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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1. 추격.
작성일 : 22-02-05 00:16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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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개 짖는 소리가 경산을 가득 채웠다.

 

  단 다섯 마리의 개들이 짖는 소리가 임금의 군악대에 버금갈 정도였다.

 

  침을 튀기며 미친 듯이 소리를 높이는 녀석들은 당장 마귀가 손가락만 까딱인다면 불곰이라도 잡아다 줄 기세였다.

 

  “이것들아, 시끄럽다. 시끄러워.”

 

  막사 문을 열자마자 뛰쳐나오는 불개들을 진정시키며 마귀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아이러니 한 일이지. 네 녀석들에게 먹이를 주던 녀석들이 이젠 네 새끼들 먹이가 되게 생겼구나, 끌끌.”

 

  마귀는 허리를 수그리고 불개들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었다.

 

  이것은 이제 곧 사냥이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였다.

 

  바짝 흥분한 불개들은 신이 나서 폴짝댔다.

 

  기본적으로 싸움과 사냥에 뇌가 개조된 불개들은 늘 피가 고픈 저주에 걸려 있었다.

 

  “아가야! 떠난 것들이 쓰던 이불과 거적때기를 가져 오거라!”

 

  마귀가 큰 소리로 명령을 외쳤고, 선아는 그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선아는 너무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숙소로 들어갔고, 장롱 한 구석에 쌓인 각종 거적때기를 품에 안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 이것을 무엇을 한다는 거야?”

 

  그 과정을 지켜본 오돈이 작은 목소리로 선아에게 질문했다.

 

  “불개들은, 다른 개들보다 후각이 몇 배는 더 민감해요. 한 번 맡은 냄새를 기억하고 그 냄새를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내고 잡아내는 훈련을 했어요.”

 

  그 말인즉슨, 거적때기의 주인인 도망간 아이들을 모조리 잡아내겠다는 뜻이었다.

 

  오도은 입을 떡 벌리고 막사에서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마귀와 불개들을 지켜봤다.

 

  빈말이 아니라 그것들은 지옥에서 현현한 악마와 같았다.

 

  “무, 무슨 개가 저렇게 커.”

 

  한 평생 사냥과 투견에 흥을 가지고 살았던 오돈이었다.

 

  평범한 투견부터 조선 제일이라는 도사견 등 다양한 품종을 직접 구매하고 다뤄봤다.

 

  그 모든 경험을 샅샅이 뒤져봐도 저 멀리서 다가오는 다섯 마리의 개 중 어느 한 마리에도 버금가는 개를 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맹수라고 불러도 손색 없었다.

 

  “자, 가서 맡아라.”

 

  마귀가 명령을 내렸고, 그것을 알아들은 불개들은 재빠른 속도로 선아가 품에 안은 거적때기를 향해 달려갔다.

 

  선아가 재빠르게 바닥에 거적때기를 내려 놓았고, 불개들은 쏜살같이 거적때기들을 낚아챘다.

 

  헝겊부터 낡은 이불 등 도망친 아이들의 냄새가 짙은 물건들에 코를 박고 킁킁댔다.

 

  개 중에는 이 친숙한 냄새에 어리둥절한 녀석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어리둥절도 잠시 뿐이었고 금방 이 냄새가 사냥감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너무 빨랐다.

 

  갑작스러운 탈출, 갑작스러운 추격.

 

  차근차근 준비되지 않았던,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에 선아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당장 여기서 자신이 도망간 언니 오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 더 있단 말인가!

 

  선아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발 죽지만은 말아달라고 가슴 속으로 소원했다.

 

  “아가야, 두려운 것이더냐? 네 가족들이 이것들의 이빨에 물리고 뜯겨 생을 다할 것 같더냐? 그렇다면, 왜 말리지 않을 것이야? 응?”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마귀가 선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소리를 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내용은 쓰디 썼다.

 

  “물론, 네가 그것들을 말린다고 그것들이 잠자코 말을 들을 녀석들은 아니지. 넌 너 나름대로 애를 썼다. 그러니, 그 보상으로 해가 중천에 뜨면 그때 개들을 풀어주마.”

 

  “정, 정말입니까?”

 

  의외의 자비로움에 선아가 눈을 번쩍 떴다.

 

  “끌끌, 그 대신 오늘은 내 곁에서 아무 일도 말고 잠자코 있어야 할 것이야. 또 무슨 속임수를 부린다면 영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거든. 어차피 이 개새끼들이 산을 활개치고 다니려면 그에 맞는 보약이라도 먹이는 것이 맞으니 시간이 좀 걸릴 거다.”

 

  마귀가 직접 만든 보약은 비실비실한 중형견도 어중간한 도사견을 이기게 만든다는 비기였다.

 

  과연 그 보약을 섭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조선 제일의 투견이라 불릴 만한 불개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의문이었다.

 

  하루종일 마귀 곁에 붙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뜻은, 불을 태워 도망간 아이들에게 신호를 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아가 예상한 최악의 상황보다는 나았다.

 

  당장에 개를 푸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끈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부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언니 오빠들이 멀리 나아갔기를 바라며 선아는 순순히 마귀의 곁에서 침묵을 지켰다.

 

  “자, 그럼 너는 보약 만드는 걸 돕도록 하고. 댁들은 어쩔 건가? 하룻밤 묵고 가고 싶다면, 숙소를 하나 마련해 주지. 마침 주인들이 떠난 빈 숙소가 하나 있으니까, 끌끌.”

 

  마귀가 오돈 패거리에게 눈치를 줬다.

 

  “이런 망할, 어이 주인장! 이 치욕은 꼭 기억하지. 내가 돌아가면 우리 아버님이! 내 피를 나눈 가족들이 이 경산의 실체를 까발릴 거야! 고작 일꾼 하나 제대로 간수도 못하는 버러지 같은 영업장 같으니!”

 

  기세가 밀린 오돈은 고함을 지르고는 몸을 휙 돌렸다.

 

  꼬리를 내린 것이었다.

 

  순순히 상경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의 발걸음은 경산의 출구 쪽이 아니었다.

 

  “그, 그곳은 출구가 아닙니다. 주인님.”

 

  당황한 부하가 오돈을 저지했고, 오돈은 부하를 슬쩍 밀치며 발걸음을 이었다.

 

  “여기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그럴 순 없지. 집을 몇 채는 사고 남을 돈이야, 그런 거금을 길바닥에 버리고 갈 순 없지. 저 계집 같지 않은 괴물이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쟁취하고 이곳을 떠난다.”

 

  “그, 그런!”

 

  오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성큼성큼 수풀이 우거진 산속으로 걸어갔다.

 

  그의 부하들도 마지못해 그 뒤를 따랐고, 마귀는 그 뒷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바라봤다.

 

  새로운 추격자의 등장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끌끌,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구나. 그럼, 우리는 우리의 일을 마치도록 하자.”

 

  마귀가 손뼉을 한 번 쳤고, 불개들은 일제히 줄을 지어 마귀의 앞에 집합했다.

 

  선아는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적셨다.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어쨌거나 최악은 면했다.

 

  부디 개똥과 다른 이들의 안위가 무사하길 바라며, 선아는 마귀의 뒤를 따랐다.

 

  거친 숨소리를 내뿜는 불개들 사이를 함께 거닐며, 선아는 조금은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경산을 도망쳤다면, 도저히 이 불개들을 상대한 용기가 없었을 테였다.

 

  사료를 제작하는 작업실로 들어간 마귀와 선아는 잡다한 약재를 쌓아두고 조리를 시작했다.

 

  무언가를 끓이고, 태우고, 볶고, 비비는 등에 복잡한 조리를 거친 보약에서는 상한 쇠고기 냄새가 풍겼다.

 

  그 작품이 만들어지는 동안 불개들은 마당에서 몸을 풀며 기다리고 있었다.

 

  완성된 환 모양의 보약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바닥에 내려놓았고, 불개들은 눈길에 미끄러지는 썰매처럼 빠르게 그것에 달려들었다.

 

  허겁지겁 보약을 목 뒤로 넘기는 불개들을 바라보며 마귀가 고약한 미소를 지었다.

 

  눈 깜짝할 새에 바구니를 가득 채웠던 보약들이 사라졌고, 마귀가 엄지와 검지를 모으고 입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휘익 하는 휘파람을 높고 길게 내뱉었다.

 

  그 휘파람이 곧 추격의 신호였다.

 

  신호가 울리자마자 불개들이 줄을 지어 달렸다.

 

  일렬로 달리던 다섯의 불개는 두 마리와, 세 마리로 나뉘었고 두 분대는 서로 정 반대의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것은 계획적인 추격이자, 체계적으로 학습한 사냥의 정석이었다.

 

  마귀의 감시 탓에 선아는 연기를 태울 수 없었다.

 

  부디 그 신호가 없어도 알아서들 해낼 것이라 믿으며, 선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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