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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6화
작성일 : 22-02-01 11:08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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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윤선은 자신이 선택한 사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는 여자였다.

 용의주도에 철두철미할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 집요하기까지 했다.

 거의 완벽을 추구하는 편이라고 할까.

 아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차츰차츰 가라앉아 한없이 무거워지려던 그녀의 입이 열려버렸다.

 빗장을 걸어 잠그려던 출구 없는 문과 함께.

 그것이야말로 제혁에게는 제일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침묵을 곁에서 대책 없이 지켜봐야 하는 것, 그것처럼 피를 바짝바짝 마르게 하는 피폐한 무기력이 있을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고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어부지리를 한 것 같아 제혁은 상당히 흡족했다.

 마음이 홀가분해진 제혁은 새삼 레오가 기특했다.

 이 순간만큼은 아들레오가 고맙다 못해 숨통을 틔어준 은인 같았다.

 흐뭇한 표정으로 룸미러를 넘겨다보는 제혁.

 레오는 그 아이와 깍지 낀 손가락으로 즐겁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녀석. 아주 신났군. 신났어.’

 제혁이 눈길을 돌리려는 그 순간.

 찌릿찌릿 별안간 뒤통수가 따가웠다.

 ‘......?’

 갸웃하다 무심코 사선으로 치켜 올려본 룸미러.

 ‘뭐야? 저 녀석이 왜 저래?’

 레오가 칭하기를 빌리라고 부르는 그 아이가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자신을 뒤통수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의아한 제혁이 룸미러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러나 아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에? 아니! 저 쥐똥만한 녀석이? 저.......저 눈깔에 힘들어가는 것 좀 보게? 허어 기막혀라.’

 제혁은 어이가 없었다.

 성질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팔을 쭉 뻗어 머리통을 세게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아서라 나는 모처럼 되찾은 이분위기를 깨고 싶지가 않구나.’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라고 자칫하다 분란의 소지만 될 뿐이었다.

 제혁은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누름에 상당히 익숙한 듯했다.

 거기에 자신이 부여하는 당위성으로 자체마무리를 했다.

 ‘하긴 저 딴에도 파출소 미아전담반에 넘기려던 내가 좋지는 않았겠지? 그래도 고놈 어린놈이 눈빛 한번 고약하네.’

 휘익 핸들을 꺾는 제혁이 앓는 소리를 냈다.

 “끙!”

 그들이 탄 승용차는 긴 시간을 달렸다.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다이렉트로 직진했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가던 그해 늦가을.

 그들의 가족여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동남대학교정수캠퍼스 주차장.

 안전벨트를 푸는 윤선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강 제혁.

 통화버튼을 누르려다 멈칫하는 윤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음, 이야기해본들.......”

 빤한 말일 것이었다.

 윤선이 결정짓지 않고 묻는 말에 제혁은 늘 같은 대답을 했다.

 “그래서 당신 생각은?”

 빌리의 초등학교입학 문제를 의논하려던 윤선은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으니까. 너무 성급하게 굴 필요는 없을 테지. 그래, 이건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야.”

 윤선은 홀로 마음을 다독였다.

 4년 전 윤선이 칭얼대는 어린레오를 달래면서 했던 말.

 레오,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지금은 그 누구도 아닌 윤선 자신이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윤선은 운전석을 내려 5호관에 있는 자신의 교수실로 향했다.

 

 

 한편 그 시각.

 레오와 빌리는 그들의 방에서 과학상자놀이에 빠져있었다.

 일반적인 블록이나 레고와 달리 과학상자시리즈는 꽤 수준이 있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 도와가며 척척 막힘없이 목적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침의 팽팽했던 긴장감이나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함 따위는 없었다.

 평온한 표정으로 몰두하는 모습은 몹시 천진난만했다.

 비로소 아이들다운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운동장처럼 넓은 방안 한쪽에 인형처럼 자리한 레오와 빌리.

 둘은 완성되어가는 타워크레인에 마지막 힘을 쏟고 있었다.

 함께 지내는 방이라고는 하나 어린아이 둘이 기거하기에는 과하게 넓었다.

 그런 방의 규모에 아이들의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는 듯했다.

 잠시 후 둘은 동시에 만세를 부르며 소리쳤다.

 “야호! 완성이다.”

 “신난다.”

 “오늘은 한 번도 막힘없이 잘 끝난 것 같아. 그렇지 레오?”

 “응. 맞아. 이게 다 빌리 네 덕이야.”

 “아니야. 나날이 발전해가는 네 실력 덕이지. 훌륭했어. 레오.”

 “고마워, 빌리.”

 둘은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며 엉덩이를 쑥 빼고 상체를 디밀었다.

 땡땡 9시를 알리는 시계소리가 들렸다.

 휙.

 휘익.

 둘은 뚝 떨어져 앉았다.

 9시면 캠으로 자신들을 지켜보던 윤선이 강의실로 들어갔을 시간이었다.

 이쪽저쪽으로 멀찌감치 앉은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만의 개인시간으로 빠져들었다.

 그때였다.

 “어?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레오 이거 네 거잖아?”

 자신의 소지품상자를 뒤적이던 빌리가 레오에게 외쳤다.

 빌리가 한손에 들고 있는 반짝 빛나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렸다.

 레오가 쪼르르 무릎걸음으로 우당탕탕 무섭게 빌리에게 다가갔다.

 “이리 줘. 내거야.”

 레오가 빌리한테서 낚아채듯 뺏어간 것은 가느다란 줄이었다.

 어른들 엄지손톱만한 은색 펜던트가 달린 어찌 보면 목걸이 같기도 했다.

 그것을 들고 한참을 내려다보다 만지작거리던 레오가 고개 숙인 채 말했다.

 “빌리. 너 그때 왜 나한테 이걸 주었던 거니? 무슨 마음으로?”

 “레오. 말은 똑바로 해. 내가 준 게 아니라 네가 가져갔던 거야. 기억 안나? 그것도 일방적으로. 너야말로 왜 그랬어?”

 “이것은 우리 빌리의 목줄이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내 목에 있는 걸 강제로 잡아당겨 뺏어가다니 너무한 거 아니었어?”

 침울한 목소리를 내는 레오에 반해 빌리의 음성은 톤이 높았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어. 그리고 뭘 몰랐던 거야. 지금이라면 너의 그런 말 따위 절대 믿지 않았을 텐데.......”

 레오는 아이답지 않은 회한에 찬 음성을 냈다.

 “레오. 그런 말 마.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거 왜 이래?”

 돌연 벌떡 일어서는 빌리.

 레오의 눈길이 빌리를 따랐다.

 “나야말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런 짓 따위는 하지 않겠어. 절대! 결코! 네버!”

 버럭버럭 소리치는 빌리는 꽉 쥔 주먹으로 자신의 몸통을 쳤다.

 퍽 퍽퍽.

 가녀린 아이의 몸치고는 상당히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 순간 빌리가 훌러덩 상의를 걷어 올렸다.

 “자! 봐봐? 너 때문에 너를 위해서 이런 짓을 해야 한 나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빌리의 몸통이 이상했다.

 조그만 몸통을 감싸고 있는 것은 석고도 아니고 아크릴성분도 아니고 단단한 무언가로 온통 둘러싸여 있었다.

 딱딱한 갑옷 같은 정체불명의 재료로 둘러싸인 빌리의 몸통.

 어느새 목 고개가 내려진 레오는 빌리의 걷어 올린 상체를 곁눈질 할 따름이었다.

 그런 레오를 향해 빌리는 뾰족한 음성으로 사납게 쪼았다.

 “레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 들어봤겠지? 딱 너 같은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이야.”

 “.......”

 레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빌리는 거듭 자신의 몸통을 가리키며 이글이글거리는 눈빛을 쏘았다.

 “내가 이러지 않았으면 넌 이미 이 집에 없었어. 네 존재는 진즉에 끝났다고 알아?”

 빌리는 쨍 소리쳤다.

 “......알아.”

 레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근근이 답했다.

 “안다면서 그러니? 알면서 번번이 나한테 유치한 협박을 해? 내가 말했지. 알면서 하는 짓은 더 나쁘다고. 넌 나중에 천벌을 받을 거야.”

 빌리는 아이답지 않은 거친 말로 사정없이 레오를 몰아붙였다.

 털썩 축 늘어지는 어깨와 함께 레오는 대번에 기가 꺾였다.

 “씨, 씨이. 헉헉.”

 빌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는 것인가.

 빌리는 발끝에 차이는 장난감을 퍽 차올렸다.

 그리고 싸늘해진 눈빛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레오. 마지막 경고야. 두 번 다시 그 개 목줄 내 소지품상자에 두지 마! 대체 무얼 상기시키고 싶은 거니? 어림없어. 한번만 더 여기에 두었다간 갈가리 찢어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릴 거니까.”

 “......헉!”

 빌리의 말에 레오는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얼른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마치 빼앗기기라도 할세라 가슴을 숙여 그 손을 파묻었다.

 “흥! 하나는 알고. 둘 셋은 모르는 망창한 새끼.”

 쾅!

 빌리는 방문을 거칠고 열고 나가버렸다.

 레오는 손에 쥔 목걸이를 안고 낮게 흐느꼈다.

 “으흐흐.......빌리. 보고 싶어.......나의 빌리. 으흐.......흑.”

 좁은 어깨를 들썩이는 레오의 흐느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빌리의 말이 맞았다.

 그날의 일을 떠올려보라고 자신이 빌리의 소지품상자에 목걸이를 넣어두었다.

 나날이 자신의 자리를 조여 오는 빌리에게 이 자리에 있게 된 근원을 제발 상기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빌리의 화를 돋우는 결과만 초래할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번번이 레오 자신만 상처를 받는 듯했다.

 소리죽여 눈물 흘리던 레오는 문득 생각했다.

 빌리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날 그 순간.

 이 목걸이를 보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레오는 멈칫했다.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이었다.

 숱한 일들과 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이 생각을 한건 처음이었다.

 거기에 생각에 미치자 레오는 후회스럽고 괴로웠다.

 ‘아아! 어쩌면 지금쯤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를 테지.’

 레오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날의 흐린 기억 속으로 한발을 쑥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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