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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진 기억 속의 그대
작가 : 춘시기
작품등록일 : 2022.2.1

르미에르 클라크.
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전쟁영웅.
그런 르미에르에게 내려진 주군의 특명.
“클라크경. 적국 레어티스의 사라진 황제를 찾아와.”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뻔한 작업멘트야?"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국의 황제.
그리고 르미를 휘감는 신경쓰이는 남자들

 
7. 산책
작성일 : 22-02-12 23:32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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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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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눈이 쌓이고 있는 길을 걸으며 사내는 한동안 조용히 앞장서서 걸을 뿐이었다.

 

 사내는 다니와 함께 걷기 시작했을 때 다니의 소리 없는 발소리 때문에 몇 번이나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섯 발자국 뒤에서 싸늘히 노려보는 푸른 눈동자 만을 볼 수 있었다.

 

 확인할 때마다 정확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다.

 

 달이 지평선에서 올라와 머리 위에 뜰만큼 시간이 지나자 슬슬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난 네이슨이야, 형씨.

 

 넷이라고 불러줘.”

 

 뒤에서 들리는 대답이 없자 눈치를 보던 넷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형씨 이름은 뭐야?”

 

 역시나 들리는 소리는 넷이 눈을 밟는 소리뿐이었다.

 

 아까와 같은 제지가 없자 넷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형씨, 연금술사를 만나고 왔지?

 

 주점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썩 기분 좋은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넷은 고개를 뒤로 돌린 채 다니와의 거리까지 좁혔다.

 

 “마음에 안 드는 녀석 따위, 해치워 버리고 가는 게 어때?

 

 탑으로 출발하면 다시 돌아오긴 힘들 거 아니야.”

 

 달빛을 받은 넷의 세로로 찢어진 초록색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빛났다.

 

 사실 다니는 연금술사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짜증 나는 작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 충동이 들 정도로 성급한 성격도 아닐뿐더러, 보기만 해도 화가 날 것만 같은 그 얼굴을 다시 마주하기 싫었다.

 

 무엇보다 연금술사에게 도움을 받는 대신 거래한 것이 생각났다.

 

 딱 한 번 그자의 부탁을 들어줄 것.

 

 그 부탁이 무엇이든.

 

 연금술사의 부탁을 들어줄 때까지 끝나지 않으며, 연금술사의 부탁을 거절하는 즉시 다니의 목숨을 끊는 마법의 맹약까지 했으니, 가능하면 보고 싶지 않았다.

 

 마법의 맹약은 다니의 검은 단검에 걸려있으며, 때문에 단검은 다니에게서 2미터 이상 떨어지면 다시 다니의 왼손으로 돌아왔다.

 

 “닥쳐.

 

 한 마디만 더 하면 턱을 부숴주지.”

 

 다니가 싸늘하게 경고하자 넷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다섯 발자국 이상의 거리를 벌렸다.

 

 아까와 같은 번들거림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욕망이 잔잔하게 깔린 초록색 눈을 가늘게 뜬 채.

 

 

 

 * * *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며 서재를 노랗게 물들였다.

 

 “… 미혼에 다른 형제자매가 없기 때문에 첫 번째 황위 계승자는 다네이 페르젠 레어티스 황제의 사촌 형이야. 이름이 시아~~"

 

 해가 구름 사이로 쏟아짐과 동시에 노랗게 물든 텐의 머리칼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팔린 르미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외동에… 사촌 형이… 있구나.’

 

 “르미, 집중 안돼?”

 

 르미가 무엇에 넋이 나갔는지 알아챈 텐은 삐뚜름하게 웃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르미는 이마를 짚으며 자책했다.

 

 “하, 내가 왜 이러지.”

 

 “그러게.

 

 집중력 하면 아카데미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잖아.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거야?”

 

 질문과 동시에 텐은 슬며시 르미와 거리를 좁히려 했으나 르미는 좁혀오는 거리만큼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르미의 동공이 흔들리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 작은 떨림을 재미있다는 바라보던 보랏빛 눈동자가 서서히 내려가더니 돌연 욕망으로 가라앉았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눈빛.

 

 “집중이 안된다면 우리 다른 거 할까?”

 

 머릿속이 엉망이 된 채 얕은 숨을 쉬고 있던 르미의 머릿속에 빛이 번쩍 내리쳤다.

 

 텐의 눈빛이 향하는 곳, 꼭 다물고 있는 꼭 다물고 있는 입술이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이마에 닿았던 촉촉한 감촉이 르미의 입술 위에서 느껴질 것만 같았다.

 

 텐을 밀어내야 했지만, 아니 밀어내야만 하는 걸까?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음에도 아름다운 저 입술은 지금 텐에게서 풍겨오는 향기보다 더 달콤하지 않을까?

 

 이성과 욕망이 르미의 머릿속에서 정신없이 부딪히며 폭발하고 있었다.

 

 르미에게서 아무 반응이 없자 텐은 마치 허락을 구하듯 다시 눈을 마주 보았다.

 

 여전히 갈망으로 가라앉은 채였다.

 

 “응?”

 

 흩어지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르미는 아주 작게 되물었다.

 

 “다른 거… 뭘 하고 싶은데?”

 

 언제부터 심장소리가 귀에서 쿵쿵 울려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침 삼키는 것조차 잊을 만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럼에도 르미는 텐의 강렬한 눈빛에 사로잡힌 듯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로의 숨이 섞일 듯 말 듯 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텐의 눈동자는 까맣게 점멸하는 듯하더니 이내 원래의 밝은 보랏빛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평소보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책”

 

 사실 텐은 당장이라도 르미의 입술을 머금고 싶었다.

 

 저 붉은 입술에서는 어떤 과일보다도 좋은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언제 맛을 보아도 부족할 그런 달콤함.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은.

 

 섣불리 행동해서 르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분위기와 순간의 감정 때문에 키스하는 것이 아닌, 르미가 진심으로 그를 원할 때.

 

 텐은 르미가 자신을 온 마음을 다해 원하기를 바랐다.

 

 아니, 그렇게 할 것이었다.

 

 

 

 “텐, 저것 봐!

 

 어린아이들이 붉은 포니테일 가발을 쓰고 다녀!”

 

 아까의 떨리는 분위기를 언제 잊어버렸는지, 르미는 신이 나서 축제가 한창인 도시의 거리를 구경했다.

 

 상점가에서는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상품들이 넘쳐났고, 무엇보다 전쟁 영웅과 관련된 기념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르미의 머리색과 비슷한 붉은 가발, 르미가 평소 즐겨 입던 흰 제복, 금색과 푸른색이 섞인 망토, 르미의 눈동자 색을 닮은 황금빛 보석들.

 

 음악가들은 광장, 거리, 주점을 가리지 않고 연주를 했으며, 극장에서는 전쟁 영웅을 주제로 한 공연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분수 앞에서 하는 작은 인형극에서도 붉은 머리에 노란 눈을 하고 있는 인형이 신나게 돌아다녔다.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청명하게 울려 퍼지고, 음악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어느새 길거리에서 팔고 있던 기념품들을 잔뜩 몸에 걸치고서 뛰어오는 르미를 보며 텐은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슬며시 손으로 입가를 가린 후 신나게 재잘거리는 르미를 바라보았다.

 

 “텐 이 망토 퀄리티가 대단해!

 

 내 망토랑 정말 비슷하다니까?

 

 그런데 제복은 좀 별로다.

 

 맵시도 이상하고 문양 색이 너무 탁하잖아.

 

 금색이 아니라 사막의 모래색이야.

 

 너도 이 가발 좀 써봐!

 

 그리고 이건 선물.”

 

 언제 들고 왔는지 모를 붉은 포니테일 가발을 아무렇게나 텐의 머리 위에 얹어놓은 르미는 텐의 손 위에 차가운 금속의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반응을 기대하듯 금안을 빛내며 잔뜩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 없었던 텐은 선물을 보지도 않고 입을 열어버렸다.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그러자 르미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보지도 않고?”

 

 그제야 텐은 자신의 손 위의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르미의 눈 색과 닮은 연한 황금빛 토파즈의 브로치.

 

 토파즈 주변을 로즈 골드 빛깔의 금속이 아름답게 휘감고 있었다.

 

 다시 르미와 눈을 맞춘 텐은 진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널 닮아서 좋다.”

 

 그 말을 들은 르미는 얼굴을 살짝 붉힌 채 다시 앞장서서 걸었다.

 

 둘은 저녁노을을 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셨고, 짙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보며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휴가의 마지막 날로 완벽했다.

 

 

 

 창밖의 나무들에는 꽃봉오리가 맺혀있었고, 이제는 따스해진 바람이 열린 창문을 타고서 살금살금 불고 있었다.

 

 르미는 레어티스 폐황제에 관련된 자료를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짐을 챙겼다.

 

 사실 폐황제에 관련된 정보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없앴는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네이 페르젠 레어티스.

 

 백색 머리칼, 검은색 눈동자, 뛰어난 마검사에 표정 변화 없음.

 

 키는 185mm 정도, 흰 피부, 낮은 목소리, 날카로운 눈매, 높은 코, 단단한 몸…

 

 흠… 기대되는데?

 

 아니, 이게 아니지.

 

 첫 번째 황위 계승자였던 사촌 형 쪽이 의심되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짙은 푸른색 머리칼에 황족의 특징인 검은색 눈이었는데.

 

 제.. 젠…

 

 그자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 공존의 탑이었다지.’

 

 공존의 탑.

 

 역대 최고의 마법사들이 모여있는 곳.

 

 새로운 마법이 창조되는 곳이자 마탑들을 관리하는 마법 세계의 가장 높은 곳.

 

 공존의 탑에 가기 위해서는 공존의 탑에서 인정받은 마법사의 보증이 필요하다.

 

 르미가 알고 있는 가장 뛰어난 마법사는 스스로 마탑주라 소개한 에던.

 

 테니아 제국에는 수도와 가까운 중앙과 제국 외곽 바닷가 각각 두 곳에 마탑이 있다.

 

 에던이 정말로 마탑주라면 분명 공존의 탑으로 갈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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