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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9화
작성일 : 22-02-06 09:57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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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칠흑 같은 까만 머리를 뱀 똬리처럼 틀어 정수리 아래까지 치켜 올렸던 여자.

 치렁치렁 물미역처럼 휘감기는 여자의 머리는 늘 손질되어 단정했다.

 거울 앞에서 긴 머리를 매만지며 공을 들이는 그 행위가 그녀에게 하루의 시작이었다.

 길고 짙은 속눈썹에 유난히 까만 눈동자의 음영이 드리워진 깊은 눈매의 여자는 목이 길었다.

 거기에 곧게 뻗어 내린 콧대까지 얼핏 보면 꽤나 지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그런 여자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시시때때로 기분이 바뀌고 수시로 흥분했다 가라앉았다 롤러코스터를 탔다.

 기분이 좋을 때 보다는 나쁠 때가 많았다.

 이런 비교가 무색하리만치 압도적으로 그녀는 자주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그럴 때면 여자는 어김없이 소리쳤다.

 “내가 왜 너를 돌보아야해? 내가 왜 너를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하냐고 응? 봐 내 꼴을 봐? 내 한 몸도 버거워. 버거워 미쳐버리겠다고. 알아? 이게 사는 거니? 이게 사람 사는 꼴이냐고.”

 여자는 자신의 신세한탄을 늘 악다구니로 대처했다.

 “으 아아! 어디서 글러온 놈인지도 모르는 너를 내가 왜? 왜!”

 바락바락 목 놓아 고함치는 그녀는 빌리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재수 없는 새끼! 내 인생을 갉아먹은 놈. 내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놓은 놈. 다 너 때문이야. 그때 너를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아아! 그건 내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였어. 두고 봐. 너는 천벌을 받을 거야. 반드시.”

 짜증을 넘어서서 분노가 폭발할 때면 등장하는 레퍼토리였다.

 어린빌리는 죄인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어야했다.

 이유도 영문도 모르지만 다른 도리는 없었다.

 여자에게 피비린내 나는 개 목줄을 강제로 건네받은 그 순간에도 그런 예견된 상황을 떠올린 빌리는 경직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자의 까만 동공은 이미 부유하듯 반쯤 떠있었다.

 자칫 잘못 걸렸다가 이 시점에서 무슨 화를 당할지 예측이 불허했던 까닭이었다.

 얼굴표정을 보아서는 제법 나이가 있을듯하나 체구가 작은 탓인가.

 유아 같아 보이는 아이.

 자신의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인지도 모르는 빌리는 겁에 질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확실한건 비춰지는 외향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다는 것쯤은 빌리 스스로도 예측할 수 있었다.

 자신의 외견은 불균형한 영양상태와 병적으로 빌리의 몸집을 키우지 않으려는 여자의 예민함이 키운 결과였으니까.

 개 목줄을 잡고 고개 숙인 빌리를 못마땅하게 꼬나보던 여자는 돌연 개 목줄을 휙 뺏어들었다.

 쓱쓱 자신의 허리춤에 아무렇게나 문지른 개 목줄을 고쳐 잡는 여자.

 “너 일루 와봐. 좋은 생각이 났어.”

 여자는 검지의 꺾어진 마디를 까딱까딱 흔들었다.

 주춤주춤 미적거리며 움찔대는 빌리를 거칠게 확 잡아끄는 여자.

 그녀는 어린 빌리의 목에 그 개 목불을 채웠다.

 “뭐야? 딱 맞네. 호호호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하하하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완벽하잖아? 썩 어울려 하하하.”

 여자는 뭐가 그리 흡족한지 거푸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그 개 목줄을 늘 상기하면서 살아야 해. 때가 올 때까지 알았니?”

 여자의 눈치를 살피느라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빌리.

 섣불리 대답하다가는 또 다른 혹을 붙일 수 있었다.

 경험상 몸소 체득한 빌리는 서두르지 않고 신중했다.

 “왜 대답을 안 해? 안 들려? 때를 기다리는 내말 알아들었냐고?”

 여자는 갸름하게 눈 꼬리를 찢어 빌리를 채근했다.

 이 정도면 재빨리 응수를 해야 했다.

 간발의 차이로 여자가 원하는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고스란히 악담이 돌아올 것이기에.

 빌리가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런 때가 올까요?”

 빌리의 답은 특이했다.

 네, 혹은 잘 알겠다는 보편적인 답이 아니라 오히려 되묻고 있었다.

 주제넘게 조그만 녀석이 건방지다여길 수도 있으련만 그 여자의 반응은 달랐다.

 “어? 와야지. 오겠지. 뭐.”

 여자는 몹시 심드렁했다.

 “과연 그럴까요?”

 “으음.......글쎄? 그때가 불행히도 안 온다면? 그다음은 나도 모르지. 그냥.......너는 개로 사는 거지. 어쩌겠어?”

 그것까지는 자신이 알아야할 바가 아니라는 듯 삐쭉하던 여자는 한쪽 어깨를 으쓱했다.

 그제야 빌리는 고개를 끄덕했다.

 이렇듯 여자의 화법은 특이했다.

 성질이 돋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빌리가 공손히 순종적으로 답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곤했다.

 에를 들어 좀 전같이 알았니? 라는 질문에 “네” 라고 한다면.

 “알아? 안다고? 네가 알긴 뭘 알아? 좋아, 그 아는 것 나한테 한번 말해 봐. 설명해보라고 한번 들어보자꾸나.”

 여자는 의문형이나 회의적인 질문에 가서야 한 발 뒤로 빼듯 반응이 시들했다.

 그리고는 한풀 꺾인 음성으로 늘 스스로 옹호하는 마무리를 했다.

 이 모든 건 내 탓이 아니야.

 내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

 역시 여자는 말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나머지는 너의 몫이야. 그것도 아니면? 빌어먹을 하늘의 뜻이겠지. 행여 라도 나를 엮으려는 생각 따위 추호도 하지 마. 어림없어.”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 했던가.

 어쨌든 빌리는 여자에게서 생존하는 방법에 나름대로 적응한듯했다.

 긴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잠자리에 들 때면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아가야 걱정 마. 나만 믿어. 꼭 너의 엄마아빠를 찾아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의 부모님을 찾아줄 거야. 내 손으로. 꼭!”

 빌리는 자의식이 생기는 그 순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었다.

 이름도 없이 아가, 혹은 너, 이 새끼 것도 아니면 원수 같은 놈.

 빌리는 여자에 의해 그렇게 불리어졌다.

 하지만 잠자리에 드는 순간만큼은 온화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빌리. 레오에게 받았던 이름.

 따지고 보면 레오가 키우던 반려견의이름을 딴 그 호칭이 생애 최초로 빌리가 가지게 된 이름인 셈이었다.

 여자와 단둘이서 살았던 빌리는 그 어떤 누구와의 접촉도 만남도 없었다.

 여자는 늘 바빴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집을 나서는 여자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녀는 어둑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 온 여자는 입가를 씰룩이며 웅얼거렸다.

 “오늘도 허탕이야. 대체 어느 하늘아래 처박혀 있는 거야? 응? 아주 꽁꽁 제대로 숨었다 이거지? 흥! 그런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고? 두고 봐.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한번 가보자고.”

 결의를 다진 다음날이면 여자는 평소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섰다.

 마치 결전을 앞둔 전사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그리고 더욱더 늦게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짙은 어둠이 되어 돌아왔다.

 여자의 방에는 책이 많았다.

 천장에 닿을 듯 켜켜이 쌓여있는 낡은 책들 그중 이상한 그림이나 기이한문양이 새겨진 책들이 상당수였다.

 집에 있을 때면 여자는 그 속에서 타로카드를 펼쳐놓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거나 웅얼거리며 긴 시간을 보냈다.

 혼자 남겨진 빌리 또한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지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여자는 빌리에게 한글을 따로 가르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볼볼 기던 빌리가 아장아장 걸으려할 무렵.

 여자는 빌리를 자신에 무릎에 앉혀놓고 기역니은디귿 자음을 가르쳤다.

 무슨 마음에서였는지는 자음에 이어 아야어여오요로 나열되는 모음도 알려주었다.

 “아가야. 이 둘을 합치면 글자라는 게 되는 거란다.”

 그 이후 빌리는 한글을 혼자서 스스로 깨우쳤다.

 어느 날.

 그림책이나 동화책도 아닌 성인용 소설책을 줄줄 읽는 빌리를 발견한 여자가 화들짝 반색했다.

 “어머나? 별꼴이 반쪽이야. 웃겨? 하긴 부모가 엘리트라더니.......피는 정말 못 속이나봐? 거참! 신기하네.”

 여자는 빌리를 동물원 원숭이 보듯 신통방통하게 쳐다보았다.

 

 

 주르륵 초록색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에어매트가 깔린 볼풀에 드러누워 있는 빌리.

 팔베개를 하고 생각에 잠긴 빌리의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불현듯 떠오른 그녀생각.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렇듯 아무런 두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그녀를 기억하는 날이올 줄이야.

 그러고 보니 시간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보았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그때만 해도 수시로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불시에 등장했다.

 빌리는 혼비백산하곤 했다.

 어둠속에서 도드라진 그녀의 눈동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빌리는 벌벌 떨었다.

 간혹 그녀의 앙칼진 고성이 귓전을 때리며 파고들기도 했다.

 그럴 때면 빌리는 쫙 편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희미해지고 없었다.

 세월은 흘렀고 그녀는 어느덧 빌리에게 잊힌 존재가 되어갔다.

 굳이 그녀를 상기해야할 상황이 없음이 한 몫 한듯했다.

 그녀는 유일하게 자신만이 아는 기억 속의 과거였으니까.

 돌이켜보면 여자의 마지막도 퍽이나 그녀다웠다.

 기상천외하게도 갯벌에 자신의 머리통을 쑤셔 박다니.

 “크크, 크흐흐.......킥, 키키키.......”

 빌리는 기이한 웃음소리를 냈다.

 목숨처럼 아끼던 삼단 같은 머릿결과 파란 정맥이 비칠 듯 투명했던 하얀 얼굴.

 그것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그녀는 그 부분만을 깡그리 뭉개버렸다.

 “오우! 셋!”

 빌리는 누운 채 번쩍 두 손을 치켜들었다.

 아무튼 범상치 않은 사고의 소유자임은 틀림없었다.

 그뿐일까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그녀의 저음은 몹시 오묘했다.

 웅얼웅얼.

 중얼중얼.

 깊은 밤 촛불을 밝혀놓고 홀로 무언가를 암송하곤 하던 그녀.

 잠결에 들려오는 그녀의 탁한 저음은 특이했다.

 듣는 이의 심금을 올리는 묘한 울림이 있었다.

 “그 오싹한 음침한 소리가 왜 내게는 자장가 같았을까?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져 들고 말았지.”

 새삼 의아해진 빌리가 갸웃했다.

 빌리는 어쩐 일인지 오늘 따라 그녀생각에서 쉬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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