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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진 기억 속의 그대
작가 : 춘시기
작품등록일 : 2022.2.1

르미에르 클라크.
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전쟁영웅.
그런 르미에르에게 내려진 주군의 특명.
“클라크경. 적국 레어티스의 사라진 황제를 찾아와.”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뻔한 작업멘트야?"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국의 황제.
그리고 르미를 휘감는 신경쓰이는 남자들

 
6. 후드를 쓴 사내
작성일 : 22-02-10 22:02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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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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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바뀐 모습에 당황한 르미는 얼른 화제를 바꿨다.

 

 “이 자료부터 읽고 나서 나가자.

 

 괜찮지?”

 

 텐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다시 자료 뭉치를 잡아당겨 보았다.

 

 이번에는 부드럽게 텐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르미는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턱

 

 하지만 무언가에 걸려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아직도 무표정한 얼굴인 텐의 얼굴을 지나 조금 더 위를 보았다.

 

 텐의 기다란 팔이 문을 잡고 있었다.

 

 르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텐, 뭐 하는 거야.

 

 오늘따라 왜 그래?

 

 조울증이라도 있는 거야?”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던 텐의 입이 움직였다.

 

 “… 내가”

 

 “네가 뭐?”

 

 조금 화난 듯한 어조에 텐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내가 설명해 줄게. 그 자료들.”

 

 “좋아. 대신 오늘 네 상태가 왜 그런 지부터 설명을 들어야겠어.

 

 너 오늘 좀…. 낯설어.”

 

 그러자 텐이 보랏빛 눈알을 또르르 굴러갔다.

 

 “그냥… 너랑 있어서 긴장되나 봐.”

 

 ??

 

 잠시 멀어져 있던 어제의 기억이 밀려왔다.

 

 달콤한 향기가 나던 텐의 부드러운 머리칼.

 

 숨결이 닿을 듯 가까이 마주한 보랏빛 눈동자.

 

 찬찬히 내려가던 부드러운 은색 속눈썹.

 

 그리고…

 

 이마에 닿던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

 

 팍!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든 르미는 순간적으로 텐의 가슴팍을 힘껏 밀었다.

 

 르미에게 밀려 한 발자국 멀어진 텐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크게 뜨인 눈과 흔들리는 눈동자.

 

 텐의 얼굴을 보고 죄책감을 느낀 르미는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 보자 다시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둘은 그 상태로 멈춰 있었다.

 

 일분이 한 시간 같이 느껴졌다.

 

 먼저 정신을 차린 텐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았고, 씁쓸하게 웃으며 괜히 능청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싫어?”

 

 싫냐는 물음에 그제야 정신이 든 르미는 얼른 대답했다.

 

 저 물음에 대답하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싫지 않아!”

 

 저도 모르게 크게 튀어나온 목소리에 흠칫 놀랐지만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집무실… 아니 황실 서재로 가자.”

 

 좁은 공간에 둘이 있다가는 텐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붉어지다 못해 터질 듯 빨개진 얼굴을 한 채 걸음을 재게 놀리는 르미를 보며 텐은 안도가 섞인 한숨을 뱉었다.

 

 아직 시간은 많았다.

 

 그녀의 가까이에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 * *

 

 

 

 어둠이 내려앉은 길거리는 달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났다.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내려오며 반짝였다.

 

 그 사이로 푸른색의 두 눈이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니는 화를 조용히 억누르며 소복이 쌓인 눈 위를 조용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걸어 내려갔다.

 

 지난 이틀 동안 맥주를 반 잔 이상 마시지 않은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알싸한 알코올의 힘이 간절했다.

 

 이안의 말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내 능력으로는 이 지팡이를 만들어낸 장소까지 밖에 알 수 없었어.

 

 공존의 탑으로 가라. 그곳에서 태어난 지팡이다.’

 

 이안의 말은 항상 잠잠했던 다니의 두 눈을 번뜩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새파랗게 빛나는 두 눈동자를 본 이안은 마지막 말을 뱉으며 다니를 문 밖으로 내보냈다.

 

 ‘연금술사인 나로서는 풀 수 없는 고위 마법이 걸려있어.

 

 마법 시전자보다 더 강한 마법사만이 이 마법을 풀 수 있겠지.

 

 그러기 위해선 공존의 탑이 가장 빠른 길일 것이라 생각해.’

 

 

 이안이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했다.

 

 간절히 알고자 하는 것이 손아귀에서 스르르 빠져나가 더 멀리 가버린 것 같은 기분에 다니는 몹시 화가 났다.

 

 그 순간만큼은 텅 비어 버린 제 기억이 몹시도 원망스러웠다.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백지 같았던 다니의 머릿속에 선명한 잉크로 적힌 첫 문장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그것과 비교하면 눈을 뜬 이후에 있었던 일들은 지워질 듯 흐릿한 낙서 들일뿐이었다.

 

 쾅!

 

 다니는 헨리 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았다.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도 털지 않은 채 맥주 세 잔 만을 시킬 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다니의 눈빛을 본 헨리도 이번에는 친근하게 말을 붙이지 않고 조용히 맥주만 가득 따라 주었을 뿐이었다.

 

 “공존의 탑이 어디지?”

 

 순식간에 거품 맥주 한 잔이 비워졌다.

 

 헨리는 조용히 대답했다.

 

 “마법사의 탑 중 가장 위에 있는 곳이지.”

 

 “어느 길로 가야 하지?”

 

 그리고 두 잔이 비워졌다.

 

 마지막 세 잔 째 들이키려는 순간 다니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이 형씨, 취하고 싶으면 맥주가 아니라 비노를 마셔야지.”

 

 간간이 갈라지며 가래 걸린 듯한 목소리였다.

 

 귀에 아주 거슬리는 그런 소리.

 

 “여기 비노 두 잔 주시오.”

 

 다니는 눈알만 굴려 옆을 확인했다.

 

 아침에 양념 부엉이를 허겁지겁 먹던 두건을 쓴 사내였다.

 

 비노 두 잔을 받은 사내는 다니 쪽으로 몸을 돌리며 손바닥 만한 술잔을 다니 앞에 놓아줬다.

 

 “형씨, 공존의 탑에는 왜 가려는 거야?”

 

 거슬리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마지막 맥주잔을 비운 다니는 헨리만을 보며 다시 질문했다.

 

 “공존의 탑, 가는 길을 알고 있나?”

 

 “여기서 좀 멀지.

 

 우선 마을을 벗어나슈.

 

 그 후에…”

 

 헨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는 다시 말을 걸어왔다.

 

 “내가 길잡이가 되어줄까?

 

 부탁 하나만 들어준다면 공존의 탑까지 모실께, 어때?”

 

 다니는 여전히 사내를 무시한 채 헨리의 대답을 재촉했다.

 

 “벗어난 후에?”

 

 그러자 사내는 무시당하는 게 언짢았는지 다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어이, 형씨. 무시하면 안 되지.”

 

 목소리는 더욱 갈라졌고, 더욱 듣기 좋지 않아 졌다.

 

 다니는 더 이상 저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제게 말을 걸어대는 것이 날카로운 신경을 자꾸만 자극했다.

 

 게다가 어깨 위에 올려진 손.

 

 땀에 배어있는지 축축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콰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니 옆에 앉아 입을 놀리던 후드를 쓴 사내는 자신이 먹던 음식 접시에 파묻히다 못해 단단한 나무로 된 바 카운터에 얼굴이 박혔다.

 

 바 카운터는 후드 쓴 사내를 중심으로 심각한 금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으며, 바닥에는 아직도 나무 조각들이 잔뜩 떨어지고 있었다.

 

 “닥쳐.”

 

 헨리는 평소 듣지 못했던 다니의 목소리에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평소의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을 건넸다.

 

 “다니, 자네.

 

 싸움을 하려거든 밖에서 해주겠수?

 

 살림을 다 망치긴 싫거든.”

 

 다니의 살기에 잔뜩 숨죽이고 있는 주점의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태연한 모습이었다.

 

 헨리만큼은 아니지만 후드를 쓴 사내도 힘겹게 입을 열었다.

 

 여전히 다니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바 카운터에 누르고 있었기에 쉽지는 않았다.

 

 “알고 있어, 공존의 탑으로 가는 길.”

 

 헨리를 제외한 주점 안의 다른 손님이었다면 다니의 살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며 입을 열기 힘들었겠지만, 사내의 목소리는 떨렸을지 언정 오히려 자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다니의 대리석 같은 미간이 조금 움찔거렸다.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손에도 힘이 약간 풀렸다.

 

 후드를 쓴 사내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정신없이 말을 쏟아냈다.

 

 “공존의 탑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아, 형씨.

 

 분명 길잡이가 필요할 거야.

 

 하지만 이 마을에서 길을 아는 자는 한 명도 없겠지.

 

 다들 무지하니까.”

 

 ‘다들 무지하다’는 대목에서 헨리의 팔 근육에 꿈틀거렸지만, 바 카운터에 얼굴이 반쯤 박혀 있는 사내는 보지 못했다.

 

 “내가 안내해 줄게.

 

 공존의 탑으로 가는 곳까지 무료로!”

 

 사내가 몹시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니에게는 공존의 탑으로 한시라도 빨리 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사내가 말을 마치자 다니는 사내의 후드를 거칠게 잡아 올리며 동굴처럼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죽은 듯이 있어야 할 거다.”

 

 그리고는 다시 바 카운터로 힘껏 팽개쳤다.

 

 콰광!

 

 보통의 사내였다면 아무리 건강해도 두개골에 금이 가면서 정신을 잃을 만큼 엄청난 타격이었겠지만 후드를 쓴 사내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고 냅킨으로 얼굴을 닦을 뿐이었다.

 

 몸을 일으키며 벗겨진 후드 사이로 헝클러 진 밝은 주황색 머리칼이 드러났다.

 

 “당장 출발해.”

 

 다니의 재촉에 사내는 다시 후드를 뒤집어썼다.

 

 “형씨 성격이 아주 급하네~”

 

 문 쪽으로 몸을 돌리는 사내의 눈은 밝은 초록색이었으며, 동공은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어 뱀을 연상케 했다.

 

 경고하는 듯한 다니의 눈빛에 사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니를 지나쳐 주점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훅 불어오며 다니의 뜨거운 얼굴의 열기를 조금 빼앗아 갔다.

 

 뒤에서 곤란하다는 듯한 헨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니, 내가 자네를 참 좋아하지만 이 상태로 가려는 거유?

 

 맥주 값은 안 받겠지만 수리하려면 돈이 꽤 들어갈 것 같수이다.”

 

 그러자 다니는 어깨너머로 금화 세 개를 튕겨 주었다.

 

 눈을 돌리지 않았음에도 카운터를 짚고 있는 헨리의 두 손 사이에 정확히 떨어졌다.

 

 금화를 본 헨리는 밝은 목소리로 다니를 배웅했다.

 

 “다니, 또 오쇼!

 

 맥주는 언제든 제공할 테니!”

 

 그 말을 뒤로하고 다니는 주점을 나섰다.

 

 주점 안의 손님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뻣뻣이 굳어있던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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