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10화
작성일 : 22-02-07 20:54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53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예정보다 길어진 미팅을 끝내고 회의실에서 막 돌아온 제혁은 넥타이부터 느슨하게 풀어 내렸다.

 팽팽했던 긴장감의 여운이 그의 얼굴에 여실히 드러났다.

 “하아, 후우.......”

 원장실의 응접소파에 털썩 몸을 던지는 제혁이 웅얼거렸다.

 “이거 바짝 집중해야겠는데 중간진통이 예상했던 것보다 꽤 큰 걸?”

 현재 진행 중인 차 바이오그룹의 엠엔에이(M&A).

 몇 년 전부터 간간이 언급되던 mergers and acquistions가 얼마 전에 확실히 수면위로 떠올랐다.

 차바이오화장품과 차바이오F&C 그리고 차바이오텍과 차바이오유산균 거기에 제혁이 이끄는 차병원.

 M&A는 윤선의 아버지이자 제혁의 장인인 차 백흠 석좌교수의 오랜 열망이었다.

 기초의학과 교수에서 시작하여 계열사를 내실 있는 기업으로 이끌기까지 차 백흠 교수는 열정을 불사르며 부단히 노력했다.

 자신의 손을 타고 탄생한 중소기업들은 그의 한생애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산 현장이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살아생전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그의 고견에 따라 M&A는 진행되었다.

 초반에는 일사천리였다.

 물론 대상기업이 타 기업이 아닌 차 그룹의 계열사였던 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장점이었던 그 이유가 사사건건 애로가 되는 듯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외의 복병의 등장.

 그것이야말로 제혁의 골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들었다.

 지금껏 뒷동산에 나앉아 기업 일에 일절의 관심을 보이지 않던 차 윤도가 불쑥 나타나 오른손을 번쩍 치켜든 것이었다.

 차 백흠의 아들 된 도리로서 일련의 과정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결국은 경영의 의지를 표한 셈이기도 했다.

 차 윤도는 윤선의 이복오빠였다.

 젊은 시절 상처한 차 백흠 교수의 첫째부인 박씨 소생의 아들이었다.

 “거참! 지금껏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그 양반은 왜 그런대? 누굴 멕이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끄응.”

 제혁이 심기 불편한 신음을 냈다.

 차 윤도의 뜻하지 않은 등장에 제일 당황한 것은 제혁이었다.

 지금껏 차 그룹전반을 이끌고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 주역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응당 윤선의 암묵적 동의와 장인 차 백흠의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상황을 가능케 했던 것은 자신의 헌신과 노력이었다.

 그것만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오로지 앞만 보며 불철주야 차 그룹의 경영에 열정을 쏟고 묵묵히 이 길을 걸어왔던 제혁이었다.

 게다가 제혁을 이 자리에 있게 한 또 다른 하나.

 그것은 제혁 개인의 주변이 놀랄 만치 깨끗하다는 점이었다.

 원색적으로 말하자면 여자와 관련된 사생활이 정말 백옥 같았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그는 달랐다.

 흔하디흔한 결혼 전 사생활마저도 입에 오르내릴만한 오점이라곤 없었다.

 결혼 전 이미 은밀한 뒷조사에서 확인된 사항이었고 그 뒤로도 제혁의 사생활은 완전무결에 가까웠다.

 그 점이 차 그룹의 수장인 차 백흠 석좌교수의 신뢰를 크게 사기도 했다.

 기업인이기 이전에 교수였던 그인지라 차 백흠은 기업윤리 못지않게 개인의 도덕성을 제1의 미덕으로 중시 여겼다.

 어쨌거나 이번 건은 정말 중요했다.

 제혁이 운영 중인 차병원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수도 있었다.

 작은 개인 산부인과에서 시작하여 종합병원을 거쳐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기나긴 세월.

 제혁은 여기에 자신을 온통 내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윤도의 합류라니.

 타고난 한량인 차 윤도는 전국각지를 돌다 못해 해외로 시선을 뻗쳐 유람을 하고 다닌 지가 꽤 되었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역마살 든 집시처럼 떠돌더니 얼마 전 시부저기 나타나 진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기업 초창기 일손이 부족해 고전하던 그 시기에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지경에도 그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한 술 더 뜨기를 대놓고 관심 없다며 큰 소리를 쳐댔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고개를 쑥 내미는 그의 행태는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수준을 넘어선 비겁한 짓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제혁이 손위 처남인 윤도를 거부하고 쳐낼 명분은 없었다.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의중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 장인 차 백흠.

 그가 묵과하는 한은 도리가 없을 터였다.

 제혁은 담배를 한 개비 빼어 물었다.

 “하긴, 아무리 핫바지 같은 형님이라도.......그리 순순히 물러서기야 할까? 견물생심이라고 저도 인간인 것을. 어찌 보면 인지상정인거지. 쩝쩝.”

 제혁은 까칠하게 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제혁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결코 피해갈수 없는 또 하나의 일.

 그것은 당면한 가정 내의 문제였다.

 지금껏 알고도 미루고 모르고도 미루었던 암묵적으로 회피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어떤 식으로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조만간 반드시 결정을 해야 할 일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빌리의 호적문제였다.

 아직까지 빌리는 등재된 호적이 없었다.

 다시 말해 서류상으로 빌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집으로 데려온 빌리부모의 존재를 모르니 호적유무도 알 길이 없었다.

 초창기에 빌리의 부모를 찾으려는 숱한 노력과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무위로 끝나버렸다.

 그에 제혁과 윤선은 빌리의 새로운 호적을 신청하려고 몇 번인가 시도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집 안팎으로 일이 생기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어영부영 지금의 이 상태로 이어진 것이었다.

 비단 그런 이유만은 아니고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어쨌거나 빌리의 호적문제는 내년이 되기 전에 매조짐을 해야 할 중대 사안이었다.

 거기에 맞물려 레오의 상태에 대한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씻고 벗고 통 털어 하나뿐인 아들 레오는 특정한 병명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타고난 체질이 허약하고 병약했다.

 확실한 것은 레오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오장육부의 사이즈가 문제였다.

 레오의 장기들은 하나같이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턱없이 크기가 작았다.

 그러다보니 전반적인 대사기능이 떨어지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비유하자면 아무리 좋은 영양분을 공급해도 쭉쭉 그 자양분을 빨아들일 수 있는 역량을 가지지 못한 것이었다.

 “차라리 희귀병이라도 이름 있는 병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 시도라도 해보련만? 이건 뭐, 후우......”

 레오를 생각하면 제혁의 끝은 늘 이렇듯 한숨이었다.

 어엿한 종합병원의 원장인 자신이 그저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레오의 상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계절중 이맘때면 그나마 사람구실이라도 하는 축이었다.

 그러나 이시기가 지나면 또 다시 침대와 한 몸이 되어야 하는 레오였다.

 아무리 잘 먹이고 보살펴도 받아들임에 마지노선이 있는 레오의 신체적 한계.

 레오의 외할아버지 차 백흠 교수도 레오의 상황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부모의 꺾이지 않는 믿음과 인내만이 약이라고 말했었다.

 한때 아동임상병리학회 고문으로 지낸바가 있던 그의 발언이었기에 제혁은 솔깃했다.

 하지만 희망을 품은 기대대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이러다 더 악화되지나 않을지 모르겠네. 아닐 말로 언제까지 버틸지도 모를 일이고.”

 제혁은 순간 멈칫했다.

 혼잣말이긴 하나 이렇듯 담담하게 레오를 입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친 탓일까.

 어찌 보면 마음에서 많이 내려놓은 듯해서였다.

 “붙들고 있어본들 어쩌겠어?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걸. 나도 할 만큼 했다고. 그나저나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제혁은 윤선을 떠올렸다.

 

 요즘 들어 부쩍 레오와 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아직 자신에게 빌리문제를 묻지 않는 것은 자신의 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뜻 일터였다.

 윤선의 의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혁은 이래저래 심란했다.

 어떤 형태로던 레오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실 레오의 초등학교 입학은...... 특수학교라 해도 과욕이니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지.”

 고개를 주억이다 이맛살을 찌푸린 제혁은 생각했다.

 윤선이 레오와 빌리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어느 순간 윤선은 레오와 빌리를 굳이 구별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떤 저의에서든 의도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려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했다.

 제혁은 진즉에 그 점을 눈치 챘었다.

 윤선자신은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발 떨어져서 본 자신이기에 충분히 객관적 시각이었다.

 늘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머리스타일을 고집하는 레오와 빌리.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둘의 외형이 서서히 닮아가고 있었다.

 같은 환경과 동일한 조건아래에 놓인 또래는 어리기에 비슷한 성향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나 동질감에서 오는 유사성의 연장선 일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향이나 기질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법.

 비로소 제 색깔을 찾아가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둘은 달랐다.

 레오와 빌리는 나날이 같아졌다.

 그리고 지금은 어투나 몸짓 사소한 태도들까지 거의 흡사했다.

 제혁은 한때 그 부분이 심히 염려되고 걱정스러웠다.

 뭔지 모르게 잘못 되어간다는 그 불편함은 빌리라는 놈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었다.

 가끔씩 뒤통수가 뜨끔하여 무심코 돌아보면 벌겋게 적의를 드러내고 이글이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녀석의 눈길.

 승용차 뒷좌석에서 있었던 애초의 발견이후 곧잘 있어왔으니까.

 그런데 그 눈길이 단순히 거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은밀한 내밀함이 찜찜했다.

 마치 “나는 너를 알아.” 라는 듯 비릿하게 가당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다.

 빌리는 평소 그런 눈빛을 철저히 숨겼다.

 오로지 제혁에게만 쏘아대었다.

 쥐똥만한 어린 것이 아무도 모르게 제혁에게로 쏘아대는 증오어린 눈빛이라니.

 유난히 새까만 빌리의 눈동자가 심히 기분 나쁘고 불길했다.

 그럴 때면 제혁은 빌리의 머리통을 쿵 세게 쥐어박았다.

 “예끼. 이놈! 어디를 노려봐? 눈 똑바로 뜨고 뭐하는 짓이야? 어?”

 빌리는 머리통에 밤톨만한 혹이 불거져도 울지 않았다.

 말똥말똥 눈빛을 거두지 않고 끝까지 제혁을 치켜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에 기가차서 제혁은 번번이 화를 냈다.

 “어라 이 놈 보소? 말로 해서는 안 될 놈이네? 새까만 눈동자가 꼭 쥐새끼처럼 생겨가지고는. 에이, 재수 없어. 썩 저리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아이를 상대로 어이없는 짓 인줄 알면서도 제혁은 번번이 평정심을 잃곤 했다.

 뒤늦게 이 장면을 발견한 윤선은 기겁을 하곤 했다.

 “어머? 여보!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아이한테? 안 보여요? 빌리는 아직 어린 아이라고요.”

 파르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그녀는 거세게 반응을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제혁의 심중을 묻는 일은 없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윤선은 두 아이의 동일화를 굉장히 뿌듯해하고 만족스러워했다.

 마치 자신이 정성들여 가꾸어온 정원의 꽃이 의도한대로 잘 자라 몹시 흡족 한 것처럼.

 하여 둘은 닮은꼴인 유사수준을 넘어서서 일란성쌍둥이와 진배없었다.

 아직은 뒤통수만 보아도 둘을 완벽하게 가려낼 수 있다 장담하는 제혁이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구별의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지는 예측불허였다.

 어쨌거나 레오와 빌리 둘의 외적동일화는 꽤 오래된 문제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제21화 2022 / 2 / 24 198 0 4877   
20 제20화 2022 / 2 / 23 196 0 4225   
19 제19화 2022 / 2 / 22 196 0 5019   
18 제18화 2022 / 2 / 21 186 0 4287   
17 제17화 2022 / 2 / 19 191 0 5537   
16 제16화 2022 / 2 / 18 208 0 4472   
15 제15화 2022 / 2 / 17 207 0 5749   
14 제14화 2022 / 2 / 16 189 0 4627   
13 제13화 2022 / 2 / 14 219 0 4654   
12 제12화 2022 / 2 / 12 211 0 4857   
11 제11화 2022 / 2 / 9 202 0 5906   
10 제10화 2022 / 2 / 7 192 0 5301   
9 제9화 2022 / 2 / 6 205 0 4450   
8 제8화 2022 / 2 / 4 194 0 4224   
7 제7화 2022 / 2 / 2 217 0 5088   
6 제6화 2022 / 2 / 1 205 0 4365   
5 제5화 2022 / 1 / 29 211 0 4379   
4 제4화 2022 / 1 / 28 205 0 4422   
3 제3화 2022 / 1 / 27 197 0 4100   
2 제2화 2022 / 1 / 27 211 0 5022   
1 제1화 2022 / 1 / 27 324 0 484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