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진 기억 속의 그대
작가 : 춘시기
작품등록일 : 2022.2.1

르미에르 클라크.
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전쟁영웅.
그런 르미에르에게 내려진 주군의 특명.
“클라크경. 적국 레어티스의 사라진 황제를 찾아와.”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뻔한 작업멘트야?"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국의 황제.
그리고 르미를 휘감는 신경쓰이는 남자들

 
3. 마탑의 소년(3)
작성일 : 22-02-04 03:00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453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헨리 주점에 도착하자 주인장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대우였다.

 

 “금세 돌아왔구만!

 

 역시 생긴 것만큼이나 정직한 사내군그려.

 

 뜨끈한 고기 수프 한 그릇에 동화 5개, 통밀빵 한 덩이에 동화 3개, 거품 맥주 한 잔에 동화 4개, 총 1은 2동 되겠수.”

 

 빠르게 계산을 끝낸 후 단검을 다니 손에 쥐여준 주인장은 정겹게 다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네같이 조용히 먹고 빨리 계산하는 자들은 흔치 않지!

 

 난 헨리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여행자이신가?

 

 이름은 뭐유?”

 

 평소 같았으면 가볍게 무시하고 뒤돌아설 다니었지만 왠지 헨리가 싫지 않았다.

 

 “다니.

 

 조만간 이곳에서 지낼 것 같군.

 

 주변에 쓸만한 여관이 있나?”

 

 “두 블록 더 가면 조용하고 깨끗한 여관이 있다우.

 

 아침도 주니 썩 괜찮지!”

 

 “고맙네.”

 

 다니가 곧장 돌아서 가자 헨리는 아쉬운 듯 다니의 등에 대고 쩌렁쩌렁 말했다.

 

 “정말 검은 녀석의 가죽을 내 앞으로 달아 놨다면 이곳에 있는 동안 맥주는 언제든 공짜로 제공하겠수!

 

 자주 오슈!”

 

 문손잡이를 돌리던 다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잠시 스쳐 지나갔다.

 

 

 

 여관의 이층 가장 안쪽 방의 침대 위에 앉은 다니는 타오르는 벽난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이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다니의 실력으로는 먹고 살 걱정은 물론 오히려 부를 축적하며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도 없으니 만약 과거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면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해 걱정도 하지 않고 따뜻하고 배부르게 몸 편안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다니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을 감을 때마다 그 목소리가 자꾸만 머릿속에 울렸다.

 

 그렇게나 애처롭게 자신을 사랑한다며, 잊지 말라는 외쳐 대는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얼굴도 형상도 심지어 눈동자나 머리색도 기억나지 않으니 허상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다니는 스스로 기약 없는 허상을 좇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지도도 없는 넓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니는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쓸며 한숨을 내뱉었다.

 

 아직 데워지지 않은 실내에 입김이 하얗게 흩어졌다.

 

 그러다가 문득 여태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돌아보았다.

 

 지팡이 몸체의 섬세한 문양을 조용히 쓸어보았다.

 

 처음 보는듯 낯선 물건.

 

 하지만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

 

 머릿속에 맴도는 말 한마디 때문에 이유도 모른 채 소중히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니는 무척 당황한 듯싶었지만 이내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 내가 미친 것이 틀림없군,”

 

 그 목소리의 주인을 만나고 싶었다.

 

 처음 일어난 그 순간부터,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지팡이의 주인을 찾아야 했다.

 

 

 

 * * *

 

 

 

 그대로 에던의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기에 르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커다란 창문 너머로 동이 트고 있었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공기가 추울 듯싶었지만, 벽난로가 없음에도 에던의 서재는 아주 따뜻했다.

 

 얌전히 덮여있던 담요가 조금 덮게 느껴질 정도였다.

 

 새벽 공기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 창문 앞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에던의 모습은 평소 남자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르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르미는 푸른빛 도는 회색 머리칼 때문인지 시원한 듯 아득한 체향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정말 새벽을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일어나 붉은 머리칼을 하나로 질끈 묶는 르미를 보며 에던은 싱긋 웃었다.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로 누나가 좋아하시는 훈제 연어 베이글 샌드위치와 따뜻한 고기 스튜를 준비했어요.

 

 아침에는 차 대신 데운 우유를 드시죠?”

 

 ‘녀석, 나에 대해 빠삭하네…?

 

 마법사들은 뒷조사도 마법으로 하려나?’

 

 흠칫 놀라 소름이 오소소 올라오려던 팔을 진정시킨 후 르미는 창문 앞 티 테이블에 앉았다.

 

 언제 꺾어온 건지 파란색 수국이 테이블 한가운데서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무렴 어때.

 

 일어나자마자 맛있는 아침을 먹을 수 있다면 뒷조사 정도는 한동안 눈감아 줘야지.’

 

 그리고는 이내 태평하게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야채는 딱 양상추만 가득, 아몬드가 들어간 크림치즈까지.

 

 완벽한 르미의 취향이었다.

 

 “나에 대해 잘 아네?”

 

 부드러운 문장은 아니었으나 지금 르미의 기분은 아주 좋았다.

 

 그랬기에 에던처럼 생글거리는 얼굴을 하고는 짓궂은 장난이라는 듯 가볍게 말할 수 있었다.

 

 “누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걸요.”

 

 “너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주니?”

 

 어느새 샌드위치를 반이나 먹어 치운 르미는 긴장감 없이 말했다.

 

 “누나는 친절하고 섬세하게 챙겨주는 남자를 좋아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잠깐 미간을 찌푸린 르미는 이내 아까의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또 물었다.

 

 “내가 널 좋아했으면 좋겠어?”

 

 그러자 지금까지 능글맞게 굴던 에던의 살짝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귀가 약간 붉어진 것 같기도 했다.

 

 “제게 가장 간절한 것이죠.”

 

 살짝 당황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직설적인 대답이었다.

 

 그저 놀려주려던 것뿐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진지한 대답을 들어버린 르미는 당황했다.

 

 훅 들어온 에던의 말에 르미의 얼굴에는 웃음 대신 커다래진 눈만 남았다.

 

 “너…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거야?”

 

 겨우 어제 만났는데 자신의 애정이 가장 간절하다니!

 

 낯가리지 않는 겉모습과 다르게 경계가 심하고 그 경계를 아주 서서히 풀어가는 르미에게는 아주 충격적인 일이었다.

 

 에던은 이내 평소의 싱긋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네.

 

 첫눈에.”

 

 아직 스튜를 반밖에 먹지 못했지만 르미는 벌떡 일어났다.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하지만 지금 이 분위기를 감당하기에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기에 르미는 당황한 기색을 어색한 행동에서 풀풀 풍기며 문 앞까지 뛰다시피 갔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에던을 잠깐 돌아보고는 급하게 문을 열고 나왔다.

 

 “다시 올게.”

 

 평소라면 밤새 탑 앞에 묶여 있었을 동백이가 안쓰러웠겠지만, 아직 당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르미는 안장에 옅게 깔린 새벽이슬도 보지 못한 채 순식간에 말 위에 올라타 다시 황성으로 향했다.

 

 다행히 동백이는 얌전히 르미를 따라 주었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 르미는 몸을 가볍게 떨었다.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에 흩어졌다.

 

 쌀쌀한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머리를 다시 차갑게 식힌 르미는 에던과의 만남을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오랜 친구를 만났던 것처럼 서슴없이 말하고, 경계 없이 잠이나 자고.

 

 처음 만난 사람을 만났다기에는 긴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던 행동들.

 

 자신도 모르게 에던을 너무 편하게 대했던 것 같았다.

 

 마지막에 다시 가겠다던 말은 왜 한 것인지 아직도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기억을 잃었던 동안 친하게 지냈던 건 아닐까?’

 

 곧 다시 돌아가 확인해볼 목록에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만날 때는 그래도 조심하리라 다짐했다.

 

 자신의 입맛까지 알고 있는 녀석 앞에서 계속 무방비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적어도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초면이나 다름없으니.

 

 황성으로 돌아온 르미는 곧장 연무장으로 향했다.

 

 황제의 명령을 수행하면서 편안하게 차 마시고 잠이나 자고 아침까지 얻어먹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부끄러움을 잊고자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질책하고자 연무장에서 숨이 차 쓰러질 때까지 수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동백이를 연무장 옆의 임시 마구간에 두고 여물까지 가득 채워준 후 직책이 높은 황실 소속 기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에 가까워질수록 누군가의 검 휘두르는 선명하게 들려왔다.

 

 검이 공기를 가르는 시간의 간격, 신발이 연무장 바닥을 박차는 소리.

 

 텐이었다.

 

 

 

 급하게 연무장 문을 벌컥 열자 텐은 놀란 표정으로 르미를 바라보았다.

 

 “르미?”

 

 “텐!”

 

 르미는 당황한 텐은 신경도 쓰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텐의 어깨에 고개를 박았다.

 

 오랜 친구의 체향을 맡으니 심란했던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텐에게선 햇살 향기가 났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에 말려두었던 이불에서 나는 향기.

 

 마음이 포근해지고 기분이 나른해지는, 그런.

 

 “무슨 일 있었어?”

 

 차분하게 물어보는 텐의 목소리에 걱정이 잔뜩 깔려 있었다.

 

 “잠깐만… 이렇게 있어 줘.”

 

 텐은 검을 검집에 넣은 후 르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두어 번 두드렸다.

 

 “역시 또 사고 쳤구나.”

 

 “이 자식이, 아니야.”

 

 르미는 주먹을 쥐고 텐의 복부를 툭 쳤다.

 

 괜히 오바하며 윽 소리를 내는 텐 때문에 르미는 풉 하며 웃었다.

 

 “배에 검이 박혀도 신음 한 번 내지 않는 녀석이 엄살은.”

 

 텐의 어깨에서 고개를 때고 마주 보며 핀잔을 주자 텐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너 기억을 다 찾았어?”

 

 르미는 아쉬운 듯 한숨을 푹 쉬었다.

 

 “다는 아니고, 아주 조금.

 

 순서대로 기억날 줄 알았는데 조각조각 기억나는 것 같아.”

 

 텐이 복부 상처를 크게 입었던 때는 전쟁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둘은 텐의 부상 때문에 마지막 순간 함께할 수 없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처음 기억나는 것들이 텐과 관련된 것들뿐이라니.

 

 ‘이 녀석과 질리도록 같이 있었던 게 영향이 컸나.’

 

 르미는 텐에게서 두 발짝 멀어지며 검을 꺼냈다.

 

 “간만에 대련 한 번 하자.

 

 기억을 잃고는 한 번도 안 했잖아.”

 

 텐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겠어?

 

 기억을 잃은 만큼 검에 대한 경험도 잊었을 것 아니야.”

 

 “몸은 기억한다잖아.

 

 대련하다 보면 기억이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텐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어려 있었으나, 이내 다시 검을 꺼내고 자세를 취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9 8. 조용한 마탑의 에던 2022 / 2 / 13 190 0 4837   
8 7. 산책 2022 / 2 / 12 185 0 4072   
7 6. 후드를 쓴 사내 2022 / 2 / 10 187 0 4403   
6 5. 작은 성의 연금술사 2022 / 2 / 8 183 0 4312   
5 4. 핑크빛 감도는 은발 2022 / 2 / 6 177 0 4139   
4 3. 마탑의 소년(3) 2022 / 2 / 4 187 0 4535   
3 2. 마탑의 소년(2) 2022 / 2 / 2 186 0 4405   
2 1. 마탑의 소년(1) 2022 / 2 / 1 192 0 5647   
1 Prologue 2022 / 2 / 1 309 0 315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