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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7화
작성일 : 22-02-02 14:37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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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게스트하우스의 넓은 거실에 어린남자아이둘이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응접의자에 앉은 무표정한 윤선은 베란다 창에 긴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러다 간간이 고개만 돌려 아이들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었다.

 꼼지락꼼지락 장난감을 가지고 얌전히 노는 레오와 그 옆에 말없이 앉은 아이.

 낯선 아이의 등장에 레오의 움직임은 더욱더 소극적이었다.

 태생적으로 정적인 성향 탓도 있지만 레오는 낯가림이 심했다.

 더구나 또래들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레오였기에 말똥히 앉은 옆의 아이가 불편한듯 보였다.

 긴장한 탓일까.

 꼬물꼬물 만지작거리던 레오의 장난감로봇 팔 하나가 뚝 떨어져나갔다.

 깜짝 놀란 레오는 장난감로봇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쿵!

 레오의 얼굴이 단번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자 옆의 아이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레오는 화들짝 놀라며 퍼뜩 고개를 틀었다.

 또래놀이나 공감대를 이루어보지 못한 미경험의 결과였다.

 아이는 아무런 말없이 장난감로봇을 집어 척척 능숙하게 조립하였다.

 그리곤 쓰윽 레오 앞으로 그것을 밀어주었다.

 그제야 슬그머니 옆의 아이를 쳐다보는 레오.

 여전히 거리감을 두고 레오는 아이를 살피고 있었다.

 눈길이 마주치자 아이가 레오를 향해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이 몹시 친근하고 다정했다.

 그에 레오도 찡긋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이는 곧게 뻗어 펼친 오른손을 반쯤 내밀었다.

 ‘우리 악수할래?’

 말로하지 않았지만 살짝 키운 아이의 눈이 살피듯 조심스레 물었다.

 씩 웃는 레오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만면에 활짝 미소를 머금은 아이는 당장 레오에게 다가오려 상체를 숙였다.

 그때였다.

 반짝 무언가가 빛났다.

 레오의 눈이 대번에 동그래졌다.

 동시에 얼은 듯 굳어버렸다.

 수그린 앞의 아이 목에서 반짝이는 것.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것은 레오에게 너무나 익숙한 너무나 잘 아는 물건이었다.

 “어? 어어......”

 동그랗게 눈을 뜬 레오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손을 뻗쳤다.

 다가오던 아이가 돌연 몸의 방향을 슬쩍 틀었다.

 레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아이는 엉덩이를 밀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뒤질세라 레오가 쪼르르 따라갔다.

 뒤로 밀고 따라오고 둘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뚝 떨어진 구석에서 비로소 멈췄다.

 레오는 아이의 코앞에 바짝 다가앉아 말했다.

 “그 목걸이 내놔. 이리 줘.”

 조막만한 오른손을 내미는 레오의 표정이 제법 옹찼다.

 “빌리 거야. 그 목걸이 우리 빌리 거라고.”

 아이는 벌겋게 달아오른 레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맞아. 빌리 거야.”

 끄덕이는 아이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토를 달았다.

 “빌리가 나한테 준거야.”

 아이의 표정은 침착하고 목소리는 낮았다.

 “뭐? 빌리가 왜 그것을 너한테 줘? 주려면 나한테 줘야지?”

 어린레오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쌔근대며 발끈했다.

 자신의 둘도 없는 하나뿐인 친구빌리 사랑하는 빌리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여기는 레오였다.

 그렇지 않아도 외할아버지 별장으로 보내졌다는 빌리.

 하루아침에 말없이 떠나버린 그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컸던가.

 물론 자신의 건강상태 때문이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는 여전히 조곤조곤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건 다 사연이 있어서 그래. 어쨌든 빌리가 나한테 준거니까 이건 내거야.”

 비스듬히 턱을 치켜드는 아이가 눈을 깜빡였다.

 “아니야! 아니라고.”

 레오는 사정도 없이 아이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의 목에 걸인 목걸이를 향해서라는 표현이 맞을 터였다.

 순둥이 같던 레오에게 저런 면이 있어나 싶게 저돌적인 행동이었다.

 아마도 아이의 여유 넘치는 천연덕스러움에 위기의식을 느낀듯했다.

 반 무릎을 한 레오는 뜻대로 손길이 닿지 앉자 엉거주춤 일어서려했다.

 “어어? 레오. 잠깐! 알겠어. 줄게. 알았다고. 그만해.”

 예상외로 아이의 태도는 전혀 방어적이지 않았다.

 빌리의 목걸이를 준다는 아이의 말에 레오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잠시 후 빌리의 목걸이 쟁취에서 어느덧 이겨버린 어린레오.

 몹시 감격한 얼굴이었다.

 “맞아. 레오. 이건 네 거야. 사실은 빌리가 너한테 전해주라고 한 거야.”

 “.....?”

 “빌리는 네 생각밖에 안 해. 너만 그리워해. 많이 보고 싶대.”

 말을 전하며 삐죽하는 아이의 표정도 울컥하려했다.

 “정말......?”

 아이는 끄덕끄덕했다.

 “우리 빌리가 진짜 그랬어?”

 자신을 향한 빌리의 그리움을 전하는 말에 레오는 덩달아 울먹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한바탕 쏟아낼 기세였다.

 “응. 사실이야. 빌리에게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그래서 빌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네가 부러워서 잠깐 심통 부린 거야. 미안해. 사과할게.”

 아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사과의 말을 했다.

 레오는 날아갈 듯 기뻤다.

 빌리와의 사이에 끼어든 침입자를 멋지게 젖혔다.

 그뿐인가 그립고도 그리운 빌리의 사랑까지 재확인한 시점이었다.

 이 상황이 지극히 작위적이었다거나 이상함을 생각하기엔 레오는 너무 어린나이였다.

 그저 승리에 도취해 레오는 아이에게 기꺼이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었다.

 “아니야. 괜찮아. 너를 이해할게. 나라도 그랬을 거야.”

 “레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빌리도 너의 이런 의젓한 모습 보면 무척 좋아할 거야.”

 레오는 빌리이야기에 다시금 가슴이 빵빵해졌다.

 “오! 빌리. 나도 보고 싶어. 이번에는 엄마아빠를 졸라서 꼭 빌리를 보러가고야 말거야.”

 레오는 흥분에 휩싸였다.

 이어 파닥파닥 요란한 손짓을 했다.

 “어서어서 빌리의 목걸이를 내게 줘.”

 “알았어. 레오. 그런데 잠깐만 진정해. 있잖아? 빌리가 이 말을 너한테 꼭 전해주고 목걸이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한껏 업 되어있는 레오에게 아이는 푸시를 할 때와는 달리 진정을 종용했다.

 “응? 빌리가 나한테 전하는 말이라고?”

 “그래. 빌리가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어. 너. 신신당부가 무슨 뜻인지 아니? 당연히 알겠지 너는 똑똑한 아이니까.”

 “어?.......응응. 대강 알아.”

 어린 꼬마아이가 그런 말의 의미를 어찌 알까.

 그러나 레오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빌리. 이 순간의 관심사는 빌리 뿐이었다.

 평소의 레오라면 선뜻 그런 답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많은 독서량과 체계적인 홈 스쿨의 학습효과와 물려받은 유전전적 기질 레오는 아이치고는 상당히 영특하고 진중했다.

 그러나 이미 어린레오의 사고 마지노선은 무너진듯했다.

 “빨리 말해 봐? 빌리가 나에게 뭐라고 했어?”

 레오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어느새 아이의 말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아이는 좀 전과 사뭇 달라진 표정이었다.

 굉장히 차분했다.

 어쩌면 차분함을 넘어선 냉랭함이었다.

 “레오. 내 말 잘 들어. 이건 빌리가 너에게 보내는 전달이야. 일종의 편지 같은 거지.”

 “빌리가 나에게 편지를?”

 “응. 나를 통해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댔어.”

 “너를.......통해서? 왜?”

 “빌리는 글을 쓸 줄 모르잖아?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안 그래?”

 “으응. 그렇긴 해.”

 레오는 반쯤 수긍했다.

 그러자 아이는 서둘렀다.

 “자. 일단 먼저 이것부터 만져봐. 빌리의 다정한 숨결이 느껴질 거야.”

 아이는 비로소 목걸이를 전면적으로 드러냈다.

 레오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 펜던트에 얹었다.

 “어때 느껴져?”

 “응 들려. 할딱할딱 내 뺨을 핥는 빌리의 숨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 것 같아.”

 “좋아. 이제 눈을 감아봐. 또 뭐가 느껴져?”

 “내 손끝과 온몸이 간질간질해. 하하하. 빌리의 혀 감촉이야.”

 레오는 어디가 간지러운지 몸을 배배꼬며 크게 까르르 깔깔대고 웃었다.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고 제혁이 들어왔다.

 소리 소문 없이 들어선 제혁이 아이들을 힐긋 바라보았다.

 까르르 까르르 웃음 끝이 돌고 있는 그쪽.

 레오의 때 아닌 웃음소리에 절로 제혁의 고개가 향했다.

 “......?”

 마주보고 앉아 천진난만하게 깔깔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부모를 잃어버린 그 아이는 레오의 옆구리와 턱을 간질이며 함께 놀고 있었다.

 “후우.......”

 그에 제혁은 급한 대로 한시름을 든 표정이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들어오는 베란다 창가에 붙박이처럼 앉아있는 윤선의 뒷모습에 마음이 무겁던 차였다.

 그녀의 침잠한 모습을 곁눈질 하며 서류가방에 든 패스포트에서 신분증을 챙기려던 제혁이 명함만 서너 장 뽑아들었다.

 제혁이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그 사이 두 아이는 한손씩을 꼭 잡고 나란히 벽에 붙어 앉아있었다.

 다가간 제혁이 말했다.

 “싸우지 말고 얌전하게 잘 놀아야 해.”

 “네, 아빠. 알고 있어요.”

 레오가 대답했다.

 “그래 착하구나. 아빠 가서 일보고 올게.”

 “네, 아빠.”

 “네에.”

 돌아서던 제혁이 멈칫했다.

 레오의 목소리에 이어 들리는 낮선 음성.

 스르르 제혁이 고개를 돌렸다.

 말갛게 자신을 보고 있는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말을 할 줄 알았던 거야? 난 또 벙어린 줄 알았네. 하긴, 그 상황에서.......”

 제혁은 말끝을 흐리며 으쓱했다.

 그때 그 순간.

 좀 전까지 목 언저리로 풀어헤쳐있던 아이의 옷 상태는 달라져있었다.

 그 사이 보라색 남방단추가 단정하게 목까지 채워있는 것을 지적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장면을 떠올리는 레오는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빌리는 꽤 어른스러웠다.

 가끔씩 사용하는 뜻 모를 단어나 선수 치듯 치고나오는 재빠른 행동들 같은 나이라고하기에는 지나치게 성숙했다.

 하지만 그때는 빌리의 그런 면이 좋았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형 같은 친구를 얻은 것 같았으니까.

 레오는 저도 모르게 빌리에게 쏠리고 의지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외할아버지의 별장에 가 있는 줄로만 알았던 빌리.

 그의 죽음을 안 후라 더욱더 그랬던 것 같았다.

 수시로 힘들어 할 때면 빌리는 정말 친형처럼 자신을 따뜻하게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빌리를 따르게 된 계기 중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

 그를 통해 빌리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들었을 때 느낀 부모님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자신만 도려 놓듯 빼놓은 배제가 심히 슬펐다.

 어떻게 자신에게 그렇게 까맣게 속일 수 있단 말인가.

 ‘빌리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뻔히 알면서.......’

 그 당시 레오는 수시로 자신의 혼란한 심경을 빌리에게 털어놓았다.

 “엄마가 그때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내게 사과를 구하지 않았다면.......”

 미쳐버릴지도 몰랐을 거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었다.

 그럴 때면 빌리는 레오의 칭얼거림을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리곤 부모님에 대해 가졌던 자신의 절망에 관해 조곤조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듯 설명했다.

 전적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 빌리에게 레오는 섭섭함에 뾰로통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늘 레오는 자신이 가졌던 나쁜 감정에 대한 죄책감에 윤선에게 달려가 고해의 용서를 빌었다.

 윤선은 그런 레오와 빌리를 동시에 칭찬했다.

 레오의 용기와 빌리의 사려 깊음을 각각 높이 산다고 그녀는 몹시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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