증스레 흔들며 파닥거렸다.

 “정말이야? 아닌 것.....같은데?”

 레오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길을 거두지 않고 거듭 단언했다.

 “맞아! 아닌 게 분명해.”

 레오는 원래부터 감정의 표출에 가감이 없었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고 속된말로 치자면 형성된 감정을 숨길 줄을 몰랐다.

 고로 남들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순진무구의 대명사지만 한편으로는 해소되지 못한 감정 앞에서는 지치지 않는 고집불통이었다.

 “아놔! 진짜라니까. 몇 번을 말해? 아오! 미쳐버리겠네. 고래심줄보다 질긴 새끼. 지겨워!”

 레오는 이미 끝난 별장사건이야기를 다시 꺼내면서 빌리를 열 받게 했다.

 

 

 떠올리기에도 끔찍했던 그날의 사건사고.

 사실 그날의 사고는 보여 지는 액면으로의 사건만이 아니었다.

 별장의 사육장 목초창고에서 둘이 기절했다 깨어났을 때.

 레오와 빌리는 서로를 부둥켜 앉고 겁에 질려 펑펑 울었다.

 희소아줌마의 손가락절단 사고의 아찔함과 피바다가 된 낭자한 선혈의 살벌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참 만에 깨어난 레오와 빌리 둘은 놀랍게도 그들의 뒤바뀌어버린 서로의 육체를 발견한 것이었다.

 “으아악! 빌리.”

 “어? 흐흑, 레오!”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경악하던 둘은 어쩔 줄 몰라 서로를 부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분명히 둘은 강한 충격을 받고 이마끼리 세찬 박치기를 하면서 튕기듯 뒤로 나뒹굴었다.

 그리고 다음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깨어보니 둘의 육체가 바뀌어있었다.

 제일 먼저 레오와 빌리의 상태를 눈치 챈 사람은 할아버지 차 백흠 이었다.

 둘의 눈동자를 번갈아 보던 차 백흠은 터질 듯 팽창된 동공으로 더듬더듬 물었다.

 “너..너들....너들이 왜 이러냐? 레오 빌리.... 오, 맙소사! 이게 무슨?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냐? 응! 이 할아비한테 자초지종을 말해 봐. 어서 말을 해 보라고.”

 그러나 둘은 그저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었다.

 왜냐면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으니까.

 멀뚱한 표정으로 오락가락하다 이내 불안과 공포에 떠는 두 아이를 보며 백흠이 말했다.

 “그래, 오냐! 말 하지마라. 아무 말 안 해도 돼. 가련한 것들. 얼마나 놀랐을까? 작은 새처럼 이 어린것들이.”

 동시에 두 아이를 쓰다듬는 백흠의 떨리는 손이 끊임없이 아이들을 토닥였다.

 “괜찮다. 무서워마라 침착해면 돼. 옛날 말에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 했거늘. 호랑이한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되느니라. 아무걱정마라! 잘 될게야. 이 할아비가 도와주마. 약속하마. 나를 믿어라.”

 그때 저만치서 윤선과 제혁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러자 벡흠은 두 아이의 눈앞으로 바짝 다가와 검지를 입술위에 올리고 말했다.

 “쉿!”

 그렇게 비밀을 간직한 둘은 별장에서 내내 바뀐 육체의 상태로 지나게 되었다.

 별장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온 그날 까지 그들은 그 현상이 유지가 되었다.

 물론 그 다음날 둘은 무사히 원래의 자신의 육체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거기에는 약속을 지킨 차 백흠 할아버지의 힘이 절대적으로 컸었다.

 아아! 그전에 정리해야하는 사실들.

 그러니까 돌아온 집에서 협동플랜을 거부하고 독립선언을 선포하며 질주에 시동을 걸었던 레오는 결국 빌리였다.

 왜 그랬느냐 따져 묻는 레오에게 빌리가 말하기를 독립선언을 외친 것은 순간적으로 욱한 복수였다고 말했다.

 제혁의 추궁에 당시상황을 침착하게 말하는 레오의 몸을 한 빌리에 반해, 느닷없이 끼어들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엎드려 빈 빌리의 몸을 했던 레오.

 그로 인해 하마터면 자신의 입지가 와장창 깨질 뻔했다는 빌리의 격앙된 표현에 레오는 기꺼이 수긍하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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