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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13화
작성일 : 22-02-14 12:50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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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혁과 백흠이 재빨리 나서서 희소의 피범벅인 손을 응급처지 했다.

 둘 다 종목은 달라도 명색이 의사이지 않던가.

 우선 잘린 손마디를 찾아야했다.

 접합을 하려면 신경이 살아 있어야하기에 한시가 급했다.

 아이들에게 사고의 근원지를 물으려했다.

 그런데 함께 갔던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하얗게 질려있던 윤선이 두리번거렸다.

 “아이들! 아이들은 어디 갔죠?”

 그 물음에 답해 줄이는 아무도 없었다.

 윤선이 유모를 찾았지만 유모는 실신한 희소를 돌보느라 경황이 없었다.

 “짚이는 데가 있어. 저기로 가보자고.”

 백흠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자네는 희소 잘 지키고 있어. 쇼크오지 않게 적절히 조치하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염려 말고 다녀오세요. 박사님.”

 오랜 세월 손발을 맞춰 온 탓인지 희소의 체온을 체크하는 늙은 유모의 손길은 능수능란했다.

 “너희들은 따라와.”

 윤선과 제혁이 성큼성큼 앞서는 백흠의 뒤를 따랐다.

 팔순을 앞둔 노인답지 않은 힘찬 발걸음이었다.

 희소의 손이 잘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육장 귀퉁이의 넓은 목초창고.

 아니나 다를까 피 묻은 작두와 흥건히 흘러내려 마른 짚을 적신 핏자국이 낭자했다.

 그 양옆으로 레오가 빌리가 내팽개치듯 널브러져있었다.

 그 모습에 윤선이 경악했다.

 “오우! 맙소사!”

 아이들은 둘 다 정신을 잃고 실신해 있었다.

 “이런? 이 상처는 대체 어디서.......?”

 아이들을 하나씩 번갈아 살피며 매만지는 제혁이 웅얼거렸다.

 군데군데 보이는 찰과상이 뭔가에 심하게 부딪혀 긁힌 듯 보였다.

 “여보 어때요? 아이들 괜찮은 것 같아요? 네? 별일 없겠죠?”

 “글쎄? 자세한 거야 좀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호흡은 정상인 것 같긴 한데.”

 “오오, 제발.”

 윤선이 양손을 모아 잡았다.

 초조와 당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제혁과 윤선에게 백흠이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자자! 둘 다 진정하고. 강 원장은 맥박호흡 아이들 상태부터 점검해. 그리고 윤선이는 나하고 희소 손마디부터 찾아보자꾸나.”

 “아? 네에, 아빠.”

 제혁은 아이 둘을 양팔에 끼고 먼저 창고를 떠났다.

 백흠 부녀는 작두가 놓인 곳을 기점으로 반경을 넓혀가며 목초창고를 헤집고 다녔다.

 그런데 바닥까지 샅샅이 뒤졌건만 희소의 잘린 손마디는 어디에도 없었다.

 엄지와 약지를 빼고 세 개나 잘려나간 성인의 손마디.

 “그게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더냐? 거참! 으흠.”

 오리무중인 이 상황에 심기가 불편해진 백흠의 미간이 꿈틀 일렁였다.

 얼마 후 뭔가를 본 백흠이 창고의 한쪽 귀퉁이로 갔다.

 뚜벅뚜벅 백흠이 멈춰 선 곳은 어른의 배꼽 언저리쯤 오는 나지막한 나무문 앞이었다.

 그 나무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백흠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아빠 왜 그러세요?”

 “여기 있던 시로가 없어졌구나.”

 “시로.......라면?”

 “응. 맞다.”

 시로는 몇해전 베고픔을 견디지 못한 출산을 앞둔 야생산양이 별장기슭에 나타나 남겼던 새끼였다.

 “아빠! 시로가 탈출을 한 걸까요?”

 순간 윤선은 탈출하려는 시로의 난동으로 이런 초유의 사태가 초래되지 않았을까 추론하는 듯했다.

 그런데 백흠이 완강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일급이라는 산양.

 산양은 일생동안 서식지를 떠나지 않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고 했다.

 더구나 어미 없는 시로는 희소가 새끼 때부터 품에 안고우유를 먹여가며 살뜰히 보살폈다.

 까닭에 시로는 희소를 어미로 여기고 따를 정도라고 했다.

 그런 연유로 시로를 사육장이 아닌 희소가 주로 머무는 이곳에 둔 것 이라했다.

 한참을 더 목초창고를 수색했지만 희소의 손마디는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결국 빈손으로 백흠 부녀는 터덜터덜 허망하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윤선부부의 일정이 변경되었다.

 금요일이던 그날 밤.

 백흠의 생활균형을 배려하여 밤늦게라도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계획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주말동안 별장에 남아 사태추이와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백흠의 권유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만일을 대비해야했다.

 희소를 치료하기 위해 신경외과의사가 다녀갔지만 그녀는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백흠 보다는 상대적으로 젊은 의사인 제혁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오와 빌리 둘의 외견상의 찰과상은 큰 문제가 없었다.

 2차감염이나 덧나지 않게 처치하여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질 터였다.

 하지만 좀체 안정을 못하는 아이들의 충격이 꽤 큰듯했다.

 거의 동시에 깨어난 레오와 빌리는 서로 부둥켜 앉고 한동안 사시나무 떨듯 부들거렸다.

 “레오, 빌리. 무슨 일이.......있었던 거니?”

 “으악!”

 “으윽!”

 조심스럽게 묻는 윤선의 말에 아이들은 고개를 처박고 경기를 일으키려했다.

 그러자 백흠이 나섰다.

 “서두르지 마라. 사건을 되짚어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만 아이들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해. 그게 최우선이야. 되도록 자극하지 말고 아이들 마음을 안정시키도록 해.”

 백흠은 이어 윤선부부에게 말했다.

 “그런 다음 어지간한 것은 여기서 다 풀고 가는 게 좋아. 현장에서의 정리와 해소가 몹시 중요해. 그래야 나중에라도 덧나지 않아. 놀란 어린것들이 뭘 알까? 사건의 내막이야 희소가 깨어나면 소상히 일러줄 거야. 말은 못해도 눈썰미가 뛰어나고 사태파악도 빠른 아주 영민한 아이니까.”

 첫 번째 지적은 두 아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겨냥한 발언 인듯했다.

 과거 아동임상병리학회 고문을 지냈던 이력이 있는 백흠다운 견해였다.

 그리고 두 번째 지적은 낙관하듯 희소에게 거는 희망어린 기대였다.

 그에 윤선과 제혁이 희소의 붕대가 감긴 왼손을 쳐다보았다.

 한쪽뿐인 손으로 수화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부부가 동시에 가지는 듯했다.

 유모가 말했다.

 “레오엄마 걱정 말어. 희소는 수화보다는 글을 써서 제 뜻을 전달하는데 훨씬 익숙해. 수화를 하면 내가 반밖에 못 알아먹거든. 노인네인 내게 수화는 너무 어려워. 무슨 말을 하는지.......당최 헛갈려서 말이야.”

 희소의 성한 오른손을 매만지며 유모는 담담하게 말했다.

 답답하고 속 타는 마음이야 이 자리 누군들 아닐까.

 하지만 희소의 친엄마이자 유일한 보호자인 유모.

 젊은 날 어디선가 잉태하여 별장에서 낳고 기른 홀 엄마가 저렇듯 침착하니 다들 내색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또 한바탕의 소란이 일어났다.

 병상에 누워있어야 할 희소가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성치도 않은 몸으로 대체 어디를 갔단 말인가?

 그때.

 왈왈.

 으르릉, 왈왈.

 무언가를 알리듯 격하게 짖는 노령견 순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들 순이의 소리를 쫓아 우르르 달려갔다.

 이번에도 목초창고였다.

 건초와 과일 나부랭이들이 어지러이 헤집어 흩어져있는 창고의 양쪽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스산한 낌새가 이상했다.

 “자! 잠깐! 여기서 기다려요.”

 제혁이 유모와 윤선을 두 손으로 제지하며 혼자서 들어섰다.

 “헉!”

 발을 내딛자마자 휘청하는 제혁이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도 별수 없이 비명을 터트리고 말았다.

 “으 으윽!”

 너무나도 끔찍한 장면이었다.

 성한 나머지 오른손마저 말끔하게 절단 된 희소가 작두 앞에 코를 박고 쓰러져있었다.

 “아이들! 아이들은 못 보게 해야 해.”

 저만치서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오는 레오와 빌리를 발견한 윤선이 혼비백산하여 아이들에게로 달려갔다.

 엉금엉금 제혁은 기어서 희소에게로 다가갔다.

 어느새 유모는 자신의 광목앞치마를 벗어 희소의 오른손을 감싸고 있었다.

 뚝뚝 늙은 유모의 눈에서는 진득한 소리 없는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음매음매.

 푸우.......푸우.

 언제 돌아왔는지 산양 시로는 마른 짚이 깔린 구석에서 불안정한 콧김을 푹푹 내뿜고 있었다.

 그 사이 백흠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는 순이에게 끌려 어딘가로 갔다.

 노령견 순이가 출산할 때 사용했던 모퉁이 외진 곳에 둔 까만 천을 덮은 개집.

 그 안에 시커멓게 색이바랜 희소의 손마디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얼마 후.

 윤선과 아이 둘을 실은 제혁의 승용차가 별장의 소로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한시바삐 이곳을 떠나라는 백흠의 긴급지시였다.

 연신 질퍽한 눈물이 고이는 퉁퉁 부어오른 유모의 두 눈.

 깊은 절망에 빠진 듯 급격히 어두워진 백흠의 음영이 드리워진 눈가.

 붕대에 감겨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두 손을 치켜들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희소.

 낑낑대는 노령견 순이는 현관문 앞을 떠나지 않고 서성거렸다.

 어제보다 가일층 살벌해진 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극심한 아노미상태.

 균열을 넘어선 혼란의 도가니가 따로 없었다.

 “나머지는 내게 맡기고 어서들 가! 여기일일랑은 일절 내색 말고 출발해. 뒷일 따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꿈에도 생각 말어라. 어떻게 하든 아이들이나 잘 지켜.”

 엄중한 표정과 음성으로 백흠은 그들의 출발을 재촉했다.

 별장을 완전히 벗어나고도 얼마쯤이나 달렸을까.

 턱을 괴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윤선과 달리 시종일관 화난 듯 굳은 얼굴로 운전을 하던 제혁이 돌연 핸들을 꺾어 차를 한쪽 갓길에 세웠다.

 운전석에서 내린 제혁이 차 뒷문을 열고 레오와 빌리를 불렀다.

 “둘 다 내려!”

 제혁의 거친 목소리에 깍지 낀 손을 잡고 있던 레오와 빌리가 움찔했다.

 “이 상태 이대로 집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미리 말하는데 있었던 대로! 본 그대로! 둘 다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얼음 짱 같은 제혁의 표정에 레오와 빌리가 동시에 윤선을 보았다.

 그러나 조수석의 윤선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내리라는 말 안 들려?”

 둘은 여전히 두 손을 꽉 잡은 채 엉거주춤 뒷좌석에서 내렸다.

 “너 둘. 그 손 뭐야? 언제부터 깍지지 아니잖아?”

 제혁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러고 보니 별장으로 출발하던 그때만 해도 둘은 맹숭맹숭했다.

 서로의 몸이 닫지 않으려 최대한 표 나지 않는 선에서 간격을 유지하려 애썼다.

 어느 순간 둘은 껌 딱지처럼 달라붙어 있는가하면 꽉 잡은 두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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