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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나만의 태양
작성일 : 22-02-07 00:12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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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은 그렇게 다시 시작 되고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모든 게 새로운 그런 때였다. 또 다른 이들에게는 이제야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지금이었다. 어딘가에는 아직도 어색해하고, 살짝 불편해 다른 선택을 기웃거리는 누군가들도 있었다. 각자 받아 들이는 게 유난히 다양한 시기였다. 마치 예상하지 못한, 어쩌면 자신에게 필요한지 확실하지 않은 업데이트를 묻는 질문 앞에 놓인것 같은..

 

 봄은 동기 남자 애들이 대부분 휴학했음을 확인했다. 당연히 군대 가기전 보다 다녀온 후 해야 될 게 더 많았기에, 꼭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다시 돌아와서 열정을 불태우며 더 빡빡한 대학 생활을 해야 했기에, 그 결정을 그런 마음으로 내린 것 같았다. 더욱이 모두가 이해해 줄 여유를 부릴 시간은 지금 뿐인것 같았기에.

 

 수경이는 살짝 어두워진 표정으로 봄과 은영이에게 인사했다.

 

 “수경, 무슨일이야? 누가 우리 수경이 슬프게 해?”

 

 봄과 은영은 알았다. 휴학한 윤재는 군대 가기 전, 가능한 해외로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윤재는 유독 쉬웠다. 사실 윤재의 의지라기 보다는 윤재 부모님의 제안이었고, 그래서 남들은 부러워 했지만 수경이는 서운했고 섭섭했다. 그 서운함과 섭섭함은 당연하게 노골적으로 윤재와 자신의 다름을 끝도 없이 찾아보게 만들었다.

 

 “아니, 그냥.. 이게 최선인가 싶어서..”

 

 수경이는 울지 못해 웃었다. 그 좋은 제안을 거절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윤재는 수경이의 남자친구였으니까.

 

 “언니들. 오늘 학교 앞 막걸리 주점에서 2학년 모임있어요. 꼭 오세요.”

 

 봄, 수경, 은영은 그런 모임에 잘 참여하지 않는 나름 요주의 인물들이었지만, 굳이 그들의 빈자리를 아쉬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예의상 전한 일정이었고, 와도 그만 안와도 그만인 언니들이었다.

 

 “오늘 우리 거기 가서 술마실래?”

 

 은영이의 제안에 수경이는 지금 무조건 무언가가 필요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달라진 둘의 눈빛에 봄도 그러자고 했다. 자리가 썰렁한 것 보다는 채워진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그들만의 이유를 생각해냈고, 그래서 좀전의 한숨만 내뱉던 상황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었다.

 

 

 주점에는 이미 자리가 채워져 있었고, 술이 적당히 들어간 그들은 봄, 수경, 은영이를 과하게 반겨주었다. 어색했지만, 이왕 온 거 한쪽에 자리잡은 셋은 적절히 옆의 이야기도 듣고, 서로 술도 권했고, 그들의 시간을 즐겼다. 뭐든 잊을 수 있었고, 더 웃을 수 있게 도와주는 술이 오늘따라 맛이 좋았다.

 

 봄은 막걸리 잔을 들고 마시고 있었다. 어디선가 느껴진 이상한 시선에 옆을 바라보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눈동자에 당황해, 잘못 삼켜 막걸리를 쏟아내고 말았다.

 

 “봄, 괜찮아?”

 

 수경이와 은영이는 티슈를 뽑아 봄에게 전했고, 당황해서 잘못 넘어간 막걸리로 기침을 하고 있는 봄의 주위에 흘려진 막걸리의 흔적을 닦아 주고 있었다. 붉어진 얼굴로 겨우 진정을 한 봄은 자신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걱정에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영월 선배가 자신의 이름이 보름달이라고 해서요. 우리 동기 중에는 태양이가 있다고.. 봄이 언니 남자친구라고 말하다가..”

 

 그래서 다들 봄을 바라 본거 였다.

 

 오늘은 개강 핑계던지, 단합을 위함이던지 어떤 이유를 들어 만들 수 있는 술자리이긴 했지만, 더 정확히 하자면 돌아온 복학생들과의 인사를 위한 자리의 의미가 더 컸다. 이미 전공 수업 때 처음 본 얼굴들이 있었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았고.. 서로 어색해 했기에 앞으로 같이 지낼 많은 시간들을 위해 술로 먼저 극복하자는 취지의 자리였다.

 

 교수님의 출석체크 때 처음 들은 ‘오영월’. 교수님도 이름이 기억 났는지 먼저 인사를 전했고, 나름 특이한 이름에 봄도 건너 쳐다봤었다. 그 이름이 지금 이 자리에서도 들렸고, 그 이름으로 시작된 결과물이 봄의 모습이었다.

 

 다시 다들, 각자의 대화로 돌아갔다. 봄도 수경이와 은영이의 도움으로 진정할 수 있었고, 한참 후 잠시 화장실을 다녀 온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영월 선배, 선배 고향이 영월인거예요?”

 

 술이 적당히 오른 여자 후배의 질문에 영월 선배는 예전에도 들어본, 그래서 수도 없이 대답해 본 말을 오늘도 해야 됨을 깨닫고는 웃음이 났다.

 

 “아니, 우리 어머니가 온갖 달을 좋아하셔서, 보름달을 뜻하며 지은 이름이라고..”

 

 뻔한 질문과 정해진 대답을 하는 것에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는 없었다. 항상 새학기쯤 되면 마음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쉼표의 위치와 달라진 조사와 어미만 살짝 변화를 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답변이었다.

 

 영월 선배는 아주 어릴 때를 빼고는 자신의 이름에 불만이 없었다. 자신의 이름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 재밌었고, 나이를 먹다보니 독특한 이름이 매력적인것 같다는 생각까지 언젠가부터 하기 시작했었다.

 

 “영월이 어머니가 작가시잖아. 외모랑 너무 다른 이름에 우리도 처음엔 매치가 안되더라고.”

 

 같이 복학한 선배들도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대신 설명해주고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 덕분인지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얼굴에, 왜인지 모르게 영어 이름으로, ‘제임스나 리차드’로 불릴것 같은 그런 느낌의 오영월이었다. ‘오영월’ 이름이 불렸고, 예상 외의 사람이 대답을 하자 한참을 멍하게 바라봤던 장면을 전해주고 있었다.

 

 “처음에 우리는 이름이 예뻐서 여학생인줄 알았잖아.”

 

 영월 선배는 또 다시 시작 된 자신의 이름 관련 온갖 말들을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누군가 전한 ‘우리는 태양이라는 애가 있는데, 봄이 언니 남자친구..’

 

 대부분 후배 남학생들은 휴학을 했고, 만날 수 없었기에 ‘태양’이라는 후배도 아마 만나지 못할 거였다. 그리고 모두가 향한 눈길에 영월선배도 그쪽으로 바라보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까만머리, 뽀얗고 깨끗한 느낌의 얼굴, 그리고 모두의 눈길에 마시고 있던 막걸리를 멈추지 못하고 눈만 크게 떠서 바라보는 모습에 영월 선배는 웃음이 났다. 사레에 걸려 기침하며 얼굴이 빨개졌길래, 봄이라는 후배를 바라보던 눈길을 돌려 다시 옆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과에서 사귀고, 군대간 남자친구 기다리고.. 우리 오영월이 그건 할 말 많은데..”

 

 술이 너무 취한 한 선배는 어디서 시작 되었는지 모를 대화에 영월 선배의 사연을 기억해내 연결 시켰다. 영월 선배는 한심한 듯 그 친구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이야기가 다시 언급 되는게 신기할 뿐이었다.

 

 “우리 오영월이, 그 나쁜 여친, 그때 잘 헤어졌지.”

 

 나쁜 여친이었다. 모두가 부러워할 학과 내 연인이었고, 영월 선배는 군대를 갔고, 그 나쁜 여친은 울며 기다리겠다 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자는 연락을 받았고,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영월 선배도 쉽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임을 예상했기에 잘 보내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나쁜 여친은, 어딘가 건강이 안 좋다는 소문이 따라 다니는, 집안 배경이 너무 좋아서 어쩌면 군대를 수월하게 마무리 지은, 동기 남자애랑 바람이 났던 거였다.

 

 예전의 기억은 이제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았다.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길 바라며 다시 술잔을 든 영월 선배는 봄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 잠시 후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차가워 술기운도 얌전해진 것 같았다. 사실 그렇게 많이 마시진 않았다. 원래 술을 즐기지도 않았고, 그래도 군대 다녀오면 다를 줄 알았는데, 그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영월 선배는 주점의 마당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오랜만에 예전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젊어진 기분.. 분명 나이는 더 먹었는데, 군대로 인한 공백 덕분인지..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웃겼다. 그리고 들려온 인기척.

 

 “괜찮아요?”

 

 봄이 다시 들어가려면 영월 선배 옆을 지나가야 했기에 봄은 어쩔수 없이 고개를 꾸벅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이름이..”

 

 “아, 이봄이라고 합니다.”

 

 영월 선배는 좀전에 분명히 들었고, 당연히 기억할만큼 쉬운 이름이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먼저 부르기에는 그냥 그래서 이름을 물었다. 정확하게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 이름은 들었죠? 오영월이라고.”

 

 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한 공간이었다. 들어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며 그렇게 서 있었다. 밤 공기는 찼지만, 오랜만에 오른 술기운에 차가운 공기의 느낌이 꽤 좋았다. 실내 공기보다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 있었다.

 

 “남자친구는 군대 갔어요?”

 

 “아직..”

 

 봄은 들어갔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오늘 처음 본 선배가 아무렇지 않게 묻는 질문에 구구절절 대답하기가 민망했다.

 

 “기다릴려면 제대로 기다려 주세요. 아님 미련 남지 않게 가기 전에 마무리 지어주는게 좋아요.”

 

 술김에, 좀전에 들은 봄의 남자친구 이야기에, 다시 떠오른 예전 기억에, 영월 선배는 선을 넘은 말을 전하고 말았다.

 

 봄은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의도를 알고 싶지 않아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듣고 잊으면 간단한 일이었다.

 

 술도 얼마 마시지 않았는데, 자신에게서 나온 말에 영월 선배는 살짝 당황했다. 그때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게다가 모든 게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었기에, 굳이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 않았었고, 별일 아닌 듯 덮어버렸었다. 그러나 그때의 충격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채, 방심하고 있던 자신에게 짓궂은 복수를 날리고 있었다.

 ‘잊은 줄 알았지?..’

 

 침묵이었다. 무슨 말을 지금 더 한다면,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다간, 또 다시 실수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에 봄은 먼저 들어가 보겠다며 안으로 들어 갔다. 영월 선배는 자신의 머리카락만 움켜 질 수 밖에 없었다.

 

 

 

 봄은 늘 나오는 시간에 도서관을 나왔다. 태양이의 ‘조심히 들어가. 들어가면 연락줘’ 의 문자에 답을 하며 잠시 한쪽에 멈춰 있었다.

 

 “저기, 지금 가니?”

 

 분명 어제는 존댓말이었는데, 술김에 그랬는지, 아님 어제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이 안났는지, 봄의 앞에 서 있는 영월 선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봄에게 말을 걸었다.

 

 “아, 네..”

 

 봄은 피할 수 있음 피하고 싶었는데, 스쳐지나가는 게 아닌 자신에게 용건이 있어 다가왔다는 확신에, 영월 선배가 얼른 마무리 짓고 먼저 이동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영월 선배는 우연히 도서관에 있는 봄을 보았고, 나가는 봄의 앞에 의도적으로 다가간 거였다. 용건이 있는건 당연했다.

 

 “음.. 어제 일 사과하고 싶어서..”

 

 영월 선배는 먼저 해본 개인적인 경험이라며 말하는 그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제는 왜 그랬는지.. 자신도 잊고 싶은 경험치를 봄에게 전하고 말았다.

 

 영월 선배는 술김이라고 믿고 싶었기에, 그리고 분명 술김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 술이 깬 게 아니라면, 취하지 않은 게 분명할 만큼 너무도 또렷이 전했던 자신의 말을 사과하고 싶었다. 어제 못한 수습의 기회를 얻길 원했고, 다행히 지금 적당한 순간이 온 것 같았다.

 

 “네?”

 

 굳이 어제를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았지만, 영월 선배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제, 내가 아는 친구의 감정에 너무 이입해서 너한테 실수 했어. 미안해. 선을 많이 넘어서..”

 

 영월 선배가 생각해 낸 변명의 내용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잘 마무리 되면, 자신의 사연을 굳이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것 같았다.

 

 ‘아는 친구의 감정에 너무 이입이라..’

 

 어제의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다들 술에 취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던 누군가들에 의해 요약, 정리 되어 이미 오전에 입에서 입으로 대부분 배포 되었다. 영월 선배는 받지 못한게 분명했다. 어쩌면 그런 사실을 모르는게 나을지도.. 그랬기에 분명 배포 받은 자들의 의도치 않은 단합이었을 거였다.

 

 봄은 어제 분명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영월 선배의 과거를 듣게 된 후 그렇게 느껴서 미안하지만, 신기하게도 더 이상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전해진 선배의 사연은 최악의 드라마 같은 전개였고, 본 건 아니지만 그 결말을 이해해주기에는 너무 영월 선배에게 예의가 없었다고, 흥분한 청취자들은-영월 선배는 물론 청취자의 존재를 몰랐지만- 다들 자신들과 상관없는 상대 여자역을 욕했다. 영월 선배를 안다는 사실 때문인지, 영월 선배에 대한 호감 때문인지, 아님 단순히 인간적인 도리였는지.

 

 영월 선배에겐 나쁜 기억이었겠지만, 너무도 호기심 가득한 내용이었기에, 하루종일 모이기만 하면 들려왔다. 어느 순간 봄도 영월 선배가 어제 그렇게 말했던 내용들에, 그 입장이면 그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까지 잠시 할 수 있었다.

 

 “괜찮아요.”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많이 미안했어.”

 

 말없이 걸었다. 어쩌다보니 함께 걸었고, 그 걸음은 버스 정류장 근처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이 지나서였는지 그곳은 한산했다. 버스가 도착하려면 기다려야 된다는 걸 버스 정보는 알려주고 있었다.

 

 “있잖아.”

 

 영월 선배는 한참만에 이야기를 꺼냈다. 할까말까 몇번을 망설였지만, 어제는 생각도 못한 후회를 한거였지만, 이번에는 이왕 하고 후회하기로 걸어오는 동안 결정을 내린 말이었다.

 

 “쉽지는 않을거야. 그래도 너는 성공하길 바랄게.”

 

 시뮬레이션을 해보던 머릿속에서는 분명 그럴듯하게 들렸었는데, 말을 뱉고 나자 뭔 생각이었던건지.. 영월 선배는 자신의 발언이 과했음을 바로 깨닫고 또 다시, 진짜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상처였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의 과거의 상처를 가끔씩 곱씹으며 사는 것보다는, 다른 결말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고 싶었던 간절함 때문이었다고 나중에 영월 선배는 이때를 기억할 거였다.

 

 봄은 영월 선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였고, 나중에는 살짝 웃으며..선배에게 혼자만의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얼른 극복하세요. 화.이.팅!’

 

 “저랑 태양이는요. 태양이는.. 나만의 태양.. 아니, 제가 많이 좋아해요..”

 

 봄은 말을 하다보니 살짝 감정이 격해졌고,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담을 말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사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봄의 눈빛은 확신에 반짝였고, 말에서는 애정이 이미 넘쳤으니까.

 

 봄은 자신의 예상보다 더 강렬하게 나온 말에 살짝 얼굴이 붉어지고 뜨거워졌지만.. 그 순간 태양이가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자꾸만 벅차올랐다.

 

 “그래. 응원할게.”

 

 영월 선배는 무엇을 응원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조용히 말을 전했던, 그래서 순간 너무 달라 보였던 봄의 진한, 솔직한 감정을 담은 말에 살짝 웃음이 났다. 순진한 어린 연인의 세상물정 모르는 감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봄이 내뿜는 애정은 부러울만큼 단단해 보였다.

 

 영월 선배는 자신의 응원이 이미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고, 자신이 뿌듯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과거의 기억과 어제의 실수에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는 건 생각도 못한 덤이었다. 신기했다.

 

 “선배,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가”

 

 봄은 버스에 올랐다. 그제서야 봄의 이성이, 휘몰아치던 감정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기에, 봄은 민망해서 버스 문쪽 말고 건너편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았다. 얼른 버스가 출발해주기를 기다리며, 옆자리 앉는 기척에 옷을 자신쪽으로 당기고, 가방의 끈을 한번 더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 두었다.

 

 버스 안의 따뜻한 히터 바람, 옆의 누군가의 앉는 움직임에, 그 옷 위에 얹어져 따라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고..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함이 봄의 옆에 다가와 있었다.

 

 봄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태양이를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태양이의 모습에 봄은 심장이 터질것 같았고, 너무도 환하게 웃게 되었다.

 

 영월 선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버스가 아직 출발하지 않아 실시간으로 다 보고 있었다.

 

 자신의 뒤쪽에서, 옆을 지나 버스로 향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무심히 보고 있었고, 성큼 걸으며 버스를 오르던 그 누군가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웃으며 봄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잠시 후, 고개를 돌려 활짝 웃는 봄의 모습만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장면이 유난히 예뻤다는 걸 영월 선배는 집으로 가는 내도록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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