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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16화
작성일 : 22-02-18 13:56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4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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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문에 기대선 윤선이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딱딱하면서도 오싹하던 느낌.

 빌리의 등을 어루만졌을 때의 촉감이 되살아나 윤선은 사뭇 흠칫했다.

 현재 빌리의 몸통은 특수 제작한 신체교정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상세히 말하자면 양팔을 제외한 목 아래 쇄골라인부터 배꼽까지 아크릴로 고정된 갑옷 같은 것을 착용한 원리인 셈이었다.

 저런 피치 못할 선택을 행한지 벌써 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말만 듣고 어찌 그런 판단을.......아아! 좀 더 일찍 조치를 취했어야 했어.”

 윤선이 자조어린 음성을 냈다.

 그러나 입언저리에서 맴도는 사려 깊지 못했다는 뒷말은 꾹 눌렀다.

 나아가 번쩍 스치는 어리석게도 라는 후회의 감정은 애써 외면을 했다.

 왜냐면 물러섬을 할 때가 아직은 아니었다.

 그런 감정적 귀결은 자신의 삶과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결단코 부합되지 않는 까닭이었다.

 

 어제 오후, 윤선은 정형외과 김 닥터에게 빌리의 신체교정기해체를 논의 했었다.

 은밀한 내진을 부탁하는 윤선에게 김 닥터는 흔쾌히 오케이라고 답했다.

 3년 전 구겨지듯 방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졌던 아이.

 빌리는 이층침대의 꼭대기에서 1차로 뛰어내린 것도 모자라 난관을 타고 오르다 2차3차 연속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그 정도면 갈비뼈에 금이 가고도 남음이 있을 터였다.

 “헤헤, 이 방법밖에 없었어요. 저에게도 신체교정기를 해주세요. 예전에 레오가 했던 것 그것이요. 그러면 저의 몸은 당연히 성장하지 못할 테니까요.”

 아픔을 견디며 찡그린 얼굴로 빌리는 말했다.

 윤선은 하얗게 질렸다.

 “빌리.......너, 정말 어쩌려고?”

 “제가 말했잖아요? 살아도 죽어도 레오와 함께 할 거라고요.”

 한시적성장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던 어린레오가 식음을 전폐하고 등을 돌린 채 자리보전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음을 닫아 건 레오는 입까지 닫아버렸다.

 빌리는 말했었다.

 “레오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게 해주고 싶어요. 레오가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걸 공유하면서 보여주고 싶다고요. 그래야 레오가 살 수 있어요. 그러려면 레오와 교감해야 해요.”

 통증으로 점점 일그러져가는 빌리는 와중에도 안간힘으로 버티며 또렷한 음성을 냈다.

 “빌리 가만히 있어. 당장 김 닥터를 부를게. 뼈에 손상이 갔을지 모르니까 함부로 움직이면 절대 안 돼.”

 윤선은 도리 없이 빌리에게 시트를 받쳐주고 정형외과담당 의사를 호출했다.

 예전 날 연약한 레오의 갈비뼈에 실금이 간적이 있었다.

 깁스보다는 안전하고 부상의 재발방지를 위해 신체교정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이자 임시방편이었다.

 그것을 장기간 착용하면 성장에 크나큰 저해요소가 되어 어지간해서는 어린이들에게는 하지 않는 처방이었다.

 그것을 기억해 낸 빌리는 자발적으로 신체교정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겉옷만 간신히 벗은 채 침대로 간 윤선이 이불속을 파고들었다.

 도톰한 이불깃을 잡아 끌어당기려다 이내 일어나 앉았다.

 ‘다음 주까지 기다릴 거 뭐 있어? 맞아. 김 닥터에게 가능한 제일 빠른 시간으로 스케줄을 잡아 달래야겠어.’

 결심이 선 이상 시간조율로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침대 가드에 기댄 윤선이 김 닥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김 닥터와 통화 중이던 윤선이 기댔던 상체를 뚝 땠다.

 “.....!”

 순식간에 하얀 백짓장이 된 윤선이 버럭 소리쳤다.

 “뭐라고요? 김 닥터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죠?”

 수화기 너머 김 닥터가 윤선의 전에 없는 행동에 어디가 불편하시느냐 물었다.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컨디션 탓인지 오늘따라 이상하게 집중을 잘 못하네요. 좀 전에 했던 말 다시 한 번.....해주시겠어요?”

 얼버무리며 조심스럽게 묻는 윤선이 귓전에 수화기를 바짝 밀착시켜 초 집중을 했다.

 “교정기를 제거 할 적절한 시기가 맞다고요. 물론 특수제작이긴 하지만 더 미루다가는 성장 뿐 아니라 골격구조에 큰 문제가 올 수 있어요. 작은 아드님과 달리 큰 아드님은 골격구조는 유사하지만 성장의 가능성은 확실히 열려있다고 보여 지거든요. 잘 판단하셨습니다.”

 툭.

 손에서 휴대폰을 내려놓는 윤선의 잦아드는 눈길이 점점 쫀쫀해졌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이라.......’

 한집에 기거하는 닮은꼴의 두 아이니 내막을 모르는 이들이라면 그렇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김 닥터는 골격구조의 유사성을 언급했다.

 또한 뼈의 나이쯤은 한눈으로 대중할 수 있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쌍둥이나 또래라는 표현대신 형제의 서열을 매기고 있었다.

 생각이 깊어지는 윤선이 문득 멈칫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그때도 김 닥터는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았다.

 내진을 왔던 김 닥터는 갈비뼈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 방치하면 빌리의 경추전반에 균열이 갈수 있음을 경고했다.

 김 닥터는 묻지도 않은 신체교정기만이 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이유형의 유전적인 소견이 보이는 사례라는 말을 덧붙였다.

 경황중이라 예사로 흘려듣고 말았지만 분명히 그런 의견이었다.

 

 

 윤선은 아찔했다.

 왜 그 당시에는 김 닥터의 그 소견을 등한시 했을까.

 따지고 보면 흘러가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을 따지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빌리는 신체교정기를 착용하게 되었고 빌리는 날듯이 몹시 흡족해했다.

 “저도 이제 더 이상 자라지 않겠어요. 레오와 똑같이 이 모습 이대로 살 거예요.”

 그런 빌리를 지켜보는 윤선은 몹시 곤혹스러웠다.

 그때 어린 빌리가 원한 것은 너무나도 명명백백했다.

 자신의 작은 몸을 던지는 것쯤이야 추호의 망설임이 있을 수 없는 극도의 불안정한 처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자신의 미래와 존폐의 기로에 선 입지구축의 필요성과 열망.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예측 불가한 변수에 레오만이 등불이었을 터였다.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것은 레오의 옆자리였다.

 까닭에 열과 성을 다해 빌리는 진심으로 레오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극진히 보살폈다.

 윤선이 이런 내막을 결코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진즉에 빌리의 의중을 캐치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 인지했고 염려했었다.

 하여 부단히도 고뇌했다.

 여차하면 강제분리라는 최후의 수단까지도 염두에 두었으니까.

 하지만 길 잃은 한 어린영혼의 울부짖음을 모른 체 하기에는 무리였다.

 오갈 데 없는 빌리가 처한 상황이 여의치가 않음을 넘어 너무 가혹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빌리는 영특한 자질을 지닌 똑똑한 아이였다.

 빌리의 재능이 아까웠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레오와 비교해 탐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 일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부모를 만나 그 밑에서 자란다면, 충분히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윤선은 못내 안타까웠다.

 오죽하면 아버지 차 백흠에게 자문을 구했을까.

 “아빠. 빌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칠 수도 그렇다고 선뜻 품을 수도.......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힘들어요.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아요.”

 “흠, 어련할까. 쉬운 선택은 아닐 테지. 당사자가 아니고는 모를 고충 아니겠냐? 하지만 모든 아이는 우리미래의 자산이야. 가정과 국가 나아가 인류에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야. 모쪼록 합당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이기를.

 핏줄이란 게 가족의 구성요건에 무어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라고 했던가?

 차 백흠은 평소 그의 소신답게 혈연운운을 하지 것은 확실했다.

 아무튼 그런 분위기에 윤선의 시선은 김 닥터의 개인소견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침대가드에 기대있던 윤선이 몸을 누였다.

 억지로 눈을 감았다.

 치솟은 안압에 금방이라도 두 눈알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묵직한 통증에 내일을 위한 컨디션조절 때문이라도 잠시잠깐 잠을 청해야만했다.

 그러나 윤선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베개를 지지대삼아 옆으로 누운 윤선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사실 지금껏 빌리의 부모에 대해 유추할 때 종종 드는 떨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파면 팔수록 우연을 가장한 철저한 접근이었다는 의심의 꼬리표였다.

 당연히 귀결은 자신의 남편인 강 제혁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8년을 한 지붕 아래 한 이불을 덮고 살아온 자신의 남편이자 레오의 아빠.

 그리고 차 백흠의 총애와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예정된 차기총수.

 그와는 별개로 윤선은 제혁을 의심하고 있었다.

 드러난 대로의 제혁의 과거 사생활을 전적으로 믿었다면 그거야말로 어불성설 일터였다.

 속단일지 모르겠으나 빌리와의 관계에 관한 부분에서의 그 의심은 퍽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윤선이 그간 안팎으로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표면적으로는 아주 깨끗했다.

 그 점이 되레 더 윤선에게 의심의 불씨를 지핀 격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윤선이 오늘 방문하려했던 테라노믹스연구소.

 망설임 끝에 결국 차를 돌려 집으로 오고 말았지만 그 연구소는 유전자검사를 실시하는 전문기관이었다.

 자신의 승용차 콘솔박스에 잘 보관된 거즈에 싸여있는 작은 유리병을 떠올리며 윤선이 낮게 웅얼거렸다.

 “이리된 이상 어쩔 수 없어.”

 그 안에는 제혁의 굵은 모발과 빌리의 가는 모발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일단 이 부분의 확인이 최우선이었다.

 그 후 차근차근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이 순리일 터였다.

 윤선은 다시 중얼거렸다.

 “물론 예단하기에는 아직 일러.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둘씩 빠짐없이 밝혀나가는 거야.”

 다시금 파고든 이불속에서 윤선은 한동안 몸을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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