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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진 기억 속의 그대
작가 : 춘시기
작품등록일 : 2022.2.1

르미에르 클라크.
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전쟁영웅.
그런 르미에르에게 내려진 주군의 특명.
“클라크경. 적국 레어티스의 사라진 황제를 찾아와.”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뻔한 작업멘트야?"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국의 황제.
그리고 르미를 휘감는 신경쓰이는 남자들

 
4. 핑크빛 감도는 은발
작성일 : 22-02-06 00:46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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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검자루를 쥐며 텐은 르미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은 걸까?’

 

 챙!

 

 어느새 혼란이 사라진 눈빛으로 순식간에 텐의 앞으로 다가온 르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다.

 

 “딴생각하는 거 다 보여.

 

 집중해.”

 

 어떤 일이 있었든 검을 드는 순간만큼은 오직 검에만 집중하는 자세를 이번에야 말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며 텐은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네, 단장님.”

 

 챙 챙!

 

 “언제 적 호칭이야?

 

  어색하게.”

 

 검 부딪히는 소리와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대련장을 가득 매웠다.

 

 빠르게 오가는 두 사람의 검이 아침햇살을 받아 찬란히 반짝거렸다.

 

 텐은 무표정하게 검을 날리는 르미의 모습을 보며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항상 생각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눈동자.

 

 잡념이 없음을 넘어 무아경에 이른 듯한 모습.

 

 그녀와 검을 맞대고 있자면 어느새 아름답게 춤추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취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검사로서 부끄러운 일 일지언정 그 모습이 자꾸만 보고 싶어 항상 대련을 하자고 먼저 재촉했었다.

 

 누구든 힘든 훈련을 하고 나면 흐트러진 모습이기 마련이지만 르미는 힘든 전투가 끝난 후에도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고아했다.

 

 정작 텐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매번 르미와의 대련에서 지는 이유는 그가 르미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리라.

 

 챙그랑!

 

 손에서부터 어깨까지 찌르르 올라오는 통증에 주먹을 말아 쥔 텐은 씁쓸하게 웃었다.

 

 “기억을 잃은 상대에게 지다니, 부끄럽네.”

 

 고요하게 잠겨 있던 르미의 눈동자는 그제야 퍼뜩 생기를 되찾았다.

 

 그리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짜식 치료하느라 몸이 다 굳었구나?

 

 이제는 다 나았다고 일주일 전부터 노래를 부르더니, 아직 속도가 예전 같지 않네.”

 

 텐은 괜히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쓸어보았다.

 

 “그러게.

 

 재활 훈련을 제대로 해야겠다.

 

 간만의 휴가라고 너무 안일했어.”

 

 르미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줍는 텐에게 다가갔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잘 먹어야 훈련도 잘 되지.”

 

 아침 햇살이 넘실거리는 연무장에서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는 멀어져 갔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은 두 사람은 텐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자료를 훑어보았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은 자료를 준비한 거야?”

 

 텐이 준비한 자료의 양을 보며 르미는 잔을 내려놓으며 놀랐다.

 

 “르미님의 부탁인데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으쓱해하는 텐을 보며 르미는 괜히 과장되게 얼굴을 찡그렸다.

 

 “황실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다 모아 온 거야.

 

 레어티스 쪽에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많은 자료가 있겠지만.”

 

 백색의 머리칼, 검은색 눈동자…

 

 “텐, 너랑 똑같네.

 

 흰머리.

 

 혹시 너냐?”

 

 그 말에 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쿠키를 오독오독 먹고 있는 르미를 보았다.

 

 “레어티스 황제는 눈처럼 흰 백발이야.

 

 난 핑크빛 감도는 은발이고.

 

 만나는 레이디마다 내 머리칼이 아름답다며 얼마나 칭찬하는데.”

 

 르미는 텐의 머리칼을 힐금 봤다.

 

 ‘뭐….

 

 핑크빛이 있는 것도 같지만…’

 

 “백발이나 은발이나 핑크빛이 감돌든 말든 똑같은 흰머리잖아.”

 

 자신의 장난스러운 말에 텐이 눈을 감으며 손으로 이마를 짚을 것이라 생각했던 르미는 이내 깜짝 놀라고 말았다.

 

 텐이 얼굴을 훅 들이민 것이다.

 

 정확히는 머리칼이 드리워진 텐의 이마가 르미의 코앞에 있었다.

 

 “르미, 잘 봐.

 

 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엄청 부드럽다고.”

 

 코앞에 있는 텐의 머리에선 달콤한 냄새가 났다.

 

 갑자기 머리를 들이미는 탓에, 그리고 달콤한 향기가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탓에 르미는 텐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어떻게 머리에서 달콤한 냄새가 날 수 있지?’

 

 르미가 말이 없자 텐은 르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로 가져갔다.

 

 “만져봐. 솜사탕 같다니까?”

 

 “솜.. 솜사탕?”

 

 손끝에 닿는 머리칼은 정말로 솜사탕만큼이나 부드러웠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냄새만큼이나 달콤할까?’

 

 르미는 저도 모르게 텐의 머리칼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자신의 부끄러운 생각을 알아차린 르미는 순식간에 얼굴이 벌게졌다.

 

 덕분에 텐은 붉게 물들어가는 르미의 목덜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텐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텐에게 잡힌 손에 온 신경이 쏠려버린 르미는 보지 못했다.

 

 “잠… 잠깐만”

 

 르미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를 내며 남은 손으로 텐의 가슴팍을 살짝 밀었다.

 

 텐의 얼굴이 멀어질 거라 생각했던 르미는 더욱 당황했다.

 

 텐의 보랏빛 눈동자가 어느새 아주 가까이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숨결이 닿을 것만 같아서 숨을 크게 쉴 수가 없었다.

 

 텐은 르미의 금안을 바라보았다.

 

 ‘저 눈동자에 키스하면 꿀처럼 달콤한 맛이 날까?’

 

 르미가 들으면 기겁할 생각과는 다르게 텐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낮게 흘러나왔다.

 

 “레어티스의 황제, 찾으러 가지 않으면 안 돼?”

 

 “황… 황명을 거역할 수는 없잖아.”

 

 “내가 찾을 게. 넌 그냥…”

 

 텐의 보랏빛 눈동자와 함께 핑크빛이 도는 부드러운 은색 속눈썹이 조금 내려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넌 그냥 내 옆에 있어줘.”

 

 

 

 르미는 황궁 복도를 황급히 걸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텐의 방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에도 빨갛게 달아오른 피부는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텐과의 일이 자꾸만 생각나서 더욱 붉어진 기분이었다.

 

 유례없이 텐이 자신에게 달콤히 다가오자 르미는 굳어버려 어떤 말이나 행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런 르미를 보고 귀엽다는 듯 웃은 텐은 르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한 후에야 르미를 놓아주었다.

 

 덕분에 텐이 준비해 준 자료를 챙기지도 못하고 뛰쳐나오듯 방을 빠져나왔다.

 

 “하… 자료를 왜 놓고 왔을까.”

 

 르미는 닫힌 방문에 기대어 손에 얼굴을 묻었다.

 

 텐의 입술이 스친 이마가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는 듯했다.

 

 ‘…그 자식이 연애 경험이 많았나?

 

 고단수네…’

 

 그제야 다리 힘이 풀린 르미는 주르륵 미끄러져 그대로 문에 기대고 앉은 채 두 손으로 다리를 감싸 앉았다.

 

 맑기만 하던 하늘에서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쏴-

 

 소나기인 듯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반쯤 열린 창문 안으로 들이치며 시폰으로 만든 부드러운 커튼을 흠뻑 적셔버렸다.

 

 하지만 르미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 * *

 

 

 

 지팡이의 출처를 알아내기로 마음먹은 다니는 동이 트자마자 헨리를 만나러 갔다.

 

 왼손에 지팡이를 꼭 쥐고서.

 

 딸랑-

 

 다니가 주점으로 발을 들이자 헨리는 곧바로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니! 이렇게나 빨리 오다니!

 

 이쪽으로 앉으슈.

 

 오늘은 뭘 드시겠수?”

 

 헨리가 가리킨 곳에 앉은 다니는 옆에서 망토를 뒤집어쓰고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같은 걸로.”

 

 “아, 양념 부엉이 말이로군!”

 

 순식간에 다니 앞으로 노릇노릇한 부엉이 고기가 한가득 담긴 그릇과 시원해 보이는 맥주 한 잔을 내려놓은 헨리는 수다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말투를 보니 귀족 나으리 같은데, 이곳에는 어쩐 일로 온 거유?”

 

 헨리 자신의 말대로라면 작은 마을의 주점 주인 따위가 함부로 말을 붙였다가는 목이 달아나기 십상이자만 헨리는 그런 것에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다니는 대답 대신 용건만 간단히 물었다.

 

 “이 지팡이 주인을 찾을 만한 자를 아나?”

 

 헨리는 다니 옆에 세워져 있는 지팡이의 커다란 붉은 보석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수염을 쓸었다.

 

 “흠… 이런 작은 마을에는 마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지만, 추운 겨울만 되면 저 호수 뒤편 산 꼭대기 별장을 찾아오는 사내는 알 수도 있수.

 

 소문으로는 뛰어난 연금술사라던데 마법도 곧잘 다룬다고 들었수.

 

 마법 지팡이 주인을 찾아주는 게 자네 비밀 임무 뭐 그런 거유?”

 

 해맑은 얼굴로 질문하는 헨리를 앞에 두고 다니는 천천히 부엉이 고기를 먹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또 자기 할 말만 했다.

 

 “그자는 지금 그 별장에 있나?”

 

 자기 말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헨리는 또 친절히 대답해줬다.

 

 “마침 어젯밤 커다란 마차 두대가 별장으로 향하는 걸 내가 집 가는 길에 봤지 뭐유.

 

 어수선하긴 하겠지만 짐 정리도 해야 할 테니 별장에 있지 않겠수?”

 

 헨리에게 별장의 위치까지 들은 후 다니는 곧장 일어나 문을 나섰다.

 

 다니가 앉았던 자리에는 음식 값과 맥주 값이 놓여 있었다.

 

 “맥주는 그냥 준다니까…”

 

 다니가 사라진 허공에 외친 헨리의 목소리는 조용히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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