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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4. 치욕.
작성일 : 22-02-18 19:42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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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히히히. 며칠을 굶주렸는지 모르겠다. 아늑한 안방에서 하는 맛과, 이런 거친 자연에서 하는 맛은 각각 다른 매력이 있는 법이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오돈이 군침을 삼켰다.

 

 개똥과 방석은 차마 동생들의 치욕을 지켜볼 용기가 없었다.

 

 “무, 무슨 짓을 할 셈이야. 이 미친 새끼!”

 

 부하 한 명이 철수의 머리를 바닥에 밀착시키고 발버둥을 칠 수 없도록 몸을 고정시켰다.

 

  철수의 표정은 몹시 불안해 보였다.

 

  “바로 그거야, 그 표정! 나는 말이야, 주제도 모르고 당당한 표정을 짓는 녀석이 이런 난감한 상황에 빠졌을 때 일그러지는 그 얼

 굴이 너무 사랑스러워!”

 

  오돈은 그야말로 미친 인간이었다.

 

  부하만 없었다면 저런 비실비실한 녀석쯤 아무것도 아닐 텐데.

 

  개똥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방석은 눈을 질끈 감고 이 상황을 직면하지 않았다.

 

  “그, 그러지 마세요… 왜 철수까지… 몸값을 치른 건 저 하나잖아요.”

 

  철수의 치욕을 차마 볼 수 없었을까.

 

  송이가 울먹이듯 말했다.

 

  그것이 오히려 오돈으로 하여금 변태적인 본능을 달궜다.

 

  “뭐야? 왜 이 녀석을 감싸는 거지? 응? 여기 이 다 큰 놈 둘은 입 꾹 다물고 있는데.”

 

  오돈이 송이에게 다가가 얼굴을 바짝 댔다.

 

  개똥과 방석의 양심을 긁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 좋아하는 건가? 그런 건가? 하긴, 피가 펄펄 끓을 나이지. 안 그래? 응?”

 

  오돈이 끈적한 침을 자신의 입술에 발랐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 그 입술을 송이의 마른 입술에 가져다 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송이는 입술을 빼앗긴 이후 고개를 휙 돌렸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이, 개새끼! 개새끼야! 뭐하는 짓거리야!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가!”

 

  송이는 당혹스러움에 고개를 똑바로 하지 못했고, 철수는 꽥꽥 악을 질렀다.

 

  개똥과 방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왜? 화가 치밀어 오르나? 그건가? 네 녀석은 이 계집을 좋아하는 게야. 맞지? 흐흐, 이 어찌 가련한 사랑인가? 목숨을 건 도주를 성공시키지 않고는 가지지 못하는 사랑! 참으로 시적이야!”

 

  주인의 주접이 심히 역겨웠은지, 부하들도 조금씩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오돈의 부하들은 도덕과 정의를 가슴에 품은 자들이 아니었다.

 

  자신의 주인이 임자가 있는 아녀자를 범할 때도,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범죄를 막무가내로 벌일 때도. 이들은 침묵하며 그것에 동조했다.

 

  지금과 같은 일은 오돈이 저지를 수많은 죄악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히히히. 어떻게 하면 네 녀석이 더 발악을 할지 궁금하구나! 당장 이 계집을 홀라당 벗겨 지울 수 없는 치부를 남겨줄까? 응?”

 

  오돈은 철수를 약올리는 것이 상당히 재밌는 듯했다.

 

  철수의 눈앞에서 혀를 나불거리며 침을 튀겼다.

 

  그럴수록 소년의 얼굴은 터질 듯이 타올랐고, 그렇게 촉박한 시간이 차츰차츰 사라질 때쯤 개똥은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얼마나 지났지?

 

  시간을 가늠하기 위해 고개를 위로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높이 뻗은 대나무들과 함께 조금 더 서쪽으로 기운 태양이 보였다.

 

  불길했다.

 

  놈들의 울음소리가 전역에 퍼진 지 시간이 꽤 흘렀다.

 

  중간에 이런 고난이 있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그 말인즉슨,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충분한 분량의 죽창을 제작했을 때였다.

 

  발걸음이 빨랐다면 진즉 계곡에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저 망할 방해꾼들이 송이와 철수를 붙잡고 늘어지지만 않았더라도 말이다.

 

  개똥의 오감이 바짝 섰다.

 

  마약 내가 불개라면.

 

  정말 이 대나무숲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시각, 후각, 촉각.

 

  사냥을 위한 모든 감각이 평범을 넘어선 것들이었다.

 

  생물의 영역이 아니라, 그것은 귀신의 영역이었다.

 

  개미 하품 소리도 숲 끝까지 울려 퍼지는 대나무숲이었다.

 

  대나무와 대나무 사이를 타고 흐르다 보면 아무리 작은 소리도 멀리 퍼진다.

 

  하물며, 지금 이 자들은 대나무숲 안에서 격양된 목소리로 가련한 아이들에게 치욕을 선사하고 있다.

 

  이것은 곧, 천벌이 따를 징조였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까?”

 

  한참을 그 더러운 세치혀로 재미를 본 오돈이 두 손을 움직였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바짝 송이의 뒤에 자신의 몸을 붙였다.

 

  그리고 흙먼지로 더러워진 송이의 겉옷을 꽉 잡고 뜯기 시작했다.

 

  “이, 이 개 씨발 새끼가!”

 

  흥분한 철수가 온갖 욕설을 뱉었지만, 그것은 미치광이의 식욕을 돋구는 주문과도 같았다.

 

  “좋아, 좋아! 계속 그렇게 옆에서 욕해줘! 네가 연모하는 이 년이 당하는 치욕을 똑바로 보면서!”

 

  오돈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송이는 격렬히 저항했지만 남자 둘의 힘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제, 제발 그만! 그만하라고! 이 개새끼야!”

 

  송이도 욕을 입에 올리며 흐느꼈지만, 이것 또한 주문일 뿐이었다.

 

  아, 신이시여.

 

  개똥은 이 지옥도를 눈 뜨고 볼 용기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끼는 동생 둘이 겁탈당하고, 이대로 탈출은 허무하게 끝이 나는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이렇게 허무하게 내 인생이?

 

  개똥은 절망감에 구토가 밀려왔다.

 

  그럴 수 없었다.

 

  아까 송이가 말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죽고 싶지 않다.

 

  그렇다, 자신 역시 죽고 싶지 않았다.

 

  죽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개똥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외쳤다.

 

  “으아아아아!”

 

  어떤 파격적인 행동거지를 동반한 기합이 아니었다.

 

  개똥은 방석의 옆에 가만히 서서 주먹을 쥐고 있었을 뿐이고, 발가락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뭐야?”

 

  “이 새끼, 미친 거 아닐까요?”

 

  갑작스러운 고함에 놀란 부하와 오돈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 기합은 잠깐의 시선 끌기 용도가 아니었다.

 

  거대한 대나무숲에서는 소리가 울린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미궁 속에 빠진 도전자처럼 빙글빙글 그 안을 돈다.

 

  그 소리를 불개가 놓쳤을 리 없다.

 

  놈은 분명 이 대나무숲 근처에 있을 것이다.

 

  개똥의 확신이 맞다면, 녀석은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고 있을 테였다.

 

  천천히 신중하게 소리를 찾아 더듬고 있다면, 그 소리를 역으로 퍼주겠다.

 

  “으아아아아!”

 

  다시금 개똥이 소리쳤고, 소리는 쩌렁쩔렁 대나무숲에 울렸다.

 

  “이 새끼. 뭐하는 거야? 야. 거기 그 머슴아는 나무에 묶어두고, 저 놈 손을 좀 봐줘. 흥이 떨어지잖아.”

 

  뭔가 수상함을 느낀 오돈이 눈썹을 찌푸렸고, 부하를 시켜 개똥을 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철수를 제압하던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긴 가죽을 풀었다.

 

  철수가 저항하는 소리가 퍼졌고, 그것은 전력질주의 신호탄이 되었다.

 

  질주하는 건 개똥도 방석도 아니었다.

 

  신중히 근처를 배회하던 추격자에게 던져진 신호탄이었다.

 

  탁. 탁탁. 탁탁탁.

 

  사뿐사뿐 바닥을 짚고 또다시 바닥을 짚는 소리.

 

  그 소리는 부드러운 곡선처럼 이어지고, 폭풍우처럼 거대해졌다.

 

  폭풍우 속에서 번개가 번쩍 빛나는 것처럼, 그것의 실체도 아주 갑작스럽게 어두운 대나무 사이에서 현현했다.

 

  번개처럼 나타는 놈의 주둥이가 쩌억 벌어졌고, 단검보다 날카로운 이빨이 겁박을 위해 일어선 부하의 목덜미에 정확히 파고 들었다.

 

  비명 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할 강렬한 기습.

 

  아직 생생한 뜨거운 피가 사방에 튀겼다.

 

  공중으로 분산되는 피 한 방울, 한 방울 사이로 개똥은 튀어나온 불개의 외형을 훑었다.

 

  붉지만 어두운 색의 털.

 

  굵고 예리한 송곳니, 전투에 나설 때면 바짝 서는 생식기.

 

  다섯 불개 중에서 그 누구보다 전투적인 녀석의 이름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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