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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진 기억 속의 그대
작가 : 춘시기
작품등록일 : 2022.2.1

르미에르 클라크.
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전쟁영웅.
그런 르미에르에게 내려진 주군의 특명.
“클라크경. 적국 레어티스의 사라진 황제를 찾아와.”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뻔한 작업멘트야?"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국의 황제.
그리고 르미를 휘감는 신경쓰이는 남자들

 
8. 조용한 마탑의 에던
작성일 : 22-02-13 21:11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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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의 나무들에는 꽃봉오리가 맺혀있었고, 이제는 따스해진 바람이 열린 창문을 타고서 살금살금 불고 있었다.

 

 르미는 레어티스 폐황제에 관련된 자료를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짐을 챙겼다.

 

 사실 폐황제에 관련된 정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없앴는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네이 페르젠 레어티스.

 

 백색 머리칼, 검은색 눈동자, 뛰어난 마검사에 표정 변화 없음.

 

 키는 185mm 정도, 흰 피부, 낮은 목소리, 날카로운 눈매, 높은 코, 단단한 몸…

 

 흠… 기대되는데?

 

 아니, 이게 아니지.

 

 첫 번째 황위 계승자였던 사촌 형 쪽이 의심되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짙은 푸른색 머리칼에 황족의 특징인 검은색 눈이었는데.

 

 제.. 젠…

 

 그자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 공존의 탑이었다지.’

 

 공존의 탑.

 

 역대 최고의 마법사들이 모여있는 곳.

 

 새로운 마법이 창조되는 곳이자 마탑들을 관리하는 마법 세계의 가장 높은 곳.

 

 공존의 탑에 가기 위해서는 공존의 탑에서 인정받은 마법사의 보증이 필요하다.

 

 테니아 제국에는 수도와 가까운 중앙과 제국 외곽 바닷가 각각 두 곳에 마탑이 있다.

 

 르미가 알고 있는 가장 뛰어난 마법사는 스스로 마탑주라 소개한 에던.

 

 에던이 정말로 마탑주라면 분명 공존의 탑으로 갈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투박한 탑.

 

 그에 비해 유난히 커 보이는 육중한 문.

 

 르미는 그 앞에 서서 깊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는 정신 차리고 진지하게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저번처럼 편안하고 흐트러진 자세는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마음을 가라앉힌 후 손을 들어 노크를 하려는 순간,

 

 스르륵

 

 문이 열렸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탑 안으로 들어가기 전 르미는 안쪽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아직 태양이 높게 떠있는 밖과는 다르게 탑 안의 창문들로 보이는 풍경은 어두웠다.

 

 어둠이 내려앉은 산과 들.

 

 그 위로 희미하게 빛나는 아주 작은 별들.

 

 그리고 푸른색의 커다란 초승달.

 

 햇빛을 받았을 때에는 붉은빛으로 반짝이던 크림색 대리석들이 지금은 희미하게 달빛을 반사해 하얗게 보였다.

 

 처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면 오직 적막뿐이었다.

 

 반쯤 열려있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발짝 들여놓았을 뿐인데 방금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서늘한 공기와 고요함, 그리고 옅은 달빛만이 감싸고 있는 어둠.

 

 하지만 르미는 멈추지 않고 마탑의 홀로 들어갔다.

 

 멈출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서서히 닫기는 문에서 신경을 걷을 수는 없었다.

 

 봄이 만연한 한낮의 햇살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홀의 중앙까지 왔을 때, 마지막 남은 햇살 한 줄기마저 모두 사라졌다.

 

 희미하게 들려오던 새소리와 잔잔한 바람 소리와 함께.

 

 문은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굳게 닫혔고, 서늘함만이 남은 공기 사이로 계단을 올라 전에 들어갔던 문 앞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전에는 화려하다고 생각했던 문에 새겨진 무늬들이 어째서인지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도 르미가 노크를 하려 하자 문 손잡이가 조용히 돌아가더니 문이 열렸다.

 

 여전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서재.

 

 하지만 서재 역시 전과는 달랐다.

 

 마치 생기가 사라진 듯했다.

 

 더 이상 허공에는 책이 떠다니지 않았고, 석판은 어떠한 메모의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서재의 창밖에는 마찬가지로 내려앉은 어둠 위에 푸른 초승달 만이 있었으며, 서재를 밝히는 유일한 빛이 되어 주었다.

 

 서재를 둘러보았지만 에던은 없었다.

 

 이제는 에던을 찾아야 할 때였다.

 

 만약 부른다면 어디에든 나타나 줄 것만 같은 소년.

 

 이유는 몰랐으나 그럴 것만 같았다.

 

 “에던.”

 

 탁

 

 뒤에서 문 닫기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네, 누나.”

 

 평온한 듯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르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마치 창문 밖의 어둠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짙은 남색의 두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머리칼이 푸르게 보였다.

 

 입에는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진실된 웃음은 아니었다.

 

 “이곳에는 너 혼자 뿐이니?”

 

 “글쎄요.”

 

 애매하고 성의 없는 대답.

 

 며칠 전 방문했을 때에는 탑의 문 앞에서 맞아주더니 오늘은 부르기 전에는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부탁이 있어서 왔어.”

 

 “그 부탁 들어주기 힘들 것 같아요.”

 

 잔잔하던 르미의 마음이 차갑게 차올랐다.

 

 무엇인지 듣지도 않고 거절부터 하다니.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물었다.

 

 “나한테 화났니?”

 

 “화나지 않았어요.”

 

 가면을 쓴 것 같은 얼굴로 평온히 말하는 에던의 모습에 화가 났다.

 

 하지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이곳에 온 목적은 감정을 내세우기 위한 게 아니다.

 

 그러나 차갑게 나오는 사무적인 목소리만은 어찌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협조해 줘야겠습니다, 마탑주님.”

 

 들리는 대답이 없자, 르미는 이어서 말했다.

 

 “황명을 받은 나, 르미에르 클라크를 공존의 탑으로 안내하세요.”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겠어요.”

 

 순간 뜨거움이 르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왜?”

 

 “폐황제를 찾으러 가는 것이라면, 저는 협조할 수 없어요. 누나.”

 

 가만히 내쉬던 숨이 거칠어졌다.

 

 “왜지? 너는 폐황제와 한패인가?”

 

 그러자 에던은 슬픈 듯한 표정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가 다시 방금의 가면을 쓴 것 같은 미소로 돌아왔다.

 

 “저는 누구의 패도 아니에요.

 

 그저, 에덴일 뿐이죠.”

 

 “황명이 데도 거절할 샘이야?”

 

 “감히 황제라 해도, 싫습니다.”

 

 에덴이 자신의 부탁도, 황제의 명령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화가 머리끝까지 난 르미는 발을 소리 나게 쿵쿵 걸으며 거칠게 에던을 밀치고 문 손잡이를 잡아 획 열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고개를 획 돌렸다.

 

 에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채였다.

 

 에던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끌자 에던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거야?

 

 아니면 네 심기를 거슬렀니?”

 

 “심기라… 아뇨.

 

 전 그저 누나가 그자를 찾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텐도 그러더니 에덴도?’

 

 “다들 왜 나한테 폐황제를 찾지 말라고 하는 거야?”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치듯 말하자 대리석 같던 에던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르미는 그 이유가 자신이 큰 소리를 냈기 때문이라 생각했으나, 이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저 말고 다른 누군가가 또 있었나요?

 

 누나가 폐황제 찾는 것을 말렸던 분이.”

 

 대화가 자꾸 엇나가는 기분이었다.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왜 폐황제와 관련된 일에 부정적인 거지?”

 

 “그야…”

 

 에던은 말을 잊지 못했다.

 

 “내가 널 좋아했으면 좋겠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낯부끄러운 말이었지만, 초면에 자신 경계심 없이 대할 정도로 부드러웠던 그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는 마음속이 혼란스러워서, 슬퍼져서.

 

 감정에 휩슬리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 왜 이렇게 마음이 시린지 알 수 없었다.

 

 첫 만남에서의 에던이 편안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오랜 친구에게서도 느끼기 힘든 이 감정의 깊이는 뭘까.

 

 이제 겨우 두 번 보았을 소년에게 왜 이렇게 격한 감정을 느끼는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누군가를 대한 것이 처음이었지만, 아니 잠깐.

 

 처음이 맞았던가?

 

 전에도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것만 같은 기억이…

 

 온통 자신에게만 집중하다가 갑자기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한 르미의 모습에 에던은 동요해 버리고 말았다.

 

 가면은 벗겨지고 초조함이 눈에 깃들었다.

 

 “누나, 여전히 누나의 애정만이 저를 움직이게 해요.

 

 하지만 이번 일은 도와드릴 수 없어요.

 

 그자를 만나고자 하는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할게요.

 

 하지만 제 앞에서 그자 얘기만은 하지 말아요.”

 

 에덴의 변화에 수면 위로 떠오를 듯 말 듯한 기억은 다시 저 깊이 잠겨버리고 말았다.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며칠 전 보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조금은 기쁜 마음에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공존의 탑으로 가는 이유가 폐황제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자를 찾으러 가는 거거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며 르미는 자신 있게 말했으나,

 

 “소용없어요, 누나.”

 

 ‘쳇. 눈치도 빠르네.’

 

 에덴을 통해 갈 수 없다면, 공존의 탑에 가기 위해 황제의 권력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 * *

 

 

 

 넷은 끊임없이 말했다.

 

 몇 번이나 경고를 했지만 틈만 보이면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통에 이제는 무시하기로 했다.

 

 쉰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말을 많이 해서 정말로 묵이 쉬었기 때문이라고 다니는 생각 했다.

 

 둘은 밤새 걸었고, 새벽 동이 틀 때가 되어서야 마을을 벗어났다.

 

 “형씨, 이 마을 이름이 어네지 인 거 알고 있어?

 

 시골 촌구석 마을 치고는 이름에 뜻까지 있다고.

 

 눈으로 덮인… 뭐 그런 뜻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로 내가 여기 와서 눈이 안 내리던 날을 본 게 손에 꼽는다니까?”

 

 넷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꽤 쓸모 있는 정보였다.

 

 실제로 마을 경계를 벗어나면서 쌓여있던 눈이 눈에 띄게 줄었다.

 

 “얼마나 가야 하지?”

 

 밤새도록 혼자 떠들다가 비로소 다니가 입을 열자 넷은 신이 난 듯 더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나는 밤새 추위에 형씨 입이 얼어붙은 줄 알았잖아!

 

 사실 말이야, 공존의 탑은 마법으로 도시 하나는 가볍게 부술 정도가 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그렇지만 우린 마법과 전혀 안 친하잖아?

 

 아, 혹시 형씨 숨겨둔 마법 실력이라도 있는 건 아니지?

 

 마법을 못하면 높으신 귀족 나으리 정도는 되어야 어떻게 방문 요청이라도 하지만 나는 너무 평범하거든.

 

 게다가 우리가 지금 발붙이고 있는 행성은 아케르 나르인데, 공존의 탑은 행성 아지메크에 있잖아.

 

 행성과 행성을 넘어가려면 보통 게이트를 타고 가지만 난 그만한 돈이 없어.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다른 길로 갈 거야.

 

 아케르 나르에서 한 번에 공존의 탑까지 갈 수 있는 곳으로.”

 

 쉬지 않고 떠들던 넷은 다니를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마치 ‘그곳은 어딘데?’라는 질문을 원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니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넷은 실망하지 않고 들뜬 듯이 말했다.

 

 “바로 우주 최대 지하도시,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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