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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14화
작성일 : 22-02-16 13:51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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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와 빌리의 깍지 낀 손을 억지로 떼어놓은 제혁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찐득하게 상기 된 제혁의 침잠한 눈이 멈춘 곳은 뜻밖에 레오였다.

 “레오 너, 일루 와봐.”

 제혁은 레오의 앙상하게 마른 한손을 끌어당겼다.

 잡아채는 커다란 그 손길이 몹시 거칠었다.

 레오를 데리고 간 제혁은 세워둔 차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멈췄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가 평소 레오를 대하는 태도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모를까 적어도 제혁은 눈앞의 레오를 대할 때만큼은 조심스런 유리그릇 다루듯 했으니까.

 레오를 향하는 그의 애잔한 눈길과 안쓰러운 손길에는 형성된 집안 분위기의 특성상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끈끈한 부정이 늘 스며있었다.

 어쨌거나 제혁에게는 하늘 아래 단 하나뿐인 자식이자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리고 그뿐이 아니었다.

 빤히 레오를 내려다보는 제혁의 벌겋게 달뜬 눈빛 또한 심상치 않았다.

 “레오! 아빠한테 솔직히 말해야해.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제혁의 음성은 엄중했다.

 “.....?”

 휘둥그레진 레오의 동공이 이리저리 불안하게 흔들렸다.

 것도 그럴 것이 아빠의 이런 모습은 레오에겐 난생처음 이었다.

 “이 일이 단순히 지나칠 문제가 결코 아니란 것. 너도 알고 있겠지?”

 제혁은 규정하듯 단정 지어 말했다.

 그의 뻗치는 서슬 퍼런 기세에 움츠린 레오는 겁에 질린 새끼토끼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제혁의 눈에는 이미 그 가련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야말로 제대로 충격을 받았다는 듯 내지는 심히 고통스러운 듯.

 순간순간 부유하는 동공이 탁한 안개 속을 걷듯 무력해보이기도 했다.

 거기에 그의 거친 호흡에 맞춘 두툼한 가슴이 수시로 크게 부풀었다 내려갔다 반복했다.

 제혁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제오후로 막 접어드려는 한낮, 나른함이 몰려오는 두어 시경이었나.

 긴 시간 끝에 드디어 희소가 정신을 차렸다.

 간밤을 세우다시피한 그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희소는 자신의 두 손을 싸맨 붕대를 보고 실감하지 못한 듯 멍했다.

 하지만 이내 체념의 눈짓을 끔뻑였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수긍이었다.

 되레 당황한 그들이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희소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제혁이 2차 감염방지를 위한 드레싱을 마치자 어젯밤부터 이어진 여파도 한풀 꺾이고 덩달아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백흠이 나섰다.

 “자자, 다들 고생했어. 희소가 빨리 의식이 돌아와서 다행이야. 내가 말했지? 희소는 강한 아이라고. 이제 남은 일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야. 인내의 시간이야. 모두를 좀 쉬어. 들어가서 눈도 좀 붙이고.”

 백흠의 지시로 잠이 든 희소를 남겨두고 각자 휴식에 들었다.

 만일을 대비하여 제혁이 방문을 삐죽 열고 눈을 붙이기로 자청했다.

 과도한 신체외상을 입거나 특히 절단의 경우 정신이 들고 난후 말초신경의 기억으로 발작 같은 간헐적 쇼크가 오곤 하니까.

 팔짱을 낀 채 제혁은 침대에서 문밖을 향해 모로 누웠다.

 고요함이 엄습하자 저도 모르게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잠시 깜빡 잠이 들었던가.

 어느 순간.

 자박자박.

 살금살금.

 소리를 죽이려 애쓰는 앙증맞은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무심결에 제혁은 레오와 빌리를 떠올렸다.

 별장 도착 후 둘은 찰거머리처럼 줄곧 붙어 다녔다.

 그런데 전해지는 발소리의 주인은 두 명이 아니라 한명이었다.

 ‘......누구지?’

 누가 저렇게 도둑고양이처럼 집안을 활보하나 싶은 궁금함에 제혁은 눈을 뜨려했다.

 그러나 막 단잠으로 접어든 달콤한 유혹에 빠진 눈꺼풀은 뜨기가 힘겨웠다.

 무엇보다 아무렴 그딴 게 뭐 중요한가 싶기도 했다.

 파르르.......

 무거워진 눈꺼풀을 들썩이다 말려는 그때.

 제혁의 눈앞에서 흐릿한 것이 멈춘 듯 어른거렸다.

 느낌이 이상했다.

 뒷골이 선연한 묘한 섬뜩함이었다.

 제혁이 번쩍 눈을 떴다.

 그 순간 제혁이 본 것은 잠이 든 희소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닥거리는 아이.

 그 아이는 레오였다.

 설핏 든 옅은 낮잠에서 깨긴 했지만 자신이 본 아이는 분명히 레오가 맞았다.

 양 손바닥을 둥글게 모은 레오는 한참을 희소의 귀에 대고 긴히 속삭였다.

 잠시 후 희소는 거짓말처럼 벌떡 몸을 일으켜 넋이 나간 모습으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레오의 눈높이로 허리를 구부린 제혁이 최대한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레오, 대체 왜 그랬니?”

 혼잣말처럼 뇌까리는 제혁의 얼굴이 스르르 일그러졌다.

 당장이라도 울듯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레오는 하얗게 질려있긴 해도 좀 전처럼 바들바들 떨지는 않았다.

 제혁을 올려다보는 말간 눈빛이 어찌 보면 천연덕스럽기까지 했다.

 ‘뭐야.......아니! 이 녀석.......보게?’

 레오의 당돌한 모습에 제혁은 움찔했다.

 이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헉!’

 저 눈빛.

 자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레오의 눈빛은 빌리를 너무나 닮아있었다.

 아아!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레오도 결국 빌리에게.......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단 말인가?

 제혁은 가슴 한가운데 큰 구멍이 뻥 뚫리는 듯했다.

 ‘그때. 피 터지는 전쟁을 해서라도 둘을 격리시키는 게 맞았던 거였어. 내가 너무 안이했어. 지나치게 내 입장만 생각 했던 거야.’

 제혁은 아들에 대한 자신의 무책임한 수수방관에 처음으로 뒤늦은 후회를 했다.

 제혁이 레오를 향해 했던 최초의 후회.

 하지만 그 후회가 처음이자 마지막후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은 제혁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자위했다.

 지금이야말로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기회일수 있다 믿었다.

 이 모든 것이 빌리의 조종이었다는 것만 밝혀진다면 말이다.

 차오르는 격앙과 희망을 억누르며 제혁은 힘겹게 낮추어 말했다.

 “레오. 괜찮아. 사실대로만 말하면 돼. 아빠를 믿어! 왜? 대체.......왜? 희소아줌마한테.......그랬지?”

 “......”

 레오는 답이 없었다.

 “괜찮아. 레오. 누가.......시켰지? 그렇지? 응?”

 레오의 미세한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으려 살피는 제혁의 목에 시퍼런 핏대가 불끈 섰다.

 휙 레오는 대답대신 반사적으로 빌리를 찾아 돌아보았다.

 그 행동에 고무 받은 제혁이 레오의 어깨를 부드럽게 돌려세웠다.

 자신도 재빨리 반대로 방향을 틀었다.

 제혁은 큰 덩치로 빌리와 레오사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듯 막아버렸다.

 그리고 속삭이듯 나지막이 말했다.

 “레오. 아빠만 봐. 아빠를 믿고 모든 걸 말하면 돼.”

 “아빠. 제가 그렇게 한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레오는 또박또박 말했다.

 “응! 그래. 맞아! 이유 그 이유가 뭐지? 자아 이제 아빠한테 말해보렴.”

 제혁이 아량 넓은 미소를 보였다.

 “아기 산양 시로가 배가 고파 구슬피 울었기 때문이에요.”

 “에? 그게.......뭔 소리냐?”

 “시로는 희소아줌마가 주는 먹이가 아니면 먹질 않아요. 쫄쫄 굶고 나타난 시로가 우리들이 주는 먹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울기만 했으니까요. 아기 산양 시로가 굶어 죽을까봐 너무 걱정됐어요. 그래서 희소아줌마에게 먹이를 좀 줄 수 있겠냐고 물어 보았던 거예요.”

 “허허, 참! 나.”

 제혁이 헛웃음을 쳤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몸이 성치 않은데다 한 손을 잃은 서투른 작두질에 희소가 중심을 잃고 말았다는 말이 되는 셈인가.

 반박은 고사하고 이건 뭐, 허무해할 가치도 없는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었다.

 이리되면 어젯밤 애초의 사건에 대한 진위를 물어야할 차례였다.

 그리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했다.

 제혁은 감정을 자제하며 레오에게 담담하게 반어법으로 물었다.

 “그것도 너니? 레오? 처음에 희소아줌마의 손을 다치게 한 범인이?”

 기초의학시간에 배웠던 신경정신과적 문제의 접근법의 기본.

 자신의 기억대로라면 반쯤 일체화가 된 객체를 주체로 분리할 때 쓰는 화법의 일종이었다.

 “아니요. 그건 제가 아니에요.”

 “.....!”

 옳거니, 마른입술을 핥는 제혁이 바짝 긴장했다.

 제혁의 의도대로라면 레오에게서 빌리를 견준 거짓은 없을 것이었다.

 이미 팽팽했던 중심축을 한쪽으로 몰아 둘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버렸으니까.

 “그건 시로 에요. 시로가 희소아줌마의 엉덩이를 뿔로 뻥 차버렸어요. 빌리와 저는 아줌마의 양쪽에서 무쇠작두 안으로 풀을 밀어 넣어주고 있었고요.”

 제혁은 대번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말은 믿을 수 없었다.

 왜냐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

 먼저 시로가 희소에게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고 야생이 아닌 가금인 시로의 뿔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떨떠름한 제혁의 표정을 본 레오가 말했다.

 “그 전에 시로의 우리 문을 열어도 된다고 허락하신 건 할아버지에요. 시로에게 진지하게 말을 걸어주고 함께 놀아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말을 걸다니?”

 “시로는 특별한 존재라서 우리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빌리는 말렸지만 제가 시로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게......”

 “그만해. 레오!”

 무언가를 말하려는 레오를 누군가 막았다.

 빌리였다.

 어느새 그들 가까이로 온 빌리와 윤선이 나란히 서 있었다.

 “다 제 탓이에요. 레오 잘못 없어요. 제가 그랬어요. 저를 벌하여 주세요.”

 빌리는 땅바닥에 풀썩 머리를 조아렸다.

 윤선이 그런 빌리를 퍼뜩 일으켜 세워 애잔한 눈빛으로 살뜰히 흙을 털어 주었다.

 

 제혁은 돌아섰다.

 축 처친 어깨로 쓸쓸히 걷는 그는 불현듯 아찔했다.

 쫑알쫑알 상황을 읊어대는 레오의 얼굴에서 분명 빌리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한 얼굴로 슬며시 다가와 자신을 훤히 들여다보듯 조롱 섞인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빌리.

 으으 흐.......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이런! 미친 애새끼들! 아주 쌍으로 미쳐 날뛰는 구나.”

 황망한 그의 표정에는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절망이 깊게 배어들었다.

 “아아! 세상이 어찌되려고 모두들 미쳐 돌아가는구나.”

 제혁은 홀로 차에 올라타 브레이크를 힘껏 밟으며 부르릉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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