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3. 조우.
작성일 : 22-02-18 01:48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455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족치자고? 우리가? 불개를?”

 

  방석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개똥은 그 뜻이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불개를 직접 보지 않았던가?

 

  그 괴물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개똥과 방석은 똑똑히 목격했다.

 

  그런데, 그 괴물을 족치자고?

 

  녀석들의 앞마당이나 다름 없는 이 산속에서?

 

  “그건,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럴 수 있는데?”

 

  철수 또한 개똥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당장 지니고 있는 무기 비슷한 거라고는 쇠사슬 뿐이었다.

 

  고작 쇠사슬 따위로 그 불개를 상대한다고?

 

  “잘 생각해야 해. 우리가 꼭 그 다섯 마리를 모두 상대할 필요가 없는 거야. 우리는 서쪽 산맥을 따라서 산만 넘으면 돼. 산만 넘으면, 항구가 있고, 거기까지는 놈들의 추격 범위가 아냐. 놈들은 마귀에게서 일정 이상의 거리를 떨어지지 않으니까.”

 

  예컨대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탈출 확률이 확실해진다는 뜻이었다.

 

  다르게 말한다면,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지만 다른 이들의 탈출이 확실시된다는 것과도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전멸. 그 외에 답은 없었다.

 

  “젠장… 그렇다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네. 그래서, 어떻게 싸우자는 거야? 도저히 이길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밖에 없다면… 해야지.”

 

  철수는 각오가 된 듯했다.

 

  개똥은 아이들의 표정을 찬찬히 살폈다.

 

  다들 어둡고, 또 굳어 있었다.

 

  “일단은, 움직여야 돼. 여기서 마주치면 끝이야. 서쪽으로 이동하면 계곡이 있어. 꽤 크고, 유속이 빠른 계곡이야. 그곳에서 승부를 볼 거야.”

 

  방석은 나름대로 계획이 있는 듯했다.

 

  공중에 손을 휘두르며 열심히 설명을 이었다.

 

  “계곡 근처에서는 녀석들의 후각이 정확하지 못해. 그때를 노려보자. 놈이 쫓아오면 물가를 따라 도망치는 거야. 그리고, 계곡 안까지 놈을 유인하면 되는 일이야. 알지? 놈들은 물에서 움직임이 둔해져.”

 

  개똥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개들은 수중에서의 전투를 훈련 받지 않았다.

 

  애초에 개라는 생물은 물과 친숙한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귀의 훈련 전략은 강한 무기를 더욱 강하게 하는 것에 있었지, 무디고 부족한 약점을 덮는 방식이 아니었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다만, 물속에서 싸운다고 해도 우리한테는 무기가 필요해. 그런 괴물들과 근접전을 할 수는 없어.”

  개똥이 날카롭게 핵심을 짚었다.

 

  당장 가진 무기는 쇠사슬.

 

  이런 무거운 무기를 채찍처럼 사용하는 사람은 마귀나 돼야 가능했다.

 

  거기다 미끄러운 바위나 절벽을 타기 위해 준비한 도구이기 때문에, 무기로 사용한다 한들 이후 도주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무기가 필요하다… 라는 뜻이지?”

 

  송이가 침을 당자의 문제를 지적했고.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내 불찰이야. 미리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걸 놓쳤네.”

 

  방석이 스스로를 성찰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당장 쓸만한 무기를 제작해야 했다.

 

  “괜찮아. 어차피 경산에 있는 무기들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 죄다 열 근은 넘어가는 무거운 무기 뿐이야. 심지어는 농기구보다 무거운 몽둥이도 있었어. 다 마귀가 사용하는 것들이니까 우리한테는 맞지 않아.”

 

  철수가 형의 잘못을 이해하며 말을 이었다.

 

  “오히려 나쁘지 않아.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대나무 숲이 있지? 그걸 가지고 무기를 만들면 돼. 단검은 있잖아? 그거면 충분히 죽창을 만들 수 있어.”

 

  철수가 내놓은 대안은 꽤 솔깃했다.

 

  죽창은 가볍고 위협적인 무기다.

 

  중거리에서 던진다면 아무리 그 불개라도 쉽게 다가설 수 없을 것이다.

 

  “나쁘지 않은데? 대나무 숲 근처에 계곡도 있어. 도주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

 

  산의 지리를 훤히 꿰고 있는 방석이 손뼉을 쳤다.

 

  준비한 단검의 개수는 두 개.

 

  나물이나 먹을 수 있는 식물의 뿌리 등을 손질하기 위해 챙긴 칼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좋아. 그럼, 움직이자.”

 

  목적지는 정해졌고,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계획도 세웠다.

 

  방석이 선두에 섰고, 줄 지어 그 뒤로 섰다.

 

  개똥이 맨 뒤에서 지친 듯한 송이를 부축하며 걸었다.

 

  “오빠. 우리 정말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뒤에서 살짝만 건드려도 아슬아슬한 경사로 미끄러질 것 같은 발걸음.

 

  송이의 목소리에서도 심리적인 아슬아슬함이 느껴졌다.

 

  “살아서 나가야지.”

 

  개똥은 자신이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유일한 문장을 구사했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생각할수록 불리한 때였다.

 

  비상식적인 기적을 바라며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난 뭔가 갑자기 무서워.”

 

  공포심에 집어삼켜진 걸까.

 

  송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심정을 고백했다.

 

  “처음은 그 망나니한테 팔려가는 게 무서웠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죽는 것보단 그게 더 나을 지도 몰라…”

 

  송이의 고백은 철수로 하여금 작은 분노를 야기했다.

 

  “뭐? 너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널 구하자고 지금 내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철수는 입을 다물었다.

 

  괜한 분노가 더 독이 된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는 것이다.

 

  “미안해… 나도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게 도움 될 것 없다는 거 잘 알아…”

 

  송이는 풀이 죽어 보였다.

 

  그 마음이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왜 하필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런 무모한 생각은 안 할 것 같아. 처음은 정말로 꼭 탈출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너무 무서워! 죽기 싫어!”

 

 송이가 발걸음을 멈추고 흐느꼈다.

 

 최악이었다.

 

 송이는 본래 이렇게 여리고 약한 아이는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갑작스러운 불행의 연속이 송이의 정신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방석이 형도! 개똥이 형도! 다들 왜 여기 있다고 생각해? 우린 지금 목숨을 걸고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려 하는 거라고!”

 

 송이의 절규를 들은 철수가 소녀의 앞에 다가섰다.

 

 흙먼지가 묻은 두 손으로 소녀의 양 어깨를 꽉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똥도 방석도, 그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

 

 지금은 시간이 아까웠다.

 

 소녀의 붕괴된 정신을 토닥이고 다시 일으켜주는 것보다, 고함으로 깨워주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미안해… 내가 괜히 이야기 했어…”

 

 철수의 고함에 송이는 금방 의견을 굽혔다.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아내고 숨을 골랐다.

 

 “진정하고 가자. 괜찮을 거야, 송이야. 이제 곧…”

 

 그런 소녀의 등을 토닥이며 개똥이 격려를 했다.

 

 이제 곧 대나무 숲에 도달한다는 이야기로 기운을 돋우려 할 때였다.

 

 그 순간, 개똥은 육감적으로 근처에 도사리는 살기를 느꼈다.

 

 바스락. 바스락.

 

 부자연스럽게 풀숲이 뒤틀리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작지만 분명하게 생물의 숨소리가 들렸다.

 

 “도, 도망…”

 

 도망치라고 외치기도 전에, 아이들의 오른쪽에 위치한 수풀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건 하나가 아니었다.

 

 총 셋.

 

 그것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장애물과도 같았다.

 

 “이것들! 우리가! 우리가 먼저 찾았어!”

 

 탐욕스러운 목소리가 거친 웃음 소리와 함께 울렸다.

 

 “잡았습니다! 이제 가도 되는 거 맞지요?”

 

 “저, 저도 잡았습니다!”

 

 아이들을 습격한 건, 사냥에 눈이 먼 불개들이 아니었다.

 

 그 점은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불개였다면, 중요한 힘줄을 물어 뜯겨 불구가 되었을 테였다.

 

 튀어나온 세 명의 괴한들 중 위협적으로 보이는 거구의 남자 둘은 각각 철수와 송이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전문적으로 싸움을 배운 것 같았다.

 

 개똥과 방석이 상대 가능한 적이 아니었다.

 

 그것을 곧바로 깨달은 방석이 질문을 던졌다.

 

 “누, 누구십니까? 저, 저희는 가진 게 없습니다.”

 

 괴한의 정체를 알 길이 없던 방석은 그 정체가 강도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정체는 금전에 굶주린 도적 따위가 아니었다.

 

 “하하! 가진 건 없어도 돼! 나 오돈에게 돈은 차고 넘치니까! 내가 이 생고생을 하며 이런 험한 산을 오른 건 이 두 녀석 때문이니까!”

 

 비단 옷을 입은 가장 만만해 보이는 남자가 광적으로 웃어댔다.

 

 오돈.

 

 송이와 철수에게서 들은 이름이었다.

 

 분명히 마귀에게서 송이를 구매하기로 했던 귀족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귀족이 왜 여기에?

 

 개똥은 심히 당황스러웠다.

 

 “이거 놔! 이 새끼야!”

 

 철수가 강렬히 저항을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그것은 별 소용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오돈의 부하 중 한 명이 명령을 기다렸고, 오돈은 이 상황만 기다렸다는 듯이 음흉하고 키득댔다.

 

 “일단은… 조금 으슥한 곳으로 가는 게 좋겠구나. 그래, 아까 이곳으로 돌아올 때 있었던 대나무 숲! 거기로 가는 게 좋겠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예상할 수 없었다.

 

 다행히 당장 이상한 짓거리를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 두 놈은 어떡할까요?”

 

 다른 부하가 개똥과 방석을 가리키며 물었다.

 

 방석의 몸이 조금 움찔했다.

 

 “글쎄. 특별히 관심은 없다만, 고작 노비들 따위가 자유를 찾아 도망친다는 점이 마음에 안 들어. 너희 둘도 잠자코 따라오도록 해라. 관객이 있어야 작업도 재미난 법이지.”

 

 오돈의 눈빛에서 아득한 광기를 개똥은 눈치챘다.

 

 완전히 미친 놈이었다.

 

 그 광기는 눈빛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아래에도 광기가 부풀어 올랐다.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역겨웠다.

 

 “알겠습니다. 가자!”

 

 부하 중 한 명이 송이의 목덜미를 잡고 일어섰고, 송이는 힘없는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이미 만면에는 체념이 가득했다.

 

 개똥과 방석은 갑작스러온 방해꾼들의 뒤를 따르며 잠시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에는 당혹과 공포가 가득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9. 청이. 2022 / 2 / 28 188 0 13936   
21 2-8. 일몰. 2022 / 2 / 28 167 0 4417   
20 2-7. 행운. 2022 / 2 / 28 175 0 3995   
19 2-6. 적이. (1) 2022 / 2 / 28 205 0 4165   
18 2-5. 붕괴. 2022 / 2 / 18 179 0 4200   
17 2-4. 치욕. 2022 / 2 / 18 192 0 3614   
16 2-3. 조우. 2022 / 2 / 18 182 0 4551   
15 2-2. 공포. 2022 / 2 / 5 181 0 3437   
14 2-1. 추격. 2022 / 2 / 5 178 0 3716   
13 13. 불청객. 2022 / 1 / 29 189 0 4252   
12 12. 뒷일. 2022 / 1 / 29 187 0 3669   
11 11. 탈출. 2022 / 1 / 22 182 0 4492   
10 10. 희생. 2022 / 1 / 19 171 0 3303   
9 9. 종이배. 2022 / 1 / 19 180 0 4513   
8 8. 분열 2022 / 1 / 17 185 0 4768   
7 7. 그릇 2022 / 1 / 11 201 0 4100   
6 6. 계획 2022 / 1 / 11 187 0 4287   
5 5. 불개 2022 / 1 / 8 175 0 4190   
4 4. 마귀 2022 / 1 / 3 191 0 4648   
3 3. 암시장 2022 / 1 / 2 189 0 4403   
2 2. 가족 2021 / 12 / 29 206 0 3755   
1 1. 경산 2021 / 12 / 29 301 1 388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